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하고 찬란한 고대 로마 - 전 세계의 박물관 소장품에서 선정한 유물로 읽는 문명 이야기 손바닥 박물관 1
버지니아 L. 캠벨 지음, 김지선 옮김 / 성안북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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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에 어서 가고 싶다.

인기있는 '특별전'도 좋지만, 상설전으로 사람의 발길이 조금 드문 곳이 더 좋다.

깔끔한 유리 박스 안에서 멋진 조명을 받고 있지만

깨지고 녹슬고, 사람의 손을 더이상 타지 않아 조금은 쓸쓸해보이는 물건들과

그것들의 이름, 사용법, 출처, 나이를 적어놓은 설명을 읽으며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삶을 상상해보는 즐거움을 누리고 싶다.


그 아쉬움을 달래주는 손바닥 박물관 시리즈.

유물들의 크기를 손바닥 모양의 이모티콘을 옆에 두어 짐작할 수 있게 하고,

유물들에 대한 설명, 배경지식, 그것을 사용했던 시대에 대한 간략한 설명까지

풀컬러로 (당연한 일이지만 ㅎ) 집 안에서 누릴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너무 기쁘다.


신기하게도 그리스 다음에 로마라고 생각했는데

손바닥 박물관 시리즈에서는 로마가 1권이다. 

이름도 멋진 <위대하고 찬란한 고대 로마>. 

저자는 버지니아 L. 캠벨 Reading Univ. 고전학 박사로 

폼페이와 로마 묘비학에 대한 책을 여러 권 출간한 사람이다.


로마는 지중해를 천 년 넘게 지배한, 그리고 '제국'의 이미지가 강한 나라이지만

시작은 한 늪 가장자리의 조그만 공동체라는 점을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몰랐다.

이탈리아에 관광을 가면, 로마 군인 복장을 하고 돈을 받으며 

같이 사진을 찍어주는 이미지가 워낙에 머리 속에 강하게 남아서 그런 것일까?

로마가 이탈리아의 에트루리아의 지배에 맞서 싸우며 고난을 겪었다는 소개에

깜짝 놀랐다. 

로마가? 사치와 향락, 문화와 철학, 예술과 풍요로 바다 건너 영국까지 지배력을 미쳤던

그 로마가, 고난을 겪었다고??


로물루스가 티베르 강둑에서 로마를 창건했을 때, 

에트루리아는 북부와 중부 이탈리아의 지배적 문화였고, 채굴과 무역으로 부를 얻었다.

100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왕정제가 마지막 왕인 에트루리아인의 축출로 

민주정부 형태인 공화국으로 바뀌면서 로마는 연합 도시에 맞서 전쟁을 벌이고

전쟁을 바탕으로 서서히 이탈리아의 통제권을 손에 넣게 되었다.

특히 이탈리아를 넘어 지중해의 통제력을 넘보며 북아프리카의 해상 무역을 지배했던

페니키나 인들과의 갈등이 역사책에서 배운 포에니 전쟁이다.


3차에 걸친 포에니 전쟁은 바다와 육지를 가리지 않고 약 200여년 동안 벌어졌고

결국 로마가 주도권을 쥐게 되면서 유명한 장군들 -한니발 같은 ^^- 을 배출하고

로마 그 자체를 손에 넣기 위한 내전, 암살, 배신 들이 줄을 이으며

아우구스투스의 부상과 더불어 로마 대제국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찬란한 지중해의 문명, 무역으로 빈번한 교류가

'팍스 로마나'로 전세계를 호령하던 -그리고 기억 속에 강렬하게 남은- 로마를 만들었다.


전세계 박물관 소장품에서 선정한 200여가지의 공예품을 

초기 이탈리아와 왕들의 시대,

공화국,

초기 제국

후기 제국의 네 장으로 제시했고

각 장에서는 주제에 따라 항목들이 배치되어 

사회와 가정, 예술과 개인적 꾸밈, 정치와 전쟁 및 장례 풍습, 제의의 측면을 통해

로마 세계의 공적, 사회적 삶의 부분을 보여준다.


목욕을 좋아했던 로마인들은 때 미는 도구도 만들어서 썼다. 

푸하하하. 이런 유물을 보고 있으면 시대와 장소를 뛰어넘은 

'보통의 인간'에 대한 정감이 생긴다. 

우리의 '이태리 타올'도 나중에 이런 멋드러진 설명과 함께 유물로 전시될까? ㅎㅎ


원래의 이미지에 익숙한 로마의 유물들도 많지만 

책으로 만났기에 존재를 알게 된 우스꽝스럽고 만든 사람의 시그니처가 들어간

이런 독특한 유물들을 보면 신기하고 재밌다.

