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해 사진에세이 3
박노해 지음 / 느린걸음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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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이상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라는 존재로, 단 한 번뿐인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의미를 찾아가는 것이 인간의 길이라고 한다면 그 길은 누구나 처음 걸어가는 길일 것이다. 길은 걷는 자의 것이니, 간혹 길을 잃어도 길이 찾아오고, 또 그 길을 걸으면 길이 시작된다.


길을 잃고 헤매던 때가 있었다.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살아가는 것인지 답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던 때가. 일상의 시간을 평온하게 보내고 있는 듯이 보였지만, 내 마음속이 바로 지옥이었던 때가 있었다. 그럴 때 낯선 곳으로 떠나보면 평소에는 안 보이던 것들이 보이기도 한다. 낯선 곳에서 길을 잃었을 때, 막막한 순간이 지나고 나면, 새로운 길을 만났다는 기쁨의 순간이 찾아온다. 길손에게 환대해 주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길 위의 학교 ⓒ박노해 (Pakistan,2011)


지난 20여 년 동안 지도에도 없는 낯선 길 위에서 유랑자로 걸으면서 박노해 시인이 보았을 그 순간들을 담은 37점의 흑백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어떻게 걸어갈 것이며, 어디로 걸어갈 것인지 많은 생각들이 교차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중에서 '길 위의 학교'는 배움에 목말라 있는 아이들이 먼 길을 걸어와서 길 위에서 배우고 있는 사진은 짠하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하고 희망을 포기하지 말라는 응원을 하고 있는 나 자신을 볼 수 있었다.



'눈물 흐르는 지구의 골목길에서' (사진 박노해, 『길』 수록작)


지구촌이라는 말처럼 전 세계가 하나의 마을처럼 느끼고 실시간으로 SNS를 통해 소통하던 세상에 COVID-19로 하늘길이 막히기 시작한 2020년에 노란색 표지의 <길>이 출간되었다. 그리고 또 지금 길이 끊긴 곳이 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이 2022년 2월 22일 새벽에 시작되었다. 전차와 폭격으로 길이 끊기고, 피란민의 탈출 행렬이 시작되었다. 팬데믹 보다 더 무서운 전쟁이 지구 반대편 유럽에서 벌어지고 있는 실제 상황. '눈물 흐르는 지구의 골목길에서'라는 사진으로 빨리 종전이 선언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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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하게 단단하게 단아하게 박노해 사진에세이 2
박노해 지음 / 느린걸음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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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한 빨간색 표지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가면 갈수록>이라는 서시로 문을 열고 있다. 희망과 믿음과 사랑이 나를 살아있게 만들고, 가난과 고난과 고독이 나를 죽이지 못하고, 오히려 더 단순하게, 단단하게, 단아하게 만들고, 살아있게 만들었다는 박노해 시인의 시.


한국도 전쟁이 끝나고 대부분이 가난했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모든 물건이 넘쳐나는 시절이 되어버렸다. 책상 서랍을 한번 열어보자. 예전에는 모든 물건이 귀했던 만큼 한 자루의 연필도 몽당연필이 될 때까지 쓰고도 볼펜 자루에 끼어서 사용했었는데 이젠 몽당연필을 보기도 힘들다. 레트로라는 이름을 달고 아예 몽당연필로 만들어져서 팔리는 연필이 있을 뿐.


박노해 시인의 눈으로 포착한 흑백 사진이 보여주고 있는 단순하게 단단하게 단아하게 만든 것들은 무엇이었을까? 국경 분쟁이 끊임없는 파키스탄 히말라야 고원의 풍경들, 불타는 태양과 사막의 나라 수단의 풍경들, 인레 호수와 함께 보여주는 버마인들의 단아한 미소들, 수마트라섬의 고산지대에서 피어나는 향기로운 커피 향이 나는 인도네시아 가족들, 올리브 나무가 끝없이 펼쳐진 광야 마을에 살고 있는 가족들이 길손을 환대하는 수단, 안데스 고원 5천 미터에 세상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학교를 다니고 있는 잉카의 후예 께로족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한 페루, 말을 타는 유목민이 보여주는 호감의 미소로 반겨주는 티베트, 불필요한 동작 없이 나일강에서 전통 배를 타는 소년이 살고 있는 에티오피아, 동쪽은 인도 서쪽은 파키스탄인 분쟁의 땅 카슈미르, 폐허의 유적지 옆에 서 있는 한 그루의 올리브 나무가 들려주는 적막한 고대 도시 페르가몬, 마지막으로 마추픽추 산정 돌벽 틈에 처연히 홀로 피어있는 민들레가 반복되는 역사를 되돌아 보라는 듯 은밀하게 손짓하고 있는 페루.


