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 그 첫 5,000년 - 인류학자가 다시 쓴 경제의 역사
데이비드 그레이버 지음, 정명진 옮김 / 부글북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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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학(anthropology)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해 보게 됐다.인류와 그 문화기원·특질을 연구하는 학문이라는데, 너무 생소해서 궁금한 반면, 일독해보니 고대부터 현재까지 인간의 문화를 총망라한 학문인듯 한데,지루했다. 인류학자가 쓴 경제의 역사란 어떤 자극을 심어줄까.에 대한 호기심이 발동했다. 역사에 취약한 이유로 다각도로 걸음마 연습을 필요로해 도전한 이번의 결과는 참패다. 일전에 경제학자가 쓴 경제의 역사를 꽤 흥미롭게 읽었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기대에 부흥하는 결과를 바랬었던 것이다. 인류학자들은 인류의 전역사를 통해 시공간으로 특정 집단과 활동이 갖는 고유한 특성을 연구, 재해석한다고 한다. 묵직한 페이지분량만큼 초기(화폐가 없었던)에는 물물교환이 빚으로 재해석되었다.이런 빚은 단순히 빌린 물건의 상환이 똑같은 등가물일 필요는 없었다. 이를테면,피값 혹은 신부값이라 불리듯이 살인자가 피해자 가족에게 생명값으로 소'라는 대체물로 상환이 가능했다. 오늘날, 마치 여인이 결혼하면 함'이라는 물건을 주고 받으면 양가가 교환하는 풍습과도 비슷하다. 또한 남자 성인이 결혼을 하고 2세를 낳는 과정조차도 조상에 대한 빚을 갚는 행위로 보고 있었다. 뿐만이 아니다. 귀족들은 채무자에게 노예교환 방식으로도 상대가 진 빚을 상쇄시키기도 했다.

 

축의 시대(B.C.800~A.D.600)는 피타고라스와 공자,붓다가 살았던 기간이다. 주화가 발명된 시기와도 거의 일치한다. 이때 세계의 모든 주요 철학적 사조뿐만 아니라 중요한 종교들이 두루 목격된 시대였다고 하니,우연치곤 놀랍다. 그리고 시간의 경과에 따라, 신용 시장이 등장했다. 개인의 평판과 인품이 차용증서의 가치를 죄우했다고 한다. 오늘날,서브프라임 대출로 골머리를 앓았던 경험을 돌이켜보면,과거를 거울삼아 최근 대출이나 신용카드 심사가 엄격화된 것도 무리가 아니다.

 

축의 시대를 일명 물질주의 시대로 보고, 중세시대를 초월의 시대로, 이는 다시 '탐험의 시대인 자본주의 제국의 시대(11450~1971)로 넘어간다.가상화폐와 신용시장으로부터 다시, 금,은의 회귀로 돌아간 시대다.

 

저자는 화폐의 역사가 물물교환에서 화폐 그리고 신용시장으로 변화한 것이 아니라고 설명 한다.오히려 그 역순이라며 경제교과서를 수정해야한다고. 인류학자가 쓴 경제사는 내 지식의 얕음 때문에 고대 문명의 장광설에 집중이 잘 되지 않은 것 같다. 장광설을 자랑하는 이 책은 인류학에 관심을 둔 독자에게 적합한 책인 것 같다. 인류학에 생소하다보니, 지나친 장광설에 핵심을 놓친 것 같다. 돈이 있기전에 부채가 있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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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도라의 도서관 - 여성과 책의 문화사
크리스티아네 인만 지음, 엄미정 옮김 / 예경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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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도라의 상자를 연상시키는 제목의 이 책은, 책 읽는 여성들이 등장하는 그림이 주를 이룬다.고대부터 현대에 이르끼가지, 진보적인 여성 운동가나, 단순 모델들이 실제로 그려진 작품들이 세기별로 소개된다. 문명의 요람에서 중세까지,16-18세기,19세기 그리고 현대 20세기 회화 속에 남성쇼비니즘(chauvinism)으로 억압된 여성들이 가정의 테두리안에서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 사회 배경을 논하며 이야기를 읊어가고 있다.

 

여성들의 권리를 옹호하는 매리 울스턴크래프트와 세계 최초의 여성 시인 사포 등을 그림으로 만나볼 수 있다. 이들 여성들은 그나마 사회적 지위가 높은 가문덕으로 그들의 권리를 주장하거나, 문학 작품에 존재를 알릴 수 있는 드문 기회를 부여받은 선택된 사람들이었다.중국의 위대한 여성학자로 <한서>를 집필한 반소, 세계 최초의 소설이라는 <겐지이야기>의 저자 무라사키 시키부 등도 집안의 위력과 궁녀의 신분으로 특권층의 대열에 합류할 수 있었기에 오늘날 이름자를 후세에 남기게 되었다.이런 실정이었으니, 역사에 기록을 남기지 못한 무수한 여성이 피지도 못하고 묻혀버린 것에 위로를 전하고 싶어진다.

