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딴방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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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사실도 픽션도 아닌 그 중간쯤의 글이 될 것 같은 예감이다. 하지만 그걸 문학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인지, 글쓰기를 생각해본다, 내게 글쓰기란 무엇인가?하고 -P15쪽- 
 
조금 우스운 소리지만 나는 가끔 이런 상상을 해본다. 내가 작가가 된다면? 이라고, 그렇다면 나는 어떠한 이야기를 쓸 수 있을까? 가장 좋은 글감은 경험담 이다. 라고 했던 누군가의 말을 생각하며 이어 생각에 잠긴다. 나의 연애담? 을 떠올리니 현재의 남자친구가 걸린다. 나의 성장기? 를 떠올리니 숨기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다. 라는 생각을 내가 로또 1등이 된다면? 정도의 횟수로 해봤던거 같다. 

그런데 신경숙의 <외딴방>을 읽기 시작하며 몇페이지 넘기지 않아 등장한 사실도 픽션도 아닌...... 이라는 글귀는 다름아닌 내가 가끔씩 해오던 생각의 해답이었다. 그리고 아직 중간도 읽지 못한 소설 <외딴방>이 어쩌면 전적으로 사실 그대로 쓰인 글일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숨기고 싶었고, 들키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그녀는 글을 시작하면서도 글을 마치면서도 재차 강조했을 것이라고 말이다. 

이 글은 사실도 픽션도 아닌 그 중간쯤의 글이 된 것 같다. 하지만 이걸 문학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인지. 글쓰기를 생각해본다. 내게 글쓰기란 무엇인가? 하고.-P424-

외딴방과의 재회
머릿속에 문장들이 글로의 변환을 재촉하며 두통을 일으킬 땐 어느곳에 누구와 있던 급하게 집으로 들어가 글을 쓰던 작가 신경숙이 글을 쓰러 제주도에 와 있다. 그런데 이번에 나는 내 스타일을 버린다. 집을 버린다 -P17-  그녀가 버린 것은 스타일이 아니다. 그녀 안에 가둬 두었던 무거운 짐 일 것이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외딴방 속에 꾹꾹 눌러 돌덩이를 얹어 닫아 놓았던 열여섯, 열일곱, 열여덟, 열아홉의 그녀 일 것이다. 있었지만 없었던, 그리고 함구 해야만 했던 잃어버린 4년의 시간을 내려 놓으며, 이제 그녀 스스로 그 문을 열려고 한다. 

<외딴방>은 현재의 작가 신경숙과 외딴방의 신경숙의 모습을 교차시켜 보여준다. 작가 신경숙과 열여섯 신경숙의 만남은 단순한 회상이 아닌 실제 과거로의 여행이다. 이는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와의 화해와 이해를 이끌어 내며, 동시에 독자로 하여금 잃어버린 시간을 부드럽게 연결할 수 있게 해주는 장치적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작가 신경숙에게는 과거형을 과거 신경숙에게는 현재형에 시제를 부여함으로서, 과거의 나를 고스란히 눈앞에 걸어다니게 만든다. 

작가 신경숙에게 걸려온 전화 한통이 잠들어 있던 그녀의 기억을 깨운다. 영등포 신대방동 장훈 고등학교 뒤편에 있었던 영등포 여고 산업체 특별학급 동창 하계숙. 

전라북도 정읍,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못한 열여섯의 소녀 신경숙, 쇠스랑에 찍힌 발등의 아픔도 잊은 채  엄마가 처방한 쇠똥을 발등에 대고 큰오빠에게 편지를 쓴다. "오빠 나좀 이곳에서 빨리 데려가줘"-P19- 라고. 쇠스랑에 구멍이 뚫린 발바닥이 무감각 할 만큼 열여섯 신경숙의 서울행은 간절하다. 

낮에는 동사무소에서 일하며 밤에는 법대생인 큰오빠의 부름에 열아홉의 외사촌과, 열여섯의 신경숙은 서울에 입성하게 된다. 더이상 동네에서 가장 넓은 마당을 가진 가운뎃집의  딸 신경숙은 없다. 이제 그녀의 집은 30여개의 방이 따닥따닥 붙어있는 가리봉동의 외딴방이다. 도시는 그녀의 신분을 하락 시킨다. 

