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식당 개성밥상 - 고려의 맛과 멋이 담긴
정혜경 지음 / 들녘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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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를 생각하면 '청자'가 연관검색어로 떠올랐지, 

한번도 고려의 음식에 대해 깊이있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물론 조선시대의 500년이 꽤나 긴 시간이었고

조선 이후 개화기 및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과 탄압의 시대에 

우리나라의 문화와 역사가 처참할 정도로 박해받고 천대받아 스러졌던 것을 생각하면

조선보다 더 옛날인 고려의 문물에 대해서는 남아있는 유물이나

유명한 인물/학자가 남긴 작품이나 역사적 기록 정도만 

사람들의 기억에 남을 수 밖에 없었을 것 같기도 하다.


지금 대한민국과 북한이 이념과 사상적으로 멀어져 있고 

지리적으로도 왕래가 거의 끊긴 상황에서 '개성'이란 말을 떠올리면

고립되고 침체된(혹은 낡은) 이미지가 떠오르지만 사실 고려의 수도 개성은 

세계 각국에 열려있는 활발한 중심 도시였다.




조선을 건국하며 개성에서 한양으로 수도를 이전하며 과거와의 인연을 끊으려 한 것도

개성이 한반도의 중심지에서 오래도록 정치와 경제의 중심지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통일식당 개성밥상>의 저자 정혜경님은 서양의 영양학을 전공했지만

한식요리를 배우면서 한국 음식 문화와 역사에 빠졌다고 한다.

특히, 한국 음식을 공부하고 연구하며 음식 안에 담긴 '과학성'에 매료되어

한국의 밥, 채소, 고기, 장, 전통주 문화에 대한 연구부터 

옛날의 조리서나 전통을 고스란히 전수하고 지켜가는 종가음식 연구까지,

소위 '밥심으로 사는 한국인'의 원초적인 기억 속에 머무르고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한국'임을 느낄 수 있는 음식과 식문화에 대한 

글과 책을 여러 권 출판하였다.


이번 책은 500페이지가 넘는 두툼한 분량에 

북쪽의 싱겁고 심심한 맛과 남쪽의 짜고 매운 맛 가운데 중립적인 맛을 지키는

개성의 음식의 이모저모를 담고 있다.


고려의 수도인 개성의 음식에 대해 다루기 때문에

음식을 먹는 사람이 살았던 고려시대의 문화와 역사, 정치와 경제, 종교 등등

시대 전반에 걸쳐 엄청난 양의 자료 조사와 오랜 연구 결과를 충실하게 담고 있다.


음식의 기원이나 유래, 철마다 즐겨먹던 음식과 관련된 축제에 대한 이야기와

고려 왕실과 귀족들에게 유행했던 차 문화와 그로 인한 폐단,

술 문화와 차, 술, 음식을 담던 '그릇'인 청자나 금은주기를 읽다보면

우리가 먹는 것에 엄청나게 진심이고 잘 차려먹는 DNA를 가진 민족이었다는 것을

새삼스레 느끼게 되고 감탄하게 된다.



개성음식을 메뉴판(!)처럼 따로 알차게 담은 2부도 재미있었지만

1부와 4부에서 그 음식을 즐기던 '사람'들의 이야기는 흥미롭고 친근감이 들었다.

무려 이규보, 이색, 황진이같은 과거 인물들부터 현대 박완서 작가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사회적 지위와 신분 그리고 한 사람으로서의 취향도 

풍부하게 상상하고 떠올릴 수 있도록 사료와 기록을 편집하여 전달한 

기획력이 기발하게 느껴졌다.




띠지에 있는 말처럶 개성음식이 한반도의 소울푸드인지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바이순대, 함흥냉면, 평양냉면, 조랭이떡국, 개성만두와 편수부터

개성음식인 줄 몰랐던 원조 순대나 닭볶음탕 등 

많은 한국인이 좋아하는 음식들의 기원이 개성이라는 점을 알게 되어 신기했다.

또, 일본말로 새라는 뜻이라 '도리탕'이라는 말을 안 쓰는 것으로 알았는데

고대 문헌에 '도리탕'이라는 말이 나온다는 언급과 국립국어원의 설명도

좋아하는 음식에 대한 지식을 +3만큼 올려주었다. ^^



옛문헌에 표현된 음식을 재현했거나 우리에게 익숙한 음식도 그림으로 수록한 것도

글만 가지고는 제멋대로 자리를 잡지 못하는 어림짐작을 구체화하는데 도움이 된다.



단순히 개성음식을 소개하거나 조리법을 다룬 책이 아니라

사람에게 에너지와 추억을 주고 지역을 특색있게 만드는 음식을 중심으로

방대한 분량과 빼곡한 지식, 이해를 돕는 사진을 담아 역사와 문화를 배우며

결국, 지금은 분단되어 남처럼 살아가고 있는 대한민국과 북한이지만

우리는 원래 한반도의 먹거리로 밥을 지어 먹고 함께 살았던 민족임을 

깨닫게 해주는 의미있는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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