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가
아사이 마카테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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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가>

색감이 고급진 표지를 보았을 때도 설레였고,

작가 아사이 마카테의 전작 <야채에 미쳐서>를 재미있게 읽었던 터라,

이번에도 전작처럼 소위, 체제와 남성에게 순종적인 '전형적인 일본 여성'이 아닌

자기만의 삶을 지키고 살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날 생각에 기대감이 커져갔다.


서평이벤트로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읽기 시작했는데,

이번 리뷰는 출판사 사장님이신 '마포김사장'님의 덕을 톡톡히 보았다.


"이번 작품에는 등장인물이 많아서 

뒤표지 날개 안쪽에 소개 페이지가 있으니 잘 써먹어 주시길" 이라는 

털털하면서도 세심한 배려가 없었더라면 

작품의 초입부터 무지하게 헤맸을 것 터였다.




일본의 역사에 대해 잘 모르고, -그냥 우리나라와 얽힌 안 좋은 기억이 더 많다-

사무라이 '정신'에 대해서는 여전히 이해하고 공감하기 어려운데다가,

'번'이 뭔지 '막부'가 뭔지도 몰랐기 때문에 '들어가기 전에' 부분을

본격적으로 읽기 전에 꼼꼼히 읽어두길 권한다. 

(그러지 않아서 몇번 왔다갔다 했다.;)





우리나라의 조선시대도 확연한 신분의 구별이 점차 흐려지고

외세가 호시탐탐 국가를 한 입에 먹어버릴 위기를 코 앞에 두었을 때

그 격동의 시기에 살아가던 사람들이 말 그대로 큰 파도와 바람 앞에서 

생명과 삶을 유지하기 위해 생지옥을 겪어냈었던 것이 겹쳐지는 

19세기 후반, 혼란했던 일본이 <연가>의 배경이다.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시작한 에도 막부도 200여년이 지나 쇠락의 길에 접어들고

미국 페리 제독이 군함과 대포를 앞세워 

수교-말이 수교지, 결국은 침탈-를 요구해도

서양 세력을 배척할 힘도 없고 대책도 없는 막부는 불평등 조약을 맺게 된다.

이에 기존에 이미 팽배했던 사무라이와 막부에 대한 실망감이 비난으로 번지며

막부의 힘에 눌려있던 황제를 둘러싸고 권력의 재편이 일어나게 되었다.


왕정으로 돌아가기를 주장하는 근왕주의자, 

막부를 지지하는 좌막파,

막부를 타도하자는 도막파 등이 

'천황'이라는 상징적인 존재의 지지를 얻기 위해 교토로 모여들고

에도 막부는 존립도 불투명해진다.


교토와 에도 막부 사이에 권력의 줄다리기가 계속될 때

미토 번을 개혁하여 성공한 나리아키를 지지하는 중하층 무사들의 '천구당'과

개혁의 과정에서 소외당한 상층 무사들이 결집한 '제생당'은

막부의 내부에서 격렬하게 대립하며 교토와 막부의 힘의 변화가 올 때마다

집권과 실권을 거듭하는 내전을 치르게 된다. 

이 거대하며 한 치 앞도 모르는 역사의 흐름, 이라고 하지만

읽기가 괴로울 정도로 피바람이 불고 그 속에서 속절없이 희생되는 목숨들이 

<연가>의 등장인물 혹은 그와 관련된 사람들이다.


미토 번의 이케다야 여관을 운영하는 부모님의 남부럽지 않은 재력으로

자유분방하게 살아가는 도세는, 미토 번의 중사 하야시 모치노리에게 반한다.

사무라이는 안된다는 부모님의 반대도 그녀의 순수한 사랑을 막을 수는 없었고,

결국 무사집안으로 시집을 가서 문화 충격도, 시댁과의 갈등도 겪지만

그것보다 더 무시무시한 것은 외세의 침략으로부터 촉발된 에도 막부의 흔들림,

그리고 그로인한 막부파와 천황파의 내전이다.


남자들이 명분으로 전쟁을 벌이는 동안,

단지 그 '파'의 여자와 아이들이라는 이유로 참혹한 지옥을 견뎌야 했던 것,

추위와 굶주림, 병으로 죽어가는 동료, 참수의 공포에도

하야시를 걱정하고 사랑하는 도세의 마음은 '지고지순'이란 말이 붙을 정도로

한결같다.


이야기 중간중간에 나오는 일본의 짤막한 시는

말로 다 할 수 없는 등장인물들의 한스러운 소회를 담아내어 인상적이었다.

일본의 '와카'라는 시에 대해서도 처음 알게 된 셈이다.




전작을 생각하며 가볍고 유쾌하게 읽을 생각이었다가 

'연애소설'이라고만 하기에는 묵직했던 서사와,

일본의 역사나 사무라이의 문화/예법 등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어

처음 읽을 때는 나홀로 반전의 연속이었던 <연가>


한번 더 읽으면 좀 더 몰입해서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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