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지하지 않은 산하세계문학 5
레몽 플랑트 지음, 이자벨 아르스노 그림, 조현실 옮김 / 산하 / 201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올해 1월부터 시작한 그림책 수업에서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 이자벨 아르스노를 알게 됐다. 책들을 살펴보던 중 그녀가 리뷰동아리(리독)에서 예전에 소개 받았던 책의 삽화를 그렸다는 걸 알았다.  제목이 <진지하지 않은>이다. 무엇이 진지하지 않은지 읽어보기로 했다.

 

 이 책은 주인공 조르주.P의 열일곱 살 겨울부터 열여덟 살 봄까지의 개인적인 역사이다.

소년은 책을 좋아하고 조용하며 소심하다. 그는 끊임없이 사랑을 갈구하나 사랑 받지 못하고 주변의 또래 여자아이를 마음으로만 연모한다.

 어느 날 조르주에게 새로운 사랑이 찾아오고(이 사랑도 외사랑이다) 읽었던 책 속 그림과 글이 그의 얼굴, 팔 등 몸으로 나타나는 증상이 생긴다.

환상과 현실 사이에서 어른도 아이도 아닌 중간자. 소년은 지금 그 혼란한 시간의 터널을 통과하고 있다.

 

 이 독특한 내용의 글은 캐나다 퀘벡출신의 작가 레몽 플랑트가 썼다. 그는 TV와 라디오 청소년 프로그램에 1,000편이 넘는 방송 대본을 썼으며, 동요 가사를 400곡 넘게 썼고, 소설도 40여 권 남겼다. 청소년을 위한 문학 강연과 글쓰기 교육에도 힘쓰다가 안타깝게도 200659세의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알라딘 발췌-

 

 일러스트는 이사벨 아르스노(Isabelle arsenault). 그녀도 캐나다 퀘벡출신이며 그래픽 디자인을 공부했다. 그녀의 그림은 그래픽 세계를 통해 표현된 선의 섬세하고 부드러운 흐름, 독특한 색감이 매력적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출간된 작품으로 <제인 에어와 여우, 그리고 나> <내 동생 버지니아 울프> <콜레트가 새를 잃어버렸대!> <꿀벌의 노래> 등이 있다.  캐나다 연방총독상. 프랑스 거버너제너럴상, 볼로냐 라가치상 등 수많은 상을 수상했고, 뉴욕 타임즈가 선정한 올해의 베스트 일러스트 북으로 선정된 세계적인 작가다. -알라딘 참조-


 낡은 소형 비행기 한 대가 귀 밑을 날고 있었다. 오래전에 비행사들이 안데스 산맥 너머까지 우편물을 날았다는 것과 비슷하게 생긴 작은 비행기였다.

 메르모즈, 라고 조르주는 중얼거렸다.

 자셍트에게 이런 당혹감을 털어놓을 수 있다면 좋으련만. 하지만 그녀는 다른 데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 그것도 바로 앞 카운터에서. -본문 중에서-


 아르스노는 지극히 제한된 색으로 인물만 그리고 주변 배경은 과감하게 생략한다. 글속 캐릭터를 살린 그림으로 외부의 원인(자셍트와 남자)으로 생긴 조르주의 마음을 보여주는 데 더 많은 관심을 갖고 독자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려고 시도한다. 그래서 읽는 사람이 소년의 심리 상태에 더욱 공감할 수 있게 만든다.


 얼굴에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중략-

 ‘메리 크리스마스를 듣지 않으려고 속으로 흥얼거렸던 슈베르트의 <야상곡> 악보였다. 그러더니 노래 가사가 나타났다. 리샤르 데지르뎅의 시였다.

감시의 눈길 아래에서

이름 없는 길 위에서

사막 한 가운데에서

추위와 배고픔과 쇠사슬 속에서

압제에 저항하려

자신의 둥지를 다시 만든다.

더 따뜻하게 더 따뜻하게.

마음은 한 마리의 새. -본문 중에서-


 일반적으로 책에서 세밀한 배경과 인물 묘사를 통해 사실화 같은 삽화를 그리기도 하지만, <진지하지 않은>에서 이자벨은 실사처럼 상세한 배경과 캐릭터를 선택하는 대신 매우 단순한 이미지와 텍스트를 통해 감동을 전달한다.

