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 다운
B. A. 패리스 지음, 이수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오늘 새벽 블랙워터 길 차 안에서 여성이 죽은 채 발견되었습니다. 현재로서는 자세한 사항이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죽음에 의심스러운 점이 있어 경찰은 근방 주민들에게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놀라 숨을 죽인다. 여자의 죽음에 의심스러운 점이 있다니. 그 말이 욕실을 맴돈다. 살해당한 것 같을 때 쓰는 표현 아닌가? 너무 무섭다. 나도 바로 거기 있었다. 살인자도 있었을까? 수풀에 몸을 숨기고 누군가를 죽이려고 기다리고 있었던 걸까? 내가 당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어지럽다. 수건걸이를 부여잡고 심호흡을 한다. 간밤에 그 길을 지나갔다니, 미쳤던 게 분명하다. (p.22)

 

 

멍청한 생각이라는 건 알지만, 그녀의 죽음이 내 잘못인 것 같다. 눈물이 솟아오른다. 이 죄책감이 사라질 것 같지 않다. 한순간 이기심의 대가로 평생 이 죄책감을 짊어져야 하다니 너무 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내가 어젯밤 비에 젖을 것을 각오하고 차에서 나갔더라면 그 여자는 지금 살아 있을지도 모른다. 입안에서 쓴맛이 돈다. 자신에 대한 역겨움에 몸이 반응하고 있다. (p.38)

 

 

 

그날 이후, 죄책감과 공포감으로 둘러싸인 악몽이 시작됐다!
어느 여름날 밤, 주인공 캐시는 방학을 앞두고 동료들과 학기 말 회식을 즐기고 모두와 작별 인사를 하려는데 천둥이 시작되고 후덥지근한 공기가 밀려든다. 집으로 가기 위해 차에 올라타 주차장을 빠져나오는데 굵은 빗방울이 차장으로 떨어지고 대로로 빠져나오자 비가 더욱 거세게 쏟아진다. 그리고 비는 어느새 폭우가 되어 차들은 일제히 속도를 줄이고 앞조차 잘 보이지 않게 되자 갑자기 도로가 너무 위험하게 느껴진 캐시는 빨리 집에 도착하기 위해 밤에 혼자 숲길을 운전하는 건 위험하다는 남편 매튜의 경고를 무시하고 핸들을 꺾어 지름길로 들어섰다. 집까지는 겨우 15분 거리! 전조등을 모두 밝혀도 앞이 거의 분간이 되지 않아 환한 고속도로를 빠져나온 게 바로 후회되긴 했지만 정신 바짝 차리고 조심만하면 곧 집에 도착할 것이라 생각하며 차를 몰았다. 빗줄기는 자동차 지붕을 두드리고 바람은 창문을 뒤흔들고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도로에 아무도 없으니 세상에 혼자 버려진 기분이다. 그러던 중 이 길이 대체 언제 끝나나 싶을 때 눈 앞으로 자동차 불빛이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보니 차는 좁은 갓길에 빠딱하게 멈춰 서 있었고 그걸 피하려고 하다보니 사고가 날 뻔했다. 그래서 옆을 지나갈 때 운전자를 노려보려 고개를 돌리며 왜 비상등을 켜지 않았냐고 고함이라도 치려는데 여자가 돌아봤다. 하지만 쏟아지는 빗물에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다. 혹시 차가 고장 났나 싶어서 앞쪽 길가에 차를 세워 보지만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전조등도 그대로 켠 채로 그냥 앉아 있는 모습이 아무래도 이상했던 캐시는 왠지 모를 두려움에 차를 출발시킨다. 몇 분 후 차는 숲을 빠져나와 무사히 집에 도착하고 차 안에 있던 여자가 마음에 걸렸던 캐시는 경찰에 전화하려고 했지만 레이첼의 문자와 수지 선물 문제 때문에 여자와 차에 대해선 까맣게 잊어버리고 너무 피곤한 나머지 머리가 베개에 닿자마자 잠이 들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매튜로부터 어제 그 숲길에서 한 여자가 죽은 채 발견됐다는 소식을 듣게 되고 뉴스로 그 소식을 확인한 캐시는 엄청난 죄책감에 휩싸인다. 게다가 그 사건 이후 말 없는 전화가 매일같이 걸려오기 시작하고 누군가 계속 자신을 주시하고 있다는 숨막히는 공포감과 자신 때문에 그 여자가 죽었다는 죄책감 사이에서 그녀의 정신은 피폐해져 간다. 점차 자신의 판단과 기억조차 믿을 수 없어진다. 의지했던 남편과 친구마저 지쳐가고, 결국 스스로를 의심하는 상태에까지 이른 캐시는 어느 날 삶을 뒤흔들어놓는 진실과 마주한다.

