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남자
베른하르트 슐링크 지음, 김재혁 옮김 / 이레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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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랑은 사랑을 하고 있을 때에는 모르다가, 그 사랑이 끝남과 동시에 고통은 시작된다. 그리고 그 고통을 즐기지 못하고 빠져나오고 싶어 한다. 사랑을 시작하기에 앞서 사랑 하면서의 즐거움과 행복함만을 생각한다. 하지만, 슬픔과 고통은 사랑하는 도중에도 찾아온다. 즐거움이 있으면 슬픔이 있듯이 동전의 양면처럼 한 치의 앞을 모르는 것이다. 하지만, 슬픔과 고통이 무서워서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은 더욱 불행한 일일 것이다.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행복만을 추구할 수 없으며, 행복이 늘 존재하지는 않는다. 사랑할 때처럼 행복함과 즐거움을 느끼지만, 고통과 슬픔도 함께 느껴봄으로써 사랑과 삶에 대한 성숙함과 진정한 의미를 알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해 본다. 

 이 소설은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양지와 음지로 일상에서 일어날 수 있을 법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단편으로 이야기는 전개되며, 여섯 편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현실을 소설의 연장 선상으로 생각하며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더 리더」 작품에 이어서 ‘다른 남자’의 소설을 통해서 그의 세밀한 문체로 사랑의 관계와 그에 따른 소통, 시작과 끝을 현실적으로 표현했기에 마음에 더 깊이 와 닿았는지도 모르겠다. 

 여섯 편의 단편 중에서 「다른 남자」라는 제목의 단편이 기억에 남는다. 아내 ‘리자’는 암으로 세상을 떠난다. 하지만, 남편은 아내의 물건을 하나씩 정리한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로부터 한 남자의 편지가 도착한다. 그는 아내가 숨겨둔 애인이었던 것이다. 그 편지를 보고 난 남편은 아내의 애인으로부터 질투심을 느낀다. 그리고 아내의 숨겨둔 애인 ‘롤프’를 만나 이야기를 한다. 주인공 ‘그’는 아내의 죽음, 다른 남자의 편지, 두 사람 사이의 불륜, 아내가 이 불륜에서 그가 알던 모습이 아니었다는 사실, 그리고 그녀가 정확히 아는 여인의 모습이기도 했다는 사실 등의 생각들이 떠오르면서 슬픔과 질투심이 동시에 일어난다. 그리고 ‘롤프’와 편지를 주고받으며 편지로 드러나는 아내의 불륜을 읽고 병에 걸려서 아파하는 것처럼 ‘그’는 자신이 아프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아내의 과거의 남자를 만남으로써 자신의 과거를 깨달아가게 된다. 

 이 소설의 단편 이야기는 모두 공감 가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현실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였기에 소설에서의 사랑을 현실적으로 표현했기에 한 편씩 읽으면서 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다른 남자」 소설에 표현되는 사랑은 친밀한 사랑의 기억들을 비추고 있다. 사랑을 하는 것과 사랑을 지키는 것, 사랑할 준비에 대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기에 사랑을 또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사랑을 이 책에서 표현하는 사랑에 대한 불안과 신뢰의 문제, 좌절, 자기실현의 문제, 의사소통의 문제 등을 날카롭게 표현하고 있기에 현실적인 시선으로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사랑이라는 것에 대해 늘 행복하고 즐거울 것 같다는 생각을 현실적으로 이끌어가는 이야기를 통해 동전의 양면성을 느낄 수 있게 해준 소설이었다. 삶에서 사랑은 꼭 필요한 씨앗이다. 사랑의 씨앗을 통해 새싹이 돋아나고, 잎이 나서 꽃이 피고, 열매가 맺는 것처럼 열매를 맺으려고 몰아치는 비바람도 맞아야 할 것이며, 때론 추운 겨울도 맞이해야 하기에, 사랑의 열매를 맺으려면 서로 노력을 해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과 함께 현실처럼 느껴지는 평범한 일상에서의 이야기들을 통해 사랑에 대한 시선의 여러 각도를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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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나의 엄마에게
피천득 외 174인 지음 / 샘터사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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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여자로 태어나서 마지막으로 불리는 이름은 ‘엄마’ 혹은 ‘어머니’가 아닐까? 여자의 길을 걸으면서 소녀, 숙녀, 여성으로 차츰 성장하고 성숙해지면서 한 아이의 엄마가 되고, 한 남자의 아내가 되는 엄마는 여자의 마지막 이름이라는 생각이 든다. ‘엄마’라는 정겨운 단어는 정감 가는 말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눈시울을 적시게 하는 이름이자 단어다. 

