아무것도 아닌 줄 알았는데 뭐라도 되고 있었다
김지희 지음 / 자화상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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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나에게 ‘아직도’라 말하며 고개를 휘젓더라도 일단은 ‘아직’이라 외쳐 보기로 한다. 나조차, ‘아직’을 내려놓으면 정말 이대로 끝나버리는 거니까. 더 이상의 노력이란 없을 것 같은, 가장 마지막 순간까지 ‘아직’을 외쳐야 하는 사람은, 나여야 한다. (p.69)

 

 

나 자신을 향해 ‘그래서?’를 묻다보면, 보다 더 견고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 그럼 나도 비로소, 어른다운 진짜 어른이 될 수 있는건가? 그나저나, 명백히 언제부터가 진짜 어른의 시작인 걸까? 어른의 시작 지점이 정확히 어딘지는 몰라도, 내가 그 지점을 넘어선 지 한참 지났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리고 그보다 더 분명한 것은, 여전히 난 연약한 영혼이라는 사실이다. (p.96)

 

 

책은 더는 내가 어떤 사람이라고 확신하기 어려울 때 이정표가 되어줄 수 있는 말들을 담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확실히 말하기 어려울 때, 차분히 내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해주는 말, 온갖 문제들로 머릿속이 복잡할 때 정말 중요한 것만을 남길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해?”라는 질문, 아무리 애를 써도 “여전히 그 자리인 것만 같을 때” 힘을 실어주는 “아직”이라는 말에 대한 저자만의 해석들은 삶의 성장통을 진하게 겪고 있는 이들에게 적잖은 위로가 되어준다. “아직”의 의미를 여전히 남아 있는 가능성으로, 남들과 비교하는 못난 마음은 “조금” 모자라서 좋았다는 해석으로, 일상에 대한 권태를 “새삼” 다시 들여다보는 자세로. 시시각각 삶의 면면을 달리 보는 저자의 시선은 세상살이에 지쳐 내 삶에서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잠시 잊고 있던 우리들에게 그만의 위로로 따뜻함을 전해준다. 그냥 얼핏보면 아무것도 아닌 단어지만 나 혹은 다른 누군가가 건넨 단어 안에서 힘을 얻는가 하면, 예상치 못한 새로운 세상을 만나기도 한다. 지금 내가 이 책과 마주하면서 그러한 것처럼 말이다. 

글은 짧아서 쉽게 읽히지만 우리가 살아가면서 누구나 한 번쯤은 겪는 성장통이기에 글에 담긴 생각은 깊다. 그래서 종종 한 페이지를 두고 금방 넘어가지 못하고 한 번 더 읽어보고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 저자가 전직 아나운서여서 그런지 같은 의미라도 생각을 표현해내는 단어의 폭이 상당히 넓다. 그래서 그런지 좀 더 새롭게 느껴지는 듯 하다. 같은 단어지만 다른 느낌? 각자 세상을 살아가면서 겪는 일들도 다르고 저마다 보는 관점이 다르기 때문에 책을 읽으면서 “그렇게 느낄 수도 있겠구나” 하고 깨달음을 얻기도 하고, 저자가 겪은 일들이 나와 비슷해 공감하기도 하고 때론 위로 받기도 하는 등 내가 아닌 타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생각을 엿볼 수 있다는 게 참 색다른 경험인 것 같다. 같은 단어를 두고서도 저자와 내가 바라보는 시선은 남다르다. 그래서 내가 아닌 타인의 시선으로 생각해보는 등 나와 다른 저자의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하고 또 그런 만큼 생각도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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