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동물원
진 필립스 지음, 강동혁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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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말할 때 숲 너머에서 크고 날카로운 소리가 들려온다. 파열음 두 번, 이어서 몇 번 더. 빵, 마치 풍선 여러 개가 터지는 것 같다. 아니면 불꽃놀이이거나. 그녀는 동물원에서 뭘 해야 작은 폭발음 같은 게 날 수 있을지 떠올려본다. 핼러윈 축제와 관계된 걸까? 사방에 조명이 걸려 있긴 하다. 이곳 삼림지대는 아니지만 좀더 인기 있는 관람로에는 온통. 그 바람에 변압기라도 하나 터진 걸까? 공사중인가? 착암기라든지.
또 한번 빵 소리가 난다. 또 한 번, 또 한 번. (p.17)

 

늦은 오후, 대부분의 방문객들이 떠나고 한적해진 동물원. 유치원이 끝나면 가끔 이곳을 들르는 조앤과 그의 다섯 살배기 아들 링컨은 이날도 어김없이 어린이 구역 숲 속에서 놀다가 폐장 시간에 맞추어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그 순간 어디선가 빵, 하고 날카로운 소리가 들려온다. 총성이었다면 지금쯤 다른 소리도 들렸어야 했지만 비명이나 사이렌 소리라든지, 스피커에서 나오는 안내방송 목소리라든지, 아무 소리도 없는 걸 보고 별 일 아니라고 생각한 그녀는 동물원이 문을 닫기 전에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또 한 번 빵 하는 소리가 들려오고 그 소리는 전보다 더 크고 가까워졌다. 그리고 연이어 열 두 번쯤의 날카로운 파열음이 허공에 울려퍼지고 그들이 출구 근처에 이르렀을 때는 검은 총을 쥐고 있는 남자와 힘없이 쓰러진 사람들의 모습이 눈앞으로 펼쳐졌다. 도데체 이게 무슨 일일까? 이상한 낌새를 느낀 조앤은 아들 링컨을 꼭 붙들어 안고 사력을 다해 필사적으로 도망치기 시작하고 그 순간부터 동물원은 생지옥으로 변해간다.

 

 

 

“어디야?” 아이가 묻는다. 그럼 그렇지, 아이는 절대 질문을 멈추지 않는다.
“어디 가는데?” 그녀도 모른다. 어느 쪽으로 가야 하지? 그 다음에는? 대체 뭘 찾는거야? 두 발의 리듬을 유지하고서 그녀는 발가락을 더 꽉 조인다. 이 길이 오르막이 아니기만을 바라며. 이 짓을 더는 오래 할 수 없다. 숨는다. 숨어야 한다. (P.38)

 

엄마는 총알도 막을 수 있어. 그녀는 그렇게 덧붙이고 싶다. 엄마는 절대로 널 다치게 내버려두지 않을 거아. 뭔지는 모르겠지만 엄마는 저 밖에 있는 것보다 강하고 빠르고 똑똑해. 사실은 할 필요조차 없는 말이다. 링컨은 이미 그렇게 믿고 있으니까. 그녀 자신도 그 말을 믿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p.114)


 

조앤 혼자라면 어떻게든 그곳에서 도망쳤을테지만, 그녀는 다섯 살밖에 되지 않은 아들 링컨과 함께였다. 링컨이 붙어 있는데 얼마나 움직일 수 있을까? 도망칠 공간이 있다고 한들 숨어봐도 누군가 그들을 발견한다면 아무리 달려봐야 소용없다. 보이지 않게, 아주 잘 숨어야 한다. 누가 바로 옆을 지나가더라도 보이지 않게 말이다.

 

그들은 동물원 전체를 놀이터 삼아 누구든지 죽이고 싶은 사람을, 죽이고 싶은 방식대로 처치한다. 무장괴한이 벌이는 인간사냥. 조앤과 링컨 뿐만아니라 동물원에 갇힌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의 목을 조이며 다가오는 공포와 마주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강하게 자신을 조여오는 공포 그리고 엄마라는 이름의 무게. 조앤 한 사람만 두고 보자면 나약한 여자에 불과하지만 엄마는 강했다. 불안한 상황속에서 자신의 아이를 지켜내기 위해 모성애는 더욱 더 강해져간다. 은신처를 찾아내고, 괴한들을 따돌리고, 급박하게 변화하는 상황속에서도 그녀는 결코 냉정함을 잃지 않는다. 동물원이라는 제한적인 공간속에서 통제할 수 없는 어린 아이를 데리고 쫓고 쫓기는 숨막히는 엄마의 사투. 그 어느 것도 확실하게 보이지 않는 깜깜한 밤 조앤과 링컨, 그리고 남겨진 이들은 과연 이 곳에서 무사히 탈출 할 수 있을까? 빠르게 진행되는 이야기와 숨막히는 긴장감으로 단 한 순간도 책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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