내가 가장 자주 가는 서울 종묘에서 가끔 인생무상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는 날이 있다. 날이 너무 좋은 날에 특히 그런 느낌을 자주 받는다. 다음에 가면 나도 흑백 사진으로 찍어봐야겠다. 종묘가 주는 적막감과 인생무상을 생각하며 좀 더 단순하게 단단하게 단아하게 삶을 가꿔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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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박노해 사진에세이 1
박노해 지음, 안선재(안토니 수사) 옮김 / 느린걸음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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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받는 노동자 해방'이라는 뜻의 박노해라는 필명을 쓰는 혁명가의 하루를 들여다볼 사진 에세이. 수감 생활이 끝나고 나서 이라크 전쟁터에 뛰어 들어갔으니 노동자의 하루가 아닌 혁명가의 어떤 하루를 보여줄지 궁금해졌다. 초록빛의 표지는 밝게 빛나고 펼쳐지는 사진들은 표지와 대조적으로 흑백의 모습으로 실려 있다. 빛과 그림자로 표현되는 흑백사진을 정말 오랜만에 보게 되었다. 흑백 사진은 컬러 사진과는 다른 묘한 그리움이 묻어난다고나 할까?


나는 과연 하루하루를 감동하고 감사하고 감내하며 살아왔을까? 박노해 시인은 전라남도 함평의 어린 시절을 살짝 보여주면서 그 시절의 하루는 긴 하루였다고 말한다. 가난하지만 인간적으로는 더 풍요로웠던 어린 시절의 그 여유로웠던 골목에서의 추억을 생각해 보면 해질 때까지 엄마가 밥 먹으라고 부르는 소리가 들리고 나서야 헤어졌던 동네 아이들의 환한 미소가 문득 그리워지는 하루다.


지난 20여 년간 지도에도 없는 가장 멀고 높고 깊은 마을을 찾아다니면서 기록으로 남긴 흑백 사진과 시인의 몇 줄의 감상은 경이로운 하루로 만들어주기에 모자람이 없다. 지금 전쟁이 발발한 우크라이나의 시민들은 평범한 하루가 주었던 일상이 경이로울 것이고, 포성이 들리는 하루는 또 얼마나 긴 하루로 고통을 느끼고 있을까?


COVID-19라는 질병과도 싸우고 있는 지구상에서 건강하게 살아 있으매 감사하게 되는 하루하루가 소중한 때이다. 일일 확진자 38만 명, 사망자 269명이라는 숫자는 어디까지 치솟아야 하향세로 내려갈지 걱정이다. 지구 반대편 유럽에서는 전쟁 발발로 서로 살아 있으매 감사하는 긴 하루를 보내고 있고, COVID-19 양성 판정을 받은 확진자는 또 자가격리 기간 동안 얼마나 고통스러운 긴 하루를 보내고 있다.


박노해 시인은 나에게 묻고 있다. 오늘 하루 얼마나 감동했는지 감사했는지 감내하며 사랑으로 가득한 하루를 보냈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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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일준의 나주 수첩 2 - 송일준과 함께 하는 즐거운 나주 여행 송일준의 나주 수첩 2
송일준 지음 / 스타북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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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유일한 암수 한 몸의 연리목 호랑가시나무


나주 상방리에 가면 연리목 호랑가시나무를 만나 볼 수 있다. 한국에서는 주로 남쪽 지역에 자생하는 활엽수이다. 왜 이름이 호랑가시나무인가 하니 호랑이가 등이 가려울 때 이 나뭇잎의 가시로 긁는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임진왜란 때 의병을 일으켰던 오득린이 상방리에 정착하면서 마을의 풍수지리상 지세가 약한 쪽을 보완하고자 숲을 만들었는데 지금은 10여 그루만이 남아 있다고 한다. 12월 무렵 열매가 열리는데 나무의 반쪽에만 붉은 열매가 잔뜩 달린다. 겨울에 열매가 달리는 것도 신기하고, 삭막한 겨울에 붉은 열매라니 직접 가서 보고 싶어지는 연리목이다.


연리목 : 뿌리가 서로 다른 나무의 줄기가 이어져 한 나무로 자라는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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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일준의 나주 수첩 1 - 송일준과 함께 하는 즐거운 나주 여행 송일준의 나주 수첩 1
송일준 지음 / 스타북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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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산포 한옥카페 '그곳'


한옥을 개조한 카페 '그곳'은 젊은 청년이 혼자서 운영하는 곳이다. 빨간 벽돌집을 개조한 '1989삼영동 커피집' 근처에 자리 잡고 있다. 작은 정원엔 정자도 있고 돌 장승도 있고 작지만 다양한 나무와 꽃으로 꾸며져 있다. 가끔 문이 잠겨 있으면 잠시 기다려야 하는 곳. 혼자 운영하는 카페라 잠시 자리를 비울 때도 있다고 한다. 고미술품과 골동품을 수집하고 판매하고 한옥 목수 일을 하시는 아버지와 형과 함께 영산포에 나온 한옥을 카페로 리모델링했다고 한다. 가족이 함께 만든 카페에 꽃과 나무도 일일이 심었으니 얼마나 소중한 곳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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