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 6 | 7 | 8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더 코워커
프리다 맥파든 지음, 최주원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작가 프리다 맥파든의 직업은 뇌 손손상 전문의, 그리고 아마존 1위에도 오른 바 있는 베스트셀러 작가이다. 그의 작품은 읽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든 생각은 작가의 전작을 읽고 싶다는 것이었다 정해연 작가의 '홍학의 자리'를 읽고 그랬던 것처럼. 또 한명의 매력적인 작가를 알게 되었다는 사실에 환호했따.

이 책의 첫 문장은 "오늘 아침 사무실로 걸어 들어갈 때 돈이 자리에 없다면, 그것은 곧 세상이 망한다는 뜻이다"였다. 돈이라는 인물이 얼마나 강박적으로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사람인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돈과 내털리, 두 여자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미스테리한 살인 사건 이야기가 흥미롭게 펼쳐졌다.

돈과 내털리는 극과 극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다른' 사람이었다. 돈은 사람보다 거북이를 좋아하고, 식사는 한 가지 색으로 구성해서 먹고, 한마디로 말해 '좀 이상하다'라고 생각될 정도의 사람이었다. 반면에 내털리는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고, 얼굴도 예쁘고 매력이 넘치는 완벽한 커리어 우먼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아침, 돈이 출근을 하지 않았다.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돈의 자리로 걸려온 전화에서 "도와주세요"라는 돈의 목소리가 들린다. 돈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이 분명한다. 내털리는 언젠가 돈을 집까지 태워다 준 적이 있었기에 돈의 집으로 찾아간다. 그리고 바닥에 피가 흔건하게 고여 있는 것을 발견하고 너무 놀라 경찰에 신고를 한다. 그런데....상황이, 정황이, 증거가 내털리가 범인이라고 지목한다. 그리고 며칠 후 돈으로 추정되는 여자의 시신이 발견된다.

돈이 자신의 절친인 미아에게 지속적으로 보냈던 메일들을 찾아낸 경찰은, 내털리가 돈을 오랫동안 괴롭혀 왔고 회계담당자인 돈이 내털리의 공금횡령 사실을 알게 되자 살해한 것이라고 판단한다.

그러나..소설의 말미에 엄청난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스포가 될 수 있어 구체적인 스토리는 언급하지 않으려고 한다.)

소설을 읽기 시작하면서 뒷이야기가 너무 궁금해서 읽기를 멈출 수가 없었다. 심지어 교육을 받는 중에 몰래 몰래 읽을 정도였다. 최근에 읽은 소설 중 가장 재미있었다. 얽히고 설킨 인물들의 사연이 흥미로웠고, 무조건 선한 사람도 없고 서로를 어느정도 눈감아주고 모른척 해주면서 살아가는 사회의 이면을 솔직하게 표현해주고 있어서 그점도 좋았다. 서로를 용서하고 완벽하게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하지 않고, 뭔가 여지를 남겨둔 점이 신선했다.

당장 프리다 맥파든의 대표작인 <하우스 메이드>를 당장 빌리러 가야겠다. <사라진 여자들>의 메리 쿠비카와 쌍벽을 이루는 추리소설의 대가라고 생각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야기를 지키는 여자
샐리 페이지 지음, 노진선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소설 <이야기를 지키는 여자>는 유명인들의 추천사 없이 오직 독자들의 입소문만으로 베스트셀러에 오른 소설이다. 영국에서 2023년 한 해 동안 50만 부 이상 판매된 책이다. 부커상 후부에 오른 클레어 키건의 <이처럼 사소한 것들>이 같은 해 25만 부 판매되었다고 하니, 이 책의 인기가 짐작이 된다.