무서운 메두사를 이렇게 표현하다니.

그리고 건물 지붕을 장식하는 막새로 쓰다니.

우리나라 고궁의 처마에 있는 각종 토우 및 장식들이 생각난다.

사는 곳이 다르고, 의식주가 다르고, 지리와 문화가 달라도 

호모 사피엔스들의 생각들은 비슷비슷한 구석이 많다.


스핑크스라고 알려주지 않았으면 몰라봤을 이 유물.

놀랍게도 반지다.

사진으로 보면 크게 보이지만, 손바닥과 비교해보면 작다. 

-그래서 이 '손바닥 박물관' 시리즈의 '손바닥' 아이콘이 정말 도움이 된다-


지금 시대의 래퍼들이 주렁주렁 끼었을 법한 이 반지는 

로마시대에 신탁을 받던 점쟁이들이 사용했을 이미지가 새겨져 있다.

사회를 읽고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존재들은 

상징과 과시를 잘 활용해야 했을 것이다.



현대미술관에서 찍었다고 해도 믿었을 것 같은 모더니즘적인 유물들도 종종 만날 수 있다.

너무너무 멋진 작품이다. 

화려한 장식이 대세일 때 이런 심플함을 선택한 로마인은 누구였을까? 궁금하기도 하다.


나왔다. 반가운 병사들의 모습. 

타원형의 방패, 의례용 정복과 무장, 투구, 그리고 번개를 쥐고 있는 독수리 깃발까지

'로마' 하면 떠오르는 병사, 집정관들의 모습이다. 

드레이프된 천의 옷과 갑옷에 뚫린 구멍까지 세밀하게 묘사되어 조각된 작품 덕분에

서기 51~52년에 살았던 사람들의 복장을 

약 2000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재현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고 엄청나게 느껴진다.


+ 이런 아름다운 것들을 숨쉬듯 보고 자랐을 

이탈리아 사람들의 미감이 괜히 발달한 것이 아니다.

+ 출처는 이탈리아 로마지만 소장은 프랑스 루브르나 영국 런던의 박물관이다.

유럽이 괜히 사이가 안 좋은 것이 아니다. ㅎㅎㅎ



보기만 해도 부내나는 이 장식물은 실용성을 추구해서 만든 것이 아니라

순전히, 이렇게나 어려운 일을 내가 해내도록 만들었다. 나의 돈으로! 를 보여주기 위한

사.치.품.


역시 부내 바이브는 가성비 대신 가심비만을 오롯이 따지는 데서 풍겨난다.

로마의 부자 덕분에 이렇게 섬세한 예술품을 볼 수 있게 되었으니, 고마워 해야할까? ㅎㅎ


예술에 정당한 댓가를 -과연 그 시절에 그랬을까 싶긴 하다. 예술은 언제나 ㅠ 흑흑...-

치르게 된다면 이렇게나 멋진 작품들을 향유할 수 있는 것이라는 증거이기도 하다.


이런 것도 만들었다. 로마인은.

화려함을 일상처럼 두르고 다녔으나 실용의 로마인 답다.

지금도 이러한 컨셉으로 활용되는 '스위스 아미 나이프' 연장이다.

이런 유물들을 볼 때마다 소오름-이 돋는다. 

군인들만이 아니라 여행자들도 사용했을 것으로 짐작한 이 다용도 연장은

칼, 숟가락, 포크, 못, 주걱, 그리고 작은 이쑤시개도 제공한다.


브론즈와 은을 이용하여 만들어진 이 유물은 소재의 무른 재질을 생각해본다면,

이 역시 사치품이다.

이런 걸 사용하진 않았겠지만 -섬세한 저 고리가 조금의 힘으로도 부러질 수 있으니까-,

군사 지도자, 상인들도 "뭐, 이런 건 다 들고 다니는 거 아니었나?" 하며 꺼내보였을수도...


책을 그냥 읽지 않고 이런 엉뚱한 호기심을 질문하며 읽는다면,

지루한 독서나 더 지루한 박물관 견학이 좀 덜 지루해지지 않을까? 

(아이에겐 어차피 큰 차이 없는 지루함일 수 있지만,

 그래도 잠시나마 스스로 생각을 해볼 수 있게 하면 어떨까 싶다 ㅋㅋ)

 


이 손바닥 박물관 시리즈는 고대 그리스/고대 로마/고대 이집트/바이킹 총 4권이 나왔다.

아마도 계속 유럽 위주로 나오지 않을까 싶지만 동양의 멋진 문명들도 다루어줬으면 좋겠다.

계속 이 시리즈를 눈여겨 봐야 할 이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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