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계절이 지나가면
주얼 지음 / 이스트엔드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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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계절이 지나가면>은 독립출판을 통해 처음 선보였다가 개정판으로 나온 책이다. 책 제목에서 주는 따스함이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기는 순간마다 고스란히 전해졌다. 지나간 계절에 대한 아쉬움과 그리움이 행간에서 아련하게 느껴졌다. 12편의 단편이 각자 다른 형태의 계절을 떠올리게 했다. 그리고 지나간 계절에 남겨두고온 추억들을 꺼내 그 시간속으로 다시금 들어갔다 나오게 했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우리가 계속 반복하며 겪어내고 있는 계절들 속에서 만나는 기쁨, 슬픔, 아픔, 환희 등을 대리해주고 있어서 마지막 페이지까지 공감하며 읽었다. 12편의 단편이 전혀 다른 계절 감각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이상하게 12편이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쩌면 우리 모두가 다른듯 보이지만 크게 다르지 않은, 비슷한 삶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작가도 작가의 말에서 '선택된 글 하나하나 살펴보니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그 속에 어느 정도 유사한 이미지와 감정을 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건 바로 지나간 시간을 향한 그리움과 아쉬움, 그리고 지금 살아가고 있는 현재에서 느끼는 체념 또는 작은 희망이었다(244쪽)'라고 고백했듯이 말이다.

갑자기 궁금해졌다. 그 당시 우리가 이곳에서 얘기하고 나누었던 그 수많은 계획과 미래의 목표들, 그리고 꿈꾸었던 모습들은 다 어디로 가버린 것일까? 모두 흘러가는 저 물에 떠내려간 것일까?(57쪽) [보통의 하루]

어릴적에 우리는 수많은 꿈을 꾸었다. 나의 미래는 이런 모양일꺼야. 나는 반드시 이렇게 만들어갈꺼야. 미래에는 거창한 어떤 것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 착각과 부푼 희망을 품고 살아간다. 나 역시 그랬다. 그러나 시간을 지나오면서 깨닫는다. 특별한 어떤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저 보통의 하루들이 이런저런 형태로 흩어졌다 모이면서 지금의 우리를 빚어 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저 흘러가지는 않았을 것이고 우리 안에 스며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제가 여기 있으면서 깨달은 것 중 하나는 삶의 모든 모습이 선명할 필요는 없다는 거예요. 그렇지 않더라도 그것이 잘못된 건 아니고, 우리는 충분히 살아갈 수 있죠. 저는 이제 그렇게 믿게 되었어요.(119쪽) [삼척에서 온 편지]

미래가 불확실하다는 이유로, 나의 존재가 희미하다는 이유로, 나조차도 나를 잘 모르겠다는 이유로 뭔가 잘못된 건 아닌가 자책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내 삶은 아주 선명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선명한 원색이 아니라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톤다운된 색이 지닌 매력 또한 충분히 있으니까.

지나간 계절을 훑듯이 편안한 마음으로 읽어내려간 소설이었다. 서른여덟이라는 나이에 글쓰기를 처음 시작해 당당히 소설쓰는 작가가 된 주얼의 쓰는 삶이 멋지다는 생각을 했다. 또한 '주얼'이라는 작가의 이름이 굉장히 독특하다고 느껴졌었 이름에 담긴 뜻이 이 소설집의 마지막 소설 '어바웃 주얼'에서 밝혀져서 궁금증이 해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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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두고 온 100가지 유실물 - 아날로그 시대의 일상과 낭만
패멀라 폴 지음, 이다혜 옮김 / 생각의힘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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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한다. 우리 생활에 가장 큰 변화를 가져다 준 것은 뭐니 뭐니 해도 인터넷과 휴대폰 아닐까 싶다. 변화라는 것이 모두 긍정적인 측면으로만 작용을 하는것일까? 아니면 변화를 받아들임으로 인해서 포기해야 하는 것들, 잃어버리는 것들 혹은 잊어버리는 것들이 생기는 것일까? 그런 질문에서 이 책은 출발했다고 생각된다.

