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자 생리학 인간 생리학
루이 후아르트 지음, 류재화 옮김 / 페이퍼로드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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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 에포크 belle époque는 '아름다운(좋은) 시절'이라는 의미로, 프랑스의 정치적 격동기가 끝나고 1차 세계대전이 시작되기 전까지의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1914년)까지 서유럽, 특히 프랑스가 예술적, 문화적으로 번영을 누렸던 기간을 말한다. 에펠탑은 1889년 파리 만국박람회를 기념하기 위해 세워졌고, 벨 에포크 시기를 대표하는 건축물이다. 만국 박람회는 현재 엑스포(Expo), 국제 박람회 등으로 부른다.



산업혁명으로 눈부신 발전을 하기 시작한 프랑스 파리는 풍요로워지고, 예술과 문화도 번창하면서 변화의 물결이 빠르게 흐르고 있었다. 루이 후아르트가 살고 있는 프랑스 파리는 다양한 인간 군상을 마주칠 수 있는 곳이었고 플라뇌르의 도시로 유명했다.



파리의 명소들을 어슬렁 어슬렁 산책하는 사람들을 가리켜 플라뇌르 flaneur라고 불렀다. 19세기 산업혁명으로 자본주의가 발달하면서 대도시들이 형성되었다. 그런 도시를 정해진 방향이나 목표 없이 천천히 거니는 사람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바로 산책자다. 우리도 이제는 익히 들어 알고 있는 파리의 유명한 관광명소인 개선문, 에투알 광장, 샹젤리제 거리, 불로뉴 숲, 튈르리 공원 등을 어슬렁거리는 산책자들로 북적였다고 한다.



루이 후아르트는 산책을 하면서 마주치는 다양한 인간 군상을 탁월하게 묘사하고 있다. 일없이 인생의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 룸펜들, 비만한 몸을 이끌고 산책을 즐기러 나오지만 이내 땀범벅이 되는 부르지아지들, 만만한 시민들을 등쳐먹고자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양아치들, 무위도식자들, 부랑자들을 관찰하면서 온종일 비아냥 거리는 그의 해학에 웃지 않을 수 없다.



루이 후아르트는 산책 초심자들을 위한 조언도 아낌없이 하고 있다. 산책은 혼자서 하되 여성은 피할 것, 아는 친구들 떨쳐내는 방법으로 '돈 꾸러 가고 있는 중'이라고 이야기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풉!



진정한 산책자는 그리스어, 라틴어, 수학은 몰라도 된다. 하지만 모든 길을 알고 있어야 하고, 어떤 상점이 좋은 물건을 파는지, 어디가 맛집인지 등등 핫플레이스는 자신의 손바닥 보듯, 꿰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또, 미디어 광고 대신 그 당시 파리 수도의 광고 벽보라면 거의 다 외우고 있어야 한다. 그렇게 산책을 열심히 하다 보면 다국어 능통자가 되기도 한다.



소요 逍遙 하는 산책은 빨리하는 산책이 아니다. 나는 언제 혼자서 유유자적하는 산책을 했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요즘은 주로 쇼핑몰이나 백화점에서 아이쇼핑을 주로 하게 되는 것 같다. 각종 매대에 진열되어 있는 상품들을 목적 없이 감상하면서, 사색 하기보다는 필요한 소비가 아닌 갖고자 하는 욕망의 소비를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따뜻한 봄바람이 살랑거리는 시간에 유유자적 사색하는 산책을 하러 어슬렁어슬렁 다녀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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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4일
에리크 뷔야르 지음, 이재룡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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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9년 7월 14일과 2016년 10월 29일. 프랑스 대혁명과 대한민국의 촛불 혁명의 시작이다.



프랑스 대혁명의 시발점이 된 1789년의 프랑스 파리는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었을까? 왕실과 귀족들은 왜 민중을 분노케 했을까? 바스티유 감옥을 습격하기까지 프랑스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을까? 그리고 7명의 수감자만 있었던 바스티유 감옥을 군중은 왜 습격했을까?



18세기 초 왕의 권력은 신이 내린 것으로 왕권이 아주 강력한 절대왕정 시대였다. 그 당시 라이벌 관계였던 영국의 콧대를 꺾기 위해 지금도 화려함의 대명사인 베르사유 궁전을 건축해서 왕권을 과시하고자 하는 왕실은 전쟁 비용을 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지옥 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는 민중들을 보지 못했다. 아니 볼 생각도 없었으니, 왕비였던 마리 앙투아네트는 한밤중에 촛불을 대낮같이 밝히고 무도회를 열었고, 민중들이 빵을 달라고 요구하자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된다고 말했다는 소문이 나돌 정도였다.



그 당시 프랑스에는 세 개의 계급이 있었다. 성직자, 귀족 그리고 인구 98%를 차지하는 평민이 세금을 모두 부담했고 성직자와 귀족들은 호의호식하면서 그들 위에 군림하고 있었다. 세금을 더 걷으려는 왕실과 계속 세금을 내지 않으려는 귀족 특권층은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삼부회 개최를 주장하게 된다.



178년 만에 베르사유 궁전에서 개최된 삼부회는 프랑스 대혁명의 서막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소탐대실이라고 해야 할까, 세금을 내기 싫었던 귀족들이 자신들의 발등을 자신들이 찍은 결과가 될 줄은 그 당시에는 몰랐을 것이다.



루이 16세는 조세 제도를 개혁하기 위해서, 성직자와 귀족들은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서, 제3신분은 자신들의 불만이었던 모든 사회문제를 거론하기 위해 삼부회에 모인 것이었다. 서로 다른 목표를 가지고 있었으니 회의가 순조롭게 진행될 순 없었다.