80년대 노동계급
동남전기 주식회사 스테레오과 에이라인 1번 과 2번 이것은 열여섯의 신경숙과 그녀의 외사촌의 또다른 이름이다. 일을 해야만 그녀들은 '산업체특별학급' 이라는 제도를 통해 고등학생이 될 수 있다. 유신말기 공단의 노동자들의 대부분은 부당한 대우와 부당한 임금에 허우적 거리며 살아야만 했다. 공장상사의  유린, 임금체불, 그 안에서 일어 나는 노사간의 불합리한 갈등은  공장내 노조를 형성하게 했고, 이들노조는 더욱더 철처히 짓밟힌다. 80년에 태어난 나는 그때 당시의 글이나 영상을 접하면 도대체 저때는 어떻게 저렇게 살았을까? 라는 생각에 가슴 한 가득 빠져나올 틈조차 없는 연기를 머금고 있는 것 같은 답답함이 든다. 

소설 끝부분 '외딴방이 묻는 것과 이룬것' 이라는 제목의 백낙청 문화평론가의 해설에 그는 공장에서 일어나는 호남출신 등의 지역감정의 발로가 전혀 없고 노동자들간에 싸움이나 다툼등이 등장하지 않고 모두들 너무나 온순하고 착한 모습인 것에 아쉬움을 품었었다. 하지만 나의 생각은 다르다. 공장 인물들의 온순하고 착한 모습, 그리고 공장내 갈등과 노조의 갈등등에 깊게 파고 들지 않은 것은 신경숙 그녀가 불과 열일곱 열여덟의 소녀 였기 때문이다. 왜 투쟁해야 하는지, 그녀보다 네 다설살이 많았던 노동자들이 왜 투신을 했어야 했는지 뼈속깊이 그 이유를 공감하지 못했던 소녀 였기 때문일 것이다. 

80년대 노동계급인 그녀와 그녀의 사촌 그리고 공장동료들, 낮에는 회사를 다니고 밤에야 학교를 다닐 수 있었던 산업체특별학급 친구들 나는 야간고등학교가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회사를 다니며 고등학교를 다니는 학생에 대한 것은 사실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스물넷 다섯의 나이에 고등학교 졸업장을 위해 교복  입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던 그녀보다 네 다섯살이 많았던 그녀의 친구들, 나는 잠시 그래도 그녀는 제 나이때 학교를 다닐 수 있어 다행이다 라는 생각을 했다. 그녀들이 힘들게 견녀내야 했던 고등학교 생활, 어두운 노동자들의 현실의 그 학교마저 중도포기 해야 했던 친구들... 주간학생들의 시선, 그녀들에게 얼마나 상처가 됐을까? 가슴이 아프다.

나는 95년 연재 당시에도 작가 신경숙 그녀가 졸업한 영등포여고 산업체특별학급이 아직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95년은 내가 중학교 3학년이 되던해이고 곧 고등학생이 되던 96년에도 산업체특별학급 이라는 것이 존재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학교의 존재 조차 몰랐던 나는 낮에는 회사를 다니며 밤에는 고등학교를 다니던 그녀들이 같은 세대에 살았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으며, 갑자기 가해자가 된 기분이다. 누군가 묵묵히 그곳에서 생활하고 있었음을 우리는 왜 알려고 하지 않았을까? 