 

 소년은 파피에papier(프랑스어 'papier'는 종이를 뜻한다)라는 성이 자신에게 꼭 맞는 거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종이와 무엇이든 그 위에 쓸 수 있는 살갗은 서로 기막히게 통하는 것이므로. -본문 중에서-

 

 열일곱, 열여덟, 하얀 종이처럼 무언가를 쓸 수 있는 여지가 많은 나이다. 조르주는 여백을 채우기 위해 최선을 다해 삶을 살아간다. 카페에서 먹기 싫은 소스를 먹으면서 열심히 사랑을 하고 책을 읽으면서 말이다.

 완독후 처음의 의문에(무엇이 진지하지 않다는 걸까) 나름의 답을 찾았다. 제목인 <진지하지 않은>은 정말 진지하지 않은이 아니라 반대로 진지하게가 아닐까.

 타이틀이 말하는 것은 소년이 아니라 그를 바라보는 주변이 아닐까 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청소년기를 거치고 있는 자녀가 있는 독자에게 읽기를 권하고 싶다. 그들이 얼마나 치열하고 진지하게 자기 앞을 헤쳐 나가는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무에 문화꽃이 피었습니다 - 관계를 잇는 나무 인문학
이흥재 지음, 강석태 그림 / 아시안허브 / 202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솔직하게 말 하건데 책에 대한 욕심이 있어 보내는 책을 읽고 서평을 쓰는 일에 덜컥 신청했다.

 그렇게 받아본 나무에 문화꽃이 피었습니다는 손에 딱 맞는 판형에 어린왕자의 바오밥나무와 코끼리가 그려진 표지가 깔끔한 정겨운 책이었다.

 펼쳐보니 여러 목차에 작은 소제목의 짧은 글들로 채워진 금방 읽겠는데...’ 라는 생각에 콧노래가 나왔다. 첫 느낌대로 읽는데 긴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그런데 아차 싶었다. ‘여운이 길어서 서평쓰기가 쉽지 않다.’ 한숨이 절로 나온다.

 첫 문장을 어떻게 시작해야하나 고민이 되었다. 그래서 글을 읽고 느낀 나무에 대한 인상부터 풀어가기로 했다.

 

 나무는 팔색조처럼 이런 때는 이렇게 저런 때는 저렇게 다채로운 빛깔을 내뿜는다.

 나라의 앞날을 걱정하는 이에게는 용기를, 외로운 이에게는 위로를, 아이들에게는 추억을, 세상에 평화의 가지를 드리우는 존재다. 나무는 잎으로, 꽃으로, 열매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제 모든 것으로 이로움을 주는 존재다.

 나무는 그저 제자리에 서서 저 할일을 할 뿐인데 그를 보고 우리네는 앞을 보고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는다.

 어느 누구 보아주는 이 없어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보여준다.

 그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상상한다. 때로는 쌀이 되었다가(본문 66쪽 쌀밥 나무에 담긴 마음), 화가의 붓끝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나고(본문 111쪽 포도넝쿨 아래서 마음을 열면), 작가의 펜에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한다.(본문 82쪽 바오밥 나무와 카바리아 나무의 운명). 인간의 욕심 때문에 생긴 카바리아 나무의 안타까운 운명도 알게 되었다.

 

 그 뿐이 아니다. 그 옛날 종이 없던 시절에는 기억을 나무에 꼭꼭 눌러 담았다.

 나무는 사람이 없던 때에도 그 자리에 서서 꿋꿋하게 시간의 실타래를 풀었다.

 때로 인생의 고단한 페이지에서 흘리는 눈물을, 외로움을, 억울함을 닦아주는 손수건이 된다.

 역사의 곁에 있었다는 일로 외면 받아도 그를 탓하지 않고 인간의 욕심에 제 모습이 잘려도 묵묵히 받아들이고 존재한다.

 

 나무는 혼자 서있지만 혼자만 살려고 하지 않는다. 저 잘난 맛에 사는 사람들에게 세상은 혼자 사는 것이 아니라고 보여 준다.

 크고 힘이 쎈 사람이 모든 것을 차지하며 사는 것이 얼마나 옳지 못한 일인지.

 작은 것들을 배려하며 자신의 자리를 양보하고 함께 살아야 하는 일이 왜 당연한지를 조용히 보여 준다.


 이 책 나무에 문화꽃이 피었습니다는 나무처럼 읽으면서 조용히 스며든다. 우리가 삶을 살아가면서 무엇이 향기로운 일인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한장 한장에 정성껏 담았다. 글을   읽으면서 잠시 쉬어 가라고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그림을 수줍게 살짝 밀어 보낸다.

