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한 결정
오가와 요코 지음, 김은모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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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한 결정』은 오가와 요코가 1994년에 발표한 작품으로 『The Memory Police』로 번역되어 2019년 전미도서상 번역 부문과 2020년 부커상 인터내셔널 최종 후보에 올랐다. 『은밀한 결정』은 왜 지금 번역되었을까?

『박사가 사랑한 수식』에서 박사는 80분간만 기억이 지속된다. 80분 후에는 기억이 소멸된다. 『은밀한 결정』에서는 사물의 존재와 기억이 하나씩 소멸되어 가고 있는 섬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소멸이 일어나면 섬사람들은 그것과 관련된 모든 기억을 잃게 된다. 소멸이 일어난 후에는 강물에 버리거나 불태워 버리는데 소멸이 일어난 후 남아있는 물건들은 강제로 비밀경찰들이 수거해 가고, 기억을 잃지 않는 사람들은 비밀경찰에게 끌려가게 되고 그 후엔 사라진다.

엄마는 기억을 잃지 않는 사람이었다. 어릴 적에 엄마의 비밀 서랍장에 들어있던 리본, 방울, 에메랄드, 우표, 향수에 대

한 추억을 엄마와 얘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소설가인 '나'는 혼자 살고 있다. 엄마의 조각품을 선물 받았던 이누이 씨 가족은 기억을 잃지 않는 사람들은 지하 조직의 은신처로 숨게 된다. 소설가는 편집자 R을 아빠의 서고였던 곳을 페리 정비사였던 할아버지와 함께 은신처로 꾸미고 편집자 R을 숨겨주게 된다.

달력이 소멸되자 겨울은 가지 않고 봄은 오지 않는 섬이 되었다. 섬사람들은 모두 식량난을 겪게 된다. 비밀경찰은 소설가의 집을 급습하지만 은신처를 찾지 못하고 돌아간다. 드디어 소설이 사라지는 날이 왔다. 사람들은 책을 불태우기 시작했고 도서관은 통째로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마치 『화씨451』을 읽는 듯했다. 다음엔 무엇이 소멸될까? 책 속에는 소설가는 실어증에 걸린 타자수와 연인의 이야기를 쓰고 있었는데, 할아버지의 소개로 소설가는 타자수로 이직을 하게 된다. 복선인 걸까? 섬에 지진이 발생하고 그때 엄마의 조각품 속에 숨겨져 있던 비밀이 드러난다.

담담한 어조로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 소설은 날 울컥하게 만들었다. 어린 시절에 애착을 가졌었던 인형과 장신구들은 다 어디로 사라졌을까? 그리고 소멸, 사라지는 것, 기억되지 않는 것들에 대한 울컥이 있었다. 지금 이 시점에 이 책이 번역된 건 어쩌면 COVID-19로 지구에서 사라져 간 사람들을 기억해 주길 바라는 마음들은 아니었을까? 핼러윈 데이와 영혼들을 인도하는 주황색 꽃 셈파수칠로 뒤덮일 멕시코의 '망자의 날'에 《은밀한 결정》을 읽고 이 글을 쓰는 것도 다 '은밀한 결정'이었다. 내일은 영화 <코코>를 다시 보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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