다시 말하면 서문에서 말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가 애타게 그리워하는 것들, 존재 조차 몰랏던 것들, 작별 인사를 할 수 있는 것들, 그리고 그 부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책이다. (23쪽) 개인적으로는 X세대(1965년~1979년생 포함)에 속한 사람으로서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많아 매우 흥미로웠다.

필름카메라에 대한 언급 부분에서는 어떻게 찍혔을지 모르는 예측불가능성 때문에 설렘의 감정을 증폭시켰던 한 시절을 떠올리게 했다. 필름 한 롤을 다 찍어야만 현상소에 맡겨 결과물을 확인할 수 있었고, 비싼 필름 가격 때문에 한장 한장을 정성들여 찍어야 했던 시절. 지금은 한장의 사진을 건져내기 위해 100장의 컷을 버릴 수 있는 시대이기 때문에 MZ세대는 그 감성을 절대로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친구가 집에 방문했을때 어릴적 사진이 담긴 사진첩을 꺼내 보며 함께 웃고 쑥쓰러워하던 재미를 잃어버리게 되어 쓸쓸한 감정도 든다.

언제든지 연결될 수 있다는 건 좋은 일이다. 인터넷이 없었다면 과연 어떻게 잘 지낼 수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온라인에서의 상시적인 연결은 엄청난 위안을 준다. 하지만 공유하거나 참여하지 않은 쪽을 선택한다면, 과거에는 아무렇지 않았을 상황에서도 단절감을 느끼고 심지어 외로움을 느낄 수 있다.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은 달콤한 고독보다는 고립처럼 느껴질 수 있다(107쪽)

우리는 느슨한 연대이든 끈끈한 연대이든 목적을 위한 의도된 연대이든, 연대와 연결 없이 삶이 직조되지 않는 현재를 살고 있다.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과도 바로 옆에서 소통하는 것 같은 친밀함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것이 인터넷이 우리에게 준 선물이지만, 그 이면에는 누군가를 소외시키고 고립시키고 단절시킬 수도 있기에 마냥 좋다고만은 할 수 없다. 그렇다면 과연 연결의 적정선이라는 것은 존재하는 것일까? 질문은 존재하지만 해답은 찾을 수가 없다.

미래의 전기 작가들은 편지 대신 페이스북 피드, 트위터 스레드, 오고 간 이메일 목록, 수집된 텍스트를 샅샅이 뒤지게 될가? 선택의 여지가 있을까? 수천 명의 소셜 미디어 팔로워에 대한 어설픈 생각으로 채워진, 사적인 사색을 공유하기보다는 리트윗수를 염두에 두고 작성된 이 넓은 창문은 어쩌면 피사체의 감정과 생각으로 들어가는 유일한 통로가 될지도 모른다.(191쪽)

우리가 가장 지속적으로 눈을 마주치는 순간은 아마도 페이스타임, 줌, 구글 미팅의 화면을 통해 서로를 바라볼 때가 아닐까. 안전거리가 확보되었을 때만 우리는 타인의 눈을 바라본다. 아니면 최소한 그렇게 느껴지는 순간에야 말이다. 하지만 상대방은 다른 창을 열고 다른 것을 보고 있을 수도 있다.(233쪽)

코로나 펜데믹 시기에 반강제적으로 가상의 공간에서 누군가의 눈을, 상대방의 표정을 오래도록 바라보았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자유롭게 만날 수 있었던 시기에는 누군가와 대화를 하는 동안에도 우리의 눈과 귀는 수시로 핸드폰으로 향했었다. 알림 소리에 신경이 쓰여 앞에 앉아 있는 상대에 오롯이 집중하기가 힘들었다. 그러나 줌이라는 공간에 들어선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발언자의 눈과 표정을 볼 수 밖에 없었다. 어쩌면 코로나 펜데믹이 가져다준 작은 선물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동료들과 함께 일한다는 말은 합의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는 뜻이며, 여기에는 부인할 수 없는 밝은 면이 있다. 하지만 위험하거나 인기가 없거나 특이한 아이디어가 빛을 보기 전에 친구, 급우, 동료의 지적 속에 빛바랠 수도 있다는 어두운 면도 있다. (235쪽)