꿈 그리고 희생  
시골을 떠나오던 외사촌과 신경숙은 각각 사잔작가와 글을쓰는 작가라는 꿈을 가지고 있었다. 살아가면서 만나는 여러 사람들은 가끔 우리의 인생의 행로를 크게 휘저어 바꿔 놓거나 가지고 있던 꿈의 희망을 짓밟기도 한다. 열일곱 신경숙에게 막연한 작가의 꿈을 실현 가능케 했던 중계자들이 있다. 영등포여고 최홍이 국어 선생님, 그리고 그녀의 큰오빠. 반성문을 써온 그녀의 글솜씨를 보고 소설가가 되기를 권유했던 최홍이 선생님은 열일곱 그녀에게 책 한권을 선물한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공>, 그리고 그녀의 큰오빠, 큰오빠의 희생은 가히 눈물겹다. 그녀의 큰오빠는 동생들을 위해 방위의 신분으로 가발을 쓰고 학원강사를 하며, 그녀들의 가장 노릇을 톡톡히 해냈을 뿐만 아니라, 그녀의 대입 준비를 지원한다. 80년대 노동층의 모든 사람들이 그랬듯, 가족의 한사람이 자신의 젊음을 희생했어야만 나머지 가족들의 생활이 가능했었기에. 이에 큰오빠는 자신의 젊음을 동생들에게 양보한다. 

그녀 외사촌의 사진작가의 꿈은 공장으로 실습나온 공고생에 의해 깨진다. 외사촌이 흠모하던 공고생은 외사촌이 공순이라 싫다고 한다. 이에 외사촌은 공장을 그만두고, 전화교환원이 되려한다. 그녀가 막연히 간직했던 사진작가의 꿈은 공순이에서 벗어나는 것으로 바껴 버린다. 그녀의 꿈은 또 한가정의 한사람이 자신의 젊음을 희생해야만 했던 시대의 비극에 굴복하듯 시골에서 내려온 외사촌 동생의 뒷바라지로 인해 멀리 보내고 만다.  

글을 읽다 보면 외사촌과 신경숙의 큰오빠나 셋째오빠의 이름은 등장하지 않는다. 마치 신경숙 중심 가까이 원을 그려 서 있는 것 처럼 그녀의 누구, 누구로만 등장할 뿐이다. 특정한 인물 누구가 아닌 그 시대의 큰오빠, 그 시대의 셋째오빠, 그 시대의 열아홉 스물의 여인을 대변하듯 말이다. 

외딴방과의 이별
그녀가 외딴방을 기억해 내기 힘겨워 했던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희재언니 때문일 것이다. 초반부터 희재언니의 죽음을 짐작케 했던 작가 신경숙의 글은 희재언니의 부재를 회피한 채 이야기를 끌어가지만 결국 소설 후반부에야 이를 토해내고 만다. 희재언니의 죽음에 방조자가 되어버린 열아홉의 신경숙은 짐도 챙기지 않은 채 외사촌과 외사촌 동생이 사는 집을 향해 도망친다. 그리곤 다시는 외딴방을 찾지 않는다. 어쩌면 희재언니는 외딴방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에서 주인공의 엄마가 부엌 그 자체였듯이, 

나의 외사촌과 나는 그곳을 떠나야 했기에 하고 싶은 게 많았고 되고 싶은게 뚜렷했고 소유할 수 없으나 갖고 싶은 게 많았다......그러나 희재언니는 아니다. 그녀는 그녀 자신이 그 골목이다. 그곳의 전신주이고 구토물이고 여관이다. 그녀는 공장 굴뚝이며 어두운 시장이며 재봉틀이다. 서른일곱 개의 외딴방들이 그녀, 생의 장소다.-P331~332-

열아홉의 신경숙은 그날 외딴방에 문을 닫아 버렸다. 산업체특별학급 출신의 숨기고 싶은 과거, 지독했던 가난함, 묵인했던 큰오빠의 희생, 그녀의 친구이자 언니들이었던 노동자들의 절규와 아픔, 그리고 외딴방 그 자체였던 희재언니를 .... 모두 외딴방속에 꼭꼭 넣어 묻어버렸다. 그리고 다시는 열지 않았었다.

외딴방과의 화해
작가 신경숙은 외딴방이라는 소설을 통해 그녀의 열여섯, 열일곱, 열여덟, 열아홉의 잃어버린 4년과 화해한다. 그리고 인정한다. 그 4년의 시간이 어느 여공의 이야기가 아닌 바로 자신의 이야기라고 그게 작가 신경숙의 십대 였노라고. 

