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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덕여왕
신진혜 지음 / 창해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학교 다닐 적 배웠던 한국사, 역사 이야기는 나에게 언제나 지겨운 수업시간을 떠올리게 한다. 교과서라는 틀 안에서 딱딱한 이야기를 장엄하게 늘어놓고 설명하는 국사 책. 그리고 그 시대에 살아서 직접 본 것처럼 배경을 설명해야 하는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졸음과 싸우는 수업이었다. 하지만, 시대가 변화하면서 딱딱한 한국사를 3사 방송사에는 사극 드라마를 아주 재미있게 이끌어가고 있다. 드라마이기에 그랬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드라마로 재탄생한 역사, 사극 드라마로 한국사를 멀리했던 내게 ‘역사는 재미있구나.’라는 생각을 안겨준 것이다.
역사에 기록되어 있는 왕과 왕비들은 많다. 그리고 그들의 업적도 모두 제각각이다. 그중에서 유독 눈길을 이끈 신라의 27대 왕인 ‘선덕여왕’이었다. 그녀는 여성이지만 왕으로 추대된다. 여성이라는 점에서 놀랍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는 여왕이었다. ‘선덕여왕’에 대한 소설은 많지만, 그중에서 새롭게 재탄생된 ‘선덕여왕’ 소설을 만나게 되었다.
이 소설은 일인칭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즉, ‘선덕여왕’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흘러간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으면서 그녀의 마음속까지 들여다볼 수 있어서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그녀는 진평왕의 차녀 ‘덕만’으로 태어났다. 선덕여왕의 본래 이름이 ‘덕만’이었다. 진평왕은 아들이 없었기에 그녀의 언니 ‘천명공주’가 왕위 계승권을 가지고 있었기에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의 존재감은 태어나면서부터 없었다. 그래서 ‘덕만’은 궁궐 밖의 출입도 했으며, 공주의 신분이기는 했지만, ‘천명공주’보다 더 자유로운 생활을 하며 지냈다. ‘덕만’에게는 오라버니가 둘 있었다. 전통과 관습 따위에 얽매이는 것을 싫어하는 ‘비형’과 풍월주를 지낸 ‘용춘’이다. 비형은 진지왕이 폐위당하고 유폐되었을 때 민간의 여인인 도화녀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이며, ‘용춘’은 진지왕과 지도부인의 차남으로 반듯하고 고고한 성품을 지녔다.
어느 날 ‘미실궁주’는 덕만과 내기를 하게 된다. 모란꽃이 그려진 그림을 보고 덕만은 꽃에 향기가 없을 거라고 하지만, 미실궁주는 꽃에 향기가 없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었다. 시간이 흘러 모란꽃은 피어났고, 내기의 승리는 덕만이었다. 아바마마는 내기에서 이긴 덕만에게 소원을 들어주기로 했다. 그리고 덕만의 여동생 ‘선화공주’는 몸이 허약하여 궁궐 밖 출입을 못하였기에 궁궐 안에서만 생활하였다. 그러던 중 덕만은 마을에서 아이들이 부르는 이상한 노래를 듣게 된다. 동생 선화공주에 관련된 노래였다. 그 노래가 궁궐까지 전해졌고, 아바마마는 결국 선화공주를 백제로 시집을 보낸다. 그리고 덕만의 언니 천명공주의 혼사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천명공주는 마음에 둔 사람이 있었다. 바로 ‘용춘’이었다. 하지만, 아바마마께 다른 이름을 말해 ‘용수’로 알아듣고 그와 혼례를 치르게 된다. ‘용수’는 미실 일파에 의해 폐위당한 진지왕과 지도부인의 장자이다. 그는 정치적 야망을 품고 있었기에 천명공주와 혼인 후 아바마마는 용수에게 힘을 실어준다. 하지만, 천명은 부군자리를 내놓고 궁궐 밖으로 용수와 함께 나간다. 그리고 그 자리를 덕만이 오르게 된다.
덕만도 여자였기에, 그녀의 마음에 품은 사내가 있었다. 바로 ‘비형’이었다. 하지만, ‘용춘’도 덕만을 마음에 두고 있었기에 청혼을 하지만 언니 ‘천명’이 용춘을 마음에 두고 있었기에 거절한다. 시간이 흘러 덕만의 혼사이야기가 거론되고 덕만은 ‘비형’에게 고백하기 위해 그를 찾아가지만, 그것이 그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자취를 감추어버린 비형을 기다리지만, 결국 용춘과 혼인을 하게 된다. 계절이 바뀌어 가을에 덕만의 어머니 ‘마야황후’는 병으로 눈을 감고, 그 자리를 새 황후 ‘승만황후’가 대신한다. 그리고 그녀의 호위무사가 된 ‘비형’이 등장한다. 그는 예전의 자유분방한 모습과 달리, 단정한 모습을 하고 ‘지귀’라는 이름으로 바꾸고, ‘활리역’ 출신이라고 한다. 그리고 권좌에 오른 그녀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덕만은 지극히 평범한 운명을 살아갈 것이라 여겼기에 자신의 비켜간 사랑과 권좌에 오를 줄도 몰랐던 것이었다. 그래서 아무런 준비도 없이 권좌에 올랐지만, 여자로서 남자 못지않게 업적을 이루었으며, ‘한반도 최초의 여왕’임에 틀림없다. 이 책에서 등장하는 향기 없는 모란꽃이 피어 그 향기를 덕만 아니, ’선덕여왕’이 향기가 된 것이다. 그리고 소설에서 선덕여왕은 마지막은 그녀의 죽음이 아니,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려고 발길을 돌리는 여왕으로서 마지막 마침표를 찍는다. 내가 접해왔던 역사 소설은 딱딱한 문체와 어렵게만 느껴졌지만, 이 소설은 그녀를 재미있고, 사실을 바탕으로 쉬운 문체로 재탄생시킨 소설이다. 그렇기에 ‘선덕여왕’에 대해 몰랐던 많은 부분을 쉽게 흡수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