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글쓰기 - 기억을 회고록으로, 아이디어를 에세이로, 삶을 문학으로 담는 법
빌 루어바흐 지음, 홍선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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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출판사지원도서


120가지 과제를 모두 해본 건 아니지만 '지도 그리기' 하나만으로도 이 책은 나에게 글쓰기 지침서가 될 것 같다. 글을 써보고 싶으신 모든 분들에게 적극 추천합니다.



빌 루어바흐의 <내 삶의 글쓰기>는 기억을 회고록으로, 아이디어를 에세이로, 삶을 문학으로 담는 법을 부제로 하고 있다. 요즘 글쓰기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10년 전에 초판이 나왔다가 대대적으로 손을 봐서 다시 나왔고, 글쓰기 초보자에게 생각을 모으고, 모은 생각을 끌어내고, 글을 쓰고 다듬고 출판에 관한 정보까지 알려주기 때문이었다.



전기문의 한 종류인 회고록은 자신이 경험한 지나간 일을 돌이켜 생각하며 쓴 글로 자서전이랑 비슷하지만 자서전은 생애 전반에 대해 쓰는 글이고 회고록은 특정 시기나 특별한 일 등을 회상하며 쓴 글로 차이가 있다. 한국에선 주로 정치인들의 회고록을 찾아보기가 싶다. 미국에서는 회고록 쓰기가 인기 장르가 되어 있다니 부러울 따름이다.



회고록은 전적으로 기억에 의지해서 써야 하는데 기억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방법으로 '지도 그리기'라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부모님이 더 많이 기억하고 있는 나의 어린 시절을 어떻게 떠올려야 할까? 처음엔 앞이 깜깜했는데 동네 지도를 그리면서 무의식을 건드리는 게 맞는지 동네에 있었던 빨래터와 미나리꽝이 생각이 나는 신기한 체험을 했다.



저자의 서문에 있는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 가려는 초보 작가들에게 완벽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라고 자신 있게 말하는 이유를 이젠 알 수 있다. 520쪽(두툼함을 느껴보시길!), 11가지 챕터에, 120가지의 과제를 좀 과하다 싶게 던져주고 있다. 자신이 알고 있는 글쓰기 방법들을 최대한 뽑아서 세세하게 알려주고 싶은 작가의 열망이 느껴질 정도였다.



언젠가 나의 회고록을 완성할 수 있기를 바라며...



#내삶의글쓰기 #빌루어바흐 #한스미디어 #회고록 #글쓰기 #에세이쓰기 #글쓰기책 #글쓰기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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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 - 교유서가 소설 2022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송지현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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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딩투데이지원도서 


매년 11월이 되면 겨울을 나기 위한 행사로 맛있는 김장을 담근다. 김장을 담그기 위해선 미리 준비해야 하는 것들이 있는데, 작년에 담갔던 김치통을 비우기 위해 만두를 만드는 것이다. 김치냉장고가 보편화되어 쉬어꼬부라지진 김치는 아니지만 김치통을 비우기 위해 남은 김치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 만두만 한 게 없다. 설날에 먹는 만두도 맛있지만 진짜 겨울을 준비하기 위해 만들어 먹는 만두는 나의 소울푸드가 되었다.



겨울맞이 연례행사인 김장을 돕기 위해 외할머니 댁으로 내려갔다가 외할머니와 함께 그 겨울을 지내고 산딸기가 열리지 않는 계절에 도시로 돌아온다. 오랜만에 내려간 외할머니 시골집과 동네는 많이 변해있었다. 다이빙을 하며 놀았던 강은 메말라 냇가가 되었고, 언젠가 방학 때 함께 놀았던 성철이는 강 다리 아래에서 목을 매고 죽었다. 죽음과 가까운 남자들의 삶과 음식을 매개체로 관계가 만들어지는 여자들의 이야기.



외할머니에서 엄마로, 엄마에서 딸에게로 전해지는 김장 담그는 연례행사를 보면서, 영화 <리틀 포레스트>가 자연스럽게 생각이 났다. 도시에서 사 먹는 음식은 허기짐을 채워주지 못한다. 시골집에서 엄마의 음식을 맛보면서 배웠던 음식들은 서둘지 말아야 한다. 스스로 만들면서 시간이 채워져야만 먹을 수 있는 음식이야말로 최고의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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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표 - 교유서가 소설 2022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이대연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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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딩투데이지원도서 


'털버덩'은 넓적한 물건 따위가 옅은 물 위에 떨어지며 울리는 소리를 말하는데, '부표'라는 제목에 생각나는 단어다. 뺑소니 사고를 당한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들은 소리는 아닐는지.



바닷속 암초 위에 세우는 항로 표지로 등표가 있다. 바닷물 속에 있는 보이지 않는 암초 위에 세우기 때문에 불을 밝히는 등명기가 있는 것은 등표, 없는 것은 입표라고 부른다. 녹색이 칠해져 있으면 왼쪽에 암초가 있고, 빨간색이 칠해져 있으면 오른쪽에 암초가 있다는 뜻이다.



부표는 해상에 떠 있는 등표를 말하는데, 등표를 설치하기 힘들 만큼 수심이 깊은 곳이나 해상 공사 시에 주로 설치된다. 바다 위 사고를 막기 위해 전 세계의 해상 부표는 모양, 색깔 등이 국제 협약을 정해져 있다.