<이야기를 지키는 여자>는 작가의 소설 데뷔작이다. 자각 셀리 페이지의 이력이 굉장히 독특하다. 대학에서 역사를 공부하다 광고업계에서 일했으며, 플로리스트 과정을 공부하다 꽃집을 열기도 했다. 또한 만년필 애호가로서 급기야는 만년필 브랜드 플룸스(Plooms)를 설립해 원하는 펜을 직접 만들기도 했다. 작가에 대한 호기심과 함께 이 소설이 가진 어떤 매력이 이토록 독자들을 열광케 했는지 궁금한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소설 <이야기를 지키는 여자>는 고객의 마음까지 들여다보는 케임브리지의 독보적인 청소 도우미 재니스의 치유와 성장을 그린 소설이다. 책에 나오는 대부분의 이야기는 작가가 1년 동안 실제 삶에서 수집한 실화에 기반한다고 한다. 재니스가 청소도우미로 일하는 곳의 고용주들, 그리고 일상 속에서 만나는 이웃들의 이야기를 실감 나게 그리고 작가 특유의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내고 있다.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다. 하지만 이야기가 없는 사람이라면? 그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재니스도 그런 사람인데, 그녀는 이야기 수집가가 되었다. (9쪽)"

소설은 이 질문과 의문과 아이러니 속에서 시작된다. 누구나 살면서 개인적으로든 사회적으로든 각자의 역할을 부여받는다. 어떤 필요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삶도 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내 삶은 왜 이 모양이지?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 맞는 걸까?' 회의에 빠지고 실의에 빠질 때가 있다.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이방인인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소설 속 주인공 재니스는 무능한 남편 대신 청소 도우미로 일하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지만, 끊임없이 남편으로부터 무시와 경멸을 받는다. 맘 같아선 박차고 나가고 싶지만, 억울함과 답답함을 속으로 삼킨다. 청소도우미로서 능력을 인정받고는 있지만 재니스가 진짜 원하는 것은 청소 도우미로서의 전문성이 아닌 한 사람의 인격으로 인정받고 싶은 것이다.

재니스는 타인의 인생을 수집하면서, 자신의 이야기는 선택할 수 없고 하나의 이야기로 정해져 있다고 믿어 왔다. 그러나 차츰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신이 가지고 있던 믿음이 잘못되었고 인생에는 무수한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내 인생에 새로운 가능성이 있을까? 내 삶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 반문하던 재니스는 마침내 용기 내서 자기 주도적으로 살아가기로 결심한다. 자신의 삶을 원하는 형태와 모양으로 그려갈 수도 있겠다는 희망을 품기 시작한다.

재니스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들의 경험을 교훈 삼아 삶을 바꿔가려고 했을지도 모르겠다. 재니스는 바깥의 이야기를 듣는 사람이었지, 절대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일을 하는 과정에서 만난 괴팍한 B부인, 쌍욕을 날릴 줄 아는 그래그래 부인, 지리 선생을 닮은 버스 운전기사 애덤과의 인연이 재니스를 변화시키기 시작한다. 그러나 결국, 진짜 변화는 자기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놓는 순간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숨기고 싶었던 과거와 벗어나고 싶었던 현실과 당당히 마주하게 되는 순간, 그리고 내 이야기를 전하기 시작했을 때 말이다. 재니스는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이야기를 들려주는 과정에서 치유되고 회복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친구들과의 관계, 직장 동료와의 관계에서도 주로 듣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 있다. 나 역시 어느 순간, '내가 누군가의 감정 쓰레기통인가?'라는 혼란과 자괴감에 빠졌던 경험이 있다.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모두 쏟아내면서 스트레스를 풀고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이 있는 반면, 표현하는데 서툴러 내 안에 생각과 감정을 가두는 선택을 하는 사람도 있다. <이야기를 지키는 여자>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꽁꽁 숨겨 두었던 아픔과 고통에 대해 담담히 고백할 수 있는 용기를 주는 책이다. 단, 내 이야기에 공감해 주고 위로해 주고 대변해 주고 함께 소리쳐 주는 진짜 어른이 곁에 있어야 가능한 일일 것이다.

