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의 시간 1
존 그리샴 지음, 남명성 옮김 / 하빌리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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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포인트는?

존 그리샴의 소설을 오랜만에 읽어 본다. 변호사였던 경험과 오랜 시간 미국 내 사법 시스템과 인종 차별에 대해 이야기 해온 만큼 그의 소설은 언제나 진중하고 무겁다. 배경은 역시 ‘제이크 브리건스’에서 멀지 않은 도시, 시간 역시 이전 작 <타임 투 킬 Time To Kill>의 5년후로써 소설 안에서도 그 사건에 대해 자주 언급된다. 스토리가 어렵지는 않다. 이미 첫 챕터부터 사건은 벌어지고 50페이지쯤엔 사건의 상당부분이 언급된다. 


오히려 800페이지에 가까운 분량이 어떻게 더 이야기가 더해질지 궁금해질 정도이다. 하지만 존 그리샴의 이전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읽어나가는 시간이 아깝지 않다. 선입견이었겠지만, 가정 폭력의 피해자임이 분명하나,  명백한 가해자로써 ‘드루’를 무조건 무죄임을 확신하는 마음이 들었던만큼, ‘조시’가 병원에서 ‘드루’의 행위에 대해 무조건 우호적으로 말하는 무지와 비슷한 듯 하다. 거기에 ‘드루’의 침묵히 이은 소극적인 행동이 답답하했는데, 나이에 비해 연약함을 드러내는 묘사여서 읽으면서 이해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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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

“그럼. 제가 요청한 소년 법원으로의 이송은 기각하실 계획이군요.”

“당연하지. 내가 재판 관할권을 유히라 이유는 많고 많네, 제이크. 만일 소년이 법원에서 재판을 받으면 그 아이는 열여덟살이 되면 푸려나. 자넨 그게 공정하다고 보나?

“아뇨, 이론적으로는 그렇지 않죠. 전혀요.”

“좋아. 그룸 우린 같은 의견이군. 순회법원에서 관할권을 유지하고, 자넨 그 아이 변호사가 되는거야.”

“하지만 판사님. 전 이 사건 때문에 파산할 수는 없습니다.

(중략)

믿기 어려우시겠지만, 중범죄 변호를 천 달러에 맡으라는 건 말도 안되는 소립니다, 판사님. 저도 돈을 벌어야죠.”

1권, P. 304~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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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존 그리샴의 작품을 법정 스릴러로 구분이 되는데, 근래 일본 작가의 법정물을 본 경험에 따라 드루의 살인이 사실이냐 아니냐를 따졌다면 그냥 스릴러가 되었을 것이다. 그런 누군가 감추고 뒤집히고 밝히고 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범죄가 초반에 모두 밝혀졌고, 잘잘못을 따지기 보다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 그 사건이 일어나지 않을 수는 없었는지, 그들이 무엇을 했고, 어떻게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게 할 것인지를 진지하게 묻는 이야기인만큼 ‘법정드라마’라고 부르는게 맞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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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깊은 부분은?

사건을 바라보는 시선이 냉정하고, 다른 꾸밈없이 직설적이다. 앞서 얘기했듯이 이미 모든 걸 다 알고 있는 인물들과 독자가 한발짝 뒤에서 정의를 말하기 위해 논의하는 기분으로 읽어나가는 것이다.  1권의 많은 부분은 이런 냉정한 처벌에 대한 관점은 그 당시 보수적이고 폐쇄적이라는 점을 드러낸다. 그래서 이와 함께 인종 차별에 대한 부분도 여러차례 다루는데, 이 시절의 흑인에 대한 차별은 식당에 잠시 들어간 경찰서장이 느낄 정도로까지 그려진다. 2권부터 시작되는 본격 법정 이야기부터는 이런 차이를 명확하게 나누어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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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

극적인 이야기가 나올거라는 사실을 제이크는 알고 있었다. 사건과 관련성 없는 이야기라며 이의를 제기하고 싶었지만, 누스는 아마 증언을 박지 않을 터였다. 변호팀은 그 문제를 두고 오래 토의했고 결국 영웅적인 이야기가 드루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데 동의했다. 다이어가 스튜어트를 아주 거친 사람, 총기를 들면 무시무시한 사람, 두려워할 대상이 위험한 사람으로 묘사하게 두어야 했다. 그가 술에 취해 주먹을 휘두를 때마다 어쩔 수 없이 당했던 애인이나 그 자식들에게는 특히.