외딴방은 표면적으로는 작가 신경숙이 보낸  4년의 장소에 불과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녀의 치부이기도 했다.

누구에 것이 더 크다 할 수 없으나, 우리는 누구나 외딴방을 가지고 있다. 나는 잠시 나의 외딴방을 적다가 다시 지웠다. 나의 외딴방을 열 자신이 아직 나에겐 없는 듯 하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나의 무엇과 무엇과 무엇이 나의 외딴방이라는 것을, 그리고 언젠가 작가 신경숙이 소설 <외딴방>으로 이뤄낸 것 처럼 나도 나의 외딴방과 온몸으로 마주할 날이 오기를 바라며 두려움과 기대를 가져보려 한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자신의 외딴방에 문을 열수 있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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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니 - 공지영 장편소설
공지영 지음 / 창비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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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제 이름은 강인호 입니다. 행정실장이 나가고 그는 서툰 수화로 천천히 이야기를 꺼냈다. 어제 학교에서 처음 마주쳤을 때 그를 보고 도망 가버린 과자를 먹던 아이도 보였다. 그가 서툴게나마 수화를 하는 모습을 보자 아이들의 흰가면 같은 얼굴들 위로 작은 파문이 일었다. 좋은 시작이었다.-P29-

 
지난해 닥친 불경기의 여파로 실직자가 된지 6개월째인 강인호는 아내 동창 일가가 이사장으로 있는 무진 자애학원의 기간제 교사로 임시발령을 받게 된다. 자애학원은 청각장애, 지적장애 등에 장애를 이중 삼중으로 가지고 있는 학생들이 다니는 장애학교이다. 공지영의 소설 도가니는 기간제 교사 강인호의 눈에 비친 자애학원 안팎의 거짓과 위선과 폭력을 그리고 있다. 

 

도가니는 소설 초반부터 불편하고 충격적인 진실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자애학원의 설립자 이준범의 쌍둥이 아들인 교장 이강석과 행정실장 이강복 그리고 생활지도교사 박보현은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어린 학생들을 상대로 수년간 성폭행이라는 끔찍한 일을 벌여왔다. 성폭행을 당한 아이들이 그 순간을 회상하며, 힘겨운 고백을 해 나갈 때 나의 심장은 미칠듯이 방망이질 쳐댔고, 나의 목은 마치 가시가 걸린듯이 침이 삼켜지지 않았다. "이건 소설이니까. 그래 어디까지나 이건 소설이니까" 라고 자신을 달랬음에도 불구하고 피가 거꾸로 솟는 듯한 느낌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소설을 다 읽고 난 후 '작가의 말'을 읽으며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 모든내용은 몇해전 광주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일을 바탕으로 한 것이었다. 이것이 실화라는 것이 믿겨 지지가 않았고 나는 더러운 기득권자들의 행태와 말못하고 가진 것 없는 자들에 안쓰러움에 대한 울분을 견디지 못해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이야기의 1막이 추악하고 불편하기 그지없는 진실의 고백 이라면, 2막은 더러운 죄질에도 불구하고 기득권자들을 처벌대에 올려 놓는 것이 하늘의 별 따기 만큼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강석, 이강복 형제는 무진에 위치한 영광제일교회에 장로이자 절실한 기독교 신자이다. 또한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는 장애우들에게 보금자리를 마련해 준 인자한 중년의 남성들이다. 마지막으로 엄청난 재산의 소유자로서 무진의 실세이기도 하다. 이는 이강석, 이강복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이며, 그들을 포장하고 있는 포장지이다.

얽히고 설킨 권력의 상호관계 속에서 법은 그저 휴지조각에 불과하거나, 쉽게 깨어버릴 수 있는 저녁식사 약속과 같을 뿐이다.

