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이름은
조남주 지음 / 다산책방 / 2018년 5월
평점 :
절판


 

 

 

한 때 <82년생 김지영>으로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군 조남주 작가가 2년 만에 <그녀의 이름을>이라는 책으로 돌아왔다. 아홉 살 어린이부터 예순아홉 할머니에 이르기까지 육십여 명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흔하게 일어나지만 분명 별일이었고 때로는 특별한 용기와 각오, 투쟁이 필요한 일들을 이야기하며 전작에서 하지 못한 이야기를 보다 다양하게 적어내려간다. 이야기는 총 28편으로 1장에서는 부조리한 노동 환경 속에서 스스로, 때로는 가족까지 부양해야 하는 2030 여성들의 이야기를, 2장에서는 누군가의 현재이자 1장에 등장한 여성들의 미래를, 3장에서는 중년을 넘긴 여성들의 이야기를, 마지막 4장에서는 아홉 살부터 20대 초반까지 이 책에서 가장 젊은 그녀들의 아픔과 성장을 이야기한다.

책에 담긴 이야기들은 여자라면 누군가 한 번쯤은 겪어 보았거나 아니면 주변의 누군가가 겪은, 사소하지만 사소하지 않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속으로 삭히며 담아두었던 이야기들로 눈으로 마음으로 깊숙히 파고든다. 웃음이 나오는 이야기도 있지만 그보다는 한숨과 눈물이 흘러나오는 이야기가 상당히 많다. 아직 결혼을 안했다면 모를까. 주변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도 있고 남보다 빠르게 결혼을 하고 또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 내 또래라면 아직은 겪지 않은 일들을 미리 겪으며 살아와서 그런지 공감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여자는 결혼과 동시에 누구의 아내, 누구의 딸, 누구의 며느리, 누구의 엄마 등 주어지는 역할이 한 번에 여러 개로 늘어난다. 괜찮다고 쉬엄쉬엄하라고 하는데 내 귀에는 왜 어느 것 하나도 놓치지 않고 다 제대로 하라는 말들로 들려오는건지, 나는 나인데 나를 바라보는 시선들이 전과 달리 하나같이 기대로 가득 차 있는 것만 같다. 이것도 해야하고 저것도 해야하고 몸은 하나인데 주어지는 일들은 많고, 해내야 하는 일들 속에서 부담감은 높아져 가고 나는 소리 소문없이 작아져간다.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회사의 눈치를 보느라고 육아휴직 하나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우리 사회.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내기까지 직장 상사의 눈치를 보아가며 혹시라도 자신이 직장을 그만 두어야 하는 것은 아닌지 무수히 많이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버젓이 법으로 만들어 놓았는데도 당당히 요구할 수 없는 게 지금 우리의 현실이다. 이밖에도 여자라는 이유로 가볍게 넘겨지는 일들이 상당히 많다.

소설의 첫 장에서 나오는 <두 번째 사람> 소진의 이야기는 지금 우리 사회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상사의 성폭행을 해결하기 위해 길고 긴 싸움을 혼자서 이어나가는 그녀. 소진은 매일, 매 순간순간 후회한다. 빗을 때마다 머리카락이 한 움큼씩 빠지고 음식이 들어가기만 하면 토해서 수액과 영양제로 버티고 있다. 소진이 혹시 나쁜 생각이라도 할까봐 엄마가 밤마다 소진의 침대 옆에 이불을 깔고 잔다. 왜? 무엇 때문에 그녀가 이런 고통을 짊어져야 하는걸까. 잘못한 사람은 있는데 사과하는 사람은 없다.
딸 가진 부모들은 이야기한다. 대한민국에서 딸 키우기 정말 어렵다고 내가 딸 가진 부모였어도 이런 세상에서 우리 아이를 키워내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왜 동등하게 사랑받으며 태어나서 여자라는 이유로 이런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서 살아야 하는지 너무도 속상하다. 그걸 당연하게 여기며 쉬쉬거리는 사회에 너무 화가 난다. 이제는 달라졌다고? 아니 내가 보기엔 이제 조금씩 변화가 보이는 것 같다. 이 변화가 꾸준히 이어져야 할텐데 단지 유행하듯이 번져나가기만 하는게 아니라 당연히 잘못을 했으면 처벌을 받고 잘못을 뉘우쳐야 할텐데 뭔가에 휩쓸리듯 우르르 내몰려 남는 것도 없이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글을 쓰다보니 자꾸 좋겠다는 말만 반복하게 된다. 이 변화가 빨리 이루어질꺼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조금씩 변화되어 우리 아이들이 여자라서 고통받는 일은 더이상 없었으면 좋겠다. 남자로 태어나고 싶다가 아닌, 여자로써 이 나라에서 살기 힘들다는 말 대신 행복하다고 좋다라는 말이 더 많이 들리는 나라가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여자라서가 아니라 모든 이들이 이 책을 한 번만이라도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 아니 꼭 읽어보라고 권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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