2권 P. 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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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통수를 치는 반전이 없는만큼 심각한 법정 장면 역시 조용하고 무거운 긴장감 속에서 진행되며, 복잡한 법적 절차와 양보할 수 없는 주장에 따른 공방을 세밀하게 묘사한다. 그러면서 ‘법은 정의를 실현할 수 있는가?’ ‘정의란 무조건 법의 엄격한 적용을 의미하는가, 아니면 인간적인 사정과 자비를 포함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2권에 걸쳐 반복해서 던져진다. 거기에 사회 구조적인 문제, 이미 알고 있었으나 지나친 무관심, 약한 사람들이벗어날 수 없는 굴레, 게다가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의 묵인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하나하나 짚어주는 부분, 어떤 한 사람의 노력만이 아니라 공동체라는 단어의 존재 이유가 무엇인지를 알려주고자 하는 건 여전히 강한 존 그리샴의 한방이다.


다만, 존 그리샴의 작품이라는 강한 인장은 예전 작품들과 전개와 후반부가 크게 다르지 않다라는 느낌이 들어 조금 아쉽고, 빨리 사라진 악역 ‘스튜어트’와 그의 가족들이 너무 평면적으로 묘사된 것 역시 다음 작품에서 다른 인물들의 묘사가 다양해지면 더 좋을 것 같다. 그럼에도 누군가는 치우치지 않는 정의와 공정을, 누군가는 충분히 공감할 연민이자 이해를 떠올리는 작품이 될 것 같다.



덧붙인다면?

1. 전작들과 이어지는 세계관, 캐릭터, 그리고 비슷한 시대상인게 당연하지만 조금 올드한 느낌이 없지 않다. 좋은 작품을 써내는 작가인만큼 최근 시점으로 그려진 소설이 나오면 좋겠다.


2. 현실을 배경으로 진지한 법의 적용에 대한 고민,  묵직한 법정 드라마를 읽고 싶다면 추천, 반전의 반전을 보여주는 스릴러나, 피튀기는 살인사건의 범인을 추리하는 소설을 원한다면 비추.



* 이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개인 블로그에 올린 서평 내용 일부를 편집한 것입니다.

* 이 서평은 출판사 ‘하빌리스'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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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킹 라오
바우히니 바라 지음, 공보경 옮김 / 문학수첩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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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포인트는?

제목 그 자체가 내용으로 이어지는 소설로써, 아주 중요한 설정이기도 하지만 아버지와 동시에 딸의 시선으로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과거와 현재는 경험과 기억에 의존하는 것이다. 그저 두 사람의 기억 공유라고 하기엔 아주 묵직한 질문과 쉽게 답할 수 없는 현재를 묻는 스토리이다. 


여러가지 부분에서 현실적인데, ‘킹 라오’의 성공이‘하모니카’라는 인간의 뇌를 인터넷에 연결하는 기술을 개발. 하지만 그 기술로 기업은 쇠락의 길을 걷게 되는 과정은 지금의 미국의 기업이 보이는 신화적인 성장과 그 안에서 무시되었던 위험성 경고하는 것이라 더욱 사실적이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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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

“우리는 사용자가 자신의 정체성에 관한 가장 가치있는 정보를 자녀, 손자, 증손자를 위해 저장할 수 있게 하는 컴퓨터를 만들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문서를 만들어 우리 라이브러리인 코코넛 셸에 저장할 수 있어요. 만약 불이 난다고 해도 그 문서는 불에 타 없어질 염려가 없죠. 세월이 흐르면 사라져 버릴 가족 고유의 요리법도 코코넛 셸에 저장해 둘 수 있습니다. 