쪽지전달. 문자메세지와 소셜미디어가 없던 시절, 쪽지는 복잡한 우정 네트워크를 탐색하고 지루한 수업을 견뎌내고 방과 후 할 일을 계획하는 방법이었다. 쪽지는 아군과 적군을 구분하는 데도 도움이 되었다. 악의적인 사람의 손에 들어갈 수도 있었기 때문에. (258쪽)

쪽지를 주고받는 일! 지금은 존재하지 않고 필요하지도 않은 일일 것이다. 초등학교때는 교내에 친구들과 편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우편함이 있었다. 소소한 이야기들, 싸운 뒤 화해의 메세지를 담은 편지, 친구가 되고싶은 마음을 표현하는 러브레터 등 무수히 많은 글들을 종이라는 물성에 적어 주고받았었다. 나 역시 그 편지와 메모들을 아주 오랫동안 버리지 못하고 보관했던 기억이 있다. 우연히 발견하고 다시 꺼내 읽어보면서 그시절 내 모습을 마주할 수 있어서 행복했었다. 지금은 문자메세지, SNS를 통해 언제든 대화할 수 있고 전하고 싶은 메세지를 전달할 수 있다. 쪽지에만 담을 수 있는 따뜻한 정서를 다시는 만날 수 없다는 사실에 서글퍼진다.

인터넷은 마녀가 유혹하듯 우리의 비밀을 끄집어내 공개한다. 다른사람이 내 비밀을 알아내듯 우리도 다른 사람의 비밀을 쉽게 알아낼 수 있다. 우리는 모두 만족할 줄 모르는 염탐꾼이다. 모든 비밀이 밝혀질 수 있게 되면 우리는 우리의 호기심에 대한 두려움 속에서 살게 된다.(263쪽)

많은 사람들이 헤어진 연인의 SNS를 몰래 염탐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카톡 프사가 바뀔때마다 신경을 곤두세웠던 적도 있을 것이다. 누군가를 완전히 끊어버리는 일은 쉽지 않다. 수많은 유혹들이 완벽한 단절을 방해한다.

때로는 잘못된 염탐꾼들이 잔인하게 누군가의 삶을 무너뜨리기도 한다. 완벽한 비밀이란 존재하지 않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어떻게 나 자신을 지켜야 할까?

최근 레딧의 한 스레드가 새롭고 무자비한 첫 데이트의 효율성을 깔끔하게 요약하고 있다. 하지만 손실도 있다. "사람들을 직접 만나서 알아가던 때가 그리워. 문자로는 같은 질문을 해도 미묘한 표정과 몸짓의 신호는 전달되지 않으니까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되는 것 같아. 매력에 영향을 미치는 많은 요소가 배제되고 언어적 소통이나 조작에 얼마나 능숙한지에만 중점을 두게 되는 것 같고."(278쪽)

문자를 주고받다가 뉘앙스를 오해하고 불쾌했던 적이 있을 것이다. 목소리톤, 표정, 몸짓을 동반해서 전달했다면

오해하지 않았을 상황도 건조한 문자 메세지로 인해 의미가 왜곡될 수 있다. 우리는 단문 메세지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즉각적인 메세지 전달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각자의 개성과 성향이 배제된 채 텍스트 위주의 소통으로는 전할 수 없는 진심이 있다. 몸짓도 표정도 하나의 언어가 될 수 있으니까 말이다.

어쩌면 우리가 만든 기술에 뒤쳐진 것은 우리 인간일지 모른다. 기억하고 싶은 것을 우리만의 것으로 붙잡고 간직하기 어려운 것도 우리 인간일지 모른다. 잃어버린 것을 잊지 못하고 놓아주지 못하는 존재가 바로 우리 인간이다. 선택의 여지가 남아 있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는 존재도 바로 우리 인간이다. 인터넷은 주어진 역할을 아주 잘 수행하며 모든 것을 보관한다. 어쩌면 인터넷은 우리가 아직 놓칠 수 없는 것들을 붙잡을 수 있는 기회를 줄지 모른다.(320쪽)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인터넷이 없던 시절이 좋았다는 식의 얘기를 전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다시 인터넷 없는 세상으로 돌아가자는 말은 더더욱 아니라고 강조했다. 다만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세상에서 우리가 잃어버리는지도 모르고 잃어버리는 것들을 기록하고 싶었을 뿐이라고 말한다.(323쪽)

