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아이
루시 모드 몽고메리 지음 / 내로라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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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 머리 앤」의 작가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단편 소설이다.

에이번리 항구의 하늘처럼 푸른 눈동자를 가진 조세핀과 데이비드는 탄생의 계절에 결혼을 하고 세 번째의 봄날에 남자아이를 얻었다. 하지만 아이는 20개월만 함께 살다가 떠나게 된다. 아이의 죽음에 무너진 조세핀은 생기를 잃고 창백하게 늘어진다. 어느 어미가 무너지지 않을 수 있을까? 가슴이 무너졌을 조세핀의 곁을 지키는 데이비드는 다시 찾아올 봄의 기적이 조세핀에게 닿기를 바라지만 봄의 햇살은 꿈의 아이를 데리고 오는데...

그날부터 데이비드는 두려움에 빠지게 된다. 일몰부터 일몰까지, 집 안에서도 밖에서도. 슬픈 소리로 엄마를 부르는 아이를 찾아서 조세핀이 바닷가를 헤매고 다니기 시작한 것이다. 봄이 완성되는 동안 엄마를 부르는 꿈의 아이는 매일 밤 찾아왔다. 비가 내리고 세찬 태풍이 부는 날에도 조세핀은 아이를 찾으러 다녔고 데이비드는 실신하듯 늘어지는 조세핀을 집으로 데리고 오는 날의 연속이었다. 의사도 시간이 지나면 정상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조언만 할 뿐. 데이비드가 조세핀을 잘 돌봐주는 것 밖에는 할 일이 없었다. 이젠 바닷가를 헤매고 다니는 부부의 모습을 목격하게 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그러던 어느 날, 밤에만 찾아오던 꿈의 아이가 낮에도 찾아오기 시작하면서 데이비드의 두려움은 더 깊어진다.

“어쩌면 나 혼자서 버틸 수 있을지도 모른다. 사랑은 그만큼 강력하니까. 분명한 것은, 어떤 상황에도 아내를 어디론가 보내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가련한 아내의 행동을 제재하는 것은, 아내를 사랑하는 남편의 손이 유일해야 했다.” -49p

묵묵히 조세핀 곁을 지키는 데이비드의 사랑 때문일까? 그들 부부에게 기적같은 일이 벌어진다.

인디언들의 기우제가 성공률 100%인 이유는 비가 내릴 때까지 올리기 때문이다. 꿈의 아이는 조세핀과 데이비드가 올린 기우제에 대한 응답이 아니었을까? 몽고메리를 처음 접하는 단편이 해피엔딩으로 끝나서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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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큘라 - 황홀경과 광기를 동반한 드라큘라의 키스
브램 스토커 지음, 신동운 옮김 / 스타북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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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 판타지 문학의 고전을 간결하고 읽기 쉽게 완역한 스타북스의 드라큘라를 무더운 여름에 만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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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그래서 나도 고마운 사람이고 싶습니다
원태연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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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에세이의 현재 제목은 「나에게 제출하는 나의 하드코어 반성문」이다.


<당신의 비밀을 말해주세요>를 시작으로 시인은 비밀을 털어놓기 시작한다. 통지표에 있던 "주의가 산만하다."라는 내가 산처럼 크다는 소린 줄 알고 컸고, 마흔 살이 넘어서야 난독증이었다는 것을 알았고, 시집 네 권 읽어보고 첫 시집을 냈다는 비밀을 털어놓는다. 그리고 나는 나를 싫어한다고......


어린 시절 사라진 오십 원을 둘러싸고 첫 번째 거짓말로 시작해서 '엄마를 이해해. 지금은···'에서 철렁하는 내 마음은 무엇이었을까? '엄마가 나한테 잘못한 건 3개지만 엄마가 나한테 잘해준 건 3억 7천 3개 니까.' 어린아이의 마음을 기억하고 이렇게 섬세하게 풀어 놓을 수 있는 건 시인의 눈으로 세상을 마주하기 때문이리라. 열다섯 살엔 멋있는 남자가 장래희망이었고 열일곱 살엔 남들을 부러워하는 마음으로 멋있는 사람들 흉내 내면서 자신을 초라하게, 창피해하고 싫어했다. 자기 자신을 진정으로 잘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좋아했던 영어선생님의 두 눈에서 흘러내린 눈물을 생생하게 기억하는 소년의 고마운 건 고마운 거니까 선생님이 참 좋았고 그래서 선생님에게 고마운 사람이고 싶었다고 고백하는 그 손길을 선생님은 잡으셨을까?