(중략)

그 과학자는 더 이상 우리 곁에 살고 있지 않지만, 그녀의 아이디어는 우리 회사의 제품을 통해 앞으로도 계속 살아있게 될 것입니다."

 P. 280~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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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4가지 이야기가 뒤섞여 진행되는데, 먼저  ‘킹 라오’의 탄생과 그의 집안. 그 모든 과거가 이루어진 과정, 두 번째는 미국으로 유학을 가서 IT기업을 만들고 가장 위대한 기업으로 만들기까지의 과정인데 꽤 흥미롭다.  세 번째는 그의 딸인 ‘아테나’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디스토피아적 세상과 반체제 조직의 눈으로 바라보는 비관적인 모습. 마지막으로 ‘킹 라오’가 기억을 데이터화하여 영원히 살아간다는 소문과 남은 사람들이 그게 사실인지에 갖는 관심이 그것들이다. 조금은 안아울릴 것 같은 이야기들이 ‘킹 라오’의 일대기와 ‘아테나’로 이어지는 교감으로 진중하게 이어지며, 독자에게 깊은 고민을 주기에 충분하다.



>인상깊은 부분은?

21세기 중반의 SF라는 큰 테두리에 있지만 생각만큼 첨단 기술과 미래를 앞서가는 신기술이 자주 등장하지는 않는다. 간혹 배경처럼 지나가는 기술들은 대부분 우리가 보아왔거나,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기시감을 주기 때문일 것 같다. 그 중에서 ‘킹 라오’와 ‘마거릿’의 성공이야기는 현재 빅 IT기업인 애플, 아마존, 메타, 구글을 섞어 놓은 듯 하다.


주요 인물과 그 주변을 이루는 다른 사람들을 둘러싼 다양한 사람들의 서사가 아주 길게 이어지는데, 가족 친지나 이웃들의 이름까지 모두 등장하니 조금 복잡하게게 느낄수도 있다.  본격적인 ‘킹 라오’의 이야기까지 약 3/1가량이 ‘아테나’를 포함한 그의 고향과 조부모의 이야기. 그리고 그들이 지켜냈던 땅과 문화, 풍습에 대한 이야기가 중간중간 펼쳐디는데, 그 중에서도 인도에서 느꼈던 계급간의 갈등이 미래, 그리고 미국에까지 이어지는 것을 냉정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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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

할아버지가 사람들에게 말했다.

“우린 차례로 죽어갈거야. 죄다 늙은이들이라. 이번은 큰 형의 차례일 뿐이지.”

킹은 그들 뒤에 서 있었다. 그들도 언젠가는 죽을 것이다. 킹은 그들을 영원이 기억할 수 있도록 마움에 차곡차곡 담아두고 싶었더, 그들은 허약한 뼈에 닯처럼 오돌토톨한 피부를 지녔으며 벌써 죽어가는 것처럼 땀구멍에ㅐ서 쉰내를 풍겼다. 아마 죽어가고 있는게 맞을 것이다. 그럴 것이다. 그들은 젊은 날을 회상하며 그렇게 서 있었다. 

P. 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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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긴 호흡으로 이루어지며 주변의 다양한 환경과 인물들의 소개, 역사적 배경까지 설명하다보니 전체적인 범위가 넓어지면서, 중심 이야기가 늘어지는 경우가 있다. 중반 이후 무정부주의자들의 관점까지 더해 많은 정보와 설정, 그리고 묵직한 스토리까지 읽으면서 느끼는 바도 아주 크지만, 전개 자체는 시간 순서로 보여지는 것도 아니고, 사건을 바라보는 관찰자 역시 너무 왔다갔다 하는 건 독자의 성향에 따라 복잡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래서 짧게 끊어 읽어나가는 것보다는 가능하면 하루를 투자해 쭉 이어지도록 읽는 걸 추천한다.



>덧붙인다면?

1. 인도의 신분 제도에 대한 얘기가 많이 언급되는데, 최근 미국에서 보이는 ‘극우’에 대해서도 많은 부분 묘사하고 있어 현실적이다.