작가의 의도가 충분히 읽혔고,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잊혀진 그 시절 그 순간을 다시 떠올리며 추억에 잠길 수 있어서 행복했다. 이제는 다시 만날 수 없는 물건들이 있다. 상황들이 있다. 감정들이 있다. 사람들이 있다. 모두가 그 시절엔 소중했으나 지금은 다시 찾을 수 없는 유실물이다. 이 책을 통해 깨닫고 다짐한다. 지금 간직하고 있는 것들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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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은 상처가 아니다 - 나를 치유하고 우리를 회복시키는 관계의 심리학
웃따(나예랑)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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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18만 구독자들을 가지고 있는 상담심리사 웃따가 자신의 상담 경험을 담은 책을 펴냈다. 진짜 내모습이 무엇인지 알수 없고, 내 감정을 어떻게 컨트롤해야하는지 몰라 괴로워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를 건네는 책이다.

구독자들의 고민을 경청하고 따뜻한 언어로 조언해주던 웃따의 경험이 담긴 심리치유서를 기대감을 가지고 펼쳤다. 인간관계의 어려움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 다른 사람들은 사회생활을 잘 하고 있는것 같은데 나만 소외되고 나만 뒤쳐진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이라면 이 책이 건네는 위로 덕분에 조금은 마음이 편안해질거라고 생각한다.

'웃음을 주는 따뜻한 심리상담사'라는 모토로 많은 사람들을 미소로 맞아주는 웃따, 그러나 그 역시 과거에 오랫동안 '가면성 우울'로 고통의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치유의 과정을 거쳐 우울의 늪, 어둠의 터널을 빠져나온 경험을 토대로 거네는 조언들이기에 수많은 내담자들과 구독자들이 진짜 위로를 받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안에 담긴 내담자의 구체적인 사례와 상담자의 실질적인 조언들이 가짜가 아닌 진짜처럼 느껴지는 이유이다.

이 책은 다섯개의 주제로 구분되어 있다. 1부. 타인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감정의 경계선 2부. 나의 행동과 우리의 관계를 변화시키는 감정 사용법 3부. 감정이 상처가 되기 전에 4부. 자연스럽게 풀리는 인간관계의 비밀 5부. 나 자신과의 건강한 관계 다시 맺기이다. 대주제와 소주제 목차를 읽는것만으로도 이미 치유가 되는 것 같은 묘한 느낌에 사로잡힌다.

진짜로 혼자서도 괜찮은 사람은 함께여도 괜찮고, 진짜로 함께여도 괜찮은 사람은 혼자일 때도 괜찮습니다. 결국 내가 괜찮은 상태면 누가 있든지 없든지 다 괜찮다는 말입니다. 관계의 문제를 포함한 여러가지 심리적 문제는 대부분 내 마음이 안 괜찮기 때문에 일어납니다. (5쪽)

'나는 혼자여도 괜찮은 사람인가? 혼자일때 불안한 사람인가?' 마음의 문을 두드리고 한번 질문을 던져보면 좋겠다. 사람과의 관계도 나를 제대로 아는것에서부터 출발하는 거니까.

개인적으로 나는 혼자 있는 시간을 매우 즐기는 편이다. 커피와 책만 있으면 하루종일이라도 즐겁게 보낼 수 있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내 마음은 아주 괜찮은거겠지?

