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앞에서 선택한 완벽한 삶
카밀 파간 지음, 공민희 옮김 / 달의시간 / 2020년 10월
평점 :
절판



이런 일이 일어날까? 하는 일들이 한꺼번에도 생기는 것이 인생인가보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나옴직한 일들이 <죽음 앞에서 선택한 완벽한 삶>의 주인공

리비에게 일어난다.


소제목은 없이 그저 숫자로만 챕터를 나눈 이 책의 시작은

주인공인 리비가 의사에게 암으로 인한 시한부 선고를 받는 것이다.


단순한 지방종인줄 알았던 혹을, 예방차원에서 떼어내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사도 처음에는 그렇게 말했고!)

갑자기 아주 드문 경우인데 발병할 경우 공격적인 암이라는

피하지방층염유사T세포림프종에 30대의 나이에 걸려버리게 된다.

(이 병 이름을 찾아적느라, 다시 책을 펼쳤다. 아주 드문 경우가 맞나보다.)


이렇게 말도 안돼! 거짓말!! 같은 상황에서도

'퀴블로 로스의 애도의 5단계'에 재빠르게 접어드는 자신을 발견하는 리비는,

사실 어린 시절 어머니를 잃은 깊은 슬픔으로 

다시는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던 사람이다.


두번째 장례식이 내 장례식이 될 줄이야- 라고 자조하는 리비.

슬픔은 있지만 낙천성과 귀여움, 해피엔딩으로 가득한 세상 '리비랜드'에서

현실의 걱정과 고민, 끔직한 것들을 끔뻑-눈을 감으며 넘겨내는 그녀는,

영화같은 이 소식을 남편인 톰과 쌍둥이 남동생 폴에게 어떻게 전하나, 싶었으나

남편은 리비가 미처 자신의 병에 대해 말하기 전에

(즉, 시한부임을 알게 된 당일에) '나 동성애자 같아'라는 고백을 해온다.


와우!

 


이제 자극적인 양념이 탐스럽게 얹혀진 이야기가 시작된다. ^^

독자는 '아는 맛'이지만 빠르게 몰입하고 빠져들 수 밖에 없다.

젊고 잘 나가던 사람의 삶을 송두리채 흔들어 버리는 개인적인 문제와 관계의 균열.


폐허에서 새로움이 생기듯, 이 어려움에 그대로 무너져 속절없이 시간을 보낸다면

이야기가 진행되지 않으리라는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리비가 자신의 삶을 단촐하게 정리하고, 죽음을 앞두고 해보고 싶었던 일들을 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지는 과정을 매끄러운 번역으로 읽다보면

평범한 누군가의 삶이라도 남에게는 말 못할 요철이 있음이 떠오르게 된다.



시작은 자극적(!)이었을지언정

작가가 캐릭터를 다루는 솜씨는 섬세하다.

암, 시한부, 이혼, (충동적)여행, (여행지에서 만난 매력적인) 이성 같은

클리쉐와 공식같은 설정에도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로 인한 괴로움과 아픔, 

새로운 사랑 앞에서의 두려움과 그럼에도 선택하고 노력하는 용기,

주인공의 선택을 격려해주고 지지해주는 사람들의 모습이

구체적으로 머리 속에 떠오를 정도로 차곡차곡 레이어를 더해가며 

이야기에 따스함을 불어넣어주고 

어느새 독자는 리비의 '조금만 더 살고, 조금 더 사랑하면서 애'쓰는 모습에

응원을 보내게 되고야 만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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