 나 역시 ‘어머니’라고 불러야 할 나이이거늘, 거리감이 느껴지기에 지금까지도 ‘엄마’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학교 다닐 적 수련회나 수학여행으로 집을 떠나 1박 2일 혹은 2박 3일의 일정으로 집과 엄마 곁을 떠나야 할 때가 있다. 처음으로 엄마 곁을 떠나는 수학여행은 설레기도 하지만, 잠을 청할 때쯤이면 나도 모르게 ‘엄마’ 생각에 눈물을 흘린 기억이 난다. 멀리 떠나보니, 엄마의 빈자리가 더욱 그립고 생각이 나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나는 ‘엄마’에게 늘 미안한 마음이 든다. 부모는 자식에게 모든 것을 바친다. 하지만, 자식은 부모가 되기 전에는 부모의 큰 사랑을 모르고 있고, 그 사랑이 크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런 사랑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담아 나의 엄마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고스란히 담은 책을 만났다. ‘사랑하는 나의 엄마에게’라는 책이었다. 

 이 책은 쪽지 형식으로 내용이 실려 있다. 각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엄마’에게 하고 싶은 말이나 못다 한 말들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그리고 연령층도 다양했다. 10대부터 4, 50대까지 엄마를 향한 자신의 마음을 꾹꾹 눌러담아 엮은 책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엄마’의 의미는 제각각이었다. 책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엄마를 향한 그리움과 사랑으로 담긴 책이다. 그렇기에 책의 마지막을 덮으면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엄마를 향한 마음속의 외침을 글로 표현한 것이다. 

 엄마가 계시지 않아서 효도할 수 없는 내용, 엄마가 계시지만 효도 한 번 제대로 못 하고 반성하는 내용, 군대에서 엄마의 그리움에 눈시울을 붉히는 내용이 다양하게 담겨 있었다. 엄마에게 전하는 마음이 가득 담긴 소중한 글들이었다. ‘엄마’에게 하고 싶은 말 또는 못다 한 이야기들이 있기에 눈시울을 적시거나 코끝을 찡하게 하는 사연도 있었다. 공감 가는 사연도 많았고, 안타까운 사연도 있었다. ‘엄마’라는 공통분모의 주제를 가지고 각자의 엄마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작가나, 시인들도 있었다. 

 ‘사랑은 사랑을 받아본 사람이 사랑을 베풀 줄 안다.’라는 말을 들은 기억이 난다. 나도 간혹 ‘엄마’라는 말을 들을 때면 눈시울이 붉어질 때가 있다. 여행이나 집을 떠나 생활을 할 때는 더욱 그리움은 커진다. 엄마에게 받은 큰 사랑을 내가 엄마가 되었을 때 똑같이 돌려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픈 게 자식’이라는 말처럼 부모가 되면 그 마음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엄마’라는 공통분모에서 느끼는 모든 사람의 생각과 감정들은 모두 같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늘 항상 곁에 있었으면 하는 ‘엄마’는 세월이 흘러 백발의 노인이 되면, 내 곁을 떠날 것이다. 하지만, 나의 마음속에는 언제나 ‘엄마’의 냄새와 그리움이 가슴 언저리에 남아 있을 것이다. 효도는 부모님이 살아계실 때 하라는 말처럼, 지금이라도 ‘엄마’에게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와 엄마 품에 안겨 고마움과 사랑을 다시 한 번 새겨보면 좋겠다. 이 책을 통해서 ‘엄마’의 큰 사랑과 위대함을 다시 한 번 새겨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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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덕여왕
신진혜 지음 / 창해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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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학교 다닐 적 배웠던 한국사, 역사 이야기는 나에게 언제나 지겨운 수업시간을 떠올리게 한다. 교과서라는 틀 안에서 딱딱한 이야기를 장엄하게 늘어놓고 설명하는 국사 책. 그리고 그 시대에 살아서 직접 본 것처럼 배경을 설명해야 하는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졸음과 싸우는 수업이었다. 하지만, 시대가 변화하면서 딱딱한 한국사를 3사 방송사에는 사극 드라마를 아주 재미있게 이끌어가고 있다. 드라마이기에 그랬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드라마로 재탄생한 역사, 사극 드라마로 한국사를 멀리했던 내게 ‘역사는 재미있구나.’라는 생각을 안겨준 것이다. 

