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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도라의 도서관 - 여성과 책의 문화사
크리스티아네 인만 지음, 엄미정 옮김 / 예경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판도라의 상자를 연상시키는 제목의 이 책은, 책 읽는 여성들이 등장하는 그림이 주를 이룬다.고대부터 현대에 이르끼가지, 진보적인 여성 운동가나, 단순 모델들이 실제로 그려진 작품들이 세기별로 소개된다. 문명의 요람에서 중세까지,16-18세기,19세기 그리고 현대 20세기 회화 속에 남성쇼비니즘(chauvinism)으로 억압된 여성들이 가정의 테두리안에서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 사회 배경을 논하며 이야기를 읊어가고 있다.
여성들의 권리를 옹호하는 매리 울스턴크래프트와 세계 최초의 여성 시인 사포 등을 그림으로 만나볼 수 있다. 이들 여성들은 그나마 사회적 지위가 높은 가문덕으로 그들의 권리를 주장하거나, 문학 작품에 존재를 알릴 수 있는 드문 기회를 부여받은 선택된 사람들이었다.중국의 위대한 여성학자로 <한서>를 집필한 반소, 세계 최초의 소설이라는 <겐지이야기>의 저자 무라사키 시키부 등도 집안의 위력과 궁녀의 신분으로 특권층의 대열에 합류할 수 있었기에 오늘날 이름자를 후세에 남기게 되었다.이런 실정이었으니, 역사에 기록을 남기지 못한 무수한 여성이 피지도 못하고 묻혀버린 것에 위로를 전하고 싶어진다.
르네상스 이전에는 귀족딸에게나 수녀원에서만 여성이 고등교욱을 받을수 있었다.그들이 읽는 양서라곤 성경이 주를 이루었으나, 이는 점차 시집이나 은밀한 빨강책으로도 가끔씩 이후의 회화에도 등장하게 된다. 가정에서 여성의 역할을 강조하고 복종하는 여인상을 엄격히 제도화하고 구속한 시대였다. 소수의 특권층에게만 허락된 희귀품이 책이었다. 오늘날 우리가 시간만 나면 마음대로 읽을 수 있는 선택이 없었다. 이 시대의 여성으로서 숨 쉬고 있는 것에 고마움을 느낀다.
책은 희귀하고 손에 넣기 어려운 물건이었으므로, 책 읽기란 여전히 귀족의 특권에 가까웠다.-33
각 장의 도입부는 먼저 시기별로 선행학습을 개괄적으로 제시한다. 그리고, 한쪽에는 여성과 책이 오롯이 담긴 회화가 한 폭씩 놓여있고, 이에 따른 등장인물과 작가의 사실적 설명이 양면을 구성하는 식으로 전개된다. 생각보다 책을 읽고 있는 여성의 그림이 수적으로 많은 것에 내심 놀랐다.책의 크기에 따라서, 여인의 신분 차이가 드러났다. 오직 성경 하나로 여성의 생각이 획일화되지나 않았을까 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1640년 무렵,끊임없이 발달한 기술 덕분에 유럽 전역에서 도서 인쇄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67
르네상스 이후, 유럽의 인쇄술의 발달로 18세기에는 부르주아가 등장,샬롱문화가 두각을 드러내게 된다.책읽는 여성에 대한 사회의 눈초리는 여전히 의심으로 가득찼으나, 회화를 찬미하는 행위는 무해하다는 사상이 팽배했었나보다. 가시적인 것보다 행간의 숨겨진 의미를 두려워한 사회였기 때문이다. 오늘날, 여성부의 목소리가 커지자 곤욕을 치르고 있는 고위 남성들의 두려움을 잘 반영하고 있던 불평등한 사회였다.19세기에 이르러, 책 읽기는 이제 상상 셰계의 상징이 되기 시작했다.여성에 대한 제재가 약화되어 책읽는 여성들이 더 용인된 변화가 인 것이다.
산업 발전과 더불어 문맹률이 낮아지고 여성의 책 접근도가 높아졌다. 더이상 책은 고가의 희귀품이 아닌 저가의 선택품이 되었다.최초의 아프리카출신 미국 여성 시인(필리스 위틀리)도 18세기 가장 존경받는 여성 화가(안젤리카 카우프만)에 얽힌 일화도 기억에 남는다.괴테는 카우프만 앞에서는 온갖 찬사를 늘어놓고도, 돌아가서는 폄하 일변도였다니! 타협에 능통한 인물임에 한표. 던지게 된다.
지난 날, 소외된 여성과 금지된 지식 그리고 회화의 역사를 개괄적으로 파악하기엔 좋은 책이었다. 적극적으로 삶을 개척하려했던 극소수의 진보 여인들의 파란만장한 삶이 종종 글로 반복되어 펼쳐진다. 수록된 그림의 강렬함은 다소 미흡하다. 그도 그럴것이, 남성이 그린 여성의 이미지에는 뻔한 형체가 있다. 또한 익히 눈에 익지 않은 그림이 많다. 여성이 그린 여성의 모습은 그래서 좀 더 다른 면모가 있겠다. 카우프만(1741-1807)의 책읽는 여성이 담긴 회화처럼. 부드러운 여성의 가는 선이 엿보인다.내 타입은 아니지만 타 그림들과 확연한 차이가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