이 책을 만나기전 공지영 작가는 내 관심작가 안에 들어있는 작가들 중 한사람에 불과 했다. 하지만 나는 아무래도 공지영 작가를 많이 좋아하게 될 것 같다. 몇해전 기사에 등장한 한줄을 보고 써내려 갔다던 글은 그야말로 대단했다. 그 안에는 바람보다 스산한 순수한 아이들이 있었고, 권력과 잘못된 부의 축적의 노예들이 있었다. 그걸 깨고자 노력하는 이들이 있었고, 그것을 덮고자 자신의 양심을 버린 이들도 있었다. 진실은 결코 우리를 배반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진실이 아닌 현실을 즉시하고 눈을 뜰 것인지, 눈을 감을 것인지, 등을 돌려 버릴지를 결정 해야만 한다.

짙은 안개의 도시 무진은 보일듯 말듯한 기득권자들의 더러운 도시를 상징하기도 하고 인간의 권리와 옳고 그름에 대한 부르짖음이 안개속에 묻히는 것을 상징하기도 한다. 전라도 광주 무진, 나는 무진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 앞으로 무진? 이라고 누군가 말한다면 아마도 공지영의 도가니를 떠올리지 않을까 싶다. 공지영이 김승옥의 '무진기행'에서의 무진을 떠올렸듯이 말이다. 

안개도 오래 겪다보면 앞이 보입니다. 이 세상은 늘 투명하고 맑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인간들에게 안개는 장벽이겠지만, 원래 세상이 안개 꼈다고 생각하면 다른 날들이 횡재인 거죠. 그리고 가만히 보면 안개 안 낀 날이 더 많잖아요?- P25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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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커스 - 탐욕과 공익의 두 얼굴
마틴 메이어 지음, 이현옥 옮김 / 지식노마드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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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욕과 공익의 두 얼굴 
 

미국 은행 역사 100년 속에 감춰진 은행의 두 얼굴 과연 꿀인가 독인가?
세계의 경제는 모두가 이자라고 말할수 있을만큼 돈에 순환에서 생기는 이자의 놀이터 이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그 이자의 놀림은 온전히 은행의 몫이었다.하지만 2009년 현재 은행의 거대함은 제2금융들의 등에 밀려 휘청거리고 있다. 

세계 돈의 흐름에 무지했던 소시민 박씨인 나는 얼마전 국내 최고의 월급 직장인이 은행원이라는 통계를 보고 화들짝 놀랐다. 이유인즉 은행원이 그렇게 대단하다고 생각해 본적이 단 한번도 없기 때문이다. 왜들 은행에 취직하지 못해 안달인지도 이해하지 못했고, 왜 은행에 취직하는데 4년제 대학학위가 필요한지도 몰랐던 나다. 그저 고객응대하고 돈받고 입금시키고 돈꺼내주고 정도의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리 대단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은행원의 월급여가 1000만원에 호가하며, 국내 직장인 연봉 넘버원 이라는 것이다. 도대체 은행이란 어떤 곳인지, 또한 그곳에서 담당하는 역할이 얼마나 거대한 것인지 궁굼해졌다.

뱅커스란 책은 460페이지에 달하는 결코 적지 않은 분량으로 읽기 자체에 부담을 주기는했으나, 은행의 역사와 역할 그리고 미래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담고 있어 나의 궁굼증을 해소하기에 충분한 책이었다.  

Part 1 돈의 경제학
돈이란? 인간이 만들어낸 발명품 중 가장 오래되고 가장 유용한 것으로, 교환수단이자 가치척도이며 가치의 저장 수단이기도 하다.

화페의 발행은 일종의 정치적 행위이다. 로마의 동전에는 로마 황제들의 초상을 새겼다.하지만 이는 단순히 관련 인물들의 허영심을 충족하려는 목적 때문만은 아니었다. 교환수단으로 공식 화페를 유통하는 일은 통치권의 핵심 요소로 손꼽힌다.-P55-

Part 2 은행 100년의 발자취
은행업은 시대에 뒤떨어진 유통 제도 이다. 은행 역시 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그러나 모건스탠리와 같은 일부 은행은 어떻게 변해야 할지 알고 이지만 다른 은행들은 그저 필요성만 절감할 뿐이다. - 조지 케니, 메릴린치 부사장 -

