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의 나라
손원평 지음 / 다즐링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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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포인트는?

전작 <아몬드>를 진중하게 읽어봤다면 이번 작품도 그냥 쉽게 읽히는 소설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울 것 같다. 저출생, 고령화가 점점 커져가는 대한민국의 상황을 신문이나 TV가 아니라 개인적으로 친한 사람의 입을 통해 전해듣는 것 같은데, 통계나 숫자로 보여지는 게 아니라 ‘거기는 그렇대’처럼 전해듣는 느낌이어서 인 듯 하다. 


왜냐하면 주인공인 ‘유나라’는 멋진 직장여성도 높은 교육을 받은 전문인력도 아니어서 일 것이다. 그저 평범한 한 사람으로 써 지금은 젊은이라고 불리지만, 지금의 젊은이 영원하지 않은 한 사람일 뿐이라는 것이다.직접적인 모습을 그리는 게 아니라 ‘나라’의 일기를 통해 묘사되는 것만으로도 이미 배경은 충분히 이해가 되는데, 젊음이 큰 기회이고 무기이자 역할이라고 생각하지만, 이 소설 속에서는 젊은이들이 약자로 표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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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

- 삶과 죽음이 연결돼 있다고 생각하면 편하지 않을까?

오베론이 답했다.

 - 온 힘을 다해 일하는 사람들의 발아래에, 그들의 죽음을 처리한ㄴ 소각장이 있다는 걸 어떻게 이해하라는 거야? 

 - 효율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지. 따져보면 병원도 마찬가지야. 치료 공간과 장례식장이 한 공간에 있어.

 - 말도 안되는 비교야. 병원 안의 장례식장은 외부 추모객을 받기 위한 거고, 적어도 화장터나 묘는 병원과 멀리 떨어져 있어, 거기까지 가는 길에 망자를 추모하잖아. 하지만 내가 본 건 마치 파일을 영구 삭제하듯, 그냥 한 인간의 존재를 지워버리는ㄴ 장면이었어. 그 절차엔 그저 자동화된 기계와 영혼없는 시신이 있을 뿐이었지. 인간이라고 부를 수 있는 존재는 없었어.

P. 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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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가 될 미래, 남태평양에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낙원 ‘시카모어섬’은 슈퍼리치가 된 노인들의 낙원인 곳이다. 이들을 위해 그 섬에 거주하는 젊은지들조차 일정 비율로 정해져 있다는 점이, 만들어진 복지를 누리는 삶으로 행복해지는 섬은 얼마나 낙원에 가까워져 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 작가가 내고 싶던 건‘나라’가 여전히 목표로 삼고 있는 ‘시카모어섬’으로 이직을 꿈꾸고 그것의 발판을 삼기 위해 ‘유카시엘’이라는 노인 복지 회사로 이직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인 듯 하다. 그곳은 A, B, C, D, F로 걸쳐지는 유닛으로 사는 곳이 나뉘는데, 각 유닛마다의 삶은 결국 자본주의가 결정하는 것이다. 


다만 자본주의가 기준이 되어  나눈 삶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경험하고 말하는 것이, 지금의 젊음이 단 하나 강점이며 언제 노인이 될지 상상조차 하지 못한 ‘나라’이고, 나아가 그곳에 대한 계급차이와 불편함, 그리고 나아가 적대감까지 느끼면서도, 언젠가 그런 삶을 꿈꾼다는 건 앞으로도 변하지 않은 사람의 기본적인 욕심이라는 점이 안타까우면서도 솔직해서 거부하기 어려워 보인다. 



인상깊은 부분은?

이미 ‘복지’라는 것의 대상과 목적은 바뀌었다. 국가가 하지 못하는 것을 기업이 해내며, 그것을 완전하게 만드는 것은 젊은이들의 고용을 통해서이다. 이미 기계화되고 AI가 모든 것을 통제하지만, 인간을 인간답게 돌보는 최전선에는 또 다른 인간이 해야 하는 일이 될 수 밖에 없다는 결과로 다시 한번 일깨워 주는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조금 불편하게 생각되었던 부분은 그 수많은 노인들은 이미 약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책에서 이야기하는 일반인들의 삶은 충분히 힘들고 어려우며 비참하기까지 하다는 것이다. 젊은이들이 최선을 다해 모시는 사람들은 그저 자금력으로 대상이 정해졌다는 것이다. 