 

 

 

 

 

전화를 받자 헉 하는 숨소리가 들린다. 내가 놀라게 한 것이다. 놈에게 불시의 일격을 가했다는 즐거움에, 전화선을 타고 들려오는 침묵에도 전보다 훨씬 잘 대처할 수 있다. 평소에는 공포에 떨리던 나의 숨결이, 고른 상태를 유지한다.
“그동안 그리웠어.” 속삭이는 목소리가 전화선을 스르르 타고 내려와 보이지 않는 힘처럼 나를 타격한다. 공포가 다시 솟아오른다. 피부에 소름이 돋는다. 그 악랄함으로 나를 숨막히게 만든다. (p.238)

 

여름이 다가왔다! 역시 여름엔 스럴러가 대세! 2017년 여름을 강타한 심리스릴러 <비하인드 도어> B.A.패리스 작가가 신작 <브레이크 다운>으로 돌아왔다. 전작에 이어 이번에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책을 펼치기 전 표지에 적힌 글만 읽었을 뿐인데 벌써부터 흥미진진하다. 책은 주인공 캐시가 폭우가 쏟아지던 여름 밤 집으로 향하던 중 숲길에서 지나쳤던 한 여자가 다음날 아침 차 안에서 죽은 채로 발견되면서부터 시작된다. 살인사건이 일어난 이후 그 짧은 기간 동안 캐시의 삶은 180도로 바뀌었다. 죄책감과 두려움이 어디든 그녀를 따라다녔고 그런 느낌 없이 산다는 게 어떤지조차 기억이 나지 않았다. 하루도 그날 밤 생각을 하지 않고 보내는 날이 없는 것 같다. 잊어버리려고 할 때마다 텔레비전에서, 신문에서, 사람들의 말을 통해서, 자신이 숲속에서 그 여자를 못 본 체했다는 걸 끊임없이 상기시켰다. 시간이 지나도 죄책감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점점 더 커져갔다. 그리고 그 날 이후 그녀의 주변에서는 자꾸 이상한 일들이 연이어 일어나고 불안한 하루하루가 이어진다. 그런 와중에 불과 며칠전에 했던 약속까지 잊어버릴 정도로 건방증은 심해져가고 이제 스스로를 믿을 수가 없는 지경에 이른다. 게다기 차 안에서 살해당한 여자가 자기가 최근 들어 알고 지내던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부터는 자신을 짓누르는 죄책감과, 질식할 것 같은 공포를 진정시키기 힘들었다. 증상은 점점 심해져 자꾸만 정신이 흐려지고 잊어버리는 것도 늘어갔다. 결국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 스스로도 의심하게 되면서 극 중 아무도 믿을 수가 없는 지경에 이른다. 하지만 진실을 마주하고 자신에 대한 의심을 걷어내고 스스로를 믿기 시작하자 모든 상황이 극적으로 전환되기 시작하고 자신을 괴롭히던 두 가지 공포감에 대항하면서 점점 진실에 가까이 다가서기 시작한다. 책에는 신체적, 물리적 폭력은 단 한 장면도 나오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펼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부터 숨막히는 공포와 긴장감이 온몸을 휘감고 책을 읽는 내내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특히 마지막에 이르러 캐시가 우연히 마주한 진실은 뭐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정말 충격적이었다. 아직 6월 밖에 되지 않았지만 폭염이라고 할 만큼 더운 날씨였는데 그 더위조차 잊게 만들 만큼 강렬했다. 너무 흥분한 나머지 나도 모르게 숨쉬는 것을 잊어버릴 만큼 흡입력이 상당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