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계절이 지나가면
주얼 지음 / 이스트엔드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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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계절이 지나가면>은 독립출판을 통해 처음 선보였다가 개정판으로 나온 책이다. 책 제목에서 주는 따스함이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기는 순간마다 고스란히 전해졌다. 지나간 계절에 대한 아쉬움과 그리움이 행간에서 아련하게 느껴졌다. 12편의 단편이 각자 다른 형태의 계절을 떠올리게 했다. 그리고 지나간 계절에 남겨두고온 추억들을 꺼내 그 시간속으로 다시금 들어갔다 나오게 했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우리가 계속 반복하며 겪어내고 있는 계절들 속에서 만나는 기쁨, 슬픔, 아픔, 환희 등을 대리해주고 있어서 마지막 페이지까지 공감하며 읽었다. 12편의 단편이 전혀 다른 계절 감각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이상하게 12편이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쩌면 우리 모두가 다른듯 보이지만 크게 다르지 않은, 비슷한 삶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작가도 작가의 말에서 '선택된 글 하나하나 살펴보니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그 속에 어느 정도 유사한 이미지와 감정을 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건 바로 지나간 시간을 향한 그리움과 아쉬움, 그리고 지금 살아가고 있는 현재에서 느끼는 체념 또는 작은 희망이었다(244쪽)'라고 고백했듯이 말이다.

갑자기 궁금해졌다. 그 당시 우리가 이곳에서 얘기하고 나누었던 그 수많은 계획과 미래의 목표들, 그리고 꿈꾸었던 모습들은 다 어디로 가버린 것일까? 모두 흘러가는 저 물에 떠내려간 것일까?(57쪽) [보통의 하루]

어릴적에 우리는 수많은 꿈을 꾸었다. 나의 미래는 이런 모양일꺼야. 나는 반드시 이렇게 만들어갈꺼야. 미래에는 거창한 어떤 것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 착각과 부푼 희망을 품고 살아간다. 나 역시 그랬다. 그러나 시간을 지나오면서 깨닫는다. 특별한 어떤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저 보통의 하루들이 이런저런 형태로 흩어졌다 모이면서 지금의 우리를 빚어 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저 흘러가지는 않았을 것이고 우리 안에 스며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제가 여기 있으면서 깨달은 것 중 하나는 삶의 모든 모습이 선명할 필요는 없다는 거예요. 그렇지 않더라도 그것이 잘못된 건 아니고, 우리는 충분히 살아갈 수 있죠. 저는 이제 그렇게 믿게 되었어요.(119쪽) [삼척에서 온 편지]

미래가 불확실하다는 이유로, 나의 존재가 희미하다는 이유로, 나조차도 나를 잘 모르겠다는 이유로 뭔가 잘못된 건 아닌가 자책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내 삶은 아주 선명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선명한 원색이 아니라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톤다운된 색이 지닌 매력 또한 충분히 있으니까.

지나간 계절을 훑듯이 편안한 마음으로 읽어내려간 소설이었다. 서른여덟이라는 나이에 글쓰기를 처음 시작해 당당히 소설쓰는 작가가 된 주얼의 쓰는 삶이 멋지다는 생각을 했다. 또한 '주얼'이라는 작가의 이름이 굉장히 독특하다고 느껴졌었 이름에 담긴 뜻이 이 소설집의 마지막 소설 '어바웃 주얼'에서 밝혀져서 궁금증이 해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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