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싱 대디
제임스 굴드-본 지음, 정지현 옮김 / 하빌리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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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싱 대디> 이런 제목에 속지 않는다.

달콤씁쓸한 위스키 초콜렛처럼 코에서 잠시 달달한 나머지 경계심을 풀어버리고

덥썩 입 안에 넣는 순간, 목구멍에서 위까지 넘어가는 모든 순간순간들을

내 몸의 장기가 어디에서 어디로 연결되어 있는지 짜릿짜릿하게 느끼게 해주는 

그런 영국의 소설과 영화들이 있다.


살짝 비틀린 유머, 예의바른 시니컬함, 

우아함 따위는 버려버리고 생존을 택하고 싶어했지만 결국 존엄이 중요하다는 것을

우여곡절을 굳이 다 겪어내고야 진심으로 받아들이는 주인공들이 나오는 그런 작품들.


<댄싱 대디>를 읽으면서 기시감이 드는 영화들이 몇 개 있었다.

너무 스포가 될 것 같지만 출판사의 책 소개에서도 이미 눈치를 좀 챘을테니 말한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나 <미안해요, 리키>가 그것이다.


주인공만 사태의 심각성을 잘 모른다.

주변은 주인공에게 별 관심이 없다. 그가 좌절하든 어떻게든 극복하려고 노력하든.

그저 거슬리거나 요란한 소리가 나서 주의를 끌거나 할 때 잠시동안

역겨움과 힐난을 많이 드러내지 않는 고상함과 품위를 잃지 않지만 

나의 불쾌함을 어쩔 것이냐 + 그럼에도 내가 참아준다 는 차가운 반응이 뜬다.


사회를 돌아가게 하지만 정작 보이거나 드러나지 않는 노동자의 삶을 사는

주인공들은 위태롭게 지속되던 -그러나 그 위태로움을 가장 늦게 깨닫는다-

자신의 삶이 어떠한 위기 상황을 직면하여 깨어지게 될 지점에 다달아서야

묵묵하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것만이 정답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고,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에게 정을 표현하고 나누고 의지하고 어깨를 내어준다.


주인공들을 아슬아슬하게 이어주던 끈과 같던 존재의 부재로

다시 삶의 소중함, 사랑의 힘, 희망의 가치를 깨닫게 된다는 것이 아이러니 하지만

그것을 또 유쾌하게 풀어가는 것이 영국 스타일인가보다. 


<댄싱 대디>의 작가는 맨체스터 출신의 각본가이자 소설가이다.

그래서 책을 읽는 동안 장면이 머리 속에 생생하게 재생된다.


아내의 죽음으로 서먹해진 아들과 아버지.

설상가상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팬더곰 탈을 쓰고 거리에서 춤을 추는 아빠 대니는

버팀목도 없는 거리에서 생존하면서 그동안 몰랐던 것들을 배우게 되고,

엄마 리즈의 죽음 이후 말문을 닫아버린 아들 윌을 우연히 도와주게 되며

툭탁대며 속을 터놓고 사라진 줄 알았던 사랑을 발견한다.




거리 공연도 허가권이 있어야 하고, 

춤을 춰서 돈을 벌어야 하지만 춤은 형편없는 대니가

'더티 댄싱'을 보며 실력을 키워가고 춤을 잘 추던 아내 리즈를 떠올리는 것들은

현실적이면서도 환상적인 이야기의 매력을 더하며 끝을 궁금하게 만든다.

비극적인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꿈꾸게 하는 따뜻한 소설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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