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불멸의 킹 라오
바우히니 바라 지음, 공보경 옮김 / 문학수첩 / 2025년 5월
평점 :
>주요 포인트는?
제목 그 자체가 내용으로 이어지는 소설로써, 아주 중요한 설정이기도 하지만 아버지와 동시에 딸의 시선으로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과거와 현재는 경험과 기억에 의존하는 것이다. 그저 두 사람의 기억 공유라고 하기엔 아주 묵직한 질문과 쉽게 답할 수 없는 현재를 묻는 스토리이다.
여러가지 부분에서 현실적인데, ‘킹 라오’의 성공이‘하모니카’라는 인간의 뇌를 인터넷에 연결하는 기술을 개발. 하지만 그 기술로 기업은 쇠락의 길을 걷게 되는 과정은 지금의 미국의 기업이 보이는 신화적인 성장과 그 안에서 무시되었던 위험성 경고하는 것이라 더욱 사실적이기까지 하다.
------------------------------------------------------------------------------
<책 속에서>
“우리는 사용자가 자신의 정체성에 관한 가장 가치있는 정보를 자녀, 손자, 증손자를 위해 저장할 수 있게 하는 컴퓨터를 만들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문서를 만들어 우리 라이브러리인 코코넛 셸에 저장할 수 있어요. 만약 불이 난다고 해도 그 문서는 불에 타 없어질 염려가 없죠. 세월이 흐르면 사라져 버릴 가족 고유의 요리법도 코코넛 셸에 저장해 둘 수 있습니다.
(중략)
그 과학자는 더 이상 우리 곁에 살고 있지 않지만, 그녀의 아이디어는 우리 회사의 제품을 통해 앞으로도 계속 살아있게 될 것입니다."
P. 280~281
------------------------------------------------------------------------------
크게 4가지 이야기가 뒤섞여 진행되는데, 먼저 ‘킹 라오’의 탄생과 그의 집안. 그 모든 과거가 이루어진 과정, 두 번째는 미국으로 유학을 가서 IT기업을 만들고 가장 위대한 기업으로 만들기까지의 과정인데 꽤 흥미롭다. 세 번째는 그의 딸인 ‘아테나’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디스토피아적 세상과 반체제 조직의 눈으로 바라보는 비관적인 모습. 마지막으로 ‘킹 라오’가 기억을 데이터화하여 영원히 살아간다는 소문과 남은 사람들이 그게 사실인지에 갖는 관심이 그것들이다. 조금은 안아울릴 것 같은 이야기들이 ‘킹 라오’의 일대기와 ‘아테나’로 이어지는 교감으로 진중하게 이어지며, 독자에게 깊은 고민을 주기에 충분하다.
>인상깊은 부분은?
21세기 중반의 SF라는 큰 테두리에 있지만 생각만큼 첨단 기술과 미래를 앞서가는 신기술이 자주 등장하지는 않는다. 간혹 배경처럼 지나가는 기술들은 대부분 우리가 보아왔거나,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기시감을 주기 때문일 것 같다. 그 중에서 ‘킹 라오’와 ‘마거릿’의 성공이야기는 현재 빅 IT기업인 애플, 아마존, 메타, 구글을 섞어 놓은 듯 하다.
주요 인물과 그 주변을 이루는 다른 사람들을 둘러싼 다양한 사람들의 서사가 아주 길게 이어지는데, 가족 친지나 이웃들의 이름까지 모두 등장하니 조금 복잡하게게 느낄수도 있다. 본격적인 ‘킹 라오’의 이야기까지 약 3/1가량이 ‘아테나’를 포함한 그의 고향과 조부모의 이야기. 그리고 그들이 지켜냈던 땅과 문화, 풍습에 대한 이야기가 중간중간 펼쳐디는데, 그 중에서도 인도에서 느꼈던 계급간의 갈등이 미래, 그리고 미국에까지 이어지는 것을 냉정하게 보여준다.
------------------------------------------------------------------------------
<책 속에서>
할아버지가 사람들에게 말했다.
“우린 차례로 죽어갈거야. 죄다 늙은이들이라. 이번은 큰 형의 차례일 뿐이지.”
킹은 그들 뒤에 서 있었다. 그들도 언젠가는 죽을 것이다. 킹은 그들을 영원이 기억할 수 있도록 마움에 차곡차곡 담아두고 싶었더, 그들은 허약한 뼈에 닯처럼 오돌토톨한 피부를 지녔으며 벌써 죽어가는 것처럼 땀구멍에ㅐ서 쉰내를 풍겼다. 아마 죽어가고 있는게 맞을 것이다. 그럴 것이다. 그들은 젊은 날을 회상하며 그렇게 서 있었다.
P. 131
------------------------------------------------------------------------------
굉장히 긴 호흡으로 이루어지며 주변의 다양한 환경과 인물들의 소개, 역사적 배경까지 설명하다보니 전체적인 범위가 넓어지면서, 중심 이야기가 늘어지는 경우가 있다. 중반 이후 무정부주의자들의 관점까지 더해 많은 정보와 설정, 그리고 묵직한 스토리까지 읽으면서 느끼는 바도 아주 크지만, 전개 자체는 시간 순서로 보여지는 것도 아니고, 사건을 바라보는 관찰자 역시 너무 왔다갔다 하는 건 독자의 성향에 따라 복잡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래서 짧게 끊어 읽어나가는 것보다는 가능하면 하루를 투자해 쭉 이어지도록 읽는 걸 추천한다.
>덧붙인다면?
1. 인도의 신분 제도에 대한 얘기가 많이 언급되는데, 최근 미국에서 보이는 ‘극우’에 대해서도 많은 부분 묘사하고 있어 현실적이다.
2. 묵직하고 현실적인 근미래 배경, 디스토피아에 대한 우울함을 진득하게 읽을 수 있다면 추천, 화려한 미래의 신기술을 기반으로 한 빠른 이야기 전개와 흥미로운 반전을 원한다면 비추.
* 이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개인 블로그에 올린 서평 내용 일부를 편집한 것입니다.
* 이 서평은 출판사 ‘문학수첩'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