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리 도구의 세계 - 행복하고 효율적인 요리 생활을 위한 콤팩트 가이드
이용재 지음, 정이용 그림 / 반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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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많은 조리도구가 있는지도 몰랐고,

그것을 이렇게 -집요할 정도로?ㅎ- 잘 정리를 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몰랐다.


요즘은 '덕후'들이 자기의 덕력을 뽐내는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고

'취미생활'이나 '취향'을 넘어 '전문가의 포스'까지 이렇게 쉽게 접할 수 있다는 것은

막 이 세계에 눈을 뜬 사람들에게는 더할 나위없는 행운이다.


돈과 시간을 많이 쓰지 않고도 (즉 실패를 조금 덜 하면서)^^, 

나보다 앞서서 공들여 세계를 구축해 온 저자의 '조리 도구'에 들인 노력과 경험을

<조리 도구의 세계>를 통해 만나보자.


'행복하고 효율적인 요리 생활을 위한 콤팩트 가이드'라는 말은

책을 펴기 전까지는 '좀, 과장이 심한 거 아냐?' 싶었다.


285 페이지에 달하는 책이 방대하게 뿜는 지식은 어마어마하며,

밥 숟가락 하나로 양념도 덜고, 밥도 비벼 먹으며 설거지거리를 최소화하는 사람은

"뭘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비효율적이게" 라고 충분히 말할 수도 있겠지만,

책을 들여다보면 그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책의 저자 이용재는 대학과 대학원에서 건축을 공부한 사람이다.

1mm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고 정갈하게 구조화하는 건축을 공부한 사람의 느낌이

책 곳곳에서 묻어나는 것은 그래서 너무 당연하다.

책에서 요리로 관심이 옮겨간 그는 15년 동안 요리의 도구를 사들이고

그 쓸모와 활용법을 정리하며 서랍과 찬장을 차곡차곡 채워왔다.


그냥 허기를 면하는 음식을 재빠르게 만들 수도 있지만

나를 좀 더 대접해주는 행복한 음식을 맛있고 효율적으로 만들기 위해

요리를 하는 사람들의 생각과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도구들을 소개하고

그 중에서도 나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추어 꼭 필요한 조리도구를 고르는 요령,

조리도구의 작동 원리와 유지 및 관리방법을 잘 익혀두어서

내 손에 오래동안 길들이며 제대로 사용하는 방법까지 

집이나 간단한 음식점에서 활용할 수 있는 '조리도구 대백과사전' 같은 책이다.


그런 의미에서 책의 시작은 '손'이다.

음식을 하는 손.

모든 조리 도구는 이 손의 연장이라는 저자의 한 마디가 굉장히 설득력있다.


요리에 필연적으로 따르는 열, 단단함, 섬세함, 자극적인 식재료 등 때문에 

손의 사용이 한정적일 때, 초능력자처럼 필요한 요소에 따라 사용할 수 있게

인간의 지혜와 경험으로 만들어낸 것이 '조리 도구'라는 생각이 든다.




세상에 있는지도 몰랐던 조리도구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려주는 정이용님의 일러스트.

정갈한 푸른색은 깔끔함과 유명 브랜드의 브로셔같은 느낌을 준다.


흔히 보고 방금도 사용했던 조리도구가 어디까지 그 쓰임새를 확장할 수 있을 지,

그리고 비슷비슷하다고 생각해서 구별없이 사용하는 것이 왜 '비효율'적인지

꼭 갖추어 두기를 권장하는 비슷한 조리 도구의 갯수까지

'상품평'처럼 이미 써본 사람들의 생활력 묻어나는 조언은 

'콤팩트 가이드'라는 말을 무색하지 않게 한다. 




종류 뿐만 아니라, 그 '항목' 중에서도 추천하는 브랜드를 깨알같이 수록해 둔 점도,

-막상 검색해보면 그 가격에 놀랄 지언정- 초보자에서 전문가로 넘어가는 단계인

독자들에게는 시행착오를 줄여주며 상당히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쉽게 구할 수 없거나, 여러 개의 조리도구를 갖춰 놓기 어려운 경우

대체하거나 두루두루 쓸 수 있는 조리 도구를 골라주는 섬세함은 고맙기까지하다.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을 하나만 고르기가 너무 어려운 것이,

조금씩 차이를 두고 있는 조리 도구 각각의 장단점과 그 도구를 사용한 결과물,

-즉 식재료가 그 도구를 거치면 어떤 모양과 상태가 되는지를- 매우 자세히 알려주고,

조리 도구를 제대로 사용하는 방법과 그 이유를 초보자도 알기 쉽게 설명해주며,

한 가지 조리 도구를 다각적으로 활용하는 훌륭한 노하우도 아낌없이 방출한다.

 

 





손에 익고 정이 가게 된 조리 도구를 오래오래 아끼면서 길들이는 

최애템을 다루는 사람의 '사랑과 관심'까지 느껴지는 <조리 도구의 세계>

장비병에 걸린 사람들은 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욕구가 대리 충족될 정도로

-아닌가, 하나하나 지워가며 이 도구들을 다 사들이게 되려나;;- 

멋지고 스마트하며 아름다운 조리 도구들을 만나볼 수 있는 책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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