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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동물원
진 필립스 지음, 강동혁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5월
평점 :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8/0606/pimg_7286192031924505.jpg)
아이가 말할 때 숲 너머에서 크고 날카로운 소리가 들려온다. 파열음 두 번, 이어서 몇 번 더. 빵, 마치 풍선 여러 개가 터지는 것 같다. 아니면 불꽃놀이이거나. 그녀는 동물원에서 뭘 해야 작은 폭발음 같은 게 날 수 있을지 떠올려본다. 핼러윈 축제와 관계된 걸까? 사방에 조명이 걸려 있긴 하다. 이곳 삼림지대는 아니지만 좀더 인기 있는 관람로에는 온통. 그 바람에 변압기라도 하나 터진 걸까? 공사중인가? 착암기라든지.
또 한번 빵 소리가 난다. 또 한 번, 또 한 번. (p.17)
늦은 오후, 대부분의 방문객들이 떠나고 한적해진 동물원. 유치원이 끝나면 가끔 이곳을 들르는 조앤과 그의 다섯 살배기 아들 링컨은 이날도 어김없이 어린이 구역 숲 속에서 놀다가 폐장 시간에 맞추어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그 순간 어디선가 빵, 하고 날카로운 소리가 들려온다. 총성이었다면 지금쯤 다른 소리도 들렸어야 했지만 비명이나 사이렌 소리라든지, 스피커에서 나오는 안내방송 목소리라든지, 아무 소리도 없는 걸 보고 별 일 아니라고 생각한 그녀는 동물원이 문을 닫기 전에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또 한 번 빵 하는 소리가 들려오고 그 소리는 전보다 더 크고 가까워졌다. 그리고 연이어 열 두 번쯤의 날카로운 파열음이 허공에 울려퍼지고 그들이 출구 근처에 이르렀을 때는 검은 총을 쥐고 있는 남자와 힘없이 쓰러진 사람들의 모습이 눈앞으로 펼쳐졌다. 도데체 이게 무슨 일일까? 이상한 낌새를 느낀 조앤은 아들 링컨을 꼭 붙들어 안고 사력을 다해 필사적으로 도망치기 시작하고 그 순간부터 동물원은 생지옥으로 변해간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8/0606/pimg_7286192031924506.jpg)
“어디야?” 아이가 묻는다. 그럼 그렇지, 아이는 절대 질문을 멈추지 않는다.
“어디 가는데?” 그녀도 모른다. 어느 쪽으로 가야 하지? 그 다음에는? 대체 뭘 찾는거야? 두 발의 리듬을 유지하고서 그녀는 발가락을 더 꽉 조인다. 이 길이 오르막이 아니기만을 바라며. 이 짓을 더는 오래 할 수 없다. 숨는다. 숨어야 한다. (P.38)
엄마는 총알도 막을 수 있어. 그녀는 그렇게 덧붙이고 싶다. 엄마는 절대로 널 다치게 내버려두지 않을 거아. 뭔지는 모르겠지만 엄마는 저 밖에 있는 것보다 강하고 빠르고 똑똑해. 사실은 할 필요조차 없는 말이다. 링컨은 이미 그렇게 믿고 있으니까. 그녀 자신도 그 말을 믿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p.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