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보는 비밀 미술관 - 모든 그림에는 시크릿 코드가 있다
데브라 N. 맨커프 지음, 안희정 옮김 / 윌북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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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동안 리투어들과 함께 감상한 <처음 보는 비밀 미술관>은 나를 매일매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그림 한 장이 이렇게 많은 비밀을 갖고 있었어?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처럼 미술작품들은 정말 딱 아는 만큼만 보인다. 그림을 볼 때 어떤 방법으로 볼 것인가? 간단하게 어떤 것이 나의 시선을 먼저 잡아 끄는지 생각할 수 있다. 형태, 선, 색채, 결을 보고 좋아하거나 싫어하거나 반응을 보이며 기본적으로 작가의 삶과 작품의 배경 등을 알고 감상할 수 있다.


<처음 보는 비밀 미술관>은 8개의 장으로 나누어져 있지만 매일매일 손 가는 대로 펼쳐보면 너무 유명한 그림을 마주할 때는 아는 그림이라 반가운 마음도 들고 이 작품은 무슨 비밀을 갖고 있을까 궁금한 마음도 들었고, 낯선 작품을 보게 되는 날엔 '아니, 이런 비밀이 있는 작품을 이제서야 알게 되다니!' 새로운 작품과 비밀을 알게 되는 기쁨도 느낄 수 있었다.


작품의 비밀을 풀기 위해 우선 질문을 준비해야 한다. 작품을 의뢰한 사람은 누굴까? 이 작품은 어디에 전시되었을까? 어떤 사람들이 작품을 소장하고 있었을까? 어떤 재료를 사용했을까? 시간이 흐르면서 훼손되진 않았을까? 완성작일까? 미완성일까? 복원 과정에서 실수는 없었을까?


인간의 눈으로만 밝힐 수 있는 비밀에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미술학자, 보존 전문가, 과학자들의 힘을 빌려 보이는 것 너머에 있는 역사, 문화적 배경, 상태의 변화를 살펴볼 수 있게 되었다. 기술의 발전 없이는 만들어질 수 없는 책이기도 하다. 복원·분석 기술로 밝혀진 덧칠한 물감 아래 숨겨진 습작의 흔적들을 감상해 보자.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 <담비를 안고 있는 여인> 속에 있는 담비를 보고 '저 야생동물을 안고 저렇게 태연하게 초상화를 그렸을까? 새끼 때부터 키워서 길들여졌나?'라고 단순하게 생각했었다. 1488년 흰담비 기사단의 신조는 '불명예보다 죽음을'에서 하얀 털을 더럽히느니 죽음을 택한다는 것에서 담비의 순수성을 표현하려고 했다. 그래서 초안에는 담비가 없었다.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담비의 근육질 다리에 깜짝 놀랐다.


정말 깜놀한 작품이 있었다. 1977년 6월에 있었던 마리나 아브라모비치의 <측정할 수 없는 것>이라는 퍼포먼스를 담은 사진이었다. 볼로냐 현대미술관 입구에 조각상처럼 서로를 마주 보고 있는 나체의 아브라모비치와 울라이 두 사람의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야만 하는 도발적인 통로를 보고 난 과연 저길 지나갈 수 있을까? 한참 생각해 봤지만 아직도 답을 할 수 없는 작품이었다. 그리고 너튜브에서 찾아보게 된 2010년 <예술가가 여기 있다>라는 퍼포먼스는 말없이 시선으로만 응시하는 시간을 보면서 누군가의 눈을 저렇게까지 응시한 적이 있었는지 추억을 뒤적여 보는 시간이었다.


