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장 일기 - 바닷가 시골 마을 수녀들의 폭소만발 닭장 드라마
최명순 필립네리 지음 / 라온북 / 202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닭장일기>라는 제목과 따스한 느낌의 표지 일러스트가 

책을 펴기도 전에 마음에 훈훈한 기운을 불어넣어준다.


이 책은 인터넷 카페에 '닭장 일기'라는 제목으로 
(서울을 기준으로) 먼 바닷가 마을인 진동 요셉의 집에서 수도생활을 하시는
최명순 필립네리 수녀님께서 올린 글들을 모아서 낸 책이다.

사실, 도시인에게 닭이란 특별한 감흥을 일으키는 존재가 아니다.
오히려 '닭=치킨'이란 개념이 더 앞선다. 
한 끼를 행복하고 기름지게 만드는 먹거리나, '완전영양식품'인 달걀을 낳는 새.정도?

조류독감으로 달걀값이 오르는 것에 민감하게 굴기도 한다.
닭들이 자기 몸을 돌릴 수도 없을 정도로 좁은 케이지에 층층이 갇혀서
평생 품지도, 부화시키지도 못할 알들을 낳다가 죽거나,
초복/중복/말복 마다 '세일'이라는 이름으로 아직 다 크지도 못한 영계들이 죽는 것도
여름철에는 보양식을 먹어야 한다는 습관같은 일상에서는 포기하기 어렵다.
혹은 전염병이 돌 때, 글자로만 보아도 무시무시한 '살처분'이 비인도적이라 생각해도
(내가 먹고)살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 하는 마음으로 불편함을 누그러뜨리거나.

아이러니한 것은, 어렸을 때 병아리를 키워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노랗고 귀여운 병아리가 크는 과정을 신기해 하기도 하고 
너무나 쉽게 죽어버리는 작은 생명으로 인해 눈물을 흘려본 적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굿바이 얄리' 노래를 들으면서 울컥- 할 때도 많았을 것이고)

모순되는 일이긴 하지만 그런 감정과 '고기'를 먹는 것을 포기할 수 없는 욕구에서
마음에 따끔거림을 느꼈을 때가 이 책을 읽으며 종종 떠올랐다.

수녀님은 닭을 키우면서 농사에 필수적인 닭똥을 치우며 땅에 대해 생각하시고,
수탉끼리의 경쟁을 통해 승/패가 나뉘면서 처지가 달라지는 모습을 보고
인간의 삶(수도자들도 총장 선출에 따라 침실이 달라진다는^^)을 떠올리신다.
막 부화한 병아리들이 추울까 전등을 켜두고 옷과 얇은 이불로 덮어주며
연약한 생명체나 장애를 입은 병아리에게 더 손과 마음이 가는 것을 느끼며
부모-자식의 관계를 이해하기도 하신다.
봄, 여름, 가을, 겨울에 닭과 병아리, 개, 그리고 수녀님들의 하루하루가
'삶'이라는 큰 틀 안에서 멀리 보면 문득 닮게 보이기도 한다.


일흔 다섯.
그 숫자가 주는 무게감이 책에서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어린 아이가 방학 일기를 쓰는 것 같은 단순하고도 소박한 감성이 더 짙다.
그러나 역시 수도자의 마음으로 하나의 생명에서 전 세계와 우주를 떠올리고
생태 공동체에 대한 감사함과 염려를 느끼며 주님을 늘 떠올리는 수녀님의 모습은
종교와 삶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해보게 하고 마음을 다잡는 계기가 되어주었다.


#닭장일기 #라온북 #최명순필립네리 #바닷가시골마을 #닭장드라마
#산다는건 #컬처블룸 #컬처블룸리뷰단 #서평이벤트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