 역사에 기록되어 있는 왕과 왕비들은 많다. 그리고 그들의 업적도 모두 제각각이다. 그중에서 유독 눈길을 이끈 신라의 27대 왕인 ‘선덕여왕’이었다. 그녀는 여성이지만 왕으로 추대된다. 여성이라는 점에서 놀랍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는 여왕이었다. ‘선덕여왕’에 대한 소설은 많지만, 그중에서 새롭게 재탄생된 ‘선덕여왕’ 소설을 만나게 되었다. 

 이 소설은 일인칭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즉, ‘선덕여왕’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흘러간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으면서 그녀의 마음속까지 들여다볼 수 있어서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그녀는 진평왕의 차녀 ‘덕만’으로 태어났다. 선덕여왕의 본래 이름이 ‘덕만’이었다. 진평왕은 아들이 없었기에 그녀의 언니 ‘천명공주’가 왕위 계승권을 가지고 있었기에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의 존재감은 태어나면서부터 없었다. 그래서 ‘덕만’은 궁궐 밖의 출입도 했으며, 공주의 신분이기는 했지만, ‘천명공주’보다 더 자유로운 생활을 하며 지냈다. ‘덕만’에게는 오라버니가 둘 있었다. 전통과 관습 따위에 얽매이는 것을 싫어하는 ‘비형’과 풍월주를 지낸 ‘용춘’이다. 비형은 진지왕이 폐위당하고 유폐되었을 때 민간의 여인인 도화녀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이며, ‘용춘’은 진지왕과 지도부인의 차남으로 반듯하고 고고한 성품을 지녔다. 

 어느 날 ‘미실궁주’는 덕만과 내기를 하게 된다. 모란꽃이 그려진 그림을 보고 덕만은 꽃에 향기가 없을 거라고 하지만, 미실궁주는 꽃에 향기가 없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었다. 시간이 흘러 모란꽃은 피어났고, 내기의 승리는 덕만이었다. 아바마마는 내기에서 이긴 덕만에게 소원을 들어주기로 했다. 그리고 덕만의 여동생 ‘선화공주’는 몸이 허약하여 궁궐 밖 출입을 못하였기에 궁궐 안에서만 생활하였다. 그러던 중 덕만은 마을에서 아이들이 부르는 이상한 노래를 듣게 된다. 동생 선화공주에 관련된 노래였다. 그 노래가 궁궐까지 전해졌고, 아바마마는 결국 선화공주를 백제로 시집을 보낸다. 그리고 덕만의 언니 천명공주의 혼사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천명공주는 마음에 둔 사람이 있었다. 바로 ‘용춘’이었다. 하지만, 아바마마께 다른 이름을 말해 ‘용수’로 알아듣고 그와 혼례를 치르게 된다. ‘용수’는 미실 일파에 의해 폐위당한 진지왕과 지도부인의 장자이다. 그는 정치적 야망을 품고 있었기에 천명공주와 혼인 후 아바마마는 용수에게 힘을 실어준다. 하지만, 천명은 부군자리를 내놓고 궁궐 밖으로 용수와 함께 나간다. 그리고 그 자리를 덕만이 오르게 된다. 