요즘 국내뿐 아니라 국외 또한 은행에 저축을 하려는 사람은 드물다.더이상 은행은 부를 축적하기 위한 이용수단이 되지 못한다.3년을 기다린 만기적금의 이자를 기대하자니 3년동안 줄어든 돈의 가치로 인해 안하느니만 못한 저축이 되어버렸기때문이다. 초기 은행의 모습은 저금리 대출과 나쁘지 않은 고금리 저축 이자를 얻는 다는 데에 두마리 토끼를 잡는 듯한 모습을 보여왔다. 하지만 현재은행의 실패는 소시민들을 외면한 높은 대출문턱을 가진 대부업의 모습만을 가지고 있는 듯 하다. 

Part 2 에서는 은행은 진화, 대부자로서의은행, 새로운 질서를 향한 합종연횡, 은행이 낳은 파생상품들과, 나쁜 본보기인 베어릴 붕괴의 진실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Part 3 정부 규제의 과거와 미래
미국 정부의 은행사의 가장 큰 비극은 1980년대와 1990년대 초에 발생했던 저축대부 조합의 붕괴라고 할 수 있다. 정부가 부담해야 할 연방저축대부보험공사의 채무에 대한 이자로 미국 납세자는적어도 3천억 달러의비용을 부담해야 했다. 그러나 이 사건의 진실은 병의 원인을 알면서도 고의로 오진을 한 정부의 관리체제에 있었다. 

은행감사,밀실 속의정보를 공개하라
은행 감사는 결국 은행의 자산가치를 평가하는것이라 말할 수 있다. 은행은 은행의부실을 숨기기 위해 이익을부풀리고 또한 정부는 이를 살짝 눈감아 주기도 한다.이는 결국 은행의 붕괴를 가져오게 되고 그 손실은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으로 돌아가게 되고 만다. 

이 책은 경제에 관련해 해박한 지식이 없는 사람도 쉽게 접근 할 수 있도록 보다 구체적인 예를 제시하고 있으며, 그 설명또한 어렵지 않다.  공익과 탐욕의 두 얼굴을 가진 은행은 과연 앞으로 어떻게 변화해 나갈 것인며, 세계경제와 우리경제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 것인가? 에 대한 물음과 그에대한 대답도 빼놓지 않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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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꼭 알아야 할 외래어 상식 220가지 - 지성in을 위한 외래어 상식사전
박영만 지음 / 프리윌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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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하루종일 외래어를 사용하지 않고 대화를 해야 한다는 미션이 주어진다면 아마도 우리는 몇마디 하지 못하고 멈추고 또 멈추고를 반복해야 할 것이다. 나조차도 지금 위에 짧막한 문장을 완성하면서 '미션'이라는 외래어를 사용 했으니깐 말이다.
 
외래어[外來語]란 외국에서 들어온 말로 국어처럼 쓰이는 단어를 일컫는다. 
  
이처럼 외래어는 너무 많이 그리고 자주 사용하여 마치 이 단어가 외래어라는 것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단어들 일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의 김치가 외국에 나가서도 그대로 김치로 불리우는 것 처럼 외국 고유의 사물을 가르켜 그 고유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할 때에만 사용되어야 바람직 할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현주소는 그렇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부끄러운 이야기 이지만 나 또한 위에 글을 쓰면서 나 자신도 모르게 '미션'이라는 단어가 불쑥 튀어나왔고 '아차차 이건 외래어지'라고 생각하며 우리나라 말로 이걸 뭐라고 써야하나?? 라고 한참을 생각했으니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든 생각이지만 '미션'은 아마도 임무라고 변경했었어야 할 것 같다.

더욱더 부끄러운 것은 우리는 대화도중 불필요한 외래어를 남발하는 이를 보고 똑똑하다 멋있다. 외국물좀 먹었나보다 라며 동경의 눈빛으로 두손을 모으고 바라 보기까지 한다. 가끔은 이건 이런 상황에서 쓰는게 아닌데;;; 라는 생각의 외래어를 불쑥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어 속으로 엄청 비웃어 줄때도 있다. 여기 그런 이들에게 읽어보라고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 있다.