소설의 진행에서 볼 수 있는 ‘나라’의 유닛 이동이 본인의 뜻이 아니듯이 외부에 의한 나약함을 그대로 드러내는 장치이다. 젊은이들은 점점 연약해지고 불안해하고 있지만, 노인들은 재력과 더불어 경험으로 안락한 삶을 영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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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

엘리야는 내가 아닌 가상의 청중을 상대하듯 열변을 토했다.

 - 늙은 사람들의 특징이 뭔줄 알아? 그들은 소비도 안 하고 생산도 안 해. 노인들은 뭔가가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만드는 존재가 아니라 사회 전반을 삐거덕거리게 하고 느리게 만드는 존재들이야.  그들은 물건도 거의 안 사. 공연도 잘 안 봐. 뭔가를 사거나 소비해도 우대권, 할인권, 초대권으로 해결하니까. 실제로 쓰는 돈은 거의 없지.

P. 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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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무거움을 사회로만 돌리지 않고 ‘나라’의 가장 인간적인 존재 ‘민아 이모’에게도 투영하여 갈등 해소의 하나의 통로로도 여기게 만드는데, 밝힐기는 어렵지만 전반부에 여러 복선들을 후반부 한 순간에 밝혀 조금 기운이 빠지긴 한다. 민아 이모를 만나는 순간이 조금 단계적으로 그려졌다면 ‘나라’의 자리 이동이 조금 더 드라마틱하게 느껴졌을 것 같다.  


이 책은 일기 형식으로 진행되는데, 시작은 1월 1일로부터 12월 31일로 끝을 맺는다. 평범한 직장인의 일기로 시작해 희망찬 미래를 기다리는 백수의 모습으로 끝을 맺는데 이에 대해서는, ‘나라’가 알게 된 ‘현재’과 ‘나이듦’이 긍정적인 방향이이어서 다행이었다.


다만 많지 않은 분량 때문인지 캐릭터가 좀 단조롭게 느껴지고, 유닛으로 이동하는 게 작위적인 느낌도 없진 않다 그리고 비밀의 존재인 ‘카밀리아 리드’와 ‘시카모어섬’에 사는 밝혀지지 않은 10%에 대한 건 여전히 비밀로 남겨져 있는데, 작가의 또 다른 소설에서 이것이 다뤄진다면 아주 즐거운 경험이 될 듯 하다.



덧붙인다면?

1. 가제본으로 읽어본 책인데, 혹시 정식 출간본과 차이가 있는지 꼭 비교해보고 싶다.


2. 현실적이고 직접적인 복지문제, 세대간의 갈등을 불편하지 않은 시선으로 읽어보겠다면 추천, 유쾌하고 희망적인 노년생활과 실버로맨스를 원한다면 비추.



* 이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개인 블로그에 올린 서평 내용 일부를 편집한 것입니다.

* 이 서평은 출판사 ‘다즐링'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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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어보지 말 것 - 미니어처 왕국 훔쳐보기
쓰네카와 고타로 지음 / 그늘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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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포인트는?

이번 소설을 통해 ‘쓰네카와 고타로’라는 작가를 처음 알게 되었는데, 그래서 새로운 느낌의 추리물이라고 읽기 시작했던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아무런 사전 정보 없는 작가였던 만큼 책 안에 펼쳐지는 모든 이야기가 새로웠고, 분위기를 익히는데 시간은 걸렸지만 꽤 흥미진진한 판타지로 이어지는 이야기이다.


1부의 <상자 속 왕국>에서 조금 더 이야기가 이어질 것 같았는데, ‘사토 할아버지’가 상자속을 들어간 이후 급작스레 끝나는 이야기여서 당황스럽긴 했다. 그저 상자 속으로 걸어들어간 ‘에카게’와 아직 밖에 남아있는 ‘우치노’ 그리고 척 챕터 후반에 등장하는 ‘사토 할아버지’의 비밀스러운 대화 이야기인줄 알았지만, 이 소설은 단편집으로 그 뒤엔 다른 캐릭터들의 새로운 이야기가 이어진다. 