2. 묵직하고 현실적인 근미래 배경, 디스토피아에 대한 우울함을 진득하게 읽을 수 있다면 추천, 화려한 미래의 신기술을 기반으로 한 빠른 이야기 전개와 흥미로운 반전을 원한다면 비추.



* 이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개인 블로그에 올린 서평 내용 일부를 편집한 것입니다.

* 이 서평은 출판사 ‘문학수첩'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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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사이클러 이기원 디스토피아 트릴로지
이기원 지음 / 마인드마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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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포인트는?

이번 소설은 <쥐독>과 <사사기>를 잇는 미래 디스토피아 ‘뉴소울시티’가 배경인 또 하나의 사가Saga이며, 전작과 직접 이어지진 않지만 배경을 기반으로 세계관이 이어지는 소설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분위기도 암울한데다 주인공의 직업까지 사건을 처리하는 것이다 보니 시작부터 테러로 이어진다. 부유한 1구역의 한가운데, 거기서 발생한 테러와 인명 사고에서 이어지는 ‘삶’과 ‘인간의 가치’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제목에까지 내세운 ‘리사이클러’가 바로 그 중심에 있다. 쓸모없어진 하층민의 육체로 만든 재활용 인간에 대한 것으로 이미 그것부터 ‘인간존중’은 사라졌다고 볼 수 있으며, 구역별로 나눠진 인간들의 삶 역시 계급과 차별로 더 적나라해진다. 그렇기 때문에 주요 캐릭터의 반대편은 ‘반란군’으로써 이 차이를 없애고자 하며, 이런 배경이 소설의 주 스토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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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

걱정스러운 말투로 상현이 대답했다. 대응팀의 업무 특성 상 사고가 빈번했기에 애응팀의 모든 유닛은 헬기 조종을 겸할 수 있는 인원을 세 명 이상 갖추고 있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그들은 서로의 백업 역할을 했던 것이다. 그런데 동운의 백업이었던 두 사람 중 한명은 업무 중 후미 프로펠러에 휘말려 죽었고, 또 한 사람은 사고 현자엥서 뇌출혈로 쓰러져 세상을 떠났다. 그 결과 현재 2유닛에 남은 헬기 조종 기술 보유자는 동운 뿐이었다.

P. 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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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라는 인생의 마지막에 다다르면서, 이전에 감정적으로 무감했던 주인공의 ‘삶’이라는 희망을 갖기 시작하고, 그것이 욕심으로 변하는 중반부를 지나며 보인 모습은 애처롭다. 가장 인간적인 마지막 모습을 보이는 결말까지 예상했던 것과 맞아떨어지면서 아주 재미있게 읽었는데, 가능하면 앞서 출간한 <쥐독>-<사사기>와 같이 읽으면 아주 재미있는 장편 소설이 될 수 있겠다.



인상깊은 부분은?

작가의 이전 소설들처럼 분량이 많지 않아, 인물과 그 인물이 사건을 따라 움직이는 동선에 집중하는만큼 이야기 진행 속도도 빠르고 군더더기가 없어 흥미롭다. 배경 역시 1구역과 2구역에 대한 대비가 명확하고, 이 세계관이 가진 배경으로써 여러가지 소재도 만들어내는 것이 가능해 보인다. 큰 반전보다는 주인공의 심리 변화와 마지막에 그가 한 선택 명확하게 하기 위한 여정이기 때문에 ‘김지희’를 비롯한 몇몇 인물들이 좀 평면적인 것도 아쉽다. 