인간의 역사와 함께 시간을 지나온 미술 작품들이 간직하고 있는 비밀 미술관의 작품들을 들여다보면서 생각지도 않게 추억에 아련히 젖어 드는 시간을 보냈다. 추억 여행이 필요하신 분들에게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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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으로 건너온 장미꽃처럼 - 시가 이렇게 왔습니다
이기철 지음 / 문학사상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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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이름이 향기이다 / 이기철



아름다운 내일을 기다리기에


사람들은 슬픔을 참고 견딘다



아름다운 내일이 있기에


풀잎이 들판에 초록으로 피어나고



향기로운 내일이 있기에


새들은 하늘에 노래를 심는다



사람이 사람 생각하는 마음만큼


이 세상 아름다운 것은 없다



아름다운 사람의 이름이 노래가 되고


향기로운 사람의 얼굴이 꽃이 된다



이름 부를 사람 있기에


이 세상 넉넉하고



그리워할 사람 있기에


우리 삶 부유하다



시인은 말한다. 아까운 마음이 들어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다가 놓쳐버린 구절들이 많이 있다고. 아직 시가 되지 못했어도 낱낱이 아름다운 말들을 모으고 모아보면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불러낸 미완의 구절들이 시인의 호주머니에 아직도 가득가득 쌓여 있을 것 같다.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이 시인의 마음이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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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녀의 세계 - 사랑한 만큼 상처 주고, 가까운 만큼 원망스러운
김지윤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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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딸의 관계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애증의 관계가 아닐까? 이 책으로 나와 엄마의 관계를 들여다보고 서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심리적으로도 독립을 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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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시티 Rome City - The Illustrated Story of Rome
이상록 지음 / 책과함께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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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여행을 갈 때 꼭 읽어보고 가라고 친구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 책이 되었다. 예전에는 서유럽 6개국 찍고 찍고 돌아오기 바빴던 여행의 패턴들이 변하고 있던 찰나에 COVID-9로 하늘길이 모두 막혀버렸다. 2020년 로마에서 2주간의 휴가 계획을 짜고 있던 난 현지 예약 비용은 다 날리고 그나마 국내선 항공료만 일부분 찾을 수 있었던 로마는 아주 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던 도시였다.


하지만 이상록 작가님이 보여준 로마는 과거와 현재가 머물러 있는 로마를 안 가면 후회할 거라고 손짓하고 계신 책을 만났다. 처음 받아봤을 때는 '한 도시를 이야기하는데 아무리 그림이 있다고는 하지만 아니 모 이렇게까지 두꺼워야 할 일이야?'라고 생각했던 책이다.


시간이 겹겹이 쌓여져 있는 도시 로마의 이야기를 한꺼풀씩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나가시는 솜씨는 사랑방에 계셨던 할아버지의 말솜씨처럼 자꾸 듣게 되는 매력이 폴폴 넘쳐났다. 요즘처럼 현장감을 보여준답시고 쪼그맣게 찍힌 사진이 실려 있는 여행책이 아닌 그림으로 그려진 로마는 너무나도 매력적이었다.


수천 년 전 건물의 파편을 벤치 삼아 앉아 있는 그림을 보면서 아~~ 나도 저기 저렇게 앉아 있었을 텐데~~, 사진이 아닌 그림이 주는 느낌이 이런 것이구나~~ 부러워하면서 읽어 나가기 시작했다.


수천 년 전 로마제국의 건물들 위에 흙으로 덮기만 하고 새 건물을 올렸기 때문에 지금의 로마의 모습에서 한 층 높이 아래에 고대 로마제국 시대의 건축물들이 있는 이유다. 아직 땅속에는 수천 년 전 고대 로마 제국의 유적지 위를 우리는 무심히 걸어 다니고 있었다는 사실! 정말 놀랬다. 어디서도 이런 진짜 이야기는 들어 본 기억이 없다.


로마의 역사를 빼고는 이야기를 할 수 없는 유럽의 역사 속에서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라는 속담이 있듯이 그토록 수많은 전쟁에서 로마군이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는 길을 만들 줄 알았던 기술의 승리였다. 또 역사 속 이야기에서 영웅들의 사랑 이야기가 빠질 수 없지. 클레오파트라를 사랑한 로마의 두 영웅 카이사르와 안토니우스는 모두 비극적으로 끝났지만 안토니우스 곁에 묻어 달라는 유언을 했다는 사실도 또 처음 알게 되었다.