 2부의 ‘스즈’와 ‘긴타’가 보여주는 ‘타임머신 은시계’는 앞선 이야기의 아쉬움을 바로 잊게 해준다. 물론 조금은 해소되지 않는 설정들이 있었지만 바로 이어지는 <가이다 사이치로의 아침>과 절묘하게 이어지면서 어느 정도 해소되기도 한다. 이렇게 스토리는 물론 캐릭터가 바뀔 때마다 이야기의 분위기도 많이 바뀌는데, 그래서 더 다른 이야기로 보인다. 하지만 한편한편 읽을수록 다른 세계관임에도 이야기가 얼기설기 엮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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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끈을 이용해 목을 졸라 죽이고는 머리나 팔다리는 훼손했다. 출몰 시간은 한밤중. 

(중략)

물론 세계를 내려다보고 있는 우리는 어디 사는 누가 한 짓인지 알고 있다. 범인은 철물점 남자다. 이 남자는 평소에 무척 상냥했다. 친구로 보이는 무리와 술집에서 술을 마시거나 친척으로 보이는 어린이를 목말 태우기도 한다. 착하고 웃음이 많은 성격처럼 보였지만, 이건 꾸며낸 얼굴에 불과했다. 남다는 한밤중이 되면 검은 망토에 가면을 쓰고 밖으로 나선다.

P. 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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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의 <통찰자>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예지몽>이라는 단편집 속 <예지몽>과 흐름이 비슷한데 예지력과 그것을 믿고 안믿는 사람의 경계를 재미나게 보여주고, 과연 미래에 대한 선택은 정해져 있는 것인지, 자신이 만들어가는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다시 상기시켜 준다. 거기에 전체적으로 유쾌하지만 미래가 보이는 자만이 느낄 수 있는 슬픔이 잘 드러나는 에피소드여서 아주 좋았는데, 야마구치씨의 카레는 먹어보고 싶다.


개인적으로 이번 소설에서 가장 좋았던 이야기는 <끝없는 대륙, 불멸의 야차>였는데,  영화 <하이랜더>(High Lander, 미국, 러셀 멀케이 감독, 1990)와 비슷했는데,  세상이 변함에도 끊이없이 생과 멸을 반복한다는 것, 그 안에서 주인공만이 생존,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아우르는 이야기여서 여운도 남고, 더 많은 이야기가 있었으면 싶었다. 그리고 다른 이야기들과 잘 이어지는만큼 소설 전체적으로도 필요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시간 접착제>나 <<내추럴로이드>는 유쾌한 소동극이면서,  AI의 윤리성 같은 걸 떠올리게 해 재미있었다.



인상깊은 부분은?

판타지라고 규장했지만, 요정이나 신이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능력치로 봤을 땐 그들과 다름이 없다 하더라도 최소한 인물들이 보일 수 있는 능력 한계와 본인들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영역이 있음은 이야기들에 재미를 주는 조건인 듯 하다. 앞서 소개한 이야기들 외에도, 공간을 멈추게 한다든지, 불사의 약이 주요 소재가 되긴 하지만, 운명론적으로 한참 기다려야 하지만 끝을 기다려야 한다는 공통점은 이야기의 다음을 기대하게 한다.


개별 ​타이틀을 가진 챕터들은 하나하나의 독립적인 이야기들이면서 독특하고 평범한 것 같은 캐릭터가 이야기를 이어간다. 이런 연결점들에 대해 굳이 ‘평범한 것 같은’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결국엔 전혀 평범하지 않기 때문이다. 캐릭터 하나하나 설명하고 싶지만, 현실과 비현실, 과거와 미래가 엇갈리는 지점, 아주 긴밀하게 엮이지는 않지만 경험자가 화자가 되고, 관찰자가 되면서 변화하는 이야기는 시간이나 장소 같은 배경이 중요하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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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어떻게 되었나요? 300년 전에 영렬히 사랑했던 사람과 다시 만났을 때요.”

“눈물이 났지.”

리사라가 말했다.

“단풍이 든 메타세콰이아 길을, 그 여사자 새를 데리고 걷고 있았지. 300년 전에 숨을 거둔 내가 가장 사랑하는 여인. 무척 행복해 보였어. 처음엔 유령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내 이 세계 자체가 유령이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어.

(중략)

“어떻게 아세요? 유명한가 보조?”

하고 물었더니 “아니, 록 커뮤니티에는 말하는 동물이 흔한데, 이름은 모두 시그마라고 한다네.”라고 대답했다.”