 덕만도 여자였기에, 그녀의 마음에 품은 사내가 있었다. 바로 ‘비형’이었다. 하지만, ‘용춘’도 덕만을 마음에 두고 있었기에 청혼을 하지만 언니 ‘천명’이 용춘을 마음에 두고 있었기에 거절한다. 시간이 흘러 덕만의 혼사이야기가 거론되고 덕만은 ‘비형’에게 고백하기 위해 그를 찾아가지만, 그것이 그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자취를 감추어버린 비형을 기다리지만, 결국 용춘과 혼인을 하게 된다. 계절이 바뀌어 가을에 덕만의 어머니 ‘마야황후’는 병으로 눈을 감고, 그 자리를 새 황후 ‘승만황후’가 대신한다. 그리고 그녀의 호위무사가 된 ‘비형’이 등장한다. 그는 예전의 자유분방한 모습과 달리, 단정한 모습을 하고 ‘지귀’라는 이름으로 바꾸고, ‘활리역’ 출신이라고 한다. 그리고 권좌에 오른 그녀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덕만은 지극히 평범한 운명을 살아갈 것이라 여겼기에 자신의 비켜간 사랑과 권좌에 오를 줄도 몰랐던 것이었다. 그래서 아무런 준비도 없이 권좌에 올랐지만, 여자로서 남자 못지않게 업적을 이루었으며, ‘한반도 최초의 여왕’임에 틀림없다. 이 책에서 등장하는 향기 없는 모란꽃이 피어 그 향기를 덕만 아니, ’선덕여왕’이 향기가 된 것이다. 그리고 소설에서 선덕여왕은 마지막은 그녀의 죽음이 아니,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려고 발길을 돌리는 여왕으로서 마지막 마침표를 찍는다. 내가 접해왔던 역사 소설은 딱딱한 문체와 어렵게만 느껴졌지만, 이 소설은 그녀를 재미있고, 사실을 바탕으로 쉬운 문체로 재탄생시킨 소설이다. 그렇기에 ‘선덕여왕’에 대해 몰랐던 많은 부분을 쉽게 흡수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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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리새 - 하 - 이승과 저승을 잇는 새 Nobless Club 9
김근우 지음 / 로크미디어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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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판타지 소설은 읽는 이에게 무한 상상력과 놀라움을 안겨준다. 그렇기에 나는 판타지 소설을 좋아한다. 영화로의 판타지는 눈의 즐거움을 주기에 판타지 장르의 한계가 느껴짐을 간혹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소설에서의 판타지는 말 그대로 무한 상상력을 안겨주기에 내가 만든 상상력의 소설을 읽는 데에 또 다른 재미와 즐거움을 안겨주기에 판타지의 매력은 이런 것이구나 라는 생각하게 된다. 

 이번에 읽게 된 작품은 ‘피리새’라는 예쁜 이름을 가진 소설이었다. 제목만큼이나 내용이 궁금했기에, 그리고 피리새가 무엇인지 궁금했기에 책을 읽으면서 궁금증은 더 커져만 갔다. 이 소설은 바리데기의 설화가 배경이 되어서 만들어진 소설이다. 그렇기에 더욱 궁금해졌다. 비록 바리데기의 설화는 읽어보지 못했지만, 대충의 줄거리는 알기에 바리데기의 배경을 살짝 언급해 본다면, 바리데기의 ‘바리’는 불락국(佛樂國)의 일곱 번째 공주로 태어나자마자 버려진다. 그러나 바닷가에 사는 노부부에게 발견되어 길러지게 된다. 바리데기가 열다섯 살이 되었을 때, 아버지인 대왕이 병에 걸려 점치는 이가 서천 서역국의 약물을 구해 먹어야 낫는다고 하여 그의 여섯 딸에게 부탁하지만, 모두 가기 싫어한다. 이때 부모를 찾아 헤매던 바리데기가 서천 서역국으로 떠난다. 많은 시련을 극복하고 그곳에 도착한다. 하지만, 약물의 주인인 무장승의 청을 들어주고 결혼까지 한 뒤 약물을 가지고 돌아온다. 하지만, 이미 죽어 장례식을 치르고 있었다. 바리데기는 가지고 온 약물을 입에 넣었더니, 다시 소생하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바리데기는 죽은 이의 죄를 씻어 극락으로 인도하는 인로왕 보살이 된다는 설화이다. 

 ‘피리새’의 모티브가 된 바리데기 설화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매서운 바람이 부는 십이월에 나루터에 사람들이 배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 사람 중 ‘하누벌’ 사람 두 명이 있었다. 바로 ‘두르내 마휼’과 ‘모솔 서다함’이다. 두 사람은 하누벌 사람이지만, 수도 시설 파손을 점검하기 위해서 ‘다라벌’까지 오게 된 것이다. 둘의 직업은 수도관리국 시설관리과에서 일하고 있지만, 다라벌에는 현장을 돌아다니며 수도 시설이 파손된 게 없는지 점검을 하러 온 것이다. 하지만, 이 둘의 임무는 바오 가문과 토지 매매계약을 성사시키는 것이었다. 그리고 배 안에서 ‘바오 가문’ 이야기를 듣게 된다. 지금의 종손인 그는 ‘화랑님’이라 불린다. 바오 가문이 몰락하자, 화랑이 되어 ‘화랑님’이라 불리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 둘은 배에서 내려 커다란 종이에 적힌 자신들의 이름을 들고 있는 소녀를 발견한다. 여관 주인 ‘노달박 솔새’가 보낸 잡역부로 일하는 소녀 ‘피리새’가 안내해주는 길을 따라 이 둘은 여관으로 향한다. 소녀에게 왜 말을 하지 않느냐고 물으니, 소녀가 쪽지를 건네 보이며, 말을 하지 못한다고 한다. ‘피리새’는 말을 할 수 있으나, 말하지 못했다. 그리고 글을 쓸 줄 알았으며, 하는 말도 알아들었다. 그리고 마휼은 피리새는 겨울 철새인데, 이름 그대로 꼭 피리 같은 소리로 울어서 피리새라고 한다는 의미를 말해주었다. 