앞서 얘기했지만 반란군들에 대한 설정도 꽤 주체적인 스토리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 ‘호밀밭의 파수꾼’으로 대변한 그들의 저항은 조금 단순했다. 이처럼 주인공의 변화에 집중하다보니 이야기의 가지를 많이 쳐낸 느낌이 드는데, 만약 증보판이 나온다면 이에 대한 서사도 추가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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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
저항세력은 자신들을 ‘콜필드’라고 지칭했다. 세일이 그렇게 닦달해서 저항세력을 색출했지만, 콜필드가 등장한다는 그 책의 원본을 찾지는 못했다. 분명 리더라는 놈이 원본을 갖고 있을 것이다. 그들은 착복식을 통해 생명을 연장하는 세태를 비난하며 “모두에게 죽음이 공평하게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P. 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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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흥미진진하고 빠르게 진행되는 이야기라서 쉽게 접근하고 읽어나갈 수 있는데, 배경만큼 와닿는 SF라는 장르는 꽤나 상상력을 자극한다. 오히려 적은 분량이 아쉬울 정도인데, ‘리사이클러’라는 소재의 시작은 결국 ‘돈’과 경 관련된 것인만큼 그와 관련된 이야기들, 왜 리사이클러가 되어야 하는지는 설명하 일부 캐릭터에게 더 서사가 있었으면 감정이입을 하기도 좋았을 것 같다. 이미 리사이클러의 대안이 있었는데 결국 실패했기 때문에 리사이클러가 지금의 최선이라는 과거 이야기 또는 이 리사이클러 역시 다른 대안으로 대체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더해진다면 지금의 ‘뉴소울시티’의 체제도 결국 사라질지 모른다는 은유가 되지 않았을까 한다.



덧붙인다면?

1. 소설 전체를 읽어야 더 와닿겠지만, 에필로그까지 읽는다면 앞서 모든 서사가 완성되는 느낌이다. 


2. 디스토피아에서 벌어질법한 암울한 미래를 배경으로 한 SF, 삶을 향한 의지를 그린 현실적인 스토리를 원한다면 추천, 뿌리 깊은 음모론이나 다양한 캐릭터들이 만들어내는 인과관계를 추적하는 스릴러 스타일의 소설을 원한다면 비추.



* 이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개인 블로그에 올린 서평 내용 일부를 편집한 것입니다.

* 이 서평은 출판사 ‘마인드마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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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읽는 한국사 - 멸망으로 시작해서 건국으로 이어지는 5,000년 역사 이야기
조경철.조부용 지음 / 클랩북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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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포인트는?

‘거꾸로 읽는 한국사’는 어느 한 인물이나 시점에 종속되는 게 아닌 국가와 국가가 이어지는 지점에 대해 알려주는 점이 다른 역사서와도 다르게 느껴졌다.  또 이 책에서 더 좋았던 건,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한 국가들도 하나로 이어지는 역사안에서 충분히 빛났던 부분들을 조명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발해의 역사라든가, 고려전에 존재했던 고려에 대한 이야기는 기존의 역사에서는 이만큼 다루지도, 많이 얘기되었던 것도 아니어서 아주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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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

발해를 계승한 '고려'는 누가 언제 세운 나라일까요? 아마 대부분은 태조 왕건이 고려를 세웠다고 답하실 것입니다. 그러나 고려는 태조 왕건이 세우기 훨씬 이전부터 있었습니다. 

(중략)

고구려 때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충주 고구려비에는 자국의 왕을 "고려 태왕"이라고 지칭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연가칠년병 금동불입상에도 고구려를 "고려국"이라고 적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서 『일본서기』에도 고구려를 "고려"라고 쓰고 잇습니다. 안승이 세웠던 보덕국도 "고려"라고 쓰고 있죠.

P. 62 ~ 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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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중요하다는 걸 알고 있지만 관심을 갖고 하나하나 기억하기엔 쉽지 않은 시대가 되었다. 하지만 이런 역사서라면 최소한 여러 사람들과 얘기할 때 한 두가지 재미난 주제는 던질 수 있을 것 같다. 또 역사 속 국가의 흥망성쇠를 소수의 인물만으로 떠올리기엔 한국의 역사는 너무나 흥미롭게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걸 다시 한번 생각해보며, 어느 한 지점에서 멈출 것이 아니라 역사 속 국가들은 생과 멸을 계속해왔음을 기억해야 하겠다. 


그런 의미에서 역사가 익숙해지는데는, 그만큼 많은 시간과 여러 사람들의 입에 회자되었다는 전제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오랜 역사속에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이 조선시대 뿐 아니라 더 다양한 역사, 더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았다는 게 이번 책에서 얻을 수 있는 깨달음일 듯 하다.