P. 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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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단편들이다보니 상세한 설정이 부족하고, 스토리가 급하게 마무리되는 느낌들이 있다. 특히 <끝없는 대륙, 불멸의 야차>와 <통찰자>는 조금 더 이야기가 길었다면 더 좋았겠다. 주요 인물이라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사라져서 기운빠지는 경우도 있는데, 아직 소개되지 않은 다른 단편에서는 그런 인물들도 잘 표현되었을거라 상상도 하고, 책에서 ‘이야기의 조각’들에서도 조금은 알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덧붙인다면?

1. 작가의 작품이 아직 한국에 번역된 게 없는 것 같은데, 다른 작품들도 나오면 읽어보고 싶다.


2. 조금 투박한 판타지, 일정하지 않은 다양한 인물들의 교집합이 이뤄 만든 이야기가 읽어보고 싶다면 추천, 다양한 인물들이 쌓아가는 <반지의 제왕>같은 연대기적인 판타지물을 기대한다면 비추.



* 이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개인 블로그에 올린 서평 내용 일부를 편집한 것입니다.

* 이 서평은 출판사 ‘그늘'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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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빛이 우리를 비추면
사라 피어스 지음, 이경아 옮김 / 밝은세상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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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포인트는?

눈보라, 아주 예전에 요양원이었던 외딴 호텔, 각자 숨기고 있는 과거, 고립, 그리고 연쇄 살인 사건. 일본의 추리 소설에서는 쉽게 다뤄지던 소재와 스토리인데, 스티븐 킹을 제외한 서구의 작가가, 특히 영국 출신의 작가가 썼다는 것에서 관심이 갔다. 


이야기 초반부터 인물들에 대한 관계 묘사가 짧고 간결해 이야기가 늘어지지 않고 이 스위스라는 배경이 주는 차갑고 외딴 느낌도 꽤 잘 어울린다. 고립된 상황에서 일어나는 살인 사건부터 놀랍지만, 서로 돕는 듯 하면서 뭔가를 숨기고 있는 등장인물들에 대한 의심은 이야기를 더 추리소설에 가깝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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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

사실은 나도 계속 형사로 일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어.

샘이 죽던 날 엘린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든 진상을 맑힐 수만 있다면 상황을 바로 잡을 수 있다고, 모두 잊고 새출발 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다만 과거가 아니라 현 상황이 문제라면?

목구멍에서 흐느낌이 올라오다가 딸꾹질로 바뀐다. 

(중략)

윌이 잔에 남은 와인을 마저 마시고 나서 말한다. “내가 화나는 부분이 뭔지 알아? 아이작은 어머님 간병을 당신에게 전적으로 맡겼고, 온갖 귀찮은 법적 수속과 유품 정리를 모두 떠넘겼어. 그럼에도 약혼 파티가 있다고 해서 여기까지 왔는데 당신과 치졸한 신경전이아 벌이고 있으나 화가 날 수 밖에.

P. 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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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사건을 추적하면서 진실도 찾아야 하는 엘린의 모습은 탐정과 비슷하기도 한데, 일본의 스릴러 소설 같은 느낌도 든다. 이야기를 끌어가는 데는 인물들 간의 관계, 그들의 과거, 그리고 그들이 아직 알지 못하는 아주 예전의 과거 이야기가 마주치는 지점이 지속적으로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만드는데,  쉽게 예측 가능한 부분도 없지 않다. 하지만 첫번째 희생자와 나중에 들어나는 범인의 관계까지는 쉽게 예측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만큼 다양한 인물, 그리고 숨겨둔 이야기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인상깊은 부분은?

번역된 제목에서 알려주듯이 호텔의 전체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아름답고 투명한 유리의 이미지는 속속들이 다 보인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며 눈에만 보일 뿐 다가갈 수 없다는 경계의 느낌이 강하다. 그래서 그 안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모두가 알게 되지만, 진실까지 다가가는 건 어려울거라는 것을 반증하는 것 같다.


