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만물의 공식 - 우리의 관계, 미래, 사랑까지 수량화하는 알고리즘의 세계
루크 도멜 지음, 노승영 옮김 / 반니 / 2014년 10월
평점 :
품절
예상할 수 있는 소재에서 예상하지 못한 해석이 무척 즐겁게 느껴진 책이다. 알고리즘, 혹은 알고리듬이라 총칭되는 프로그램 코드는 엄청난 위력을 지녔다. 논리적 흐름을 지녀 인간의 인지 능력을 모방하는 수준에 이르고 있고, 이미 많은 분야에서 인간 연산 능력을 뛰어넘는 기계와 장비가 시대를 이끌고 있다. 창의력으로 해석할 수 있는 저자의 알고리즘 시대 예측은 즐겁기도 하고 걱정도 되는 양면성을 지녔다. 일단, 인간 고유 범주라 여겼던 관계와 사랑이 데이터로 양적 해석을 보이고, 이를 토대로 계량된 개인의 특징은 특색을 잃고 무리 속에 빠져들고 만다. 이 점은 자아 정체성을 보존하고 자아 존중감을 보양하는 데 긍정적 효과보다는 부정적 효과를 야기한다. 어쩌면, 그 동안 인간만이 가능하다는 독단적 착각이 빗은 엄청난 실망인지 모른다. 이미 자연은 인간을 대체할 알고리즘이 존재해왔고, 논리학이 수면에 들어난 이후로 이런 변화는 기술적 발전과 병행해 언젠가 도래할 시기였다. 인문학자와 공학자의 충돌이라고 할 수 있고, 과거 산업화 시기에 러다이트 운동이 번졌던 것과도 동일한 맥락을 형성한다. 기계는 알고리즘, 인간은 무한 능력(감각과 이성)으로 양분하기에는 알고리즘이 인간의 수준을 너무나도 많이 쫓아왔다. 알고리즘이 베토벤, 모차르트 음악을 주사위 던지듯 만들어낸다는 건 역시 불가능이다. 물론 확률상 불가능은 없지만, 인간이 할 수 있는 여지는 충분지 존재한다. 만물의 공식이 알고리즘으로 될 수 있다는 점은 아직은 희망사항이다. 메모리와 마이크로프로세서를 보면 무어, 황의 법칙을 넘어선 어느 영역이 가시적으로 보이는 중이다. 객관성을 보장하는 알고리즘이 사회 전반에 신뢰를 형성하면, 가시적인 상황이 현실로 넘어오리라 예상한다. 책에서 소개된 내용 중 객관성과 범용성이 보장되면 반드시 사회에 질적 혜택을 가져올 판단 영역이 각광을 받지 않을까 생각한다. 수가 부족하고, 판단 자체가 쉽지 않는 판사의 업무를 알고리즘이 엄청난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당한 결과를 이끌어낸다면, 현재 부딪히고 있는 정의에 대한 사회적 판단 잣대도 바로잡혀질 것이다. 알고리즘이 개인의 영역에서 착각과 교만에 빠진 인간 고유성을 대체하지만 않는다면, 인간이 만든 알고리즘은 인간을 더욱 인간답게 만드는 데 일조할 수 있다. 그 시대를 응원하며 이 책을 밝은 마음으로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