 

르네상스 이전에는 귀족딸에게나 수녀원에서만 여성이 고등교욱을 받을수 있었다.그들이 읽는 양서라곤 성경이 주를 이루었으나, 이는 점차 시집이나 은밀한 빨강책으로도 가끔씩 이후의 회화에도 등장하게 된다. 가정에서 여성의 역할을 강조하고 복종하는 여인상을 엄격히 제도화하고 구속한 시대였다. 소수의 특권층에게만 허락된 희귀품이 책이었다. 오늘날 우리가 시간만 나면 마음대로 읽을 수 있는 선택이 없었다. 이 시대의 여성으로서 숨 쉬고 있는 것에 고마움을 느낀다.

 

책은 희귀하고 손에 넣기 어려운 물건이었으므로, 책 읽기란 여전히 귀족의 특권에 가까웠다.-33

 

각 장의 도입부는 먼저 시기별로  선행학습을 개괄적으로 제시한다. 그리고, 한쪽에는 여성과 책이 오롯이 담긴 회화가 한 폭씩 놓여있고, 이에 따른  등장인물과 작가의 사실적 설명이 양면을 구성하는 식으로 전개된다. 생각보다 책을 읽고 있는 여성의 그림이 수적으로 많은 것에 내심 놀랐다.책의 크기에 따라서, 여인의 신분 차이가 드러났다. 오직 성경 하나로 여성의 생각이 획일화되지나 않았을까 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1640년 무렵,끊임없이 발달한 기술 덕분에 유럽 전역에서 도서 인쇄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67

 

르네상스 이후, 유럽의 인쇄술의 발달로 18세기에는 부르주아가 등장,샬롱문화가 두각을 드러내게 된다.책읽는 여성에 대한 사회의 눈초리는 여전히 의심으로 가득찼으나, 회화를 찬미하는 행위는 무해하다는 사상이 팽배했었나보다. 가시적인 것보다 행간의 숨겨진 의미를 두려워한 사회였기 때문이다. 오늘날, 여성부의 목소리가 커지자 곤욕을 치르고 있는 고위 남성들의 두려움을 잘 반영하고 있던 불평등한 사회였다.19세기에 이르러, 책 읽기는 이제 상상 셰계의 상징이 되기 시작했다.여성에 대한 제재가 약화되어 책읽는 여성들이 더 용인된  변화가 인 것이다.

 

산업 발전과 더불어 문맹률이 낮아지고  여성의 책 접근도가 높아졌다. 더이상 책은 고가의 희귀품이 아닌 저가의 선택품이 되었다.최초의 아프리카출신 미국 여성 시인(필리스 위틀리)도 18세기 가장 존경받는 여성 화가(안젤리카 카우프만)에 얽힌 일화도 기억에 남는다.괴테는 카우프만 앞에서는 온갖 찬사를 늘어놓고도, 돌아가서는 폄하 일변도였다니! 타협에 능통한 인물임에 한표. 던지게 된다.

 

지난 날, 소외된 여성과 금지된 지식 그리고 회화의 역사를 개괄적으로 파악하기엔 좋은 책이었다. 적극적으로 삶을 개척하려했던 극소수의 진보 여인들의 파란만장한 삶이 종종 글로 반복되어 펼쳐진다. 수록된 그림의 강렬함은 다소 미흡하다. 그도 그럴것이, 남성이 그린 여성의 이미지에는 뻔한 형체가 있다. 또한 익히 눈에 익지 않은 그림이 많다. 여성이 그린 여성의 모습은 그래서 좀 더 다른 면모가 있겠다. 카우프만(1741-1807)의 책읽는 여성이 담긴 회화처럼. 부드러운 여성의 가는 선이 엿보인다.내 타입은 아니지만 타 그림들과 확연한 차이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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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의 초점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양억관 옮김 / 이상북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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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쓰모토세이초는 사회파 추리소설 작가다. 사회파 추리라, 잘난 척하는 일본의 용어 현상이 또 시작된다.용어 하나를 특징지어, 아무렇지도 않은 사실을 있어 보이게 하는 현상.^^일반적으로 추리소설은 현장감의 고조,개인의 살인 동기,탐정 혹은 경찰의 매력도가 범인의 광기와 잔인한 살인 수법이라는 인간의 본능을 자극하는 요소들로 점철된 점이 적지 않다. 극적 긴장감을 독자에게서 끌어내려는 치밀한 작가의 두뇌 회전과 소설이라는 허구의 합작품이다. 그런 현대 추리 이전에 한 분파였던 일본 사회파 추리를 <제로의 초점>이란 작품으로 만났다. 제로(zero)라는 영문을 도입해, 우리식으로 영(0)이란 한글을 사용한 것보다 있어 보이게,학식이 있는 듯하게.^^ 때는 1950년대다. 낫놓고 기역자도 모를때.