B 부인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한 것만으로도 변화가 일어났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지만 또한 모든 것이 변했다. 좋은 쪽으로. (371쪽)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것은 살면서 좋았던 일을 공유할 뿐 아니라 화자의 나쁜 기억을 내보내는 기능, 바람에 먼지가 흩날리듯 나쁜 기억을 흩어지게 하는 기능도 있는 걸까?(391쪽)

세상에 이야기가 없는 사람은 없다. 책을 덮으며 '과연 내 이야기는 무엇일까?' '나는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걸까?' 생각해 본다. 재니스의 여정을 따라가 보며 깨달은 것처럼, 새로운 인생의 기회는 아직 꺼내지 못한 내 이야기 속에 있을 테니까 말이다.

출판사에서 무상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북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두 번째는 해피엔딩
조현선 지음 / 북로망스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소설은 스물한 살의 소미가 의문의 화재로 삼촌과 동생과 집을 모두 잃는 사건으로 시작한다. 집이 불타고 있던 시간 소미는 동료들과 술을 마시고 집으로 가던 중 동산 어딘가에 쓰러져 잠이 들었었다. 화재의 원인은 방화로 밝혀졌으나 범인은 잡히지 않았고, 소미는 알리바이가 확실치 않아 화재를 일으킨 범인의 용의선상에 올라와 있다. 소미는 유일한 가족을 잃었지만 이상하리만치 슬프지가 않았다. 그렇다고 그들을 죽이고 싶을만큼 미워하지도 않았다.

나의 분신처럼 내 어깨에 딱 붙어 있고 자유롭게 대화를 할 수 있는 말하는 인형이 내 곁에 있다면 어떤 느낌일까?

소미 곁에는 말하는 인형 곰이가 있다. 불타버린 집이 있는 동네를 떠나 과거를 다 잊고 새롭게 정착한 소도시에서도 외롭지 않았던 이유는 곰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비밀스러운 일들이 가득한 '우신 장난감 가게'의 우신과 민호를 만나면서 소미의 삶은 변하기 시작한다.

소설은 우리 주변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들, 우리 주변에 충분히 있음직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평범할 수 있는 이야기에 작가의 상상력과 다정함이 더해져 따뜻하면서 사랑스러운 소설이 탄생했다. 재미와 감동에 반전까지 고루 갖춘 웰메이드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서로를 애틋하게 보듬어 주었던 언니와 관계가 틀어진 지희, 학교 폭력을 당하는 철웅을 말없이 도와주었던 연우, 손을 다쳐서 더이상 기타를 칠 수 없게 된 기타리스트 현주, 어린 딸을 잃고 상처를 안고 살아가던 주인집 할머니, 아픈 과거를 안고 살아가던 소미를 쫓던 형사 권선형, 민호와 우신의 관계, 그리고 소설의 말미에 드러난 충격적인 소미의 과거까지 풀어낸 탄탄한 플롯과 개성있는 캐릭터의 조화는 완벽한 엔딩을 만들어내기에 충분한 모티브가 되었다. 독자들은 소설속 캐릭터들이 두 번째 삶에서는 모두 해피엔딩을 맞이했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바람을 갖게 된다.

이 아이들은 애정에 반응해서 숨을 쉬기 시작해. 네가 어떤 존재에게 아낌없이 마음을 주면, 그리고 운 좋게 그 녀석들에게 힘이 있다면, 숨을 쉬면서 존재하기 시작하지.(229쪽)

어쩌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건 그저 온기가 담긴 한 웅큼의 마음일지도 모르겠다. 그 마음 하나만 있으면 우리는 존재할 수 있을테니까 말이다. 이 소설을 읽으며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아낌없이 마음을 주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새삼스럽게 과거를 돌아보는 것은 의미가 없는 듯 느껴졌다. 발목에 엉겨붙었던 불행은 전부 떼어내고 소박한 현실을 맞이하는 것. 그것이 소미가 나아갈 길이었다. (315쪽)

살다보면 과거에 발목 잡혀, 혹은 지나간 일에 미련을 두다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발목에 엉겨 붙어 있는 불행과 미련과 아쉬움과 후회를 떨쳐 내는 것이 남은 삶을 해피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을 깨닫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나 역시 뒤돌아보지 말고 한걸음씩 뚜벅 뚜벅 나아가 보려고 한다. 소미가 그랬던 것처럼.

