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내일의 출근이 올 거야 - 일단 오늘의 출근부터 해내야겠지만
안개 지음 / 올라(HOLA) / 2020년 6월
평점 :
품절



고용불안. 일자리의 질 저하. 열정페이. 갑질. 자낳괴.


취업을 준비할 때는 아무 곳이라도 붙기만 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없지 않았는데

여러 군데 이력서를 집어넣고 서류에서 광탈, 서류를 넘어 면접에서 광탈,

면접을 넘어 수습(혹은 인턴)기간을 바득바득 버티다가 자괴감이 들면

도대체 사회가 나에게 왜 이러나, 속상하고 다 밉고. 다 때려치우고 싶다가도....


자본주의 사회에서 말 그대로 먹고 사는 생존을 위해서는

어디선가 누군가를 위해 (그것에 자기 자신도 포함된다는 것을 종종 잊지만)

일을 할 수 밖에 없게 된다.



학교도 힘들었지만 회사는 더 힘들다.

당연하게도, 회사는 학교가 아니기 때문이다.


둘 다, 나의 큰 의지와 열정이 없어도 다닐 수는 있는 곳이지만

학교에서의 '봐주기'나 '묻어가기' 신공이 회사에서는 안 통할 뿐 아니라

가끔은 넘어가더라도 반복되면 민폐가 되고, 조직에서 더 머물 수 없게 된다.


하지만, 회사는 나의 노동력과 능력을 제공하여 그만큼의 보수를 받아가는 곳이기에

회사와 나 모두에게 공정한 계약과 그 준수가 필요하다.


쓰고나니, 참 이상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찌되었든 고용주는 고용인보다 우위에 서는 입장이고

고용인은 그들의 요구에 따라 일을 해야하는 상황이다 보니,

회사를 다니면서 맛보게 되는 사회의 쓴맛과 사람들의 이중성(?)과 매정함(!)은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묶일 정도로 (그리고 그런 책들이 많이 나올 정도로)

무궁무진한 에피소드를 남긴다.



고통을 올림픽처럼 비교하고 전시하는 것에 그친다면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서로의 족쇄가 얼마나 크고 무거운 지를 자랑하는 노예가 되는 것을 그만두고

모두가 이렇게 힘들 수 밖에 없는 나와 회사를 이제 좀 바꿔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학생, 졸업생, 취준생, 사원, 대리, 과장, 부장, 임원마다

각자의 연륜과 세월에서 얻게 된 경험과 자리가 만들어주는 처지가 모두 다르니까

서로의 경험과 지식을 당연하게도 다른 사람에게 요구하는 일은

의식하고 조심하는 사람들이 조금씩 많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사회 초년생을 벗어나니 씁쓸한 점 중 하나는,

나의 열정과 최선은, 결과 없이는 허무한 자기만족 혹은 뻘짓이 된다는 것과

지금은 이해가 가지 않는 것들이 언젠가는 이해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버린 것이다.


그것이 불합리와 갑질의 변명거리가 되는 일을 두고보지 않는 것이

조금이라도 일찍 사회에 나온 사람들이 해야할 일이 아닌가 싶다.

그 때 내가 괴로웠던 일에 대해 여전히 대다수가 괴로움을 느낀다면

없애거나 개선해야 하는 것이 회사가 그토록 좋아하고 지향하는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업무 프로세싱과 성과'일테니 말이다.


사회초년생들의 억울함과 불만을 '아직 뭘 몰라서' '우리때는 더 했어' 라고

침묵을 강요하며 못 들은 척 한다면 사회의 지옥도는 점점 더 커질 수 밖에....


회사 생활 및 사회 생활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에세이들을 읽을 때마다

공감 뒤에 허무함이 몰려드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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