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 - 공지영 에세이
공지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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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사소한 것들이 우리를 살게 만든다.

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는 작가 공지영이 한겨레 신문에 연재 했던 소소한 이야기 들을 한권의 책으로 묶어 놓은 그녀의 에세이 집이다.

전작들의 무거움을 떨치고 싶었던 그녀는 절대로 가벼운 것들만을 다루겠다는 일념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고, 이전의 그녀의 작품에서 느껴볼 수 없었던 그녀만의 유머와 삶과 소통하는 편안한 마음과 만날 볼수 있는 책이다. 
 

그녀의 에세이는 하루하루를 재료삼아, 그녀의 시선을 양념삼아 맛있는 글로 독자들에게 진수성찬을 내어준 것만 같다. 

1부 울고 싶을 때 그를 생각하면 힘이 난다.
그녀는 참 인복이 많은 사람이다. 그녀의 주위엔 아름다운 사람들이 너무 많다. 그녀의 생각이 아름답기 때문일까?  실은 소띠는 한명밖에 없는 그녀의 소띠클럽 친구들, 지리산 중턱의 살며 자연과 하나됨을 거부 하지 않는 그녀의 지리산 친구, 그녀를 살게 하고 그녀를 웃게 하고, 그녀 자신을 초라하게도 대단하게도 만들어 주는 그녀의 친구들은 그녀의 글감으로도 그녀 인생의 조연으로도 기꺼이 참여해주는 동지들이며, 또한 각자의 삶을 묵묵히 살아나가는 우리시대의 평범한 친구들 이다. 우리는 그 평범함 속에 배우고 또 웃는다.

 : 산골에 살면 좋기는 하겠지만 이제 겨울이니 좀 힘들겠네?

시인: 힘들긴 하지만 나는 그래도 좀 나은 편이야.

: 그래? 다른 사람들 사정이 더 나쁘나?

시인: 아니, 사람은 그럭저럭 살지만, 너구리,오소리,멧돼지,산토끼 들은 정말 힘들지.

:%%%%%$$$$$##(대체 어떻게 이런 사람이 다 있을까?) -P58- 

 

2부 마음에도 근육이 있다.
우리는 원하든 원치않든 상처입히고 상처 입으며 살아간다. 세번의 이혼과 각기 성이 다른 세 자녀의 엄마인 작가 공지영의 사생활은 수많은 호사객들의 입에 올라 떠돌며 그녀의 마음에 가시의 모습으로 다시 돌아오곤 한다. 가시들에게 더이상 내어줄 자리가 없는 그녀의 마음은 어느덧 근육이 생겨 단단해 졌다. 나도 마음에 근육을 기르면 상처를 조금 덜 받으려나? 그러기엔 그전에 수많은 가시돋힌 시선과 말들을 견뎌내야 하겠지만 말이다. 

3부 사소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자유를 허하라
사소한 이야기만을 하기엔 세상이 너무 무겁다. 한겨레의 넘길 원고를 끄쩍이던 그녀에게 딸 위녕을 통해 경찰이 촛불시위를 하는 시민들에게 물대포를 쏘고 폭력을 가한다는 말을 듣게 된다. 그녀의 마음은 이내 무거워 진다. 그녀의 마음도 그렇겠지만 나또한 무거운 이야기들로 가득찬 뉴스와 신문을 접하고 있자니 더이상 헛헛증을 참아 내기가 힘들어 진다. 

살아간다는 것은 결코 가볍지 않다. 어쩌면 세상에서 제일 무거운 것이 눈꺼풀이 아니라 삶 그 자체 일지도 모르겠다. 요즘 나는 그야말로 즐거울 일이랄 것이 존재 하지 않는 사람인 것만 같다. 그런 나에게 18년의 삶을 먼저 경험한 선배 공지영의 부질없는 이야기들은 중요한 것과 가벼운 것에 대한 나의 고정관념을 허물게 해줬다. 

삶의 우선순위와 즐거움과 고통은 타인의 잣대에서 결정 짓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당신 스스로가 만들어 나가는 것이기에 그대의 우울도, 그대의 기쁨도 온전히 당신이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제 아주 가벼운 깃털이 되어 날아갈 것인지, 무거운 돌덩이가 되어 당신의 가슴을 짓이길 것인지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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