<누구나 꼭 알아야 할 외래어 상식 220가지>는 우리말 화 되다시피 한 외래어의 어원과 유래, 역사와 쓰임새까지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개그(gag)
우리가 생각하는 개그는 tv에서 보는 개그콘서트라는 프로그램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재미, 혹은 사람들을 우껴주는 행동? 등의 뜻으로 알고 있다. 이 개그의 어원은 목에 이물질이 걸렸을 때 '캑(gag)'하고 소리를 지르는 의성어에서 유래했다. -P15-

베테랑(veteran)
베테랑은 현재에는 '노련미를 갖춘 전문가'를 일컫는 말이다. 이 말의 어원은  로마의 '고참병 부대'를 일컫는 라틴어 베테라누스가 프랑스어로 유입되어 '어떤 분야에 오랫동안 종사하여 기술이 뛰어난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발전했다. -P116-

파라솔(parasol)
파라솔은 라틴어로 '막다'라는 뜻의 (para)와 '태양'을 뜻하는 솔라(solar)가 합쳐져서 만들어진 말로 파라솔라에서 유래한 프랑스어이다. 이와 같이 '태양 빛을 막는다'는 뜻의 라틴어 파라솔라가 이탈리아어 파라솔레와 프랑스어 파라솔을 파생시켰고, 프랑스어 파라솔이 세계화되었다. -P269-

책을 통해 알게된 거지만 파자마 또한 외래어라고 한다. 나만 몰랐던 것인가? 난 파자마가 외래어라고 생각해 본적이 없다. 왠지 시골 우리 어머니들이 즐겨입는 잠옷과 같은 파자마는 무언가 토속적인 냄새가 물씬 풍겼기에 우리말인지 알았는데 배신이 아닐 수 없다. 뭐 나의 무지에서 비롯된 오해이긴 하지말 말이다. 

파자마(pajamas)
파자마는 페르시아어로 '다리'를 뜻하는 파이(pai)와 '옷'을 뜻하는 자마(jama)가 합쳐져서 만들어진 말로, 어원 그대로 '다리를 감싸는 옷'이 된다.-P272-

언젠가 TV 프로그램 '미녀들의 수다'에 출연한 외국인 출연진이 이런말을 한적이 있다. "핸드크림이 한국말로 무엇인지 너무 궁굼해서 아무리 사전을 찾아도 그냥 핸드크림 이라고 써있고 이상해요" 라는 것이었다. 많이 부끄러웠다. 아름다운 우리말이 많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세계화에 발맞춰야 한다는 허울뿐인 변명을 들먹이며 지나친 외래어를 남발해댄다. 뿐만 아니라 요즘 나에게 거슬리는 것이  하나가 더 있다. 이건 외래어도 아닌 한국말을 외국어처럼 부르는 우리의 아이돌 가수분들의 발음이다. 내 기억으로 빅뱅의 거짓말부터 시작되지 않았나 싶다. 왜 거짓말을 "그어쥣마알~ " 이렇게 부르는지, 그 이후 우리 아이돌분들은 영어도 아닌 한국어 가사를 영어처럼 부르기 시작하셨다. 후 .. 고귀하신분들이 그러시면 우리 아이돌 따르는 빠~라 지칭하는 학생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은 당연하다. 아름다운 우리말을 지키기 위해 공인들이 솔선수범을 해줬으면 하는 바램이다. 

이 책은 정확한 외래어의 유래와 설명에 언제든지 쉽게 쉽게 꺼내 볼수 있을만한 유용한 책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외래어의 설명과 동시에 우리말로 바꿔쓸만한 단어를 추천해 줬더라면 하는 조금은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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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 - 공지영 에세이
공지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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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사소한 것들이 우리를 살게 만든다.

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는 작가 공지영이 한겨레 신문에 연재 했던 소소한 이야기 들을 한권의 책으로 묶어 놓은 그녀의 에세이 집이다.