출판사에서 무상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북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새처럼 - 2024 창비그림책상 수상작
포푸라기 지음 / 창비 / 202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정말 오랜만에 그림책을 펼쳤다. SNS를 통해 서평단 활동을 하고 있는데, 그림책 서평단을 신청한 것은 처음이었다. 포푸라기 작가님의 그림을 보는 순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눈 위에 마음을 차분히 내려앉게 하는 묘한 끌림이 있었다. <새처럼>은 제2회 창비그림책상 대상으로 선정된 작품이다. 함박눈이 내리는 날, 한 아이가 눈길을 걸으며 펼쳐내는 상상을 그리고 있다. 눈밭에 한 아이가 서 있는 아주 간결한 그림들이 주를 이루는 작품이지만, 계속 반복해서 읽을수록 겹겹이 쌓아올려진 다양한 감정들을 건드려 준다.

포푸라기 작가님의 첫 창작 그림책인 <새처럼>에는 오늘날 곳곳에서 크고 작은 위기와 폭력을 마주하게 되는 어린이들이 그들을 억압하는 세계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평화롭게 살아가기를 바라는 작가의 염원이 담겨 있다고 한다.

함박눈이 내리는 눈밭에 홀로 서 있던 아이가, 새 발자국을 발견하고 발자국을 따라 걷는다. 점점 늘어나는 발자국이 반가운 아이는 신나게 뛰어 논다. 그리고 발자국들이 새처럼 보이고, 새가 되어 자유롭게 날아가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자신도 새처럼 훨훨 날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먹구름이 몰려오고, 그림자가 드리워져 두렵지만 자유를 찾아서, 평화를 찾아서 떠나는 여정 속에서 희망을 꿈꾸는 듯 하다.

 


거듭해서 또 읽고 또 읽게 하는 그림책이다. 읽을때마다 다른 해석을 하게 되고 작가의 의도가 무엇일지 고민하게 한다. 단순한 선과 최소한의 색으로 이루어진 소박한 그림이지만 읽는 이의 마음을 뜨겁게 달아 오르게 하는 강렬한 울림이 있는 책이다. 그림책에 담아낼 수 있는 최대한의 가치를, 상상력과 희망을 통해 또다른 세상으로 나아가게 하는 폭넓은 사유의 기회를 제공하는 수준 높은 그림책이다.

<새처럼>의 내용과 구성은 결코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져 있지 않다. 우선 그림을 눈에 담은 뒤, 작가의 의도를 생각하고 자유롭게 상상해 보는 고요한 시간을 가져보면 좋을 것 같다. 오랜만에 마음이 맑아지는 그림책을 만나서 참 반가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현실 온라인 게임
김동식 지음 / 허블 / 202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최근에 출간한 김동식 작가의 단편소설집 <현실 온라인 게임>. 김동식 작가가 초단편 외길 9년 만에 처음으로 단편소설집을 냈다. 제목만 봐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온라인상에서 이루어지던 게임이 현실에서 실현된다는 것이다. 표제작인 <현실 온라인 게임>에는 현실 같은 게임, 게임 같은 현실에 중독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 외에도 <이 세계 과몰입 파티> <내일을 부르는 키스>까지 김동식 특유의 상상력이 돋보이는 단편소설이 수록되어 있다.

<현실 온라인 게임>에 등장하는 김남우는 과거에 * MMORPG 게임을 중독적으로 즐겼다. 그가 이 게임에 탐닉한 이유는, 현생에서는 별 볼일 없지만, 온라인 게임 속에서는 적어도 무언가가 될 수 있었기(9쪽) 때문이다. 중소기업의 회사원인 김남우는 잘릴 위험은 없지만 비전도 없고, 크게 바쁘진 않지만 크게 벌지도 못하는 무채색 삶을 살아간다. (10쪽) 그런 삶에 염증을 느끼던 중 홍혜화라는 여직원을 짝사랑하게 되고, 그녀를 통해 캐릭터 게임의 세계로 초대된다. 김남우가 '마법사'라는 닉네임으로 참여하게 된 이 게임의 이름은 <현실 온라인>이다.

