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마음 사이
이서원 지음 / 샘터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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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자라면서 내 말이 상대에게 어떤 상처를 주고 힘을 가하는지 배우지 못했습니다.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말의 힘과 방법을 알려준 사람이 없었습니다. 스스로 남에게 상처를 받은 후에야 이렇게 말하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아가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상처를 받기도 하고 상처를 주기도 합니다.
학교와 인생에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학교는 무엇을 배운 후에 시험을 치르는데, 인생은 시험을 치른 후에 무엇을 배웁니다. 그런데 시험의 대가가 가끔 너무 아픕니다. 우리 삶에 지식학교만큼 필요한 것이 관계학교입니다. 관계학교의 필수과목은 남의 가슴 아프게 하는 말을 하지 않는 법을 배우는 것입니다. 거짓을 말하지 않으면서도 마음 상하지 않게 전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지요. (p.27) 

 

사람과 사람 사이에 난 마음의 길도 대하는 태도에 따라 관심과 간섭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관심은 그 사람의 마음 길을 살피는 것입니다. 간섭은 내가 먼저 마음 길을 낸 다음 그리로 가라고 요구하는 것입니다. 사람은 태어나 죽을 때까지 관심을 원하는 존재입니다. 청소년기가 지나도 마찬가지입니다. 결혼해서는 배우자의 관심을 받고 싶어 합니다. 그런데 관심을 넘어 배우자가 사사건건 간섭한다면 관계의 결말은 볼 보듯 뻔합니다. 이혼으로 가는 열차를 타게 됩니다. 친구도 관심을 가져주는 친구와는 우정이 평생 가지만, 간섭하는 친구와는 짧은 시간에 끝납니다. 사람은 그렇게 모순 덩어리입니다. 관심받기를 원하는 동시에 간섭을 하기도 합니다. 이유가 무엇일까요? 관심과 간섭은 하나의 직선 위에 있는 두 점이기 때문입니다. 간섭은 관심을 전제로 일어납니다. 간섭은 과한 관심이라 보면 됩니다. 그리고 간섭은 술과 비슷한 속성을 가졌습니다. 처음이 어렵지 일단 시작하면 습관이 됩니다. (p.109)

 

살다 보면 뜻하지 않게 악한 일을 당하기도 합니다. 당황한 마음에 복수를 시도하다 되레 더 큰 일을 당하기도 하고, 어설프게 선으로 갚으려다 사람 꼴만 우스워지기도 합니다. 쉽지 않겠지만 우선 악하게 행동한 사람에게 분명히 알리는 것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용서나 선행은 그 뒤에 해도 늦지 않습니다. 악은 선으로 갚는 것이 아닙니다. 악은 정으로 세우는 것입니다. 잘못된 것을 바로 잡는 것이 먼저입니다. (p.202)

 

 

 

닿으려 했지만 닿지 못했던 우리를 위한 관계수업

책은 총3부로 이루어져 있으며 1부에서는 닿지 못했던 말에 관하여, 2부에서는 담지 못했던 마음에 관하여, 3부에서는 다가가지 못했던 사이에 대해 이야기한다. 각 단략마다 주제에 맞게 여러 상황들이 펼쳐지는데 읽다보면 느끼는 바가 크다. 책속에 펼쳐지는 이야기들은 이미 내가 예전에 겪었던 일들도 있고 처음 접하는 상황들도 있지만 하나 같이 다 말로 인해 벌어지는 일들. 몇몇의 이야기들 같은 경우는 누가 봐도 정말 낯뜨거운 일인데 그 당시에는 이성보다 마음이 앞서거나 아니면 습관처럼 길들어져서 그 상황을 인지하지 못한다. 그래서 후자의 경우는 모르고 지나치게 되고 전자인 경우는 뒤늦게 후회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을 다시 주워 담을 수는 없는 까닭에 고스란히 마음에 상처로 남게 된다.

