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고맙습니다, 그래서 나도 고마운 사람이고 싶습니다
원태연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6월
평점 :

이 에세이의 현재 제목은 「나에게 제출하는 나의 하드코어 반성문」이다.
<당신의 비밀을 말해주세요>를 시작으로 시인은 비밀을 털어놓기 시작한다. 통지표에 있던 "주의가 산만하다."라는 내가 산처럼 크다는 소린 줄 알고 컸고, 마흔 살이 넘어서야 난독증이었다는 것을 알았고, 시집 네 권 읽어보고 첫 시집을 냈다는 비밀을 털어놓는다. 그리고 나는 나를 싫어한다고......
어린 시절 사라진 오십 원을 둘러싸고 첫 번째 거짓말로 시작해서 '엄마를 이해해. 지금은···'에서 철렁하는 내 마음은 무엇이었을까? '엄마가 나한테 잘못한 건 3개지만 엄마가 나한테 잘해준 건 3억 7천 3개 니까.' 어린아이의 마음을 기억하고 이렇게 섬세하게 풀어 놓을 수 있는 건 시인의 눈으로 세상을 마주하기 때문이리라. 열다섯 살엔 멋있는 남자가 장래희망이었고 열일곱 살엔 남들을 부러워하는 마음으로 멋있는 사람들 흉내 내면서 자신을 초라하게, 창피해하고 싫어했다. 자기 자신을 진정으로 잘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좋아했던 영어선생님의 두 눈에서 흘러내린 눈물을 생생하게 기억하는 소년의 고마운 건 고마운 거니까 선생님이 참 좋았고 그래서 선생님에게 고마운 사람이고 싶었다고 고백하는 그 손길을 선생님은 잡으셨을까?
"나는 영원히 살 것처럼 교만하고, 오늘만 살 것처럼 아무런 생각 없이, 내일은 없는 사람처럼 오만방자하게도 하루하루, 하루를 살았지." 그의 일기장을 몰래 훔쳐보는 느낌이었다가 시나브로 내 일기장에도 적혀 있는 문장들. 솔직하게 툭 던져주는 시인의 문장들은 시처럼 확 가슴에 와서 꽂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