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두 늙은 여자 - 알래스카 원주민이 들려주는 생존에 대한 이야기
벨마 월리스 지음, 짐 그랜트 그림, 김남주 옮김 / 이봄 / 2018년 4월
평점 :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8/0531/pimg_7286192031920076.jpg)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8/0531/pimg_7286192031920077.jpg)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8/0531/pimg_7286192031920078.jpg)
한줄기 분노가 그녀 안에서 솟구쳤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그녀의 두 뺨이 모욕감으로 뜨거워졌다. 자신과 친구가 죽을 때가 된 것도 아니잖은가! 자신들을 돌보아주는 대가로 그들은 바느질을 하고 동물의 가죽을 무두질하지 않았던가? 그들은 이곳저곳 짐짝처럼 옮겨질 필요가 없었다. 그들은 힘이 없는 것도, 희망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들에게 죽음을 선고한 것이다. (p.27)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8/0531/pimg_7286192031920079.jpg)
그래, 사람들은 우리에게 죽음을 선고했어! 그들은 우리가 너무 늙어서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다고 여기지. 우리 역시 지난날 열심히 일했고 살 권리가 있다는 것을 그들은 잊어 버렸어! 그래서 지금 내가 이런 말을 하는거야. 친구야 어차피 죽을 거라면 뭔가 해보고 죽자고. 가만히 앉아서 죽음을 기다릴 게 아니라 말이야.” (p.29)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8/0531/pimg_7286192031920080.jpg)
이 책은 저자의 첫 소설로, 어머니가 들려준 두 늙은 여인과 그들의 생존에 대한 이야기다.
책 속에 등장하는 이들은 알래스카 극지방 유목민들로, 언제나 먹을 것을 찾아 여기저기를 떠돌아 다녔다. 그들은 이동하는 순록과 다른 짐승들을 사냥하기 위해 그들을 따라다녔는데 그해 겨울은 맹추위로 예년과는 다른 문제가 생겨났다. 그들의 주식이 되어주던 큰사슴무리가 혹한을 피해 어딘가로 자취를 감추어버린 것이다. 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동안에 토끼나 다람쥐 같은 몸집이 작은 동물들도 모습을 감추어버리고 혹독한 겨울을 예고하는 늦가을, 그 땅에는 위협적인 한기만 휘몰아쳤다. 먹여야 할 인원은 많은데 그들이 가진 식량은 빠른 속도로 줄어갔다. 앞으로도 상황은 더 나아질 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족장은 부족회의를 거쳐 생존을 위해 이동을 하기로 결심했다. 단, 불필요한 짐 없이 보다 빨리 이동할 수 있도록 오랜 세월 동안 부족과 운명을 같이해왔던 두 늙은 여자 칙디야크와 사를 이 곳에 두고 말이다.
족장의 말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었다. 무리 안에 있던 칙디야크의 친딸과 손자 조차도. 살을 에는 추위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 생각했다. 이윽고 굶주림에 지친 사람들의 커다란 대열이 천천히 멀어져 가고 우두커니 두 늙은 여자만 이 곳에 남겨졌다.
자신들에게 이런 운명이 닥칠거라고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강한 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그 땅에서 단둘이 남겨져 스스로 삶을 꾸려가야 한다는 것은 그들에게 곧 죽음이나 다름없었다. 두 늙은 여자가 열악한 환경에 맞서 버텨낼 가능성은 당연히 희박했다. 굶주림에 지친 상태에서 얼마나 버텨낼 수 있을까? 그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이 조용하고 추운 땅에서 그들을 기다리는 것은 죽음뿐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그대로 주저앉아 있지만은 않았다. 자신들을 남겨두고 떠나버린 이들에게 그것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뭇가지를 모아 불을 피우고, 끈들을 잘라내어 올가미를 만들고, 손도끼로 사냥을 하는 등 그 혹한의 추위, 모두가 떠나버린 그 곳에서 살아갈 방도를 찾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