그만큼 배경이 주는 공포가 있고 후반부에 언급되는 ‘요양원의 정체’와 그것이 전하는 악행과 속죄에 대해서는 살인자의 행위만큼이나 더 다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인물의 입으로만 전해지는 이야기는 그 사건을 다시 떠올리고 복기하기엔 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거기에 인물들이 처해지는 위협과 살인에는 꼭 마스크가 등장하는데 요양원이나 병원이었다는 것과 연결되는 공포를 만든다. 죽임을 당하는 인물이 처음 맞이하는 것도 마스크이고 우연히 마주한 시체 역시 마스크를 하고 있기 때문에 가장 위생적인 도구라고 생각하는 ‘마스크’가 가장 위협이 되는 도구로 변해서 공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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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

엘린은 이번 사건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네 가지 핵심 요소를 짚어본다. 


전시용 유리 상자.

손가락 절단(유리 상자에 넣어 둠)

손가락 첫 번째 마디에 걸어놓은 팔찌.

피해자가 착용하고 있던 마스크(가해자도 같은 마스크를 쓰고 있다). 마스크는 결핵 치료를 위해 과거 요양원에서 쓰였던 제품.


엘린은 자기가 쓴 글을 바라보며 머릿속으로 하나씩 검토한다. 바로 그 때 한가지 생각이 머릿속에서 불쑥 떠오른다. 

혹시 내가 지금껏 엉뚱한 방향에서 수사를 해온 건 아닐까?

(중략)

아드레날린이 솟구친다. 비로소 엘린은 자신이 지금껏 놓치고 있던 부분에 주목한다.

이 사건은 호텔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이 사건은 호텔의 과거와 깊은 연관이 있다.

요양원.

P. 372~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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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인물들이 만드는 복선의 혼란이 계속되면서 도대체 어떤 과거가 범인을 이렇게 만든 것인지 전혀 상상할 수 없다가 마지막에 답안을 알려주듯이 공개된 범인의 고백은 슬프기까지 한데, 그 진실이 모두가 외면했던 진실이라는 점이 오히려 일본 소설의 ‘사연있는 범인’이어서 익숙하기까지 하다.


다만 일어나는 사건들을 엘린이 추적하기엔 너무 힘겨워 보이는 게 사실이다. 보통 추리물에서는 사건을 추적하는데 동조자나 목적을 함께 하는 사람이 있어 단계적으로 상호 보완적인 역할이 없어 벅차보인다. 만약 이 인물로 후속작이 나온다면 함께 사건을 해결할 동반자 역할이 하나쯤 있으면 더 재미있어 질 듯 하다.



덧붙인다면?

1. ‘엘린’을 주인공으로 하는 후속작 < the retreat >과 <the wilds>가 이미 출간되었다. 국내에는 아직 미번역.


2. 외딴 곳이자 고립된 곳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과 복수, 그것을 추적하는 스릴러물을 원한다면 추천, 셜록 홈즈나 에르큘 포와로 같은 명탐정이 하나부터 열까지 추리해내는 정통 탐정물을 원한다면 비추.



* 이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개인 블로그에 올린 서평 내용 일부를 편집한 것입니다.

* 이 서평은 출판사 ‘밝은 세상'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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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로우 오사카·교토·고베·나라 - 2026년 최신판, 완벽 분권 follow 팔로우 여행 가이드북 시리즈
제이민 지음 / 트래블라이크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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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포인트는?

아마 해외여행, 특히 초행이라면 정말 최선을 다해 여기저기에서 정보를 모아온 경험이 있을 것이다. 여행지와 관련된 인터넷에서 최대한 많이 모으고, 그 중에서도 가장 최근 시점의, 보기에도 이해 잘 가는, 그리고 중복되지 않으면서 광고성이 아닌 것까지 다시 검색하고 옥석을 가리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 경험도 많았을 것 같다.


​이번 <팔로우 오사카*교토*고베*나라> 편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장점은 분권이다. 개인적으로는 분권까지는 안해도 될 것 같은 두께 개인 성향에 따라 더 compact한 것을 좋아한다면 분권하는 것도 추천하며, 그만큼 꼼꼼하게 마감했고, 첫 페이지에 분권하는 방법까지 나와있으니 취향껏 하면 좋겠다.


1권에서 여행지에 대한 정보도 좋았지만 특히 일정짜기를 부담스러워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교통편에 대한 설명이 최신판이어서 상세하고 좋았다. 특히 교통편마다 방향이나 이동 방법을 사진으로 보여주는 건 길 찾는데 아주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2권에서는 오사카역 상세안내가 아주 잘 되어 있는데, 오사카역에서는 길 잃을 것을 각오해야 한다지만 그런 복잡함을 최소화시켜줄 수 있게 잘 구성된 것 같다. 또 쇼핑센터같은 복잡한 시내의 재미도 있겠지만, 그런 곳을 벗어난 조용한 여행을 원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럴 때를 위해 어느 한 관광지역에 치우지지 않게 잘 구분되어 있는 게 인상적이다.


