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 씨의 식탁 - 개정판 사계절 만화가 열전 15
홍연식 지음 / 사계절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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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라고 불리게 된 이후로 그림책은 가끔 봤지만 만화책은 처음 읽게 되었다.

마당 씨 시리즈 중 첫 번째 책 <마당 씨의 식탁>

가끔 에세이를 읽다 보면 작가의 삶을 들여다보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런데 이 <마당 씨의 식탁>은 보면 볼수록 홍연식 작가님의 TV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된다.

만화가 주는 힘일까?

글자가 적다고 만만하게 봤다가 큰코다쳤다.

한 칸 한 칸 그려져 있는 삽화가 뿜어내고 있는 마당 씨의 고민들은 나의 고민들이었다.

어느 집이나 있다는 그 문제들.

장남 마당 씨의 부모에 대한 양가감정

서울 지하방에 사시는 아픈 부모님의 병원비 걱정

프리랜서로서의 경제적 부담감

부모라는 세계를 탈출해서 마당씨의 세계는 잘 지키고 싶은 마음

첫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욕심

자신의 어린 시절과 어머니의 젊은 시절

어머니가 남겨준 유산으로 마당 씨의 식탁은 풍성하게 차려질 것이다.

마당 씨는 이완이를 잘 키울 수 있겠지?

집안의 맏이로서의 책임감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마당 씨의 감정은 맏이 이완이에게로 이어지겠지.

아이가 기억하는 부모는 처음부터 아버지이고 어머니라는 존재로 각인된다.

아이가 그들의 젊고 늙음은 생각할 수 없다.

그 아이가 자라서 그의 부모만큼의 나이가 되면 그 부모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겠지.


아이였던 나와 부모가 된 나를 다시 생각해 보게 만들어주는 귀한 작품이었다.



2009년 겨울 파주 우리 부부는 이사 갈 집을 찾고 있었다. - P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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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산책 말들의 흐름 4
한정원 지음 / 시간의흐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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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겨울은 따뜻했다.

한정원 작가의 시와 산책으로.

평소에 시인들이 쓴 산문집을 찾아서 읽고는 한다.

시인들의 시선을 따라가다보면 평범한 사람들은 쉽게 흘려보내는 것들을

시인의 특별한 감각으로 찰나의 아름다움을 잡아내기 때문이다.

한정원 시인의 글들을 읽으면서 이미 나는 시인의 감정에 물들어버렸다.

시인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에세이가 아닐까?

시와 산책을 엮어서 이렇게 잘 버무리다니.

우리는 소담한 밥상 위에서 잘 버무려진 글들을 떠먹으면 되리라.

내가 보는 것이 결국 나의 내면을 만든다.

산책에서 돌아올 때마다 나는 전과 다른 사람이 되듯이 <시와 산책>으로

나도 어느새 산책을 하는 사람이 시인의 옆에서 함께 걷고 있었다.

시인이 소개해주는 노인을 경외하는 마음, 그 한줄에 울어버렸다.

'온 마음으로 다해 오느라고, 늙었구나.'

내가 힘겨워하는 내 앞의 남은 시간을 그는 다 살아냈기 때문이란다.

측은지심.

바다에 대해 까뮈가 한 말

'강은 지나가지만 바다는 지나가고도 머문다.

바로 이렇게 변함없으면서도 덧없이 사랑해야 한다.

나는 바다와 결혼한다.'

까뮈 자체로도 근사한 말이다.

하지만 시인의 말은 재미가 있다.

'과묵한 강과 달리 바다는 우선 떠들썩했다.

자꾸 내 앞으로 달려와 발목을 잡았다.

강이 나를 따돌리는 친구였다면,

바다는 내가 시큰둥해도 거듭 다가와 말을 거는 속없이 다정한 친구 같았다.'

아~~ 바다를 보러 가고 싶어진다.

다정한 친구를 만나러 맘 편히 다녀올 날을 기다린다.

모든 구절 필사해도 아깝지 않은 책이다.

새로운 것으로 옷을 입혀 평생 간직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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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시 말들의 흐름 3
정지돈 지음 / 시간의흐름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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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겨울을 말들의 흐름 시리즈와 함께 보냈다.

깊은 겨울에 딱 어울리는 에세이들이다.

당당히 영화를 소비하는 것이고 영화 상영 도중 나가서 콜라를 리필해 오는 것으로 감독에게 하는 소소한 복수라고 말하는 저자가 이 책에서 들려 주고 있는 영화는 물론 감독 및 영화인들도 대부분 모르는 부분이다.

본 적도 없고 찾아볼 생각도 없다.

대부분 나에겐 낯선 언어들로 채워져 있다.

영화는 체력 싸움!

영화를 선택해서 보다가도 나랑 안 맞으면 당연히 잠깐 졸 수도 있지 않은가?

