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그렇게 서른이 된다
편채원 지음 / 자화상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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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마다 요구되는 자격들이 있어. 그건 연봉이 얼마인지, 타고 다니는 차가 무엇인지, 살고 있는 집이 전세인지 매매인지, 기혼인지 미혼인지, 자식이 몇 살 인지, 하는 것들이 아니라 소위 인품이라 일컬어지는 추상적인 가치들을 의미해. 나잇값이니, 어른값이니 하는 단어가 분명히 존재하는 만큼 우리는 모두 각자의 나이에 대해 책임감을 가질 필요가 있어. 현재의 내가 머물러 있는 나이는, 어쩌면 나를 대변하는 또 하나의 직업이니까. (p.26)

 

이제와 생각해보면 철없던 그 시절이 좋았었다. 그때는 왜 그렇게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던 건지. 사실 어른이 되면 뭔가 크게 바뀔 줄 알았다. 내가 하고 싶은 거 하고 편히 지낼 줄 알았지. 이럴 줄 알았나? 저자의 말처럼 이제는 나이를 듦에 따라 나잇값이니 어른값이니 책임져야 할 것이 많아진다. 어린시절 내 눈에도 형편없어 보이는 어른들을 보며 “나는 커서 저런 어른이 되지 말아야지” 했었는데 나는 내가 바라던 어른이 되어 있는 걸까. 현재 내가 머물러 있는, 각자의 나이에 대한 책임감. 결코 가볍지 않은 그 무게를 견뎌내기가 가끔씩 버거워진다.

 

 

 

 

 

정답은 없어, 선택을 후회하는 날도 있겠지. 늘 설레면서도 가끔은 불안해. 매번 두렵지만 그래도 가슴이 뛰는 걸. 어차피 걱정 없는 인생은 없어. 걱정을 걱정하는 것만큼 무의미한 일도 없고. 고민한다고 해결되는 일들이, 살면서 얼마나 있었을까. (p.57)

 

스무 살의 내 시선에서 바라본 서른 살은 아줌마, 아저씨였다. 외모가 나이 들어 보인다는 의미가 아니라 단순히 ‘서른’이라는 두 글자가 주는 어감이 그랬다. 법적으로는 같은 성인이지만 스무 살은 아직 어른 흉내를 내는 아이 같은 느낌이고, 서른 살은 거의 완전체에 가까운 어른이랄까. 서른과 어른. 단어도 고작 자음 하나 차이 아닌가. 그래서 궁금했다. 서른이 된다는 건 어떤 느낌일지. 더군다나 우리나라처럼 나이에 민감한 사회에서 서른이란 나이는 어떤 의미를 가지는 건지. 스물여섯만 되어도 날짜 지난 크리스마스 케이크라 안 팔리겠다는 소리나 듣는데, 여자 나이 서른이면 세상 다 산 거나 마찬가지 아닐까. 지금 들으면 코웃음이 나올 만한 우스운 고민이지만, 그땐 나름 진지했다. (p.139)

 

 책은 어른이 되었다고 하기엔 어딘지 충분치 않은 서른이라는 나이에 대한 저자의 다양한 생각들이 담겨있다. 파란만장한 이십 대를 지나 서른에 이르기까지 저자의 삶은 다소 웃기기도 하고 나도 이미 겪었던 일이라 공감이 되기도 하면서 내가 아닌 타인의 삶을 잠시 엿본다는 생각에 흥미롭게 다가왔다. 이렇듯 에세이를 읽으면 내가 아닌 타인의 목소리와 생각을 엿볼 수 있다는게 가장 큰 장점이 아닌가 싶다.
여자 나이 서른, 이 시기가 되면 누구나 그야말로 멘붕상태다. 평소의 나는 다름없이 그대로이고 그저 앞자리의 숫자 하나가 바뀌었을 뿐인데 패닉 상태 다다른다. 수 없이 많은 고민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진다. 정말 고민이 끊임없이 생겨난다. 그렇게 펄쩍펄쩍 뛰며 속상해하던 나날들이었는데 그 마저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잊혀져간다. 그리 오래 살지는 않았지만, 내 인생에서 내가 원하는대로 되는 일은 많지 않았다. 저자의 말대로 인생이란 지름길이 아닌 우회로를, 잘 닦인 아스팔트가 아닌 흙탕물 범벅에 울퉁불퉁한 길을 맨발로 걷는 것이었다. 들쑥날쑥 마치 놀이기구를 타듯 오르락 내리락 미리 예상조차 할 수 없는 날들이 이어졌다. 다른 누군가를 지켜 볼 여유 조차 없었다. 나만 이렇게 힘든 것 같았다. 그만큼 그 당시에는 정말 많이 불안했다. 이유없이 바람 앞에 흔들리는 촛불처럼 많이 흔들거렸다. 하지만 제목처럼 누구나 그렇게 서른이 된다. 다가올 것 같지 않아도 그 시기는 다가오고 빨리 지나갈 것 같은 시간들은 오히려 느리게 흘러간다. 그렇게 어른에 가까워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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