특히 예상하지 못했던 관광 테마에 대한 부분들이 인상깊은데, 다음과 같은 3가지 테마 - 여행지별 선택하기(P. 12~13), 양조장 투어(P. 46~47), 쇼핑 최애 브랜드(P. 90~91)- 는 직접 짜보고  경험해보고 싶어진다.


인상깊은 부분은?

원래 숙소와 교통편만 해결하면 여행 준비는 거의 끝난거라고 생각하는데, 이동에 불편하지 않도록 교통에 대해 정리한 부분은 어떤 안내서보다 도움이 될 듯 하다. 


또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의 장점으로 꼽는다면, 음식에 대한 소개일 것이다. 어느 나라 여행이든 포기할 수 없는게 맛집일텐데, 현재 유명한 맛집 소개에 대한 것도 유용하지만 음식별 추천이 더 매력적이다. 어느 식당에 가서 줄 서 있는 것보다 음식을 목표로 여러 식당을 찾아다니는 것도 하나의 테마로 추천해주니 좋다.


 <팔로우 오사카*교토*고베*나라> 편에서 가장 좋았던 게 교토에 대해선 이렇게 잘 정리한 책이 없었던 것 같다는 것이다. 조금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도 있겠지만 교토는 화려한 이미지보다는 고즈넉하고 긴 역사의 한 부분을 보여주는 지역이라는 이미지여서 관광지를 선별하기가 쉽지 않을텐데 식상하지 않게 잘 구성한 것으로 보아 저자가 다양한 코스로 다녀봤다는 느낌이 든다. 


다만, 조금 아쉽다면 활용 일본어가 조금 더 실려 있었다면 일본 여행 초급자에겐 도움이 더 되었을 것 같다. 아무래도 짧은 시간 준비하는 사람들에겐 단어만으로도 현지에서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으니 여행 전문가가 생각하는 일본어도 포함하면 더 좋은 가이드북이 될 수 있겠는데, 지금 버전 만으로도 현지인만큼 잘 여행할 수 있도록 도움이 될 책이다.


덧붙인다면?

1. 1권은 플랜을 위한 소개, 2권과 3권은 실제 여행에 도움이 되는 가이드로 구성되어 있다.


2. 일본 여행을 간다면, 정해진 시간 내 가장 잘 짜여진 여행을 계획한다면 추천, 현지인에게 도움을 받거나 일본 현지에 거주하는 분들이라면 비추.



* 이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개인 블로그에 올린 서평 내용 일부를 편집한 것입니다.

* 이 서평은 출판사 ‘트래블라이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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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운딩 - 그곳에 회색고래가 있다
도린 커닝햄 지음, 조은아 옮김 / 멀리깊이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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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포인트는?

‘여행’이라는 목적에 관한 책인 만큼, 프롤로그에서 본인의 상황은 아주 간결하게 필요한 부분만 언급하면서 상황보다 여행 자체에만 집중하게 하는 도입부이다. 또 시작부터 그녀의 위태로운 경제상태와 이제 말을 시작한 아들과 무작정 떠나겠다는 용기는 과감하지만, 역시 앞으로 모든 경험이 낯설고 더 힘들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에 대해서는 조금 무모하다고 느껴졌다.


흔한 여행 에세이라면, 새로 방문한 곳이 빙하로 둘러싸인 곳일 경우 햇살과 빙하가 보여주는 아름다움과 감정에 대해 꽤 길게 묘사하겠지만, 작가는 그보다는 왜 그곳이 빙하가 다른 곳보다 더 단단할 수 밖에 없는지, 왜 사람들은 이런 빙하에서 살아가는지, 그리고 어떤 시간을 통해 그 곳이 고래를 비롯한 생물들이 많이 찾게 된 곳이었는지 같은 설명을 다큐멘터리처럼 진중하게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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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

모든 생명체는 지구 주위를 돌며 철썩이는 거대한 수역에 의존한다. 우리가 바다에 피해를 주면 우리도 피해를 받는다. 우리가 마시는 산소의 절반 이상을 제공하는 식물성 플랑크톤의 개체 수도 감소하고 있다.

