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은 미래진행형 -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철학
김윤희 외 지음 / 다온북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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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이 흥미로웠다. 

'평등은 미래진행' + "어제는 맞고 오늘은 틀린 철학가들의 평등 이야기" 

하나같이 그저 흘려보낼 수는 없는, 곰곰히 되새기게 만드는 표지의 글이다.


이 책은 우리에게 유명한 철학자들에게 '평등은 무엇인가'를 묻고

그 평등의 기본 조건 즉, '자유롭고 주체적인 인간'의 영역이 어디까지 확장되는가를

철학+평등+여성주의 관점으로 생각하게 만든다.


서양 철학은 철학을 할 수 있-도록 허용되었던- 

자유로운 백인 남성의 주도로 진행되었고

그들의 생각하는 '인간'의 범주에 다양한 계급, 빈부, 인종이 들어갔으나

끝내 여성의 시선 -그들의 철학적 성취에 비교하면 더더욱 실망스러운-으로

제대로 된 담론과 상상을 하지 못했음을 우리에게 익숙한 철학자들의 철학으로

하나하나 보여준다.


물론, "사상은 시대의 산물이고 사상가는 그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p.4)

라며 들어가는 글에 그 한계는 인지/인정하고 시작하며

독자들에게 철학자들이 살았던 시대에 대한 배경지식을 함께 제공하여

철학자들의 사상에 날선 비판을 가하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학과 사상이 시대정신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상기시키며

고대, 중세의 빛나는 철학과 사상이 지금에도 그 생명력을 유지하기 위해

철학을 하는 모두 (독자나 철학가)는 비판적 다시 읽기를 해야한다는

저자들의 주장을 설득력있게 전달한다.


책은 크게 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고대 : 인간에 대한 관찰과 가능성

근대 : 근대적 인간에서 배제된 여성

현대 : 혐오와 폭력


으로 큰 주제를 정하여 각 시대의 대표적인 철학자들을 초대한 뒤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철학자들의 사상의 핵심을 제시하고 

그들의 철학과 사상에 그 시대와 사회에 미친 영향력에 대해서 알려준다.

그리고 나서 각각의 서양 사상가들이 여성에 대해 어떤 관점과 생각을 갖고 있는지

어떠한 한계를 가지고 있으며 더 큰 위대한 사상으로 발전하지 못했던,

백인 남성 사상가들이 거의 -모두 그런 것은 아니다. 늘 선지자와 공감자는 있는 법!-

뛰어넘지 못한 시대와 본인의 '성역할' 관념의 어디가 잘못 되어 있는지에 대해

각 사상가의 책에서 발췌한 문구, 철학가와의 Q&A 코너를 통해 밝힌다.


교과서에서 배우고 막연히 안다고 생각했던 사상가들의 철학이나

제목은 많이 들어봤지만 -창피하게도- 꼼꼼히 정독하지 않았던 그들의 책에서

인용한 문구들은 사실, 좀 충격적이다.




단순히 시대적 한계로만 원인을 찾기에는 계몽의 시대를 살았던

'그' 칸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점도 이 책의 제목에 다시 불을 밝혔다.


 



평등은 과거의 투쟁을 거쳐 선조들의 노력으로 지금 존재하여 누리는 것이 아니고 

'평등'을 가져오기 위해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하고, 노력하고 나아가는

현재의 노력이 겨우 미래가 되어서야 '평등함으로의 변화'를 '진행'시키는 것이었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고대의 민주주의를 꽃피웠던 그리스 공동체 안에서의 여성의 지위/역할/고정관념이

정치와 사회적으로 민주주의에 기반한 제도가 확립/발전/수정을 거치며

경제력, 자본에의 접근 가능성, 소유와 활용을 통해 

과거의 노예제와는 닮은 듯 다른 종속관계를 만들어내는 과정과 

그것을 '교육'이나 '계몽', '문화'를 통해 내면화 하는 근대를 넘어

법과 제도, 인간의 이성이 최고라고 생각했던 것이 철저히 파괴된 세계전쟁을 통해

인간이 가지고 있는 차별, 억압, 혐오, 폭력의 보편적임과 평범함을 다루는

현대에 이르기까지,


생물학적으로 임신, 출산이 가능한 여성이라는 이유로 

배제되고 차별받고, 가스라이팅을 당하면서도 조금씩 지평을 넓히고 성장해 온

여성인권에 대해, 책을 읽으며 화를 내고 슬퍼하기도 하며 생각해 보았다.


저자들은 독자가 책을 읽은 후 남성혐오적 시선으로 

자신의 시대와 그 시대의 '편견'에 갇힌 철학자들을 일방적으로 비난하는 것을 

바라고 쓰진 않았을 것이다.


"~해야 한다"라는 당위의 문제가 남성이든 여성이든 각 개인의 선택에

족쇄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이야기는 아렌트의 예를 보면 확실히 다가온다.

 



책에서 '여성'이라는 말을 특정 종교/국가/이념을 가진 집단으로 바꾸면

왜 '평등'이 인류의 평생 과제인지, 화들짝 놀라며 깨닫게 될 것이다.

어떠한 기준으로든 구별될 수 있는 두 집단을 만들어 대립시키고 갈등을 야기하며 

어떤 '권력'이 시대를 지배할 힘을 계속 공고히 다져가는지

우리 시민들은 둔감해지지 않으려는 노력을 통해 감시하고 견제할 수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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