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우리 헤어질까
조성일 지음, 사모 그림 / 팩토리나인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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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우리 헤어질까?"


이 말을 하기까지, 그 말을 한 사람의 마음은 얼마나 노력했을까.

습관처럼 "이럴거면 헤어져!"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 말 마저도 아마 대부분은 "저 사람과 헤어지고 싶지 않아"라는 마음을 투정처럼 표현한 것일테고

"차라리"라는 말이 붙는 순간까지 가는 그 여정은 누구에게도 참으로 아프고 고단했을 것이다.


처음에는 그저 그 사람이 좋다는 그 마음 하나로 시작한 사랑이

자기가 너무나도 좋아하는 사람으로 인해서 고통받아 남루해지고

그 사람도, 내 사랑도, 그리고 나도 더 이상 지킬 수 없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뒤에

모든 것을 내려놓고 건네는 한 마디.


"차라리 우리 헤어질까?"


혹은 


"우린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얼음이 가득한 바다에 뾰족하게 둥둥 떠 있는 빙각들.

무심히 별은 뜨고 구름도 유유자적 가고 있는 밤하늘에 찢겨진 종이조각 위의 가슴 아픈 말.


"우린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이 책이 읽는 것이 쉽지 않았다. 

책에 나와 있는 그 수많은 헤어짐과 아픈 가슴, 사랑이라는 또 청춘이라는 우주의 무너짐들이

'헤어짐이라는 게 다 아프고, 괴롭지' 라며 애써 덤덤하게 넘어가려고 해도

내 뒤를 돌아보게 만들었다.


내가 헤어짐을 고한 사람들, 나에게 헤어짐을 고한 사람들

그때는 내 마음이 너무 아프고, 내 사랑이 너무 애달퍼서 미워하기까지 했던 사람들이

'이런 마음이었겠구나' 싶어서 참, 미안하고 눈물도 맺혔다.



두 사람만이 아는, 두 사람만의 사정.

하지만 그 두 사람 사이에서도 아는 시점이 달라서 오는 외로움과 쓸쓸함....



이미 그 사람은 손을 놓아버렸는데, 혼자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가

어느새 허공을 짚어내는 빈 손에 당황하고 의아해하고 화를 내기도 했던 일들.

그리고 나 역시, 누군가의 손을 먼저 스르륵- 놓아버리고 그 사람이 스스로 이별을 깨닫길 바랬던

"나 보다 더 널 사랑할 사람은 없을껄! 넌 내 사랑을 받을 자격이 없어. 네가 이러니까 널 놓는거야"라고 이별의 원인을 고스란히 떠넘겼던 옹졸했던 마음, 덜 여물었던 마음들이 새록새록 생각도 났다.



하지만, 속상하고 슬펐던 것만 있었던 사랑은 아니었겠지.

생각해보면 진짜 별것도 아닌 일들로 행복하고 웃음짓고 설레며 가슴 벅차

이 세상이 모두 우리 것만 같았던 날들도 참 많았었다.

너의 그 멋진 모습, 넉넉한 마음, 아름다운 미소, 씩씩한 마음, 자상한 몸짓까지 

내가 전생에 무슨 복을 지었길래 이런 행운을 차지하고 있는지 궁금할 정도로 충만했던 날들이

훨씬 훨씬 더 많았었다....



가득한 이별때문에 슬퍼졌지만, 또 넘치는 사랑때문에 다시 용기를 내어 새로운 사랑으로

한 걸음 내딛게 만든 고마운 책.


헤어지고 난 다음에 읽을 책이 아니라

헤어지려는 마음이 들 때 꼭 읽어봐야 하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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