 그 둘이 여관에 오기 전, 배에 내려 나루터 앞에서 붉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나눠준 것을 내밀었다. 그것은 부적이었다. 그 부적을 만든 무당은 ‘무두 가라심’인데, 붉은 물감으로 그린 잎은 하나도 없고 가지와 몸통만 있는 나무 그림이었다. 그리고 무두 가라심은 그게 신단수(神壇樹)라고 주장한다. 

 이 책에서 ‘피리새’는 원래의 피리새와 이름만 같을 뿐 자유롭게 울지 못한다. 그리고 바리데기와 피리새의 비슷한 부분은 피리새는 서야국의 왕비의 일곱 번째 딸이다. 그리고 국왕을 구하려고 떠나야 한다는 것은 비슷하다. ‘바오 가람’은 나무를 죽이는 것이 숙명인 가문에서 태어났으며, 그의 첫인상은 인간, 개 그리고 돌고래를 하나의 그물 속에 넣고 끌고 가는 장면이었다. 그리고‘피리새’는 귀신과 대화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었으며, 바오 가람의 시녀였고, 서야국 왕비의 일곱 번째 공주이다. 그리고 이들은 죽음에 놓여 있는 국왕과 왕비를 구하려고 떠난다. 그리고 수상한 인물이 등장한다. 서역국에서 온 ‘가리 박사’의 등장으로 이야기는 점점 흥미로움과 궁금증을 일으켰다. 

 이 소설은 바리데기의 설화를 김근우 작가의 재해석된 소설이라 할 수 있다. 삼국시대에 등장하는 처용과 화랑에 대한 언급이 있지만, 소설에서의 삼국시대는 서야, 두려, 사리온의 이름으로 설정하여 이야기는 전개된다. 책의 마지막을 덮으면서 이야기가 짧게 느껴졌다. 그만큼 이 소설에 대한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그리고 바리데기 설화를 판타지 요소를 가미하여, 한국형 판타지를 만난 느낌이 들었다. 어떻게 이런 상상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화에서 전개되는 한국형 판타지를 접할 수 있어서 판타지의 또 다른 매력과 느낌을 전달해준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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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리새 - 상 - 나무를 죽이는 화랑 Nobless Club 8
김근우 지음 / 로크미디어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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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판타지 소설은 읽는 이에게 무한 상상력과 놀라움을 안겨준다. 그렇기에 나는 판타지 소설을 좋아한다. 영화로의 판타지는 눈의 즐거움을 주기에 판타지 장르의 한계가 느껴짐을 간혹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소설에서의 판타지는 말 그대로 무한 상상력을 안겨주기에 내가 만든 상상력의 소설을 읽는 데에 또 다른 재미와 즐거움을 안겨주기에 판타지의 매력은 이런 것이구나 라는 생각하게 된다. 

 이번에 읽게 된 작품은 ‘피리새’라는 예쁜 이름을 가진 소설이었다. 제목만큼이나 내용이 궁금했기에, 그리고 피리새가 무엇인지 궁금했기에 책을 읽으면서 궁금증은 더 커져만 갔다. 이 소설은 바리데기의 설화가 배경이 되어서 만들어진 소설이다. 그렇기에 더욱 궁금해졌다. 비록 바리데기의 설화는 읽어보지 못했지만, 대충의 줄거리는 알기에 바리데기의 배경을 살짝 언급해 본다면, 바리데기의 ‘바리’는 불락국(佛樂國)의 일곱 번째 공주로 태어나자마자 버려진다. 그러나 바닷가에 사는 노부부에게 발견되어 길러지게 된다. 바리데기가 열다섯 살이 되었을 때, 아버지인 대왕이 병에 걸려 점치는 이가 서천 서역국의 약물을 구해 먹어야 낫는다고 하여 그의 여섯 딸에게 부탁하지만, 모두 가기 싫어한다. 이때 부모를 찾아 헤매던 바리데기가 서천 서역국으로 떠난다. 많은 시련을 극복하고 그곳에 도착한다. 하지만, 약물의 주인인 무장승의 청을 들어주고 결혼까지 한 뒤 약물을 가지고 돌아온다. 하지만, 이미 죽어 장례식을 치르고 있었다. 바리데기는 가지고 온 약물을 입에 넣었더니, 다시 소생하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바리데기는 죽은 이의 죄를 씻어 극락으로 인도하는 인로왕 보살이 된다는 설화이다. 