인상깊은 부분은?

이 책은 구성의 특이한데,  ‘집배원 부의 여는 말’로 화두를 던지고, ‘집배원 부의 닫는 말’로 앞선 이야기를 정리해주며, 그렇게 함으로써 잘 읽었는지, 저자의 의도를 이해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국가의 멸과 생을 논하다보니 자칫 지루하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절대 그렇지 않다. 각 국가에서 번성한 문화와 그 안의 사람들 이야기, 그리고 중간중간 사진과 도표는 논문을 읽는 것과는 다른 재미를 주는 바, 익숙한 인물로만 보는 것이 아닌 다른 역사도 관심을 가질 때가 된 것이니 쉽게 도전해볼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시간 순서로만 진행하는 게 아닌만큼 처음부터 끝가지 정독해 볼 필요가 있다. 의외로 중간에 조선시대가 나오면서 뒤에 어떤 이야기가 이어지나 궁금했는데, 개인적으로는 후반부 후백제의 멸망, 가야와 신라로 이어지는 부분이 아주 잘 정리되어 있어 쉽게 이해할 수 있어 좋았다. 


특히 조선 말기에서부터 대한 제국에 대해서는 근대의 일인만큼 다수의 사람들이 잘 알고 있다고 여기지만, 그것에 대해 고민이 없었다는 생각을 들게 했다. 그 중에서 ‘일제강점기’라는 표현과 ‘임시 정부’에 대한 저자가 던지는 몇 가지 의문은 조금 더 관심을 갖고 생각해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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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흔히 사용하는 '일제강점기'라는 표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일제강점기를 단어 그대로 풀이하면 일제가 우리나라를 강제로 점령한 시기를 뜻합니다. 일제가 대한제국을 멸망시키고 통치했으니 틀리지 않은 표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중략)

대한제국의 관점으로 이 시기를 역사책에 남긴다면 어떤 표현이 좋을까요. 우리가 나라를 되찾기 위해 노력한 강한 의지를 반영하여 '일제 저항기'로 부르면 좋겠습니다.

 P. 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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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두께가 생각보다 얇은데, 이 분량안에서 가능한 모든 이야기를 다루려 한 것이 느껴진다. 다만 간단명료한 이야기인만큼 소개된 국가들의 더 깊은 이야기를 다루지 않음은 아쉽다. 그리고 멸망까지 이르기까지 그 전에 아주 번성했던 시기에 대한 이야기를 더 추가할 수 있는 삼국시대에 관해 추가되면 더 좋을 것 같다. 



덧붙인다면?

1. 일반적인 공동저자로 생각했는데 두 저자는 부녀지간으로 주저자와 에디터로써 만든 책이다.


2. 고대부터 이어지는 한국사에 대한 역사관 확장, 다양한 한국사에 대해서도 조금씩 알아가고 싶다면 추천, TV드라마로 보여지는 단편적인 역사와 자극적인 인물 간의 이야기로 만족한다면 비추.



* 이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개인 블로그에 올린 서평 내용 일부를 편집한 것입니다.

* 이 서평은 출판사 ‘클랩북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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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걸작은 만들어진다
톰 행크스 지음, 홍지로 옮김 / 리드비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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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포인트는?

제목이 내용 그대로라서 너무 놀랍고, 영화배우가 쓴 소설이라는 점이 더 흥미로울 수 밖에 없는 간만에 긴 호흡으로 읽을만한 소설이었다. 그만큼 '영화 제작'에 대해 미처 생각지 못했던 다양한 경험들까지 할 수 있는 소설이 되었다. 영화 티켓값에 담겨진 가치를 떠올려보곶 한다면 한번쯤 읽어보면 좋겠다.