 

이 책은 여타 추리소설과 달리, 살인 현장의 피비린내가 직접적으로 전달되지 않는다. 담담한 에세이처럼, 신부가 실종된 신랑의 자취를 더듬어 범인을 추적해 나가는 식이다.사립탐정 대신 지적인 신부, 데이코가 신랑,우하라의 실종 현장과, 거주지 도쿄를 드나넘으며 각 지역별 분위기를 적어가고 있다. 남편의 과거 직업을 통해,암울한 시대적 분위기도 같이 전달하는 특색이 있다.지역 탐방,종전 직후의 혼란한 일본 시대 탐방이 적절히 가미된 작품이다. 우리와 다를지언정, 패전국으로 일본 사회가 빚은 혼란 속에서 미군과 성매매를 한 여성들이 있었다는 점을 알았고, 이후 지위향상과 더불어 불어진 과거 은닉이 연쇄 살인을 부른 결과로 빚어진 점 등을 이 소설에서 볼 수 있다. 

 

미야베 미유키와 히가시노 게이고가 스승으로 삼은 작가,마츠모토 세이초는(1909년 출생) 고인이다. 1950년 그의 등단 이후로, 일본 추리 문학계가 구분될 정도였다고 한다. 사회 배경으로 말미암은 논픽션과 추리 소설의 픽션이 적절히 혼합된 형식이다. 사실성이 크게 부각되면서 미스테리가 하나씩 벗겨지는 단게적인 흐름이 돋보인다. 먼저 읽었던 자극적인 현대 공포 소설 때문이었는지 몰라도, 사건에 대처하는 차분한 주인공의 자세가 은근한 매력을 풍기는 소설이었다. 연애가 아닌 중매로 결혼한 배우자는 그야말로 '제로'의 대상이었다. 그런 제로에게 초점을 둔 주인공의 내면 심리와, 사회의 부조리에서 튀어나온 욕망의 사슬을 잔잔하게 잘 소화해 그려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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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그렇게 연애하는 까닭 - 사랑에 대한 낭만적 오해를 뒤엎는 애착의 심리학
아미르 레빈.레이첼 헬러 지음, 이후경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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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채워지지 않는 욕망이 사랑의 속성이라고 한다. 성에 대한 매력을 느끼지 않는 사람 흔치 않을 것이다. 자연스레 연애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연애를 못해 고민하는 이들도 상당 부분 차지한다. 완벽한 사랑을 갈구하는 사람은 아무래도 걸맞는 상대를 찾기까지 오래 걸린다. 그래서 대개가 어느 선에서 맞춰가며 연애하는 것 같다. 이렇게 제한적인 테두리내에서 합리적인 사랑을 가꾸어 나가더라도, 어쩐지 연애 싸움 안 할 수 없고, 급기야 헤어지는 커플이 많다.헤어짐은 언제나 두려운 존재다. 어쩌면 사랑하기보다, 이별이 더 두렵다. 만약, 잦은 애정 다툼이 물,불과 같이 결합할 수 없는 원인이라면 과감하게 이별을 결정하고 아픔에 대한 대비를 하기를 저자는 바라고 있다. 사랑한다면, 사랑만큼 고통도 양방향으로 미친다고 일반적으로 알고 있다. 사실이 아니다. 애착 유형에 따라 그 크기가 다름을 알게 된다.

 

