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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사이클러 ㅣ 이기원 디스토피아 트릴로지
이기원 지음 / 마인드마크 / 2025년 5월
평점 :
주요 포인트는?
이번 소설은 <쥐독>과 <사사기>를 잇는 미래 디스토피아 ‘뉴소울시티’가 배경인 또 하나의 사가Saga이며, 전작과 직접 이어지진 않지만 배경을 기반으로 세계관이 이어지는 소설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분위기도 암울한데다 주인공의 직업까지 사건을 처리하는 것이다 보니 시작부터 테러로 이어진다. 부유한 1구역의 한가운데, 거기서 발생한 테러와 인명 사고에서 이어지는 ‘삶’과 ‘인간의 가치’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제목에까지 내세운 ‘리사이클러’가 바로 그 중심에 있다. 쓸모없어진 하층민의 육체로 만든 재활용 인간에 대한 것으로 이미 그것부터 ‘인간존중’은 사라졌다고 볼 수 있으며, 구역별로 나눠진 인간들의 삶 역시 계급과 차별로 더 적나라해진다. 그렇기 때문에 주요 캐릭터의 반대편은 ‘반란군’으로써 이 차이를 없애고자 하며, 이런 배경이 소설의 주 스토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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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
걱정스러운 말투로 상현이 대답했다. 대응팀의 업무 특성 상 사고가 빈번했기에 애응팀의 모든 유닛은 헬기 조종을 겸할 수 있는 인원을
세 명 이상 갖추고 있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그들은 서로의 백업 역할을 했던 것이다. 그런데 동운의 백업이었던 두 사람 중 한명은 업무 중 후미 프로펠러에 휘말려 죽었고, 또 한
사람은 사고 현자엥서 뇌출혈로 쓰러져 세상을 떠났다. 그 결과 현재 2유닛에 남은 헬기 조종 기술 보유자는 동운 뿐이었다.
P. 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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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라는 인생의 마지막에 다다르면서, 이전에 감정적으로 무감했던 주인공의 ‘삶’이라는 희망을 갖기 시작하고, 그것이 욕심으로 변하는 중반부를 지나며 보인 모습은 애처롭다. 가장 인간적인 마지막 모습을 보이는 결말까지 예상했던 것과 맞아떨어지면서 아주 재미있게 읽었는데, 가능하면 앞서 출간한 <쥐독>-<사사기>와 같이 읽으면 아주 재미있는 장편 소설이 될 수 있겠다.
인상깊은 부분은?
작가의 이전 소설들처럼 분량이 많지 않아, 인물과 그 인물이 사건을 따라 움직이는 동선에 집중하는만큼 이야기 진행 속도도 빠르고 군더더기가 없어 흥미롭다. 배경 역시 1구역과 2구역에 대한 대비가 명확하고, 이 세계관이 가진 배경으로써 여러가지 소재도 만들어내는 것이 가능해 보인다. 큰 반전보다는 주인공의 심리 변화와 마지막에 그가 한 선택 명확하게 하기 위한 여정이기 때문에 ‘김지희’를 비롯한 몇몇 인물들이 좀 평면적인 것도 아쉽다.
앞서 얘기했지만 반란군들에 대한 설정도 꽤 주체적인 스토리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 ‘호밀밭의 파수꾼’으로 대변한 그들의 저항은 조금 단순했다. 이처럼 주인공의 변화에 집중하다보니 이야기의 가지를 많이 쳐낸 느낌이 드는데, 만약 증보판이 나온다면 이에 대한 서사도 추가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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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
저항세력은 자신들을 ‘콜필드’라고 지칭했다. 세일이 그렇게 닦달해서 저항세력을 색출했지만, 콜필드가 등장한다는 그 책의 원본을 찾지는 못했다. 분명 리더라는 놈이 원본을 갖고 있을 것이다. 그들은 착복식을 통해 생명을 연장하는 세태를 비난하며 “모두에게 죽음이 공평하게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P. 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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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흥미진진하고 빠르게 진행되는 이야기라서 쉽게 접근하고 읽어나갈 수 있는데, 배경만큼 와닿는 SF라는 장르는 꽤나 상상력을 자극한다. 오히려 적은 분량이 아쉬울 정도인데, ‘리사이클러’라는 소재의 시작은 결국 ‘돈’과 경 관련된 것인만큼 그와 관련된 이야기들, 왜 리사이클러가 되어야 하는지는 설명하 일부 캐릭터에게 더 서사가 있었으면 감정이입을 하기도 좋았을 것 같다. 이미 리사이클러의 대안이 있었는데 결국 실패했기 때문에 리사이클러가 지금의 최선이라는 과거 이야기 또는 이 리사이클러 역시 다른 대안으로 대체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더해진다면 지금의 ‘뉴소울시티’의 체제도 결국 사라질지 모른다는 은유가 되지 않았을까 한다.
덧붙인다면?
1. 소설 전체를 읽어야 더 와닿겠지만, 에필로그까지 읽는다면 앞서 모든 서사가 완성되는 느낌이다.
2. 디스토피아에서 벌어질법한 암울한 미래를 배경으로 한 SF, 삶을 향한 의지를 그린 현실적인 스토리를 원한다면 추천, 뿌리 깊은 음모론이나 다양한 캐릭터들이 만들어내는 인과관계를 추적하는 스릴러 스타일의 소설을 원한다면 비추.
* 이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개인 블로그에 올린 서평 내용 일부를 편집한 것입니다.
* 이 서평은 출판사 ‘마인드마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