 많은 사람들이 나무에 담긴 과거의 시간들에 빠져 그 향기를 담뿍 느끼기를, 의로운 나무를 본받아서 함께 미래를 살아가자고

-먼저 읽은 독자로 부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요즘 애들 - 최고 학력을 쌓고 제일 많이 일하지만 가장 적게 버는 세대
앤 헬렌 피터슨 지음, 박다솜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즘 애들에 대한 오해와 이해

처음 제목에서 눈에 들어온 건 요즘과 애들이었다. 애들이라는 단어 때문에 초등학생에서 고등학생정도를 칭하는 줄 알았다. 필자는 때때로 아니 그보다는 좀 더 자주 아이들이 하는 말과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들이 왜 그러는 것인지 알고 싶었다표지도 요즘 애들처럼 강렬하고 쨍했다이 책이 눈에 들어온 이유다. ‘읽으면 좀 알게 되려나하는 생각에 읽어보기로 했다.

 

내용을 요약하면 표제인 요즘 애들은 밀레니얼 세대다.

밀레니얼은 1981년부터 1996년사이 태어난 사람들이다. 조부모 세대는 2차 대전이 끝나고 재건이 한창이었기에 경제사정이 좋았으나, 부모인 베이비붐 세대는(이하 부머라 하겠다) 경제성장이 끝나고 불평등이 심화되는 시기였기 때문에 계층하락의 위협으로 느껴지는 것들이 늘어나고 불확실성이 점점 커졌다. 부머들은 계급 지위를 지켜내기 위해 그나마 자신이 통제를 시도할 수 있는 존재인 그들의 자녀에게 더욱 전념할 수밖에 없었다.

밀레니얼 세대는 집중육아를 통해 계획된 활동, 성적과 과외활동을 위한 일정을 소화하는 생활을 해야 했다. 그 결과 자신을 걸어 다니는 이력서로 완전히 개념화한 최초의 세대다.

 

밀레니얼은 직업으로 좋아하는 일을 하라는 말을 들으면서 성장했다.

 

2005년 스탠퍼드대 졸업식에서의 스티브 잡스 연설 중 여러분에게 일은 인생의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할 것입니다. 만족스러운 인생을 사는 유일한 방법은, 여러분이 위대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는 겁니다. 그리고 위대한 일을 하는 유일한 방법은, 여러분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겁니다. 아직 그런 일을 찾지 못했다면 계속 찾으세요. 안주하지 마세요. -본문133-134쪽에서-

 

이 말에 치명적인 점은 성공한 사람 모두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 역으로 좋아하는 일을 하는 모두가 성공했다는 것이다. 성공하지 못하면 좋아하는 일이 아니거나 열심히 하지 않았다고 자책하고, 더욱 열심히 일하면서 피로와 좌절, 번아웃을 불러들였다. 하지만 좋아할 수 있는 직업은 사람들이 무척 탐을 내기에, 그만큼 지속 불가능하다. 보상 기준이 점차 낮아져도 별다른 여파가 없다. 고로 밀레니얼은 소득이 낮고 부가 적어, 이전 세대에 비해 잘 살지 못하고 있다.

2018년에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에서 의뢰한 결과 밀레니얼 세대의 순자산은 부머 때 보다 20페센트 적다고 한다.

 

저자 앤 헬렌 피터슨 (Anne Helen Petersen)은 미국의 대표적인 온라인 미디어 <버즈피드>의 수석 작가이자 <뉴욕 타임스> 기고가다. 그녀가 쓰는 글은 대중문화뿐만 아니라 코로나19, 학자금 부채, 아메리카 원주민 투표, 의료보험, 하비 와인스타인 성추문 등 폭넓은 주제를 다루고 있다. -googlebooks 발췌-

 

그녀가 이 책을 출판한건 2019년에 쓴 밀레니얼은 어떻게 번아웃 세대가 되었는가란 칼럼이 조회 수 700만을 기록, 큰 주목을 받았던 것으로 출발해서 개인의 번아웃을 바탕으로 백인 중산층 세대의 경험을 세대 전체로 확장하겠다는 프로젝트에 기인한다.

 

책은 전체 9장으로 이루어졌다. 부머에서 밀레니얼까지 세대의 형성과 특성이 만들어진 이유들을 성별, 인종, 계층을 아우르며 사례를 곁들여 설명한다. 특히 현대사회에서 우리가 개혁이나 과학의 발전이라 받아들였던 문화와 변화들의 문제점을 생각해보고 밀레니얼들을 이해할 수 있는 바탕을 세울 수 있었다.