인생의 모든 순간은 필요해서 찾아온 것이고 버릴 것이 없습니다. 그때 그 사건, 그 상황, 그 사람이 내 인생에 없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억울함과 후회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면 이 사실을 꼭 기억하면 좋겠어요. 지구가 잘 순환하기 위해서 지진이나 해일이 불가피하고 반드시 일어나야 하는 것처럼 우리 인생도 성장하고 행복하기 위해서는 몇차례의 지진과 해일이 일어나야 합니다. 그게 지금이라면 불행이 아니라 행운이죠. 내일보다 오늘이 더 젊잖아요.(8쪽)

많은 사람들이 '그때 그러지 말았을걸....'하고 후회를 하곤 한다. '왜 나에게만 이런 일이 일어나는걸까?'자책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모든 일은 필연적으로 일어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받아들인다면 불행이라는 동굴에 갇혀 비관하는 일은 없을것 같다. 어쨌든 내일은 올 것이고, 다 지나갈 것이고, 소소한 행복들은 또 찾아올거라고 생각한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이런저런 평가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내가 평가를 받기도 하고, 나도 모르게 남을 평가하기도 해요. 늘 좋기만 한 대화는 없으니까요. 그럼에도 타인과 계속해서 대화를 하는 이유는 계속해서 소통하고 서로를 알아가고 싶기 때문이겠죠. 그런 의미에서 대화는 매우 소중합니다. 타인을 알 수 있게 해주는 것은 물론이고,

서로 간의 대화를 통해 나에 대해 알아갈 수도 있으니까요.(24쪽)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던 것들에 대한 관점을 바꾸는 겁니다. 누군가에게는 이러한 사소한 일상들이 전혀 당연하지 않잖아요. 작은 일상에 감사하기 시작할 때, 작은일에 스스로 칭찬하기 시작할 때 마음에 기쁨이 생기고, 여유가 생기고, 사람을 보는 시각이나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질 수 있어요. 이런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은 나쁜 스트레스를 좋은 스트레스로 바꿀 수 있고, 오히려 스트레스를 자기 발전의 원동력으로 만들어버려요.(102쪽)

작은 일상에 감사하기! 소소한 행복들을 즐기며 살기! 긍정적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관점을 바꾸려는 노력을 하면서 살아가기!

우리는 부모나 친구나 연인이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길 바라면서도 정작 나는 나 자신에게 굉장히 엄격한 조건을 달고서 평가하고 각 특성마다 차별해요. 발전하기 위해 자신을 채찍질하는 것도 좋지만 그 전에 먼저 나를 너무 강하게 밀어내기보다는 일단 수용하고 끌어안아 주는 것이 멀리 봤을 때 훨씬 더 발전적입니다.(181쪽)

어떤 사람은 똑같은 사건을 당해도 아무렇지 않거든요. 그렇다고 자신을 너무 자책하지 마세요. 나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일로 다른 사람은 땅굴을 파고 있을 수 있으니까요. 사람마다 땅굴 파는 영역이 달라요. 왜일까요? 각자가 살아온 환경과 경험에 따라서 제각기 다른 신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에요. 이 신념은 안경과도 같아요. 세상과 타인을 바라보는 나의 안경인 셈이에요.(186쪽)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책이다. 그 과정에서 나와 잘 지내는 방법을 터득하고, 나를 끌어안고 다독이면서 살아간다면 비로소 진짜 나와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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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야부사 - 일본 우주 강국의 비밀
쓰다 유이치 지음, 서영찬 옮김 / 동아시아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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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제본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출간 전 먼저 읽어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책이다. 지상과 우주에서 동시에 펼쳐지는 과학 블록버스터, 일본이라는 우주강국의 비밀이 담겨 있는 위성발사체 '하야부사'에 대한 호기심에 이 책을 펼쳤다.


하야부사는 소행성 탐사선이며 본래 목적은 별의 부스러기를 가지고 돌아오는 기술, 즉 표본 회수 기술을 실현하는 것이라고 한다. 또한 지구에서 달보다 멀리 떨어진 천체에서 표본을 채취하고 회수해온 일은 하야부사가 세계 최초라고 하니 그 위상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하야부사와 하야부사2는 계획 수립 측면에서 결정적인 차이점이 있었다. 하야부사는 공학 실증 미션으로 기획됐고, 하야부사2는 소행성 탐사 미션으로 기획됐다는 점이다.(33쪽)


