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야부사 - 일본 우주 강국의 비밀
쓰다 유이치 지음, 서영찬 옮김 / 동아시아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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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제본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출간 전 먼저 읽어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책이다. 지상과 우주에서 동시에 펼쳐지는 과학 블록버스터, 일본이라는 우주강국의 비밀이 담겨 있는 위성발사체 '하야부사'에 대한 호기심에 이 책을 펼쳤다.


하야부사는 소행성 탐사선이며 본래 목적은 별의 부스러기를 가지고 돌아오는 기술, 즉 표본 회수 기술을 실현하는 것이라고 한다. 또한 지구에서 달보다 멀리 떨어진 천체에서 표본을 채취하고 회수해온 일은 하야부사가 세계 최초라고 하니 그 위상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하야부사와 하야부사2는 계획 수립 측면에서 결정적인 차이점이 있었다. 하야부사는 공학 실증 미션으로 기획됐고, 하야부사2는 소행성 탐사 미션으로 기획됐다는 점이다.(33쪽)


2011년 5월 하야부사2 프로젝트 팀이 정식으로 출범했고 2014년 12월이 발사 예정이었다. 대형 프로젝트는 예기치 못한 사태에 맞닥뜨리기 마련이었고 이 책에는 하야부사2의 개발에서 발사까지의 과정이 총망라되어 있다. 매우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접할 수 있었다. 과학도들, 우주선 탐사에 관심 있는 이과생들의 관심을 끌만한 서사들이 시간순으로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는 점에서 특별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과 성향의 사람들에게는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들이 지면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는 하다. 작가는 기술적인 내용이 집중 설명되고 있는 부분은 스킵 하면서 읽으라고 권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미지의 세계로 잠시 여행을 다녀온 기분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하야부사2 성공 과정을 지켜보면서, 대규모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기 위해서 팀워크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었다. 프로젝트 출범부터 로켓 발사까지 주어진 시간은 3년 6개월. 통상 5년 걸리는 위성 개발 기간보다 훨씬 짧았고 기간을 단축하기 위한 온갖 노력이 동원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92쪽) 재미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도전했던 일이 의무가 되어 버리면 고통이 될 수도 있다는 작가에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도전의 과정도, 고난도, 성공도, 그리고 실패까지 숨김없이 드러내야 비로소 의의가 있고, 그러자면 도박은 하지 않아도 도전을 끊임없이 하는 팀 문화를 구축할 필요가 있었다(125쪽)는 것이다. 긍정적인 팀 문화 덕분에 하야부사2가 성공할 수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션의 매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귀중한 우주비행 기회를 유감없이 활용하기 위해,

제한된 공간에서, 제한된 예산으로 최대한 연구하고, 최대한 즐기자.

그런 정신이 프로젝트 시작부터 하야부사2팀 안에서 숨 쉬고 있었다.

(75쪽)


하야부사2 목적지인 소행성 이름은 공모 결과 '류구'이다. 소행성에 이름 붙이는 것은 관행이다. 류구는 7000 넘는 응모작 가운데 위원들의 논의와 조사를 거쳐 만장일치로 결정되었다고 한다. 류구의 형태를 가장 알기 쉽게 표현하는 단어는 '주판알'이고 소행성 전문가들은 학술적인 표현법에 따라 팽이형이라 부른다고 한다. 류구는 인류가 방문한 첫 팽이형 소행성(169쪽)이라고 하니 경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야부사2만의 놀라운 성과는 또 하나 있다. 한 천체에 두 번 이상 착륙할 수 있는 탐사 시스템은 공학적으로도 인류가 단 한 번도 규현한 적이 없다고 하는데 그 일을 생채기 하나 없는 하야부사2가 실현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기회는 수십 년 안에 다시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라고 말했다. 일본 우주과학 미션 가운데 기술 수준을 수십 년 이상 진화시킬 수 있는 둘도 없는 기회였다고 하니 그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던 간절함을 느낄 수 있었다.

류구 탐사로 인해 공학 기술 관점에서 세계 신기록 7개 수립이 가능했다고 한다. 하야부사2가 밝혀낸 여러 가지 과학 데이터는 소행성의 일생, 더 나아가 태양계 역사의 신비를 풀 새로운 열쇠가 되었던 것이다.


하야부사2가 보여준 류구의 세계는 많은 과학적 지식을 안겨 주었고,

과학자에게 새로운 영감을 주었다.

류구에 도착해 탐사 상황을 전파로 알려줬을 뿐인 현 단계에서도

이만큼 경이로운 세계를 보여주었으니 류구의 표본이 지구에 도착했을 때

우리 인류에게 무엇을 안겨줄지 자못 기대된다.

얼마 남지 않은 그 순간이 기다려진다.

(260쪽)


하야부사1호기는 소행성 표본으로 가는 길을 열어놓은 선구자였고 하야부사2는 당당하게 소행성 표본 회수라는 세계를 열었다. 하야부사2 프로젝트팀은 앞으로 더 놀라운 탐사를 할 수 있는 자신감을 얻었고, 우주공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할 수 있다. 미지를 향한 그들의 도전은 기초과학을 진전시키는 효과를 얻었고, 인류의 과학적 사고가 한 발짝 더 나아갈 수 있는 디딤돌이 되었음은 분명하다.


하야부사2가 류구를 떠났을 때 어떤 프로젝트 멤버가 이런 소회를 토로한 적이 있다고 한다. "이 미션은 너 나 할 것 없이 '내가 없었다면 성공하지 못했을 거야'라고 여길 미션이구먼". 이 프로젝트의 리더였던 작가 츠다 유이치는 그 말에 눈시울이 시큰했다고 한다. 그가 만들고 싶었던 팀, 꿈꾸던 팀이란 '모두가 주인공이라고 여길 수 있는 팀' 바로 그것이었으니 말이다.


일본 전역을 환희로 이끌었던 하야부사2 프로젝트의 성공 서사를 보면서, 극단의 미션을 수행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는 최첨단 기술과 더불어 최고 팀워크 덕분이었다고 생각한다. 많은 독자들이 하야부사2의 성과를 즐기면서, 완벽했던 팀워크의 감동을 느끼면서 우주탐사의 대장정 속으로 함께 걸어가 보는 특별한 경험을 해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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