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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퍼케이션 3 - 하이드라
이우혁 지음 / 해냄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과거 컴퓨터가 보급이 거의 없었던 시절에 책이 유일한 즐거움이자 낙이었다. 그래서 학교 수업이 끝나고 나면 부리나케 도서관으로 달려갔던 기억이 난다. 왜냐면 재미있는 소설을 먼저 빌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운이 좋게도 난 내 친구가 도서관에 있는 책을 대출해주는 업무를 맡고 있었던 터라 재미있는 책이나 내가 읽고 싶었던 책을 제일 먼저 읽을 수 있었던 기회가 많이 있었다. 그 덕분에 책과 더욱 가까이하게 되었고 그때 읽었던 책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물론 깊은 의미를 담고 있었던 책은 이해하는 게 어려웠던 부분도 있었지만, 그 덕분에 작가의 이름이나 작품이 더 명확하게 기억하기도 했다.
그때 시리즈로 나왔던 책 중에서 겁이 많았던 나에게 아직도 생생한 기억을 심어준 책이 있었다. 「퇴마록」이었는데 너무 재미있게 읽었던 나머지 책을 읽었음에도 직접 사서 책꽂이에 꽂아두었던 기억이 난다. 그만큼 나에게 재미와 즐거움, 그리고 무서움을 주었던 책이었다. 그 책의 작가 《이우혁》 이라는 이름은 아직도 기억에 또렷하다. 그 이후 그의 작품을 접해보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는 그 이후로도 「왜란 종결자」라는 책을 출간했다. 그렇게 기나긴 시간이 흘러 새로운 작품으로 그를 만나게 되었다. 이번 작품은 총 3권으로 되어 있는데 제목부터 의미가 궁금하기도 했고 「퇴마록」의 작가였기에 무척이나 기대되었던 것은 사실이다. 「바이퍼케이션」이라는 제목의 이번 작품은 방대한 스케일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 작품은 사이코패스와 광기를 넘어 또 다른 힘을 지닌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우선 ‘바이퍼케이션’의 의미는 불확실한 결과를 뜻하는 수학용어라고 한다. 하지만, 최근 카오스 이론을 설명하는데 더 많이 쓰이고 그 개념을 인간에 비유하여 인간 존재에 대한 개념 혹은 쉽게 판단을 내릴 수 없는 존재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작품에서는 신화를 모티브로 전개되는데 이야기 발단은 미국을 배경으로 전개되고 미국의 소도시를 배경으로 일어나는 살인사건으로 이 사건을 맡게 되는 형사반장인 ‘가르시아’와 프로파일러 중에서 천재라 불리는 ‘에이’들로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나간다.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신화 속에 등장하는 ‘헤라’라는 인물을 통해서 사건이 시작된다. 그녀는 안타깝게도 의문의 사고로 자신의 남편, 뱃속에 있는 아이, 한쪽 발목 그리고 가장 중요한 사건이 일어난 기억을 모두 잃어버리게 된다. 그녀의 증상은 ‘해리성정체장애’로 불리었고 그 장애 때문에 그녀는 ‘하이드라’라는 것을 찾게 되고 이상한 능력까지 갖추게 된다. 그런 와중에 또 다른 살인사건과 생각할수록 이해가 가지 않는 사건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즉, 이상능력이나 최면현상이나 인지부조화 등 심리학적 부분에서 사용되는 것과 그녀의 사건부터 시작해서 점점 일이 일어나는 사건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있는 형사나 프로파일러 에이들의 활약으로 더욱 흥미진진해진다. 이 작품은 첫 장부터 흥미를 주었다. 등장인물에 사용되는 이름은 대부분 외국이름이었고 배경도 미국의 소도시였기에 우리나라가 배경이 아니라는 점에서 더 궁금해지기도 했다. 작가는 자신은 미국에 가보지 못했기에 소설의 배경을 묘사하고 그려내는데 어려움도 있었지만, 오히려 직접 가보지 못한 곳이기에 그 상상력이 더해져 배경묘사를 자신의 상상력에 맡기며 잘 풀어가고 있었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신화에 등장하는 인물과 함께 살인사건이 벌어지면서 사건의 실마리나 단서를 풀어가고 그에 따른 인간의 내면에 잠재된 본성이나 마음을 잘 보여주고 있었다. 즉, 심리학적 부분의 요소도 많았을뿐더러 프로파일러의 활약도 돋보였다고 말할 수 있다. 책을 읽을수록 방대한 스케일에 놀랄 수밖에 없었고 우리나라 작가의 작품이라고 하기엔 놀라울 따름이었다. 또한, 인간과 인간의 대립이나 그들의 본성과 누가 선이고 누가 악인지에 대한 생각을 던져주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또한, 누가 피해자이며 누가 가해자인지에 대한 동전의 양면성과 같은 인간의 내면을 선과 악으로 잘 보여주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