미장 기술자로 공사현장을 떠돌다 몇 년 만에 목돈을 만들어 부인에게 보여주기만 하고 큰소리만 떵떵 치던 아버지는 매번 패배했다. 일확천금 대신 빨간불 신호를 무시한 채 달렸던 차량은 아버지를 치고 뺑소니를 쳤다. 바다에서는 부표가, 육지에서는 신호등이 안전요원 역할을 한다. 서로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큰 사고가 발생한다.



바다 위에서 바닷길을 안내하고 해상 사고를 막아주는 바다 위의 안전요원인 부표를 세척하고 수리하고 재설치 하는 아들에게 아버지의 사고는 어떤 의미로 남게 되었을까?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보여주기만 했던 통장 잔고와 보험금은 어머니에게 어떤 의미로 남게 되었을까? 아니, 아버지는 세상에 어떤 의미를 남기고 싶었을까?




#네이버독서카페 #리딩투데이 #리투서평단 #교유서가 #2022경기예술지원문학창작지원선정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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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메인 - 교유서가 소설 2022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유재영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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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메인> 속, '영'과 '역'에서 만난 이야기는 여름 방학에 내려간 시골 외할머니 댁에서 저녁을 맛있게 먹고 산책도 할 겸 마을에 있는 저수지까지 올라간 후에 읽어야 제맛을 백 퍼센트 느낄 수 있는 단편소설이다.



<13일의 금요일>처럼 호러 영화에서 모닥불 주위에 모여있는 사람들이 하나씩 죽어나가는 클리셰처럼 캠프장에서 만난 두 커플은 "지우고 싶은 기억을 말하고 불길에 뼛조각을 던지면 그 기억을 지울 수 있다."라는 이야기로 각자 지우고 싶은 기억들을 하나씩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영'에서는 저수지에서 동반자살한 것으로 보이는 자동차를 발견하고, '역'에서는 저수지에서 살해된 이웃집 누나를 귀신으로 본 이야기가 등장한다. '영'과 '역'은 모두 저수지를 배경으로 다른 사람의 죽음을 목도하게 되는 신고자 또는 목격자가 된다. 



병원이 아닌 곳에서 다른 누군가의 죽음을 보게 된다는 건 지우고 싶은 기억이 될 것 같다. 평온한 죽음이 아닌 다른 종류의 죽음을 마주했을 때 나는 과연 어떤 행동을 하게 될까? '영'처럼 신고자가 될 것인지, '역'처럼 입을 다물고 살 것인지. 입을 열지 않은 목격자는 마지막까지 비공개 댓글로 남긴다. 죄책감이라는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살아가게 될 것 같다.



나는 지우고 싶은 기억이 있나?. 뉴스에 실릴 정도로 큰 사건은 아니지만 이불킥을 하게 만들었던 자잘한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는 힘들었지만 지금은 단편적으로 나의 기억 속에 남아있던, 잊고 있던 추억들을 떠올리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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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산부 로봇이 낳아드립니다 - 교유서가 소설 2022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정은영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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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딩투데이지원도서 


사람 대신 임산부 로봇이 낳아주거나 뇌 이식으로 소년과 소년이 이어지는 이야기는 미래 사회에 생길 수 있을 듯한 아주 그럴싸한 이야기다. 미래 사회에 던져지는 질문은 인간과 기계의 공존이 어떤 길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묻고 있다. 



사랑과 빛의 호위를 표방하는 인구 관리국에선 임산부 로봇을 관리하는 곳이다. 최첨단 과학기술로 혐오 없는 도시 만들기의 일환으로 장애아 출산율 0%에 도달했다. 임산부 로봇 헐스는 이제껏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의문을 입력하게 되는데.



"장애란 무엇인가?" 유전 질환, 작은 키, 얼굴 근육 쏠림과 마비. 기형이라는 정보가 부유한다. 작은 키가 장애라니. 저 미래 사회의 표준 키는 몇 cm일까? 궁금해진다. 



헐스는 아이작 아시모프의 로봇 제1원칙 '로봇은 인간에게 해를 끼쳐서는 안 된다.'라는 원칙을 고수할 수 있을까? 과연 미래사회에서는 로봇 제1원칙이 깨지지 않고 로봇의 반란 없는 유토피아가 될 수 있을까?



<소년과 소년>은 뇌 이식이 가능한 미래 사회를 보여주고 있다. 뇌과학자 아빠라면 사고로 죽어가는 아들의 뇌를 다른 소년의 뇌에 이식할 수 있을까? 몸을 빌려주는 소년은 어떻게 되는 거지? 뇌사상태인가? 뇌사상태라면 가족의 동의만으로 가능한 걸까? 미래 사회에서 윤리의식은 어떻게 변할지 궁금해진다.



노화도 질환으로 분류되는 사회가 멀지 않았다는 뉴스를 보면 기쁜 마음보다는 씁쓸해진다. 내가 아닌 내가 살아있는 것, 육체만 장수하는 것은 인간에게 오히려 재앙은 아닐까? 핑크빛 미래 사회보다는 디스토피아로 진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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