본격적으로 회의가 시작되기도 전부터 표결 방식으로 서로 다툼이 시작되었고, 조세 제도 개혁은 논의되지도 못했다. 삼부회를 나온 제3신분 대표들은 국민의회를 만들게 되고, 성직자와 귀족 대표는 루이 16세와 므뉘플레지르 대회의실을 폐쇄했고, 제3신분 대표들은 테니스 코트로 이동해서 헌법이 재정될 때까지 절대로 국민의회를 해산하지 않겠다며 왕에게 복종하길 거부하게 된다.



불안했던 왕실의 움직임에 민중은 무장을 선택하게 된다. 7월 14일 바스티유 습격 사건은 죄수 석방과 무기 탈취가 목표였지만 바스티유 습격 사건의 상징성은 매우 크다. 그 당시 많이 불렸던 '라마즈세예즈'는 지금의 프랑스 국가로 불리고 있고, 왕정 체제에서 국민의회로 권력이동이 되었고, 민중에 의해 정당화되었다.



민중은 역사를 만들었지만 이름으로 기록되지 않고, 오직 숫자로만 기록되는 민중의 외침이 있었다. 이런 빈 공간에 에리크 뷔야르는 숨을 불어 넣어 주는 작가다. 민중은 대중 속의 익명성에 묻히는 존재가 아닌 직접 역사를 쓴 살아있는 한 명 한 명이었다. 역사적 상징성과 민중들의 집단기억을 잊지 않기 위해서 계속해서 역사를 공부해야 하는 이유일 것이다.



#네이버독서카페 #리딩투데이 #리투서평단 #7월14일 #에리크뷔야르 #열린책들 #프랑스대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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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도 장례식장에 간다 - 동물들의 10가지 의례로 배우는 관계와 공존
케이틀린 오코넬 지음, 이선주 옮김 / 현대지성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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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처럼 동물도 감정을 느낀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30년간 동물을 관찰한 동물학자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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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르버 - 어느 평범한 학생의 기막힌 이야기
프리드리히 토어베르크 지음, 한미희 옮김 / 문예출판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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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문장에서 또르르!



1933년 나치 정부가 "사제의 문제를 증오심에 가득 찬 왜곡된 형태로 그린" 소설로 판정해 금서가 되었던 <게르버>는 카프카의 유고를 정리 발표한 막스 브로트의 도움으로 출간되었던 책이다.



어느 평범한 학생의 기막힌 이야기라는 부제가 눈길을 잡아 끈다. 대학에 가기 전 졸업시험을 앞둔 마지막 1년. 우리나라 학제로 치면 고등학교 3학년 게르버가 주인공이다.



담임과 학생으로 만나게 된 쿠퍼 신과 게르버가 한 교실에서 맞닥트리게 되는 상황들은 나를 조마조마하게 만들고, '설마, 아닐 거야.'를 생각하면서 끝까지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다. 자연스레 게르버를 응원하고 있는 엄마의 마음이 되었다.



성실하진 않지만 똑똑하고, 불합리한 학교 규율을 날카롭게 지적하면서 선생들에게 반항하는 게르버는 학교에서 사소한 갈등을 빚게 된다. 옛말에 스승의 그림자도 밝지 않는다는 말처럼, 권위주의적인 학교에서 게르버를 다른 선생들은 젊은이의 반항과 치기로 이해했다.



하지만,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쿠퍼 신은 도전하는 학생에게 엄격한 규율로 반드시 응징하면서 권력 맛에 도취되어 있는 선생이다. 다른 영화에 나오는 미친 선생은 단순히 폭력적인 모습으로 비치지만, 여기에 등장한 빌런 쿠퍼 신은 지능범에 사이코패스 형 수학 선생이다.



법학이나 철학 박사가 되고 싶은 게르버는 심장병이 있는 아버지의 전학 권유를 뿌리치고, 반드시 고등학교 졸업시험에 합격해야 했고, 학교 선생의 전횡을 참고 견뎌야 하는 이유였다.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선 아직 힘이 없는 학생 신분이었으니까. 그리고 심장병을 앓고 있는 아버지에게 더 이상의 충격을 주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권력을 휘두르는 선생들이 지금은 모두 사라졌을까? 최근에도 학생에게 폭언과 막말과 욕설을 퍼붓는 선생에 대한 뉴스를 자주 볼 수 있다. 교권이 사라졌다고 주장하는 선생과 존경할 선생이 없다는 학생들의 이런 첨예한 입장 차이는 왜 좁혀지지 않는 것일까?



모든 아이들이 1등을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모두 입시지옥에 빠져서 허우적 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다. 성적만을 중시하는 사회가 바뀌지 않는 이상 학교 시스템도 바뀔 수 없다. 시험 성적에 대한 압박으로 내몰린 아이들이 어른이 되고, 그 어른이 사회를 이끌어 가는 사회에서 당장 바뀌기를 기대할 순 없겠지만, 귀한 아이들을 귀하게 대하는 사회가 되어야 어른이 되어도 귀한 대접을 받기를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내가 학교 다닐 때도 미친 선생이 꼭 한 명씩은 있었는데, 누구나 당할 수 있는 일이라면 더 이상은 개인의 일로 치부할 수 없음을 알기에 더욱 많은 분들이 읽어 보시기를 권한다.


#네이버독서카페 #리딩투데이 #리투서평단 #게르버 #프리드리히토어베르크 #문예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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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의 양식·새 양식 열린책들 세계문학 284
앙드레 지드 지음, 최애영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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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핵으로 투병 중에 앙드레 지드가 말한다. 탈주하라고. 행복을 향한 열정에서 온전히 해방되라고. 삶의 기쁨을 누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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