이 책은 저자가 20년 이상 연구한 사랑에 대한 오해를 뒤엎는 애착의 정수를 담은 심리학이다. 일반적으로 사회에서 인식되어온 사랑에 대한 통념을 뒤엎는 책이다.그 통념이란, 사랑에 빠지면 모든 이가 친밀감에 대한 수용도가 같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내가 스킨십을 하고 싶으면 상대도 똑같이 그걸 바라겠지 하는 오해가 생길 수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은 애착 유형(Attchment Type)을 세 가지로 분류해서 이 통념이 그릇된 것임을 논리적으로 규명한다. 간단히 말해,상대가 어떤 애착 유형이냐에 따라 친밀도의 원근 거리가 명확히 구분된다는 논리다. 따라서 자신의 욕구와 상대방의 그것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 파트너를 찾아야 행복해 질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애착 유형에는 크게 안정형, 불안형, 회피형 이렇게 세 가지가 각각 50%,30%,20%의 비율을 차지한다.척 봐도 안정형을 선택해야 함을 직감한다. 과반수를 차지하는 안정형이라. 안정'이라는 단어에서 연애의 행복을 예측하지만, 과반수'라는 단어에서 멈칫하지 않았는가? 그렇다면, 행복한 연애는 접는 게 낫다. 안정형에 대한 일반적인 그릇된 시각을 버려야 한다. '지루'할 것이라는 통념을 깨야만 지금껏 바라던 행복한 연애가 가능하게 된다. 이 안정형은 '의사 소통의 일인자'로 꼽힌다. 행복은 서로 맞춰주고 그 감정을 공유하는 것에서 온다고 할 수 있다. 안정형은 그래서 가장 이상적인 애착 유형인 것이다. 말 한 마디 때문에 연인들은 사이가 좋아졌다가 나빠지곤 한다. 상처주지 않고 말을 원할하게 건넬 수 있는 유형이 바로,안정형에 해당된다. 그러니 '최고의 파트너'들이 과반수인 것은 아직 반쪽을 찾고 있는 솔로들에겐 행운이지 않을 수 없다!

 

불안형은 사랑하게 되면,애착 체계가 활성화된다. 그래서 상대가 멀리하려면 불안형공격 또는 항의 대응한다. 책에서는 주로 불안-회피형 커플의 문제를 자주 다루고 있다.이 둘의 애착 체계는 한쪽이 'On'이면 다른 쪽은 'Off'형이기 때문에, 당연하게 문제 해결의 중심에 서게 된다. 회피형이 가장 사귀기 힘든 유형이다. 독립심이 강하고 항상 일정 거리 유지하는 특징이 있다.비밀도 많다. 따라서, 불안형 파트너가 더 다가설 때마다, 본능적으로 밀어내게 된다. 불안형은 사랑하는데 자꾸만 자신과 거리를 두는 회피형에게 공격적인 말을 하게 되고 관계는 순탄치 않게 되는 식이다. 이런 과정에서, 살필 점은 언급한 상처의 크기가 다르다는 것이다. 불안형은 관계가 힘겨워지자, 내탓으로 여겨 고통스러워 하는 반면, 회피형은 사랑하면서도 그 특성상 별반 고통을 못 느낀다. 불안형이 관계의 불진척을 내 탓으로만 돌리지 말아야 하는 것도 이래서이다. 책은 이런 대책으로  관계 개선을 위한 팁을 아주 간단하게 제시해 준다. 뿐만이 아니다. 이런 나의 노력에도 미래가 불투명해 보인다면, 과감하게 이별하고 그에 대처하는 방법까지도 야무지게 챙긴다.

 

"문제를 야기한 동일한 수준의 사고로는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고 혹자는 말했다.이 책을 읽고나면, 더 이상 연애의 매력이 밀당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밀당도 나이 어린 시절이나 가능한 것이지,상당히 피곤하다. 사랑을 장난으로 하는 것도 아니고, 상대방에게 좀 더 진실해져야 함을 많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연애가 심상치 않은 이들에게 감히 추천하고픈 도서이다. 풍부한 예제가 수록되어 있어,상대방의 애착 유형을 파악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지긋지긋한 연애는 가라~, 행복한 연애를 꿈꾸는 당신에게 바치고 싶다. 애착 작동 방식은 연인관계에서 각자의 신념 체계에 따라 특정 방식으로 프로그램화되어 행동하는 원리(P )임을 잊지 말자. 보다 현실적인 애착 대안으로 행복한 연애가 시작되기를!인생은 생각만큼 길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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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네 케이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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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소설. 심박수를 마구 뛰게 하다가 호흡을 멈추게 하는 강약이 있어 좋아했다. 무서워 꺼리는 사람들도 많은데, 끔찍한 장면은 눈 감으면 그만이다. 잠시 그건 기억에서 지워버린다. 공포 영화를 공포 소설보다 더 많이 본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양쪽다 수적으로 보면 미미하다. 다만, 기호가 맞아떨어진다는 점 때문에 접하곤 한다. 책으로 본 일본 호러는 정말 오랜만이다. 호러 소설에서 공포를 전달하는 임팩트는 장르적인 외관상의 문제일 뿐이다. 호러작도 하나의 문학이다. 작품으로써 한 작가의 치밀한 구성력과 강렬한 상상력이 탄탄하게 직조되어 독자가 읽은 후에도 감동받아야 한다. 호러소설이라서 공포만 던져다 주고, 신랄한 통찰이 결여되었다면 학살에 지나지 않을까.인간성의 근본까지 말살하는 감정을 남기는 것은 좋은 작품이 아니다.이 책이 그랬다.