(중략)

동물성 플랑크톤은 먹이사슬의 근간을 형성하며 죽을 때는 탄소를 침전물의 형태로 해저에 쌓아서 수십 년 또는 수세기 동안 저장한다. 남극해(Southern Ocean)에 사는 의족류의 껍질은 이미 녹고 있다. 껍질을 산호와 마찬가지로 연약한 탄산칼슘 결정체로 만들어 져서 바닷물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면 쉽게 부식된다.

P.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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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전직이 BBC에서 뉴스 진행자와 PD로 일했던 경험이었기 때문인 듯 한데, 그래서 단순한 여행기로 보기 보다는 개인이 써낸 고래를 중심으로 한 자연에 대한 다큐멘터리라고 생각하면 더 이해가 잘 될 듯 하다.



인상깊은 부분은?

‘여행’자체에만 집중하는 건 아니다. 물론 이동에 따라 새로운 지억에 도책하고, 거기서 처음 만나는 사람들에 대해서 이루어지는 이야기 뿐 아니라  작가가 보고자 한 것은 ‘자연’이라는 메세지가 명확하다. 


대표적으로, 책에서도 반복되는 우트키아빅에서 이야기에서만 보더라도, 그들의 친절과 점차 깊어지는 관계도 언급되지만,  그 사람들의 바이오그라피와 문화, 삶, 그 중에서 겨울에 왜 술을 먹지 않는지까지에 대한 설명은, 그들의 도움만큼이나 그들을 가깝게 느껴지게 해준다. 물론 모든 여정이 아름답지만은 않다. 작가 역시 다른 책에서 본 내용을 인용하기도 하는데, 그런 방식 역시 사실 전달을 위한 것의 하나로써, 감정을 섞지 않고 담담하게 전달하고자 한 듯 하며, 그만큼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게 작가가 그들을 가장 잘 남기는 방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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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

포경꾼들은 임신 중이거나 젖먹이를 키우는 암컷들을 표적으로 삼았다. ‘한 달 정도 된 새끼가 있는 어미 고래가 선박 가까이에서 죽었다. 어미를 해체하기 위해 선박으로 끌어올리자 새끼가 따라와 2주 동안 그 주위를 맴돌며 놀았다. 녀석이 성체가 될 때까지 살아남았는지는 알 수 없다.

공격은 밤새 계속되었다. ‘살육의 현장은 매우 생생하고 흥미진진했다.’ 선원들은 고래의 거대한 입술을 꿰매어 닫고 몸통을 선박으로 견인했다. 지방이 고래기름 정제기에서 데워지며 황량한 하늘에 고약한 연기를 자욱하게 뿜어냈다.

P. 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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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일부이자, 인간도 결국 함꼐 살아가는 존재 중 하나라는 것, 그리고 앞으로도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 작가가 전하고자 했던 가치인 듯 하다. 전직 저널리스트였던 작가의 정보 전달이 우선되면서 감정보다 지식이 앞선다는 느낌이 들면서 문장도 길어지고 드라마틱한 서사가 없기도 해서 밋밋하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현지에서 전하는 소소한 이야기들과 작가가 전하고자 했던 말들은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다만, 오랜 이동에 거듭하는 그 시간동안 찍은 사진이 하나도 책에 포함하지 않았다는 건 조금 아쉽다. 사각 프레임 안에 자연의 아름다움과 신비함을 담을 수 없겠지만, 처음 도착한 항구의 모습이나 떠나기 직전 찍은 빙하의 모습, 마지막으로 본 늙은 고래의 모습 같은 건 놀라워 보였을 것 같기 때문이다.



덧붙인다면?

1. 여정들도 매우 인상깊지만 마지막 ‘집’으로 오면서 정리하는 대화와 마음가짐은 기억에 남을만한 마무리였다.


2. 삶의 방향성을 그린, 여행보다 생명에 의미를 둔 진중한 궤적을 읽어보고 싶다면 추천, 트렌디한 에세이, 드라마틱한 사건사고를 그린 여행기를 원한다면 비추.



* 이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개인 블로그에 올린 서평 내용 일부를 편집한 것입니다.

* 이 서평은 출판사 ‘멀리깊이'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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