 

저자는 이 상황을 헤쳐 나가기 위해 무엇을 하라고 일러줄 생각이 전혀 없고, 당신을 망가뜨린 게 우리 사회이기에 고치지 못한다고 한다. 그 대신 자신과 주변을 명료하게 볼 수 있는 렌즈를 제공하겠으니 이것을 계기로 자신의 인생, 일에 대한 생각, 아이들과의 관계, 스스로 느끼는 두려움 등을 살펴보라고 권한다. 이 증상을 바꾸기 위해서 비슷한 사람들과 유대감을 나누고 이 상태에 저항하면서 개선시켜야 한다고 했다.

 

작가는 요즘 애들이 당면해 있는 문제를 분석하고 이에 맥락을 부여함으로써, 현상을 보도하고 사람들에게 이야기함으로써 세상에 대한 흥미를 일으키고 있다. 배경이 미국이라 세대를 나누는 년도가 우리나라와 다르지만 평소에 우리가 많이 듣고 보는 이야기가 아닐까?

기성세대들은 요즘 애들 왜 그래.“ “뭘 생각하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많이 한다. “나때는 말이야로 시작해서 요즘 세대의 나약함과 근성 없음에 대해 비판하며 몰아붙인다. 글속엔 지금 우리 사회에서 세대사이의 서로를 보는 시각도 들어있다.

 

밀레니얼은 자신이 잠재력을 품고 있으며 열심히 노력하면 인생에서 성공할 거라고 믿었다. 아니면 적어도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다고 배웠다. 그러나 오늘 날 그들에게 다른 세대에 비해 기회가 현격하게 적거나 없다. 적어도 현재는 그렇다.

이번 팬데믹이 우리에게 보여준 대단히 중요하고도 명확한 사실은 망가지고 실패한 게 단지 하나의 세대가 아니라는 거다. 망가진 건 체제 자체다. 그를 위해 우리의 변화를 지지하고 고쳐갈 정치인에게 투표를 하자. -본문 9쪽에서-

당신이 잘못해서 그렇게 된 것이 아니다. 너무 열심히 살아서 부서지고 가루가 된 원인을 알고 싶은 독자들에게 권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서 와! 독서와 글쓰기는 처음이지? - 해외 살이 11년 차의 독서와 글쓰기 자기계발 성장기
김지안 지음 / 미다스북스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라는 매마른 우물을 가득 채우는 방법  

누구나 인생의 목표를 정하고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옳다. 하지만 목표라는 산을 오를 때는 올라가는 과정도 중요하다.

저자는 직장에서 정한 목표만 추구했던 지난날 알지 못했고, 알려고 하지 않았던 타인과의 관계에서 문제가 생겼다.

 

이 책은 목표를 향해 앞만 보고 갈 때 발생할 수 있는 일들 중 중요한 것 중 하나인 인간관계를 등한시했던 작가의 경험담과 독서, 글쓰기가 왜 중요한지 엮어나가는 내용이다.

 

작가는 닥쳐서 깨지고 난 후 자신에 대해 부족한 것을 알게 된 것을 독서와 글쓰기를 통해 극복하려고 했다. 그런데 두가지방법이 처음부터 가능했던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독서력이 없어 맨땅에 헤딩하면서 독서근육을 키웠다고 한다.

내용 중 작가의 책읽기 습관들이기와 쓰기에 대한 경험부분은 공감 가는 내용이 많았다.

자기계발서이지만 딱딱하지 않고 에쎄이처럼 말랑하다. 독서를 시작하려는 사람, 글쓰기를 시작하고 싶은데 방법을 알지 못해 고민한다면 읽어보면 좋겠다.

 

그런데 아쉬운 점이 한 가지 있다.