 

공교롭게도,이 책을 읽은 시간이 주말저녁 나홀로 집에서였다.뭔가 음산한 기운이 감도는 가운데, 첫 편 <폭락>은 섬뜩하다 못해,책을 없애고 싶은 심정이었다. 더 적나라하게 표현하면, 불지르고 싶거나 휴지통에 집어넣고 싶었다. 이 신인 작가의 소설은 이렇게 과격한 감정을 도발시킨다. 개인의 흥미를 위해서라면, 사회의 파장도 생각지 않는 극단적인 잔학성이 엿보인다.

 

내용인즉, 주가 지수가 당신의 삶을 결정하고 인간을 한낱 종이조각에 비유한다.참신하지 않다. 흔하다. 선한 행위의 모든 원인을 개인의 이기적인 주가 방어에 두고 있다. 상장 폐지가 되면,인간으로서 존재를 잃어버린다. 이 작가에 대해 일본 공포 소설상을 수상한 작가라고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는데, 일본인들의 잔학성을 떠올리게 된다.이런 줄거리를 가지고 이야기를 만들때는 현실 비판을 뛰어넘은 나은 미래상을 제시할 수 있게 도우는 것이 작가의 본분이다. 하지만, 작가는 오히려 이런 문제에 동조하게 만들고 심각성을 고조시키기에 급급하는 것 같다. 예술성을 위해서 살인을 마다않은 사건이 떠올려진다. 3편 중에서 가장 강렬하다. 하지만, 수작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어린아이가 어른 흉내 내기에 그친 작품이라고 혹평하고 싶다.작가는 굉장히 왜곡된 사고의 소유자가 아닌가 의심이 든다. 

 

두번째는 <수난>이다.자고 있어났더니, 내 운명은 어떻게 변해 있을까. 바이런은 자고 일어났더니,유명해져 있더라고 했다. 주인공의 운명은 수갑에 묶인채, 이방인들의 고충을 들어야 하는 난감한 처지에 처해 있다. 사람들에게는 각자의 문제가 가장 크나큰 과제다. 정작, 수갑에 포박당한 채 이도저도 못하는 주인공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타인의 이기심으로 더 큰 수난을 겪고 있는 누군가의 상황을 묘사한다. 타인들도 일본 애니에서 기정 문제로 대두된 인간상들이 등장할 뿐이다.재미없었다.

 

마지막이 수상작이라는 '코'이다.화자는 주인공으로 설정된 의사다. 갑자기 중간 중간에 제 2의 인물이 화자로 끼어든다. 묘연한 두번째 화자가 순화되지 않은 육두문자로 이야기를 방해해 산만함을 가중시킨다. 말미에 밝혀진 그의 정체는 중학생 텐구 소년. 끝까지 읽기 힘들 정도로 감정이 뒤죽박죽으로 묘사된다. 또한, 글자체도 차분한 바탕체(의사)에서 산만하게 흐트러진 굵은 돋움체(소년)로 바뀐다. 전혀 다른 성격의 이들은 결말로 치닿을 때, 비로소 만나게 되는데...가상의 인물,텐구는 돼지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차별을 당한다는 얘기다. 세상을 서로 다른 가치관으로 바라본 어른과 소년,돼지와 텐구의 관점에서 묘사한다. 텐구는 일본 전설에서 코가 긴 괴물이다.

 

우리 실정과는 좀 다른 일본스런 문화가 지극히 반영하면서, 가상 미래 인간 사회의 비판을 담은 단편들이다. 다른 문화 코드탓에 일본 문화에 어두운 사람들이라면 이해하기 힘든 요소가 다분하다. 특히 코'는 더더욱. 인내심있고 주의깊게 보지 않으면, 반전도 지나칠 수 있다.전체적으로, 호러를 가장한 일본 정서의 어두운 단면을 보는 것 같아, 불편했다. 어디까지 인간성을 바닥으로 끌어내릴 것인가. 경쟁이라도 하는 듯해 보이는, 안타까움이 스민다.작가 소네 케이스케는 비평범성을 아주 비성숙적으로 보여준다. 남들과는 차이는, 그만큼의 고귀한 사상이 깃들어야 하고, 참심한 방식으로 세상에 나누어야 하는 것이다.그런 면에서, 저자는 사회에 던질 나쁜 파장을 개의치않고, 개인의 재미에만 홀릭한 사람처럼 느껴진다. 혐오로 무장된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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