'죽음을 잊지 마라. 그대는 인간이라는 사실을 잊지 마라. 뒤를 돌아보라. 지금은 여기 있지만 그대 역시 인간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기억하라.'라는 메멘토 모리를 기억하면서 로마를 순례의 도시라고 말하고 싶다는 작가님의 기대처럼 이 책을 25일 동안 읽으면서 로마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작가님이 사랑하는 로마의 숨결을 나도 흠뻑 맛보고 돌아올 수 있는 날이 어서 돌아오길 바라본다. 로마 시티 책과 함께 온 엽서들을 가지고 가서 한국으로 보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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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한 결정
오가와 요코 지음, 김은모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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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한 결정』은 오가와 요코가 1994년에 발표한 작품으로 『The Memory Police』로 번역되어 2019년 전미도서상 번역 부문과 2020년 부커상 인터내셔널 최종 후보에 올랐다. 『은밀한 결정』은 왜 지금 번역되었을까?

『박사가 사랑한 수식』에서 박사는 80분간만 기억이 지속된다. 80분 후에는 기억이 소멸된다. 『은밀한 결정』에서는 사물의 존재와 기억이 하나씩 소멸되어 가고 있는 섬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소멸이 일어나면 섬사람들은 그것과 관련된 모든 기억을 잃게 된다. 소멸이 일어난 후에는 강물에 버리거나 불태워 버리는데 소멸이 일어난 후 남아있는 물건들은 강제로 비밀경찰들이 수거해 가고, 기억을 잃지 않는 사람들은 비밀경찰에게 끌려가게 되고 그 후엔 사라진다.

엄마는 기억을 잃지 않는 사람이었다. 어릴 적에 엄마의 비밀 서랍장에 들어있던 리본, 방울, 에메랄드, 우표, 향수에 대

한 추억을 엄마와 얘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소설가인 '나'는 혼자 살고 있다. 엄마의 조각품을 선물 받았던 이누이 씨 가족은 기억을 잃지 않는 사람들은 지하 조직의 은신처로 숨게 된다. 소설가는 편집자 R을 아빠의 서고였던 곳을 페리 정비사였던 할아버지와 함께 은신처로 꾸미고 편집자 R을 숨겨주게 된다.

달력이 소멸되자 겨울은 가지 않고 봄은 오지 않는 섬이 되었다. 섬사람들은 모두 식량난을 겪게 된다. 비밀경찰은 소설가의 집을 급습하지만 은신처를 찾지 못하고 돌아간다. 드디어 소설이 사라지는 날이 왔다. 사람들은 책을 불태우기 시작했고 도서관은 통째로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마치 『화씨451』을 읽는 듯했다. 다음엔 무엇이 소멸될까? 책 속에는 소설가는 실어증에 걸린 타자수와 연인의 이야기를 쓰고 있었는데, 할아버지의 소개로 소설가는 타자수로 이직을 하게 된다. 복선인 걸까? 섬에 지진이 발생하고 그때 엄마의 조각품 속에 숨겨져 있던 비밀이 드러난다.

담담한 어조로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 소설은 날 울컥하게 만들었다. 어린 시절에 애착을 가졌었던 인형과 장신구들은 다 어디로 사라졌을까? 그리고 소멸, 사라지는 것, 기억되지 않는 것들에 대한 울컥이 있었다. 지금 이 시점에 이 책이 번역된 건 어쩌면 COVID-19로 지구에서 사라져 간 사람들을 기억해 주길 바라는 마음들은 아니었을까? 핼러윈 데이와 영혼들을 인도하는 주황색 꽃 셈파수칠로 뒤덮일 멕시코의 '망자의 날'에 《은밀한 결정》을 읽고 이 글을 쓰는 것도 다 '은밀한 결정'이었다. 내일은 영화 <코코>를 다시 보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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