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 싫을 수록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

처음 읽는 정치철학사 - 세계사를 대표하는 철학자 30인과 함께하는 철학의 첫걸음
그레임 개러드.제임스 버나드 머피 지음, 김세정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1년 5월

표지에 있는 정치가, 철학자들의 면면만 봐도 화려하다.

<처음 읽는 정치철학사>는 총 4부에 걸쳐 30인의 정치철학자를 다룬다.

고대 중국의 공자부터 현대 심층생태학의 창시자 아르네 네스까지

인간의 도리와 사회의 기본 질서를 구축하던 시대부터

기술, 자본, 정보 등 새로운 문물의 출현과 발달로 인한 사회의 변화에 따라

개인이 요구하고 요구받는 삶의 형태(를 규정짓는 철학과 제도)가 

때로는 미미하게 때로는 격정적으로 바뀌는 모습을 한 권에 담아냈다.

그것도 흥미롭고 재미있게! ^^

이 책의 저자 중 한 명인 카디프대학교 정치학 교수인 그레임 개러드는

미국,영국, 프랑스 대학에서 많은 학생들을 가르치며 경험을 쌓고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정치철학의 재미를 대중들에게 알리려 하고 있다.

다른 저자는 다트머스대학교 정치학 교수인 제임스 버나드 머피로  

정치학을 중심으로 법학, 경제학, 교육철학, 기호학을 망라하여 연구하면서

정치철학이 인류에게 끼친 영향을 분석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30명 정치철학/사상가의 핵심적인 철학과 이념을 이해하기 쉽게

핵심을 딱딱 짚어 정리하고, 관련 사안이나 역사적 배경을 친절하게 부가설명하며

'정치'부터 시작한 내용이 사회 전반을 다양한 학문적 시각으로 바라보고 해석하도록

부채꼴처럼 펼쳐지는 내용들이 독자의 흥미와 지적 호기심을 함께 채워준다.

세상 어느 곳이든 완벽한 시스템은 없듯이 정치 또한 그렇다.

아니, 사실 정치는 온갖 욕망들이 드글드글 끓고 있는 용광로와도 같은 카오스 세계다.

공동체를 위한 신념, 삶과 생명의 목적 같은 고상하고 이타적인 목표 뿐만 아니라

권력을 획득하여 개인의 권위, 경제적 이득, 지위/계급/계층의 상승을 꿈꾸거나

혹은 그저 남들 위에 내가 서 있고 군림하고 있다는 정복욕을 마음껏 드러내는

진흙탕같은 다툼의 장소로 변질되기 십상이고 그것을 목도하는 사람들은

곧 정치에 대해 혐오하며 '그 놈이 그 놈이다' 라는 마음으로 무관심에 빠져들기 쉽다.

정치에까지 신경을 쓰지 못할 정도로 배움의 기회가 없었거나

하루하루 먹고 살기 바쁜 사람들은 아예 생각해 본 적이 없던 분야이기 때문에

불만이나 부족을 느끼지 못하고,

청소년기나 대학 시절 푸르른 이상과 올바른 정의로움이 

관계가 형성되고 비판하던 시스템이나 '어른'의 세계 속에 막상 들어가보니 

복잡하게 얽혀있고 시작이 어디서부터인지 모를 어마어마한 '적폐'의 덩어리를

어디부터 손을 대야할 지 막막하게 느껴지기도 하며

결국은 상황과 이익, 관계에 좌우되며 '내 편 네 편'으로 '옳고 그름'이 나뉘는

-우리나라는 참 말을 잘 만든다- 내로남불을 체념하고 받아들이게 되는 등,

저마다의 이유로 우리는 '정치'를 타자화하고 다른 사람의 손에 맡겨버린다.

4년에 한 번 돌아오는 선거의 파도만 무사히 넘으면 

겉으로 드러나는 멤버의 변화는 약간이나마 있을지언정 

큰 판으로 보거나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별로 달라질 것도 없는 그들의 세계가

그렇게 생명을 연장하고야 마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새삼 놀랍고 마음에 와 닿은 것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고리타분한, 혹은 그저 역사 속 '성인'으로만 남았던

공자의 '인'의 정치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는 점이었다.

패션이 10년이나 20년 주기로 돌고 돈다는 말이 정치에도 적용되는 것은 신기하다.

과거의 정치나 시스템에서 한 단계씩 발전하고 진보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멀리 갈 것도 없이 미국이나 일본의 지난 10년을 되돌아보면 한 번의 삐걱거림으로

정치는 얼마든지 시민의 삶의 질과 가치체계를 밑바닥으로 끌어내릴 수 있다.

그리고 그 여파는 생각보다 오래 간다.

사람들이 정치'철학'에 대해 사유의 끈을 놓지 말고

지금 당장의 삶이 팍팍하고 힘들수록, 정치에 대해 실망과 혐오가 커져갈 수록

더더욱 우리가 추구해야할 '희망'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정치야 말로 우리 삶의 전반에 걸쳐 두루두루 영향을 미치는 힘임을 깨닫고

다음 선거에서는 나의 삶의 방향과 궤적을 결정짓는 권력을 누구에게 대여할 것인지

한번 더 생각해보게 된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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