전작들의 무거움을 떨치고 싶었던 그녀는 절대로 가벼운 것들만을 다루겠다는 일념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고, 이전의 그녀의 작품에서 느껴볼 수 없었던 그녀만의 유머와 삶과 소통하는 편안한 마음과 만날 볼수 있는 책이다. 
 

그녀의 에세이는 하루하루를 재료삼아, 그녀의 시선을 양념삼아 맛있는 글로 독자들에게 진수성찬을 내어준 것만 같다. 

1부 울고 싶을 때 그를 생각하면 힘이 난다.
그녀는 참 인복이 많은 사람이다. 그녀의 주위엔 아름다운 사람들이 너무 많다. 그녀의 생각이 아름답기 때문일까?  실은 소띠는 한명밖에 없는 그녀의 소띠클럽 친구들, 지리산 중턱의 살며 자연과 하나됨을 거부 하지 않는 그녀의 지리산 친구, 그녀를 살게 하고 그녀를 웃게 하고, 그녀 자신을 초라하게도 대단하게도 만들어 주는 그녀의 친구들은 그녀의 글감으로도 그녀 인생의 조연으로도 기꺼이 참여해주는 동지들이며, 또한 각자의 삶을 묵묵히 살아나가는 우리시대의 평범한 친구들 이다. 우리는 그 평범함 속에 배우고 또 웃는다.

 : 산골에 살면 좋기는 하겠지만 이제 겨울이니 좀 힘들겠네?

시인: 힘들긴 하지만 나는 그래도 좀 나은 편이야.

: 그래? 다른 사람들 사정이 더 나쁘나?

시인: 아니, 사람은 그럭저럭 살지만, 너구리,오소리,멧돼지,산토끼 들은 정말 힘들지.

:%%%%%$$$$$##(대체 어떻게 이런 사람이 다 있을까?) -P58- 

 

2부 마음에도 근육이 있다.
우리는 원하든 원치않든 상처입히고 상처 입으며 살아간다. 세번의 이혼과 각기 성이 다른 세 자녀의 엄마인 작가 공지영의 사생활은 수많은 호사객들의 입에 올라 떠돌며 그녀의 마음에 가시의 모습으로 다시 돌아오곤 한다. 가시들에게 더이상 내어줄 자리가 없는 그녀의 마음은 어느덧 근육이 생겨 단단해 졌다. 나도 마음에 근육을 기르면 상처를 조금 덜 받으려나? 그러기엔 그전에 수많은 가시돋힌 시선과 말들을 견뎌내야 하겠지만 말이다. 

3부 사소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자유를 허하라
사소한 이야기만을 하기엔 세상이 너무 무겁다. 한겨레의 넘길 원고를 끄쩍이던 그녀에게 딸 위녕을 통해 경찰이 촛불시위를 하는 시민들에게 물대포를 쏘고 폭력을 가한다는 말을 듣게 된다. 그녀의 마음은 이내 무거워 진다. 그녀의 마음도 그렇겠지만 나또한 무거운 이야기들로 가득찬 뉴스와 신문을 접하고 있자니 더이상 헛헛증을 참아 내기가 힘들어 진다. 

살아간다는 것은 결코 가볍지 않다. 어쩌면 세상에서 제일 무거운 것이 눈꺼풀이 아니라 삶 그 자체 일지도 모르겠다. 요즘 나는 그야말로 즐거울 일이랄 것이 존재 하지 않는 사람인 것만 같다. 그런 나에게 18년의 삶을 먼저 경험한 선배 공지영의 부질없는 이야기들은 중요한 것과 가벼운 것에 대한 나의 고정관념을 허물게 해줬다. 

삶의 우선순위와 즐거움과 고통은 타인의 잣대에서 결정 짓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당신 스스로가 만들어 나가는 것이기에 그대의 우울도, 그대의 기쁨도 온전히 당신이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제 아주 가벼운 깃털이 되어 날아갈 것인지, 무거운 돌덩이가 되어 당신의 가슴을 짓이길 것인지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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