"나는 영원히 살 것처럼 교만하고, 오늘만 살 것처럼 아무런 생각 없이, 내일은 없는 사람처럼 오만방자하게도 하루하루, 하루를 살았지." 그의 일기장을 몰래 훔쳐보는 느낌이었다가 시나브로 내 일기장에도 적혀 있는 문장들. 솔직하게 툭 던져주는 시인의 문장들은 시처럼 확 가슴에 와서 꽂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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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 머리 앤과 함께하는 영어
조이스 박 지음 / 북하우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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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8년에 발표된 루스 모드 몽고메리의 「빨강 머리 앤」 시리즈 중에서 1권에 해당하는 책의 38가지 장면의 영어 원문을 소개하고 해석하면서 100년 전에 사용하던 언어가 아닌 현재에 사용되고 있는 영어 표현들과 함께 설명하고 있다.

주근깨 빼빼 마른 빨강 머리 앤은 고아 소녀가 둘 다 독신인 매튜와 마릴라 남매에게 실수로 입양되어 성장하는 동안의 빨강 머리 앤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Ann이 아니라 E 자가 붙은 Anne이라 불러주기를 원하는 당찬 앤의 진짜 영어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앤은 상상력이 풍부하고 씩씩하기만 했던 앤이 아니었음을 알게 되었다. 매우 섬세한 앤의 상상력은 어두운 현실을 애써 피하기 위한 방법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그저 무뚝뚝하고 대화가 없던 매튜와 마릴라 남매가 앤을 사랑하는 마음도 알게 되었다.

마릴라가 짓는 미소 'rusty smile'을 직역하면 '녹슨 미소'라는 뜻이다. 이 표현은 몽고메리가 창의적으로 만든 표현이다. '어색한 미소'라고 번역하면 '녹슨'이라는 단어의 뉘앙스들이 사라져버린다. '어색과 '녹슨'은 엄연히 다르게 느껴진다. '녹슨 미소'가 훨씬 마릴라가 앤을 처음 만났을 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그 상황에서 지을 수 있었던 미소가 상상된다.

원래 번역문을 읽는 것은 우비를 입고 샤워를 하는 것과 같다고 하는 말이 있는데 원서를 누구나 읽을 수는 없는 상황에서 번역의 중요성을 새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제2의 창작이라는 말이 그냥 나오는 게 아니었음을 알게 되었다.

조이스 박이 선택한 38가지 중요 장면들을 읽으면서 마치 빨강 머리 앤 1권을 다 읽은 듯하다. 「빨강 머리 앤」의 생생한 진짜 감동을 느끼고 싶은 분에게 강력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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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기 쉽게 풀어 쓴 신곡 (양장) 알기 쉽게 풀어 쓴 신곡
단테 알리기에리 지음, 이종권 옮김, 구스타브 도레 그림 / 아름다운날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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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기 쉽게 풀어쓴 「신곡」 고맙습니다.

허세 좋게 샀던 3권짜리 「신곡」은 아직도 책장 속 깊은 곳에서 잠자고 있다. 누구나 알고 위대한 작품이라 일컬어지는 「신곡」이지만 원작이 서사시이기 때문에 그 운율을 따라가면서 읽어 내기에는 너무 어려웠다. 적혀 있는 까만 글자만 읽어 내려갈 수 있을 뿐 스토리도 따라가기는 더 힘들었다.

편역자의 말처럼 단테가 원래 전달하고자 했던 의미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서사시의 형식이 아닌 지금의 형식에 맞춰 줄거리를 잘 따라가면서 읽을 수 있도록 내용을 구성하고 단테가 어떤 의미로 쓴 것인지 알 수 있게 만들었다.

알풀신(알기 쉽게 풀어쓴 신곡)은 나에게 고전 그대로의 형식도 중요하지만 어려운 책을 굳이 고집해서 못 읽고 책장에 꽂아 놓는 장식품으로 사용할 것이 아니라 쉽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방법도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주었다.
또 하나, 책 속에 들어가 있는 100장의 귀스타프 도레의 판화들은 알풀신을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팁 같은 존재다.
교과서를 풀이해 주는 참고서 같은 존재랄까!

단테는 15일 동안 지옥, 연옥, 천국을 방문한다. 지옥과 연옥에서는 정신적 스승이었던 베르길리우스가 길 안내자로 나선다, 단테가 보여주는 지옥은 기독교의 교리에 따라 죄의 경중을 따지게 되는데 지을 수 있는 모든 죄를 지은 인간 군상이 펼쳐진다. 역사 속 인물들이 지옥에 있는 이유도 각양각색이다. 연옥은 7구역으로 나누어져 있고 각각 교만, 질투, 분노, 나태, 탐욕, 방탕의 죄를 지은 영혼들이 모인다.

천국은 성스러운 여인 베아트리체와 함께 방문하게 된다. 천국은 9개의 하늘로 이루어져 있고 그 너머에 하느님의 빛의 하늘 '엠피레오'가 있다. 이것은 중세 시대의 우주관인 프톨레마이오스의 이론이다.

현실 속 단테는 피렌체에서 추방을 당하고 망명자 신분으로 「신곡」을 집필하기 시작했다. 그의 영원한 사랑인 베아트리체와 함께 천국을 여행하는 건 현실의 아픔을 잊기 위해 스스로에게 선물한 작은 위로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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