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할 땐 뇌 과학 - 최신 뇌과학과 신경생물학은 우울증을 어떻게 해결하는가
앨릭스 코브 지음, 정지인 옮김 / 심심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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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히 말하면 우리 뇌는 상호작용을 주고받는 정교한 신경회로로 가득 차 있다. 걱정 회로도 있고 습관 회로도 있다. 결정을 내리는 회로와 고통을 느끼는 회로도 있다. 잠과 기억, 기분, 계획 세우기, 즐거움 등을 담당하는 회로도 있는데, 이 모두가 서로 의사소통한다. 우울증이 있는 사람이나 없는 사람이나 갖고 있는 회로는 모두 같지만 각 회로가 구체적으로 조율되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다. 우울증이라는 병은 그 모든 회로가 상호작용한 결과 생기는 활동 패턴 중 하나다. 별일 아닌 것처럼 들릴지 모르나 그 힘이 미치는 효과는 대단히 파괴적이다. (p.10)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다. 나쁜 소식부터 말하겠다. 우리는 우울증이 무엇인지 정확히 모른다. 물론 증상도 알고, 어떤 뇌 영역과 신경화학물질이 관련되어 있는지도 알고 있고, 여러 가지 원인도 안다. 그러나 아직은 파킨슨병이나 알츠하이머 같은 다른 뇌 장애만큼 상세하게 우울증을 이해하지는 못한다. 예를 들어 파킨슨병은 어떤 특정 도파민 뉴런이 죽었는지까지 집어낼 수 있다.알츠하이머병은 특정 단백질을 범인으로 지목할 수 있다. 그러나 우울증의 신경적 원인은 그보다 훨씬 미묘하다. (p.29)

 

 

 

뇌는 고정된 것이 아니다. 생활을 바꾸면 뇌도 바뀐다. 우리는 행동과 뇌 화학을 바꿀 수 있고 우울증을 유발하는 뇌 영역과 회로의 배선을 바꿀 수 있다. 컴퓨터를 업그레이드하듯이 소프트웨어뿐 아니라 하드웨어까지 바꿀 수 있는 것이다. 하나하나는 그리 대단한 변화가 아닐지 모르지만 각각의 변화가 함께 뇌를 상승나선 쪽으로 밀어 올리며 효과를 키워간다. (p.123)

 

 

 

우울증은 사람을 고립시키는 병이다. 사람들 곁에 있어도 혼자 외로이 떨어져 있다는 느낌이 드는데,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사람들과 아예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고 싶어진다. 그러나 이처럼 고독을 바라는 상태는 우울증에 걸린 뇌가 보이는 증상 가운데 하나이다. 운동하기 싫은 마음이 운동하지 않는 상태를 고착시키는 것처럼 고독을 바라는 마음은 우울증을 더 고착시킨다. 이 책이 주는 뇌 과학의 매우 중요한 원리 중 하나는 아무리 혼자 있고 싶더라도 우울증을 치료할 희망은 종종 다른 사람들에게 있다는 것이다. (p.255)

 

 

 

 

책은 <1부 하강나선에 갇힌 뇌>, <2부 상승나선을 만드는 뇌> 이렇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지는데, 1부에서는 뇌가 우울증의 하강나선에 붙잡혀 빠져나오지 못하는 이유를 비롯해 그와 관련된 뇌 회로와 화학물질을 자세히 설명하며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변화시킬 수 없는 것을 인정하는 일에 초점을 맞추고, 2부에서는 생황에 구체적인 변화를 줌으로써 다양한 뇌 회로의 활동을 변화시켜 우울증의 진행 방향을 뒤집는 방법을 설명한다.

대부분의 질병은 원인에 따라 규정되지만 우울장애는 일련의 증상에 따라 규정된다.
- 거의 항상 기분이 엉망이다.
- 아무것도 재미없어 보이고 모든 게 너무 압도적이라 짓눌리는 느낌이 든다.
- 잠자는 데 문제가 많다.
- 죄의식과 불안을 느끼고 살 가치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증상들은 뇌가 우울증의 하강나선에 붙잡혀 있음을 알려주는 신호다. 이런 증상이 충분히 많으면 우울증 진단을 받는다. 실험실에서 하는 검사도 없고, MRI스캔도 없다. 그저 증상뿐이다.

책을 통해 저자는 삶을 개선할 실질적인 지식과 유용한 도구를 알려준다. 생각하는 방식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에서 그것을 하나하나 실천에 옮기기 위한 구체적인 행동까지. 신경학적 지식을 활용해 관계를 회복하고, 걱정과 불안을 줄이며, 우울한 생각화 기분의 무게를 덜어주는 효과적이고 실질적인 방법을 이야기한다.  운동, 결정 내리기, 수면 질 높이기, 좋은 습관 만들기, 자기 몸 활용하기, 더 감사하기,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기, 전문적인 도움 구하기 등 뇌 활동과 뇌 화학을 변화시켜 상승나선을 유도하는 다양한 방법으로 우울증을 단숨에 해결하지는 못하겠지만 한 영역의 작은 변화가 다른 영역의 변화에 도움을 주는 것처럼  아무리 사소할지라도 그것을 직접 실천하는 것만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다. 우울증을 더욱 잘 이해하게 된 것만으로도 이미 상승나선은 시작된 셈이다. 하지만 현재 상태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변화는 어려워진다.

현대인들이 많이 지니고 있는 우울증. 어느 정도 차이는 있지만 누구에게나 우울한 성향은 있다. 대개 밖으로 드러나지는 않는데 밖으로 드러날 정도로 우울증에 걸린 사람은 대부분 일반적인 사람들에 비해 훨씬 더 심각하고 어두운 경험을 한다. 하지만 적용되는 신경과학은 동일하다고 한다. 분명히 아픈데 우울증에 걸린 사람의 뇌나 걸리지 않는 사람의 뇌는 근본적으로 전혀 다르지 않다고. 그 어떤 뇌 스캔이나 MRI, 뇌전도로도 우울증을 진단할 수 없다. 우울증은 우리 모두가 똑같이 가진 뇌 회로의 부산물일 뿐이다. 우울증에 대해 어느정도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읽다 보니 내가 알고 있는 건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연구와 사례를 통해 과학적으로 근거를 들어가며 명확하게 설명하다보니 어렵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래서 더 신뢰가 간다. 현재 처한 상황을 언제든 바꿀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나아갈 방향은 언제든 바꿀 수 있다. 생활이 긍정적으로 변하면 신경도 따라서 긍정적으로 변한다는 것이 밝혀졌다.더불어 뇌의 전기 활동과 화학적 구성, 심지어 새 뉴런을 만드는 능력까지 달라진다. 이렇게 뇌가 변하면 뇌 회로가 다시 조율되어 또 다른 긍정적인 삶의 변화로 이어진다.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단번에 우울증이 해결되거나 낫지는 않겠지만 책에서 일러주는 구체적인 방법들은 지금의 상황에서 벗어나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길을 마련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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