익히 아는  바와 같이 톰 행크스는 배우, 감독, 제작까지 두루 경험한 인물로 아마 이 책 속 모든 내용은 사실이라고 생각해도 과언이 아닌데, 실화 바탕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는 현실적인 이야기들이 등장하면서 하나하나 쌓여간다. 하지만 모든 소동이 허우적거리는 모양새만 보여주는 건 아니다. 그 안에는 어디서나 만연한 언어 폭력, 목적 지향적인 인간성 결여, 배우들간의 차별, 보이지 않는 계급 갈등 등 아픈 부분까지 포장하지 않고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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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

영화인인 그들의 삶을 더욱 험난하게 만드는 소식이었다. 제작진 중 누구든 새로 실연한 사람이 생기면 관련자 모두를 둘러싸고 과장된 드라마가 펼쳐지며 부서마다, 트레일러마다, 식사 시간마다 입방아가 난무했다. 그런 일이 사전 제작 전 마지막 날 주연배우 한사람에게만 일어난다? 재난이었다. OKB와 프랑스 애인의 이별은 <클레오파트라>를 영화화하는 족족 침몰시켰던 방해요인만큼이나 크고 값비싼 장애물이 될 수도 있었다.

(중략)

  "사람 마음이라는 게....." 빌은 무언가 다른 생각이 떠오르기를 소망했다.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머리도 비울 겸 나가서 좀 달리려고요." OKB가 말했다. "그런 다음 잘 생각이예요."

P. 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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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총 3부로 구성되는데 1부와 2부는 등장인물들의 관계 설정이고, 실제 영화 제작에 대한 이야기는 3부 부터 시작된다. 1부와 2부가 슈퍼히어로 코믹스의 탄생 과 그것을 그려낸 작가, 주변의 이야기라면, 3부는'빌 존슨'이 영화 제작을 시작하는 이야기로, 정말 영화 제작 다큐멘터리를 보는 느낌으로 진행. 배우나 감독, 그리고 주요 staff분 아니라 소품, 의상, 특수효과까지 모든 사람의 작업들이 너무나 잘 표현된 만큼 이 책 두께가 그냥 나온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다.



인상깊은 부분은?

어느 인물의 일대기나 큰 사건이 주체가 되는 것이 아니라 영화 제작 자체가 주제이자 전부. 톰 행크스는 얼마나 이 소설을 쓰고 싶었을까? 그가 생각하는 배우와 제작자, 감독이 아니라 경험한 모든 순간의 staff, 배경, 심지어 촬영장의 공기까지 담고 싶었다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는 소설이자 자전적인 이야기가 된다.


'영화는 예술'이라는 거창한 표현 안에는 그저 돈 벌기 위한 직업 중 하나일 뿐이라는 자조적인 생각도 들만큼 그들의 행동과 생각은 계속 충돌하기도 한다.하지만 “영화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모든 순간 하나하나가 다 기적”이라는 작가의 말이 허투르지 않게 기적을 하나하나 쌓아가는 것 자체로도 훌륭항 이야기가 된다는 건 이견이 없을 듯 하다. 


인물들의 대사나 행동을 보면서 배우나 감독이 실제 누구와 비슷하다는 이미지가 떠오르긴 하는데 워낙 알려진 이미지라는 게 부분적이라 속단일 수 밖에 없어 어떤 실제 인물과 비슷했는지는 얘기하기 어렵다. 다만 많은 이야기를 다루다 보니 문체가 좀 길다고 생각되는데, 번역의 문제보다는 문체 자체가 긴 것 같다. 그리고 앞압 부분의 인물 소개와 본격적인 이야기까지 이르는 길이 좀 늘어지는 느낌이 있지만 두께 만큼이나 다양한 이야기들이니 참는 자에게 재미가 올 것이다.



덧붙인다면?

1. 개인적으로도 몰랐던 사실인데, 톰 행크스의 소설이 또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소개되지 않았는데, 이 책을 보니 읽어보고 싶다.

2. 영화라는 예술의 짠내나는 뒷이야기, 영화배우 직접 써내려간 현실적인 영화 제작기가 궁금하다면 추천, 조금 두께가 있는 책은 무조건 거부하고 보는 사람이라면 비추. 



* 이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개인 블로그에 올린 서평 내용 일부를 편집한 것입니다.

* 이 서평은 출판사 ‘리드비'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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