나는 독서와 글쓰기가 자기의 부족한 점을 채울 수 있다는 주장에 어느 정도는 동의한다. 책이 경험의 폭을 넓혀준다는 점에는 이의가 없다. 그러나 책으로만 배우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생각 한다. 특히 인간관계를 독서를 통해 배운다는 부분은 고개를 끄덕일 수 없다. 사람은 활자로만 표현할 수 없는 예상 밖의 무엇이 있다. 결국 책은 보조적인 역할일 뿐 직접 부딪혀보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상한 나라의 모자장수는 왜 미쳤을까 - 현대 의학으로 다시 읽는 세기의 고전
유수연 지음 / 에이도스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의학의 눈으로 다시 보는 신화와 고전

어렸을 때 읽었던 동화책, 신화와 고전들은 나에게 지식과 재미, 마법과 상상의 세계를 알려주었다

가끔 다시 읽을 때는 어렸을 때와 다르게 시대나 사회적 배경이라는 지식을 깔고 읽는데 그 시절 내가 볼 수 없었던 지점을 보게 해주어 또 다른 느낌을 준다.

이 책 <이상한 나라의 모자장수는 왜 미쳤을까>는 인터넷 서점의 신간을 훑어보다 발견했는데 긴 초록색 테이프로 모자를 형상화한의 표지가 현대적이고 기묘했다. 더해서 제목 보다 작은 글씨로 쓰여 진 현대 의학으로 다시 읽는 세기의 고전이라는 소제목은 작가가 내용의 어떤 부분을 의학적으로 보는지 나의 호기심을 더욱 부채질했다.

 

저자 유수연은 의과대학의 신경과부교수로 우리가 알고 있는 세기의 명작 28편을 의학적인 관점에서 새롭게 해석한다. 이 책은 작가가 의사의 눈으로 이야기를 읽고 쓴 두 번째 책이다.

특히, <피리 부는 사나이는 왜 녹색옷을 입었나>는 그림 형제의 <하멜른의 피리부는 사나이>를 재해석했다.

 

내용을 요약하면 어느 마을에 쥐떼가 출몰해서 피해가 크자 시장이 문제를 해결해 주는 사람에게 큰 상금을 걸었다. 이때 어떤 젊은이가 나타나 피리를 불어 쥐떼를 몰아내고 약속한 상금을 요구했는데 마음이 바뀐 시장이 거절했다. 그러자 젊은이가 피리를 불어 마을 아이들을 데리고 사라졌다는 이야기이다.

 

처음 읽었을 때는 피리에 매혹마법이 담겨있어 아이들을 유혹해 데려갔다고 생각했다.

지식을 쌓은 시절에는 그 시대에 쥐로 인한 전염병으로 생겨난 동화이고 얼마나 심각한 상황이었으면 이런 동화가 생겼을까 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나는 이 글을 읽고 또 다른 시각을 얻었다. 소리, 주파수의 진동에 근거를 만들어 피리소리를 쥐떼를 모으는 소리, 어른은 들을 수 없고 아이들만 들을 수 있는 소리로 해석했다. 들을 수 있는 집단을 선별해서 들려준다니 피리소리에 관한 다른 분석이 매우 독특했다.

 

얼마 전 TV에서 보았던 <고래와 나>라는 다큐에서는 고래가 소리로 의사소통을 하는 모습과 소리를 들려주었다. 고래들은 멀리 떨어져 있는 다른 바다의 고래와도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다고 했다. 그들의 소리는 각각 다르고 다양한 상황에서 사용한다고 하는데 소리의 힘이 정말 놀라웠다.

 

의학의 눈으로 분석한 고전을 읽는 동안 나에게 새로운 지식이 축적됐다. 그러나 글을 읽는 내내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것들이 있었는데 이제는 뚜렷한 질문으로 형상화됐다.

독서를 하면서 때로는 즐겁고 좀 더 많은 시간들은 등한시하지만 나는 책에게 무엇을 원하는가’, ‘어떤 책을 비판적으로 읽어야하나이다.

답을 찾는 동안에 내가 책을 읽는 것은 비판적 책읽기를 통한 생각의 스펙트럼을 넓히고 고급스런 어휘력을 위해서이며, 타인의 신발을 신어보고 싶어서라는 멋진 포장된 말일 것이다 .

더해서 솔직하게 똑똑한 사람이고 싶고 직접 갈 수 없는 많은 장소를 경비 절감하는 방법으로써 이고, 지적 허영을 만족시키고 싶다는 욕심도 있다할 것이다.

 

<이상한 나라의 모자장수는 왜 미쳤을까>는 여타 머리 아픈 책읽기에서 벗어나 좀 더 재미있고 흥미롭게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의학은 어려운 분야지만 이런 방식으로 접근한다면 재미없고 따분해하는 독서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다. 신화와 고전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권하고 싶다. 의학이라는 필터를 통해 고전을 만나고 독서 후 새로운 시각을 획득하게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