2011년 5월 하야부사2 프로젝트 팀이 정식으로 출범했고 2014년 12월이 발사 예정이었다. 대형 프로젝트는 예기치 못한 사태에 맞닥뜨리기 마련이었고 이 책에는 하야부사2의 개발에서 발사까지의 과정이 총망라되어 있다. 매우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접할 수 있었다. 과학도들, 우주선 탐사에 관심 있는 이과생들의 관심을 끌만한 서사들이 시간순으로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는 점에서 특별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과 성향의 사람들에게는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들이 지면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는 하다. 작가는 기술적인 내용이 집중 설명되고 있는 부분은 스킵 하면서 읽으라고 권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미지의 세계로 잠시 여행을 다녀온 기분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하야부사2 성공 과정을 지켜보면서, 대규모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기 위해서 팀워크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었다. 프로젝트 출범부터 로켓 발사까지 주어진 시간은 3년 6개월. 통상 5년 걸리는 위성 개발 기간보다 훨씬 짧았고 기간을 단축하기 위한 온갖 노력이 동원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92쪽) 재미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도전했던 일이 의무가 되어 버리면 고통이 될 수도 있다는 작가에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도전의 과정도, 고난도, 성공도, 그리고 실패까지 숨김없이 드러내야 비로소 의의가 있고, 그러자면 도박은 하지 않아도 도전을 끊임없이 하는 팀 문화를 구축할 필요가 있었다(125쪽)는 것이다. 긍정적인 팀 문화 덕분에 하야부사2가 성공할 수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션의 매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귀중한 우주비행 기회를 유감없이 활용하기 위해,

제한된 공간에서, 제한된 예산으로 최대한 연구하고, 최대한 즐기자.

그런 정신이 프로젝트 시작부터 하야부사2팀 안에서 숨 쉬고 있었다.

(75쪽)


하야부사2 목적지인 소행성 이름은 공모 결과 '류구'이다. 소행성에 이름 붙이는 것은 관행이다. 류구는 7000 넘는 응모작 가운데 위원들의 논의와 조사를 거쳐 만장일치로 결정되었다고 한다. 류구의 형태를 가장 알기 쉽게 표현하는 단어는 '주판알'이고 소행성 전문가들은 학술적인 표현법에 따라 팽이형이라 부른다고 한다. 류구는 인류가 방문한 첫 팽이형 소행성(169쪽)이라고 하니 경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야부사2만의 놀라운 성과는 또 하나 있다. 한 천체에 두 번 이상 착륙할 수 있는 탐사 시스템은 공학적으로도 인류가 단 한 번도 규현한 적이 없다고 하는데 그 일을 생채기 하나 없는 하야부사2가 실현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기회는 수십 년 안에 다시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라고 말했다. 일본 우주과학 미션 가운데 기술 수준을 수십 년 이상 진화시킬 수 있는 둘도 없는 기회였다고 하니 그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던 간절함을 느낄 수 있었다.

류구 탐사로 인해 공학 기술 관점에서 세계 신기록 7개 수립이 가능했다고 한다. 하야부사2가 밝혀낸 여러 가지 과학 데이터는 소행성의 일생, 더 나아가 태양계 역사의 신비를 풀 새로운 열쇠가 되었던 것이다.


하야부사2가 보여준 류구의 세계는 많은 과학적 지식을 안겨 주었고,

과학자에게 새로운 영감을 주었다.

류구에 도착해 탐사 상황을 전파로 알려줬을 뿐인 현 단계에서도

이만큼 경이로운 세계를 보여주었으니 류구의 표본이 지구에 도착했을 때

우리 인류에게 무엇을 안겨줄지 자못 기대된다.

얼마 남지 않은 그 순간이 기다려진다.

(260쪽)


하야부사1호기는 소행성 표본으로 가는 길을 열어놓은 선구자였고 하야부사2는 당당하게 소행성 표본 회수라는 세계를 열었다. 하야부사2 프로젝트팀은 앞으로 더 놀라운 탐사를 할 수 있는 자신감을 얻었고, 우주공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할 수 있다. 미지를 향한 그들의 도전은 기초과학을 진전시키는 효과를 얻었고, 인류의 과학적 사고가 한 발짝 더 나아갈 수 있는 디딤돌이 되었음은 분명하다.


