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젊음의 나라
손원평 지음 / 다즐링 / 2025년 8월
평점 :
주요 포인트는?
전작 <아몬드>를 진중하게 읽어봤다면 이번 작품도 그냥 쉽게 읽히는 소설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울 것 같다. 저출생, 고령화가 점점 커져가는 대한민국의 상황을 신문이나 TV가 아니라 개인적으로 친한 사람의 입을 통해 전해듣는 것 같은데, 통계나 숫자로 보여지는 게 아니라 ‘거기는 그렇대’처럼 전해듣는 느낌이어서 인 듯 하다.
왜냐하면 주인공인 ‘유나라’는 멋진 직장여성도 높은 교육을 받은 전문인력도 아니어서 일 것이다. 그저 평범한 한 사람으로 써 지금은 젊은이라고 불리지만, 지금의 젊은이 영원하지 않은 한 사람일 뿐이라는 것이다.직접적인 모습을 그리는 게 아니라 ‘나라’의 일기를 통해 묘사되는 것만으로도 이미 배경은 충분히 이해가 되는데, 젊음이 큰 기회이고 무기이자 역할이라고 생각하지만, 이 소설 속에서는 젊은이들이 약자로 표현된다.
---------------------------------------------------------
<책 속에서>
- 삶과 죽음이 연결돼 있다고 생각하면 편하지 않을까?
오베론이 답했다.
- 온 힘을 다해 일하는 사람들의 발아래에, 그들의 죽음을 처리한ㄴ 소각장이 있다는 걸 어떻게 이해하라는 거야?
- 효율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지. 따져보면 병원도 마찬가지야. 치료 공간과 장례식장이 한 공간에 있어.
- 말도 안되는 비교야. 병원 안의 장례식장은 외부 추모객을 받기 위한 거고, 적어도 화장터나 묘는 병원과 멀리 떨어져 있어, 거기까지 가는 길에 망자를 추모하잖아. 하지만 내가 본 건 마치 파일을 영구 삭제하듯, 그냥 한 인간의 존재를 지워버리는ㄴ 장면이었어. 그 절차엔 그저 자동화된 기계와 영혼없는 시신이 있을 뿐이었지. 인간이라고 부를 수 있는 존재는 없었어.
P. 214
---------------------------------------------------------
언젠가가 될 미래, 남태평양에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낙원 ‘시카모어섬’은 슈퍼리치가 된 노인들의 낙원인 곳이다. 이들을 위해 그 섬에 거주하는 젊은지들조차 일정 비율로 정해져 있다는 점이, 만들어진 복지를 누리는 삶으로 행복해지는 섬은 얼마나 낙원에 가까워져 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 작가가 내고 싶던 건‘나라’가 여전히 목표로 삼고 있는 ‘시카모어섬’으로 이직을 꿈꾸고 그것의 발판을 삼기 위해 ‘유카시엘’이라는 노인 복지 회사로 이직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인 듯 하다. 그곳은 A, B, C, D, F로 걸쳐지는 유닛으로 사는 곳이 나뉘는데, 각 유닛마다의 삶은 결국 자본주의가 결정하는 것이다.
다만 자본주의가 기준이 되어 나눈 삶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경험하고 말하는 것이, 지금의 젊음이 단 하나 강점이며 언제 노인이 될지 상상조차 하지 못한 ‘나라’이고, 나아가 그곳에 대한 계급차이와 불편함, 그리고 나아가 적대감까지 느끼면서도, 언젠가 그런 삶을 꿈꾼다는 건 앞으로도 변하지 않은 사람의 기본적인 욕심이라는 점이 안타까우면서도 솔직해서 거부하기 어려워 보인다.
인상깊은 부분은?
이미 ‘복지’라는 것의 대상과 목적은 바뀌었다. 국가가 하지 못하는 것을 기업이 해내며, 그것을 완전하게 만드는 것은 젊은이들의 고용을 통해서이다. 이미 기계화되고 AI가 모든 것을 통제하지만, 인간을 인간답게 돌보는 최전선에는 또 다른 인간이 해야 하는 일이 될 수 밖에 없다는 결과로 다시 한번 일깨워 주는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조금 불편하게 생각되었던 부분은 그 수많은 노인들은 이미 약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책에서 이야기하는 일반인들의 삶은 충분히 힘들고 어려우며 비참하기까지 하다는 것이다. 젊은이들이 최선을 다해 모시는 사람들은 그저 자금력으로 대상이 정해졌다는 것이다.
소설의 진행에서 볼 수 있는 ‘나라’의 유닛 이동이 본인의 뜻이 아니듯이 외부에 의한 나약함을 그대로 드러내는 장치이다. 젊은이들은 점점 연약해지고 불안해하고 있지만, 노인들은 재력과 더불어 경험으로 안락한 삶을 영위한다.
---------------------------------------------------------
<책 속에서>
엘리야는 내가 아닌 가상의 청중을 상대하듯 열변을 토했다.
- 늙은 사람들의 특징이 뭔줄 알아? 그들은 소비도 안 하고 생산도 안 해. 노인들은 뭔가가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만드는 존재가 아니라 사회 전반을 삐거덕거리게 하고 느리게 만드는 존재들이야. 그들은 물건도 거의 안 사. 공연도 잘 안 봐. 뭔가를 사거나 소비해도 우대권, 할인권, 초대권으로 해결하니까. 실제로 쓰는 돈은 거의 없지.
P. 103
---------------------------------------------------------
이런 무거움을 사회로만 돌리지 않고 ‘나라’의 가장 인간적인 존재 ‘민아 이모’에게도 투영하여 갈등 해소의 하나의 통로로도 여기게 만드는데, 밝힐기는 어렵지만 전반부에 여러 복선들을 후반부 한 순간에 밝혀 조금 기운이 빠지긴 한다. 민아 이모를 만나는 순간이 조금 단계적으로 그려졌다면 ‘나라’의 자리 이동이 조금 더 드라마틱하게 느껴졌을 것 같다.
이 책은 일기 형식으로 진행되는데, 시작은 1월 1일로부터 12월 31일로 끝을 맺는다. 평범한 직장인의 일기로 시작해 희망찬 미래를 기다리는 백수의 모습으로 끝을 맺는데 이에 대해서는, ‘나라’가 알게 된 ‘현재’과 ‘나이듦’이 긍정적인 방향이이어서 다행이었다.
다만 많지 않은 분량 때문인지 캐릭터가 좀 단조롭게 느껴지고, 유닛으로 이동하는 게 작위적인 느낌도 없진 않다 그리고 비밀의 존재인 ‘카밀리아 리드’와 ‘시카모어섬’에 사는 밝혀지지 않은 10%에 대한 건 여전히 비밀로 남겨져 있는데, 작가의 또 다른 소설에서 이것이 다뤄진다면 아주 즐거운 경험이 될 듯 하다.
덧붙인다면?
1. 가제본으로 읽어본 책인데, 혹시 정식 출간본과 차이가 있는지 꼭 비교해보고 싶다.
2. 현실적이고 직접적인 복지문제, 세대간의 갈등을 불편하지 않은 시선으로 읽어보겠다면 추천, 유쾌하고 희망적인 노년생활과 실버로맨스를 원한다면 비추.
* 이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개인 블로그에 올린 서평 내용 일부를 편집한 것입니다.
* 이 서평은 출판사 ‘다즐링'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