 ‘피리새’의 모티브가 된 바리데기 설화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매서운 바람이 부는 십이월에 나루터에 사람들이 배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 사람 중 ‘하누벌’ 사람 두 명이 있었다. 바로 ‘두르내 마휼’과 ‘모솔 서다함’이다. 두 사람은 하누벌 사람이지만, 수도 시설 파손을 점검하기 위해서 ‘다라벌’까지 오게 된 것이다. 둘의 직업은 수도관리국 시설관리과에서 일하고 있지만, 다라벌에는 현장을 돌아다니며 수도 시설이 파손된 게 없는지 점검을 하러 온 것이다. 하지만, 이 둘의 임무는 바오 가문과 토지 매매계약을 성사시키는 것이었다. 그리고 배 안에서 ‘바오 가문’ 이야기를 듣게 된다. 지금의 종손인 그는 ‘화랑님’이라 불린다. 바오 가문이 몰락하자, 화랑이 되어 ‘화랑님’이라 불리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 둘은 배에서 내려 커다란 종이에 적힌 자신들의 이름을 들고 있는 소녀를 발견한다. 여관 주인 ‘노달박 솔새’가 보낸 잡역부로 일하는 소녀 ‘피리새’가 안내해주는 길을 따라 이 둘은 여관으로 향한다. 소녀에게 왜 말을 하지 않느냐고 물으니, 소녀가 쪽지를 건네 보이며, 말을 하지 못한다고 한다. ‘피리새’는 말을 할 수 있으나, 말하지 못했다. 그리고 글을 쓸 줄 알았으며, 하는 말도 알아들었다. 그리고 마휼은 피리새는 겨울 철새인데, 이름 그대로 꼭 피리 같은 소리로 울어서 피리새라고 한다는 의미를 말해주었다. 

 그 둘이 여관에 오기 전, 배에 내려 나루터 앞에서 붉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나눠준 것을 내밀었다. 그것은 부적이었다. 그 부적을 만든 무당은 ‘무두 가라심’인데, 붉은 물감으로 그린 잎은 하나도 없고 가지와 몸통만 있는 나무 그림이었다. 그리고 무두 가라심은 그게 신단수(神壇樹)라고 주장한다. 

 이 책에서 ‘피리새’는 원래의 피리새와 이름만 같을 뿐 자유롭게 울지 못한다. 그리고 바리데기와 피리새의 비슷한 부분은 피리새는 서야국의 왕비의 일곱 번째 딸이다. 그리고 국왕을 구하려고 떠나야 한다는 것은 비슷하다. ‘바오 가람’은 나무를 죽이는 것이 숙명인 가문에서 태어났으며, 그의 첫인상은 인간, 개 그리고 돌고래를 하나의 그물 속에 넣고 끌고 가는 장면이었다. 그리고‘피리새’는 귀신과 대화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었으며, 바오 가람의 시녀였고, 서야국 왕비의 일곱 번째 공주이다. 그리고 이들은 죽음에 놓여 있는 국왕과 왕비를 구하려고 떠난다. 그리고 수상한 인물이 등장한다. 서역국에서 온 ‘가리 박사’의 등장으로 이야기는 점점 흥미로움과 궁금증을 일으켰다. 

 이 소설은 바리데기의 설화를 김근우 작가의 재해석된 소설이라 할 수 있다. 삼국시대에 등장하는 처용과 화랑에 대한 언급이 있지만, 소설에서의 삼국시대는 서야, 두려, 사리온의 이름으로 설정하여 이야기는 전개된다. 책의 마지막을 덮으면서 이야기가 짧게 느껴졌다. 그만큼 이 소설에 대한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그리고 바리데기 설화를 판타지 요소를 가미하여, 한국형 판타지를 만난 느낌이 들었다. 어떻게 이런 상상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화에서 전개되는 한국형 판타지를 접할 수 있어서 판타지의 또 다른 매력과 느낌을 전달해준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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