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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오미 CEO 레이쥔의 창업 신화
후이구이 지음, 이지은 옮김 / 느낌이있는책 / 2014년 10월
평점 :
품절
킹소프트 상장에 걸린 시간보다 샤오미로 중국의 애플이 된 시간이 더 짧다는 의미는 레이쥔이 얼마나 발전 지향적 삶을 살아왔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성공 가도를 걸었던 사람이 지쳐서였는지 혹은 재도약을 위해서였는지 모르지만, 상장 후 바로 은퇴라는 사실만 봐도 그의 대범함이 예사롭지는 않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샤오미는 중국 저가 브랜드 스마트폰 쯤으로 폄하했는데, 마케팅과 잠재된 팬덤 효과에 힘입어 중국판 애플로 격상했다. 홍미폰도 나오며 시리즈화되고 있어 관심도 점차 폭증하고 있다. 창업주의 엄청난 내공이 샤오미를 지키고 있는 한 당분간 성장할 수밖에 없는 샤오미라 믿음도 단단해진다. 레이쥔은 우한대학교를 2년만에 졸업하고 중소기업에 취직했다. 당시 IT업계가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개발자 코스를 밟았다. 무지막지한 개발 능력으로 빌게이츠의 오피스가 나오는 시기에 맞춰 중국판 오피스를 내놓았다. 개발 기간만 5~10년에 가까웠기에 레이쥔의 기대는 컸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했다. 마이크로소프트에 밀려 짝퉁으로 취급받는 지경에 놓였고, 하루 16시간씩 개발에 매달렸던 레이쥔도 당시 지나치게 실망해 모아놓은 돈으로 주점이나 하고 싶다고 토로했을 정도다. 코딩은 생각보다 사람을 예민하게 만든다. 지금은 여러 개발툴이 오류를 미연에 잡아주고, 애자일 형태의 개발 프로세스때문에 협업도 용이해졌지만, 당시에는 그런 툴도 없었기 때문에 정말 노역이 따로 없었을 것이다. 200백줄에 이르는 코딩은 한 번 오류가 터지면 디버깅하기가 솔직히 불가능한 정도다. 업데이트도 어렵고, 수정은 아예 꿈도 못꾼다. 그런 개발 분야에서 22살부터 경력을 다져온 그도 샤오미에서는 다른 분야의 잠재력에 눈을 떴다. 마케팅이다. 스티브 잡스를 존경하는 그는 프레젠테이션 시기에 잡스를 따라하는 의상으로 등장해 짝퉁이라는 오명에 휘둘리기도 했지만, 그의 명확한 기업 철학이 드러나는 까닭에 애플에 열광하는 중국 팬들을 끌어들이는 효과도 가져왔다. 마케팅 효과덕분에, 그리고 저가 대비 고품질로 인해 선주문이 수량 대비 600%를 윗도는 결과를 이뤄냈다. 레이쥔도 실패는 했다. 하지만 두려워하진 않는다. 샤오미의 첫 버전은 언론의 조롱거리에 지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제대로 된 기능도 없고 디자인도 평범했기 때문이다. 애플과 경쟁을 선포한 레이쥔은 애플이 집중하는 디자인 영역 대신 품질에 승부를 두고 있다. 레이쥔은 IT업계를 이끌던 사람인데, 모바일 영역이 IT 텃밭이 되면서 그의 영역이 하드웨어로까지 넓어졌다. 손정의와 함께 미래를 10년 전에 예견한 이야기도 짧게 등장한다. 오랜 시간 숙고한 후 마흔 살에 새롭게 도전한 그를 보며 다시 마음이 꿈틀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