하야부사2가 류구를 떠났을 때 어떤 프로젝트 멤버가 이런 소회를 토로한 적이 있다고 한다. "이 미션은 너 나 할 것 없이 '내가 없었다면 성공하지 못했을 거야'라고 여길 미션이구먼". 이 프로젝트의 리더였던 작가 츠다 유이치는 그 말에 눈시울이 시큰했다고 한다. 그가 만들고 싶었던 팀, 꿈꾸던 팀이란 '모두가 주인공이라고 여길 수 있는 팀' 바로 그것이었으니 말이다.


일본 전역을 환희로 이끌었던 하야부사2 프로젝트의 성공 서사를 보면서, 극단의 미션을 수행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는 최첨단 기술과 더불어 최고 팀워크 덕분이었다고 생각한다. 많은 독자들이 하야부사2의 성과를 즐기면서, 완벽했던 팀워크의 감동을 느끼면서 우주탐사의 대장정 속으로 함께 걸어가 보는 특별한 경험을 해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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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상처 - 오늘도 희망과 절망 사이를 오가는 선생님들을 위한 위로와 치유의 심리학, 최신 개정판
김현수 지음 / 미류책방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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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희망과 절망 사이를 오가는 선생님들을 위한 위로와 치유의 심리학서"라는 책 소개 글이 마음을 움직였다.

교사들의 권위가 바닥으로 떨어진 지 오래다. 교사로 일하고 있는 친구들은 자주 하소연을 한다. 정년퇴직까지 버티기가 어려울 것 같다고. 아이들로부터, 학부모로부터, 상급 관리자로부터 받는 상처가 교사로서의 사명감을 잃게 만든다고. 세상을 충격에 빠뜨렸던 서이초 교사 사건 이후로 교사들에 대한 대우는 좀 달라졌을까? 상황은 좀 나아졌을까? 궁금증과 걱정과 씁쓸한 마음으로 첫 장을 펼쳤다

정신과 교수 김현수가 교사들로부터 직접 들은, 그들이 받은 상처의 종류는 매우 다양했다. 제도로부터, 철학으로부터, 관계로부터 받은 교사들의 상처 가운데 상당 부분은 개인적 차원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교육 제도나 시스템에서 오는 피할 수 없는 것이라는 사실(7쪽)이 안타깝다. 시스템이 바뀌기를 기대하는 일은 여전히 요원한 일인지 답답함을 금할 수 없다. 교사들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는 각자의 자리에서 분투하고 있다. 사회안전망이 부재한 가운데 개개인 스스로가 자기 자신을 지켜내야만 하는 나라에서 살고 있다. 교육계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사회 전반이 그러하다. 슬픔이 차오른다.

교사들은 명백히 감정노동자이다. 무방비 상태로 무자비하게 휘두루는 상처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 보호막이 없다. 그들은 상처받을 걸 뻔히 알면서 교사로서의 권위를 내세워 엄하게 가르쳐야 하는지, 상처받지 않기 위해 아이들의 잘못된 행동을 보고도 모른체해야 하는지 고민할 수밖에 없다. 체벌의 수위에 따라 자칫 아동학대자라는 오명을 뒤집어쓸 수도 있기에 늘 두려움과 위험에 처해있는 것이다. 게다가 교사를 무력하게 만드는 스몰 트라우마 역시 위협적이다. 동료 교사들이 무심코 하는 말, 관리자들이 혼내는 말, 학부모들이 교사를 신뢰하지 않는 말, 아이들이 막무가내로 부리는 투정 등이 교사에게는 다 스몰 트라우마가 되어 상처를 남긴다(54쪽)는 것이다.

교사와 아이들은 적대적 관계가 아니라 '배움과 성장'이라는 배에 함께 올라탄 공동체(58쪽)가 되어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본적으로 상호 간에 라포가 형성되어야 한다. 교사와 아이들 간에 신뢰가 형성되지 않는다면 기본적인 대화도 이루어질 수 없고, 교사가 아이들의 이로운 결정을 돕는 협력자라는 사실 또한 깨달을 수 없다.