홍혜화와 함께 게임에 참여하며 현실 속 퀘스트를 하나씩 완료하면서 받게 되는 보상의 재미에 빠지게 된 김남우는 더 높은 레벨로의 상승을 꿈꾼다. 그러나 레벨 업이 될수록 이 게임의 수익구조가 궁금해지고 뭔가 의문이 생기기 시작한다. 레벨 10까지 올라갔을 때, 수익구조가 범죄와 관련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양심의 가책을 느껴 퀘스트 달성을 포기하던 김남우, 갈등 끝에 계속 게임에 참여하며 고급 퀘스트를 달성하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그 순간 여자친구인 홍혜화의 핸드폰에는 이런 문자 메시지가 도착한다. '당신은 마법사를 전장에 보내는 것에 성공하였습니다. 특별 퀘스트 완료 보상이 주어집니다.'라고. 결국 홍혜화는 남자친구 김남우를 이용해 자신의 퀘스트 달성하고 보상을 받았던 것이다. 소설의 결말, 김동식 작가는 역시나 반전 포인트를 배치해 독자들을 허탈하게 만든다.

세 번째 소설 <내일을 부르는 키스> 역시, 김동식 작가만의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소설이다. 신혼부부인 김남우와 홍혜화는 신혼여행지에서 남녀가 서로 키스하는 자세를 하고 있는 신비한 석상을 마주하게 된다. '그대들의 사랑이 변치 않는다고 자신하는가?'라는 질문에 자신 있게 "절대 변하지 않아요!"라고 대답한 신혼부부는 키스를 하지 않으면 내일이 오지 않는 저주를 받게 된다. 키스를 하지 않으면 같은 날이 계속 반복되는 것이다. 그들은 반복되는 하루를 이용해 엄청난 부를 축적하고, 쓰는 재미에 빠진다. 그러나 영원할 것 같았던 사랑은,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사람은 비행기 안, 한 사람은 아르헨티나. 26시간 거리만큼 떨어져 버리고 키스를 나눌 수 없는 상황이 된다. 그리고 같은 날이 계속 반복된다. '내일을 부르는 키스'란 축복이 아니라 저주였던 것이다. 공항에서 불법적인 방법으로 만남을 시도하려다 결국 김남우는 총상을 입어 식물인간이 되고 만다. 홍혜화는 식물인간이 된 남편을 매일 찾아와 키스를 하고 돌아간다. 내일을 부르는 키스를....

'현실 온라인 게임'과 '내일을 부르는 키스' 모두 인간의 끝없는 욕망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어 보인다. 답답한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망, 평생 써도 줄지 않는 부를 누려보고 싶은 욕망, 즐거웠던 순간을 계속 만끽하고 싶은 욕망까지 인간은 대부분 비슷한 욕망을 품고 산다. 그러나 욕망에 지나치게 탐닉하다 보면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고 그릇된 판단을 할 수도 있다.

김동식 작가의 소설은 삶의 보편성에 기대어 인간의 본성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면서 다양한 생각할 거리들을 던져 준다. 유머와 오락적인 요소 저변에 깔려 있는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과 냉철한 사회 비판이, 독자들이 끊임없이 김동식 작가의 소설을 찾는 이유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현실 온라인 게임> 역시 단순히 개인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사회 전반에 깔려 있는 도덕적 딜레마와 인간의 깊은 내면을 다루고 있다. 가볍게 읽기 시작했던 독자들이 무릎을 탁 치며 깊이 사유하게 만드는, 이야기꾼 김동식 작가가 다음에는 어떤 소설을 들고 나타날지 기대가 된다. 이제 '김동식'은 새로운 장르, 하나의 브랜드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 6 | 7 | 8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