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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
소네 케이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1년 11월
평점 :
품절
공포소설. 심박수를 마구 뛰게 하다가 호흡을 멈추게 하는 강약이 있어 좋아했다. 무서워 꺼리는 사람들도 많은데, 끔찍한 장면은 눈 감으면 그만이다. 잠시 그건 기억에서 지워버린다. 공포 영화를 공포 소설보다 더 많이 본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양쪽다 수적으로 보면 미미하다. 다만, 기호가 맞아떨어진다는 점 때문에 접하곤 한다. 책으로 본 일본 호러는 정말 오랜만이다. 호러 소설에서 공포를 전달하는 임팩트는 장르적인 외관상의 문제일 뿐이다. 호러작도 하나의 문학이다. 작품으로써 한 작가의 치밀한 구성력과 강렬한 상상력이 탄탄하게 직조되어 독자가 읽은 후에도 감동받아야 한다. 호러소설이라서 공포만 던져다 주고, 신랄한 통찰이 결여되었다면 학살에 지나지 않을까.인간성의 근본까지 말살하는 감정을 남기는 것은 좋은 작품이 아니다.이 책이 그랬다.
공교롭게도,이 책을 읽은 시간이 주말저녁 나홀로 집에서였다.뭔가 음산한 기운이 감도는 가운데, 첫 편 <폭락>은 섬뜩하다 못해,책을 없애고 싶은 심정이었다. 더 적나라하게 표현하면, 불지르고 싶거나 휴지통에 집어넣고 싶었다. 이 신인 작가의 소설은 이렇게 과격한 감정을 도발시킨다. 개인의 흥미를 위해서라면, 사회의 파장도 생각지 않는 극단적인 잔학성이 엿보인다.
내용인즉, 주가 지수가 당신의 삶을 결정하고 인간을 한낱 종이조각에 비유한다.참신하지 않다. 흔하다. 선한 행위의 모든 원인을 개인의 이기적인 주가 방어에 두고 있다. 상장 폐지가 되면,인간으로서 존재를 잃어버린다. 이 작가에 대해 일본 공포 소설상을 수상한 작가라고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는데, 일본인들의 잔학성을 떠올리게 된다.이런 줄거리를 가지고 이야기를 만들때는 현실 비판을 뛰어넘은 나은 미래상을 제시할 수 있게 도우는 것이 작가의 본분이다. 하지만, 작가는 오히려 이런 문제에 동조하게 만들고 심각성을 고조시키기에 급급하는 것 같다. 예술성을 위해서 살인을 마다않은 사건이 떠올려진다. 3편 중에서 가장 강렬하다. 하지만, 수작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어린아이가 어른 흉내 내기에 그친 작품이라고 혹평하고 싶다.작가는 굉장히 왜곡된 사고의 소유자가 아닌가 의심이 든다.
두번째는 <수난>이다.자고 있어났더니, 내 운명은 어떻게 변해 있을까. 바이런은 자고 일어났더니,유명해져 있더라고 했다. 주인공의 운명은 수갑에 묶인채, 이방인들의 고충을 들어야 하는 난감한 처지에 처해 있다. 사람들에게는 각자의 문제가 가장 크나큰 과제다. 정작, 수갑에 포박당한 채 이도저도 못하는 주인공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타인의 이기심으로 더 큰 수난을 겪고 있는 누군가의 상황을 묘사한다. 타인들도 일본 애니에서 기정 문제로 대두된 인간상들이 등장할 뿐이다.재미없었다.
마지막이 수상작이라는 '코'이다.화자는 주인공으로 설정된 의사다. 갑자기 중간 중간에 제 2의 인물이 화자로 끼어든다. 묘연한 두번째 화자가 순화되지 않은 육두문자로 이야기를 방해해 산만함을 가중시킨다. 말미에 밝혀진 그의 정체는 중학생 텐구 소년. 끝까지 읽기 힘들 정도로 감정이 뒤죽박죽으로 묘사된다. 또한, 글자체도 차분한 바탕체(의사)에서 산만하게 흐트러진 굵은 돋움체(소년)로 바뀐다. 전혀 다른 성격의 이들은 결말로 치닿을 때, 비로소 만나게 되는데...가상의 인물,텐구는 돼지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차별을 당한다는 얘기다. 세상을 서로 다른 가치관으로 바라본 어른과 소년,돼지와 텐구의 관점에서 묘사한다. 텐구는 일본 전설에서 코가 긴 괴물이다.
우리 실정과는 좀 다른 일본스런 문화가 지극히 반영하면서, 가상 미래 인간 사회의 비판을 담은 단편들이다. 다른 문화 코드탓에 일본 문화에 어두운 사람들이라면 이해하기 힘든 요소가 다분하다. 특히 코'는 더더욱. 인내심있고 주의깊게 보지 않으면, 반전도 지나칠 수 있다.전체적으로, 호러를 가장한 일본 정서의 어두운 단면을 보는 것 같아, 불편했다. 어디까지 인간성을 바닥으로 끌어내릴 것인가. 경쟁이라도 하는 듯해 보이는, 안타까움이 스민다.작가 소네 케이스케는 비평범성을 아주 비성숙적으로 보여준다. 남들과는 차이는, 그만큼의 고귀한 사상이 깃들어야 하고, 참심한 방식으로 세상에 나누어야 하는 것이다.그런 면에서, 저자는 사회에 던질 나쁜 파장을 개의치않고, 개인의 재미에만 홀릭한 사람처럼 느껴진다. 혐오로 무장된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