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브로콜리 싱싱한가요? - 본격 식재료 에세이
이용재 지음 / 푸른숲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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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이 성큼 다가왔을 때,

2022년이 절반으로 접히는 기분이 들었다.

하루하루 번잡스럽게 보내다보니 식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연료를 넣는 마음으로 밥을 먹었다.

이렇게 말하니까,

굉장히 맛없는 끼니를, 그저 때운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그건 아니다.


하지만 음식을 이루는 각 식재료들이 신선한 지, 어떤 맛을 내고 있는지

한데 어우러지면서 또 무슨 조화를 이루는 지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그저 밥을 입에 넣었기 때문에

그리고 밥을 먹는다는 것은 매일 평균 2~3번은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에

특별하게 기억에 남지는 않았다고 말해야겠다.


내 한 몸을 먹이고 씻기고 잘 재우고 또 시간 맞춰 일어나 건사하고 다듬어서

집 밖으로 내보내는 일이 진정한 의미의 독립이자 어른이 된다는 사실과

그동안은 -그리고 지금도 어느 정도는- 가족의 도움이 있었기에

사회생활이 가능했고 그것은 상당히 고마운 일이라는 것을

매우 똑똑히 인식하게 된 다음부터

가끔은 재료를 사다가 요리-라기에는 거창하고- 찬을 마련해본다.


<오늘 브로콜리 싱싱한가요?>는 본격 식재료 에세이다.

재료가 요리가 되기 전, 싱싱하고 잘 익은 것을 고르는 방법부터

-특히, 한 번에 여러 개를 사야할 경우 한꺼번에 익어서 버리는 일이 없게끔-

내가 해서 먹고 싶은 요리에 들어가야 제대로 맛을 내주는 정확한 재료를 선택하는 것,

그리고 각각의 맛을 오케스트라처럼 조율하며

식재료가 서로를 방해하지 않게 만드는 방법까지 담겨있어

먹는다는 행위의 '순리'를 찾아보겠다는 저자의 마음이 담뿍 느껴진다.

이 책의 저자는 건축을 전공하고 학위까지 취득한 다음 건축 회사에서 일한

음식 평론가이자 번역가인 이용재님이다.

벽돌 하나만 덜렁 있을 때는 

그것이 완성된 건물에서 어떤 기능을 하게 될 지 모를테지만

건축가의 상상력과 실천력, 그리고 실용적인 구석까지 골고루 담겨 있는 내용에다

까다로운 미식가의 신념(?)이랄까,

'이 맛있는 것을 이렇게도 먹어 보시라!'고 진심으로 권하는 열정이 재미있게 읽힌다.

 

 

 

요리에 관심을 가지며 요리책, 블로그, 유튜브 동영상을 순례하다,

화면과 짧은 시간으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맛이 궁금하다면

내가 먹어본 맛이 진짜 원래의 맛일지 호기심이 싹튼다면

이 책을 읽어보면 좋겠다.


'단 맛'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 식사와 디저트에서 맛의 비율과 분량을 조절하고

같은 단 맛이어도 기호나 염려로 인해 백설탕을 쓰지 않기를 고집할 이유도 없지만

그럼에도 다른 대체재를 쓰고 싶다면 흑설탕이나 물엿, 아가베 시럽, 메이플 시럽 등이

각각 어떤 맛을 내고 어떤 기능을 하며 어떤 음식에 쓰이는 것이 적절할 지에 대해

아주 상세하게 서술되어 있어 옆에 요리 선생님이 계시는 기분도 든다.

실제 선생님처럼 꼼꼼하게 지식과 경험을 설파하시지만

독자로서 더 좋은 점은 내가 직접 요리를 하면서 그 얘기를 듣지 않아도 되고

너무 디테일하다~ 싶어질 때면 다른 챕터의 페이지를 펼쳐 읽어도 되는 

자유로움도 있다.

 

육류, 해산물, 과일의 이야기도 흥미롭지만

향신료와 채소의 챕터에 더 오래 머물렀다.

익숙해서 좋고 싫음의 선입견이 생겨버린 재료를 다른 요리법으로 맛보는 도전이나

딱히 먹어보고 싶지 않거나 낯선 채소들이 어떤 맛을 내는지 탐험해보는 

신기함이 좋았다.


요리에 익숙한 사람이라도

각 재료가 요리의 어떤 단계에 들어갔을 때 어떤 맛을 내게 되는지 알게 되거나

대체할 수 있는 재료로 상상력을 발휘해서 새로움을 맛보는 즐거움을 느끼도록

정보와 묘사가 맛깔스럽게 어우러져 있어 도움이 될 것 같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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