책을 읽다보면 자연스레 스스로에게 눈길이 향한다. 오늘 하루종일 내가 했던 말들이 상대방에게 또는 나 자신에게 욱하는 감정을 참지 못하고 말에 그 마음을 고스란히 담아 상대방을 불편하게 만든 것은 아닌지, 상대가 건낸 진심을 사소히 여기며 가볍게 여기지는 않았는지 내 행동에 상대가 힘들어 하지는 않았는지, 내가 한 일들과 말들을 돌아보게 만든다. 말에는 신기한 힘이 있다. 단 한마디로 상대를 울리기도 하고 웃게 만들기도 한다. 그야말로 종이 한 장 차이.
“한 마디 말로 천냥 빚을 갚는다” 이 말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미 수백 년이 지났지만 옛 조상들의 말은 지금도 여전히 고스란히 다음 세대에게 전해진다. 그 만큼 말이 지니고 있는 무게가 상당하다. 마음을 담은 말은 상대의 진심에 닿아 온기를 남기지만 반대로 가시 돋친 말은 상대의 마음에도 내 마음에도 보이지 않는 상처를 남긴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 하더라도 잘못된 말로 한순간에 철천지 원수가 되어버리는 걸 보면 오래 알고 지냈다고 해서 모든 게 다 이해되는 건 아닌 것 같다. 그만큼 가까운 사이일수록 말을 조심해야한다는 뜻이다. 책을 읽으면서 말과 관계의 중요성에 대해 새삼 깨닫는다.
말 한마디에 담긴 의미는 때에 따라, 상황에 따라 저마다 다르게 느껴진다. 내 마음 가벼워지고자 뱉은 말이 상대를 더 암울하게 만들기도 하고 적의 없는 순수한 말이 상대의 감정 상태에 따라 아니꼽게 들리기도 하고 무수히 많은 상황들과 마주 한다. 세상을 살면서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만나고 싶은 사람만을 볼 수 없기에 어쩔 수 없다. 정말 나는 아무 의미 없이 내뱉은 말이지만 상대에게는 큰 상처가 될 수도 있고, 내 감정에만 충실하다보면 상대가 상처받고 또 상대의 감정에만 귀를 기울이다보면 본인 스스로 상처를 받는다. 적절한 긴장감과 배려 그런 게 필요하지 않을까. 쉽지는 않겠지만 내 감정만을 내세우지 않고 배려하며 가까운 사이일수록 어느 정도의 긴장감을 유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자의든 타의든 원하고 원하지 않든 우리는 주변 이들과 관계를 맺으면서 살아간다. 삶이 호락호락하지 않으니 모든 관계에서 잘 할 수는 없지만 말 한마디를 내뱉기 전에 미리 생각해본다던지 어느 정도 노력은 할 수 있지 않을까. 가만히 생각해보면 살면서 겪는 대부분의 고통은 관계에서 온다. 특히 우리는 처음 본 사람보다도 오히려 가까운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 상처를 더 많이 받는 것 같다. 오래 알고 지냈으니 내 진심을 상대가 알아줄거라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상대를 소홀히 대하게 되고 그런 마음을 모르는 상대는 상대대로 자신을 쉽게 여기는 것 같아서 서운한 마음이 들어 자신도 모르게 가시돋친 말이 튀어 나온다. 결국 가까웠던 관계는 틀어지고 왜곡되며 파국을 맞게된다.

어렸을 때는 관계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어른이 되고나서부터는 관계가 조금씩 힘들어지고 버거워지기 시작한다. 바쁜 일상속에서 속을 터 놓을 수 있는 친구라도 만나면 좀 나아질 것 같은데 서로 만나기 어렵다보니 자연스레 관계 속에서 받은 상처나 아픔들을 쉬이 가슴속으로 삭히게 된다. 애써 밝은 척, 괜찮은 척 해오다보면 그게 쌓이고 싸여 결국에 마음에 화로 가득차게 되고 어느 순간에 한 번씩 폭발을 하게 되는데 괜히 애꿎은 사람만 혼이 난다. 늘 분노에 차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저자의 말처럼 어떤 날은 흐리고 비가 오고 또 어느 날은 햇빛이 쨍쨍한 맑은 하늘을 볼 수 있는 것처럼 우리의 마음도 날씨와 마찬가지로 변화무쌍하다. 내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뿐이다. 그렇기에 상처뿐인 말로 상대를 아프게 하는 것도 기분 좋은 말로 상대를 즐겁게 만드는 것도 모두 내가 하기 나름이다. 내 몫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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