아무리 자기가 만들었다고해도 자기 손을 떠나면 감상은 관객들의 몫이니까.

짜증을 낸다는 감독들은 무슨 심뽀인지.

작가의 말처럼 "잠깐 존다고 해도 여러분이 놓치는 건 아무것도 없을 거라고 전 장담합니다.

제게 중요한 것은 영화가 끝났을 때 여러분이 어떤 느낌을 받았는가 하는 겁니다.

영화가 끝나고 나서 여러분이 얻게 되는 느긋한 기분, 그게 중요한 거죠."

내가 받은 느낌이 중요한 것이지

어떻게 억지로 영화를 보도록 강요할 수 있겠는가!

동감한다.

미로 속을 헤매다 마지막 페이지 마지막 단어에서 정말 하하하 크게 웃었다.

탈출할 수 있는 비상구를 찾았다.

이 웃음이 궁금하신 분들에게 추천한다.

다음 책! 말들의흐름 시리즈 <시와 산책>은 이미 입소문이 나서 너무나너무나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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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와 영화 말들의 흐름 2
금정연 지음 / 시간의흐름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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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와 영화 Cigarettes and Film

혹은 : 나는 어떻게 흡연을 멈추고 영화를 증오하게 되었나

이 에세이들은 읽어 내려가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번 애프터 리딩 Burn After Reading

꺼지지 않는 불꽃이 있다 There is a Light That Never Goes Out

언어와의 작별 Adieu au Langage

이렇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지만

사실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 건지 잘 모르겠다.

친절하지 않다.

내가 모르는 영화들이 태반이라서 그런걸지도.

분명히 한글인데 한글인데 한글이었을 뿐이다.

담배를 부르는 영화와 그에 대한 짧은 생각들의 나열들.

짧게 보여주는 사람.

영화가 대신할 수 있다.

따당따당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시끄러운 영화 속 총소리를 이렇게 표현하니 귀엽기만하다.

누가 처음 섹스와 담배를 연결시켰는지 모르겠다.

즐거움과 공허함의 연결.

공허함을 달래기 위해 섹스를 하고 그 후의 공허함을 달래기 위해 담배를 피우고.

여기서도 돌고도는 인생이 보여진다.

그 고리를 끊고 해탈하시기를.

눈이었다.

눈이구나, 하면서 마지막 담배를 피웠다.

그리고 담배를 끄려는데, 어느새 눈이 그쳤다.

그러니까 눈은 내가 마지막 담배를 피우는 몇 분 동안 존재하다가 사라져버렸다.

연기처럼. 혹은 영화처럼.

이게 픽션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다른 한편, 그것은 현실이다.

문장들은 멋있다.

지적이게 잘 썼다.

그런데 잘 모르겠다.

솔직히

<화씨451>이나 다시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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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와 담배 말들의 흐름 1
정은 지음 / 시간의흐름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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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겨울을 말들의 흐름 시리즈와 함께 보냈다.

깊은 겨울에 딱 어울리는 에세이들이다.

작가가 얘기하는 커피는 유일하게 사치를 부릴 수 있는 영역이라는 말에 크게 동감한다.

코로나로 테이크-아웃만 되는 카페를 바라보면서 왜 그렇게 가고 싶은 마음이 드는지.

커피를 아주 좋아하지 않는 나에겐 커피가 부르는 공간에 더 끌리는 것이리라.

커피와 담배는 서로가 서로를 묘하게 끌어당기는 관계라고 생각한다.

시쳇말로 커피는 담배를 부르고 담배는 커피를 부르는 돌고 도는 관계라는 흡연가들의 말씀 그대로.

한국에서 맥심을 빼고는 커피를 논하지 말라!

첫 직장에서 2:2:2 의 비율 찾으려고 탔었던 병커피, 프리마, 설탕이 생각난다.

절에서 몰래 피우는 디스의 맛.

그 맛은 짜릿하기도 했지만 씁쓸함에 더 가까웠다.

몰래 담배를 피우고 있다는 사실을 모두가 다 아는데 굳이 숨어서 조급하게 피우는 마음.

맑아서 더러움이 더 잘 보이는 것과 같다고 해야 하나.

그날 버스에서 내려 피운 담배의 맛은 이제까지 폈던 것 중 가장 씁쓸했다.

자등명법등명

빛처럼 붙들고 갈 존재가 있고 그것이 원래부터 내 안에 있다는 말!

은하수!

밤하늘의 은하수를 생각했는데 할아버지의 담배 은하수 이야기.

할아버지의 껄껄껄 하는 웃음소리는 기억해낼 필요가 없다.

내가 담배를 피우면 자동 재생되기 때문에.

'항상 처음 온 손님처럼 낯설게!

카페가 주는 그 익명성.

마음껏 카페에 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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