아이들과 교사가 진리를 중심으로 만나 함께 뭔가를 깨닫고 공감할 때, 혹은 새로운 것을 발견할 때,

동시에 공명하는 경험을 할 때, 이때도 교사와 학생에게는 치유가 일어난다. 그리고 교사는 이런 상호작용을 통해 수업 안에서 교사로서의 정체성이 실현되었음을 깨닫게 된다.(170쪽)

교사들이 상처를 덜 받기 위해서는 교사 동료들 간의 연대를 더욱 공고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교사들 스스로가 미래의 불을 지피고 나르는 사람이라는 자긍심을 갖고, 그 불씨를 동료 교사들과 나눠 가짐으로써 스스로 존중받는 집단으로 거듭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이제 교사들도 자기 고백과 자기개방을 해야 한다. 아이들과 지내는 일이 힘들고 외부에서 가해지는 상처로 삶이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을 동료들에게 털어놓아야 한다. 혼자만의 동굴 속에 갇혀 체념하지 말고, 동료 교사들과 연대해서 함께 빛을 향해 걸어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서로 지지하고 응원하고 격려하면서 복원할 수 있는 힘을 함께 키워나가는 교사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성장하는 교사가 되기 위해 혼자 있지도 말고, 동료 교사를 혼자 두지도 말라'라는 조언을 기억하기를 바란다.

우리는 언제나 깨지고 상처받지만 또 치유받기도 한다. 행복에서 불행으로 갔다가 불행에서 다시 행복으로 돌아오기를 반복한다. 이렇게 복원할 수 있는 힘, 지금 우리 교사들에게는 이런 힘이 필요하다.

(245쪽)

무엇보다도 정체성에 대해 혼란스러워하는 교사, 위로가 필요한 교사, 학생, 부모, 관리자로부터 무시당하는 교사가 아니라 아이들과 더불어 교단에 오르는 일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교사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교사들이 하루하루를 무시당하는 느낌과 싸운다는 느낌을 받지 않고, 교사로서의 삶 자체를 위협받고 있다는 사실 앞에 위축되지도 말고, 교사로 첫 발을 내디뎠을 때의 벅참과 참다운 배움이 이루어지는 학교를 만들겠다고 무수히 다짐했던 순간들을 복기할 수 있기를 바란다. 교단에 서있는 교사는 아이들로부터 환대 받아 마땅하다. 아이들의 성장을 위해 바른길을 알려주는 교사의 정체성이 훼손되지 않으면서 조건 없이 서로가 서로에게 손을 내밀어 주고 깊은 유대관계가 맺어지는 학교를 기대해 본다.

행복한 교사 십계명 중 첫 번째 명제인 '내가 행복해야 아이들도 행복하다. 교사 자신이 행복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 교사와 함께하는 아이도 행복해야 한다. 교사가 행복하려면 마음이 중요하다. 그리고 교사가 행복하려면 변해야 한다. 여기에는 긍정적인 마음, 건강, 유쾌함, 수업 준비, 연대할 동료가 필요하다.(264쪽)'가 이 책에서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주제임은 분명하다.

오늘도 교사들은 꿈을 꾼다. 교사로서 자기 정체성을 충분히 실현하면서 살고 싶다는 꿈, 교육 제도가 확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꿈, 아이들의 창의성을 살릴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었으면 좋겠다는 꿈,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쉼터가 여기저기에 있는 학교였으면 좋겠다는 꿈, 입시를 위한 성적이나 진도에 구애받지 않고 내 나름대로 교육 과정을 재구성해서 수업하고 싶다는 꿈, 아이들이 내 말을 잘 들었으면 좋겠다는 꿈,

내가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꿈..... (266쪽)

행복한 날도 있고 불행한 날도 있는 것이 인생이지만, 작은 행복은 매일 필요하다. 교사들뿐만 아니라 우리들 역시 작은 행복을 만날 수 있는 소소한 기쁨을 찾아내려 노력하는 삶을 살아가면 좋겠다. 학교 안에 있는 사람들은 특히나 더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꿈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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