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으로 읽는 로마사 - 1,000년을 하루 만에 독파하는 최소한의 로마 지식
윤덕노 지음 / 더난출판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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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과거와 현재를 잇는다는 말을 이 책을 읽으며 실감했다.

'음식'이라는 주제로 찬란한 로마제국을 살펴보는 색다른 재미를 준

<음식으로 읽는 로마사>는 미시사적 도서이다.


저자 윤덕노님은 신문기자를 거쳐 음식문화 저술가로 활동하고 있다.

25년의 신문기자 생활에서 다져진 장기간의 방대한 자료조사를 토대로

음식의 기원과 유래, 관련 스토리를 발굴해서 한 사회와 그 속의 사람들을

연구하고 이야기를 쓴다.


1000년을 하루 만에 독파한다고 자신만만하게 책 표지에 적어놨지만,

이 책을 읽는데 평소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렸다.

우선 364쪽에 달하는 방대한 양도 양이지만, 페이지를 넘기면서 

'진짜? 정말 이렇게까지 진심이었다고?' 라는 감탄+경이로움으로

로마인의 음식 사랑에 빠져들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묘사된 로마인들의 문화는 '잔치' 라는 말로 요약될 수 있겠다.

사람들과 함께 모여앉아 편안하게 옆으로 누워서, 은쟁반에 담아온 포도를

노예가 손으로 한 알 한 알 따서 입에 넣어주면 씹어넘기는 모습.

더 많은 음식을 먹기 위해 맛만 보고 뱉어버리는 사치와 향락.

화려한 장식으로 음식상을 꾸미고 와인에 취해 노래와 춤을 즐기다

목욕으로 마무리하는 '네로 황제'같은 삶이 로마인의 모습이었을까?



로마의 식탁은 특별했다고 한다.

로마 제국이 식탁에서 생겨났다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물론, 예나 지금이나 -역시 역사는 과거와 현재를 이어준다....- 

신분과 빈부격차, 한 나라였어도 초-중-말의 시대에 따라 천차만별인 음식이지만

로마인의 식사에서 공통된 특징이 있었다.


주식은 죽과 빵. (죽은 가난했던 시절, 빵은 부유해진 이후 ㅎ)

식사 때마다 와인을 마셨다. 

유럽의 물성분이 좋지 않은 것을 생각하면 물 대신 목을 축이는 음료수의 개념이었다.

빠질 수 없는 올리브. 오일로 요리를 하고 피클로 담아 반찬처럼 먹었다.

생선 젓갈과 액젓도 소스나 다양한 음식에 양념으로 넣었다고 한다.

(로마인들에게 배추와 무, 고춧가루가 있었다면 김치도 해먹었을 것 같다...)


사치와 향락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로마인들은 대체로 고기보다 생선과 채소를 더 많이 먹고

콩, 당근, 양배추 등으로 샐러드를 만들어서 먹었다고 한다.

여유가 있다면 생선에 고기와 햄, 소시지를 곁들였다. (역시 고기는 음식의 최상위)


소고기, 돼지고기보다 참치나 고등어파였던 로마인들.

당연히 강한 양념이 필요했을 것이고 후추, 정향, 계피, 생강같은 수입 향신료에서

로마'제국'을 실감할 수 있겠다.


로마의 식탁의 주재료는 속주로 삼았던 스페인과 북아프리카, 이집트에서 조달했다.

스페인의 와인과 올리브, 북아프리카와 이집트의 (빵을 위한) 밀과 보리,

생선 젓갈은 시칠리아, 스페인, 포르투칼에서,

햄과 소시지는 프랑스(갈리아)와 스페인의 이베리아(지명만으로도 군침이 돈다),

로마 상류층이 비행기도 없고 냉장기술도 없음에도 영국 브리타니아에서 가져왔다.

허브는 지중해산, 후추, 생강, 계피는 아라비아반도와 인도에서 실어왔다.


신선도를 유지한 '생굴'을 가져다 먹은 것은 오로지 맛 때문이었을까?

로마 제국의 권력을 키우고, 속주에서 자국의 힘을 유지하려는 군사/정치가 

음식에 대한 '찐사랑'을 만나 '소금을 찾아 나서다보니 도시가 생기'게 했다.  


전쟁에서 승리하며 자원이 확보되고, 식생활이 풍요로워지고

세계와 거래하는 로마의 경제와 영향력도 그만큼 성장하여 

현대에 이르기까지 로마의 문화가 여전히 선망의 대상이 된 과정이 

신기하고 재미있다.



올리브, 향신료, 소금, 굴, 빵.


로마인이 사랑하고 진심을 다해 향유했던 음식들로 

로마의 흥망성쇠와 로마가 세계에 미친 영향을 보는 새로운 시각이 흥미로웠다.


18세기 말 브리야 사바랭이 펴낸 책에 나온다는

'당신이 먹는 음식을 알려주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보겠다'는

"You are What you eat." 이란 문장이 결코 헛말이 아니었음을 느꼈다.


와인 한 잔에다 올리브유를 빵에 찍어 먹으며 

옆으로 누워 팔랑팔랑 책장을 넘겨가고 싶어지는 게 함정이다.ㅎㅎㅎ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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