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지옥에 빠진 크리에이터를 위한 회사생활 안내서
폴 우즈 지음, 김주리 옮김 / 더숲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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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지옥에 빠진 크리에이터를 위한 회사생활 안내서>는 

회사와 '나'와의 관계 맺음이나 회사에서의 동료, 상사, 클라이언트와의 업무 처리 방식에서

적어도 한 번쯤은 일방적인 '관행', 억압적인 '조직문화', 비인격적인 '대우'를 경험해 본 

모든 사람들을 위한 자기계발 책이다.


저자 폴 우즈는 15년차 디자이너이자 작가, 일러스트레이터로 

구글, 모건스탠리, 레드불, 타임지 등의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기업의  메인 프로젝트를 주도했고

현재는 세계적 디자인 그룹 에덴슈피커만의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CCO) 겸 CEO로

팀을 이끌고 있는 사람이다.


그는 출판, 금융, 지속가능성, 운송업 등 다양한 분야와 산업에서

제품, 브랜드, 서비스 디자인 작업을 직접 해 내며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 가고 있고

그 자신이 크리에이터로서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업무를 하며 얻은 경험과 느낀 점을

여러 매체에 정기적으로 글을 기고하며 광고 산업에 대해 풍자적이고 날카로운 식견을 보여준다.

 

특히 창의성, 창조력을 발휘하도록 요구받는 크리에이터들이 

이익과 효율성까지 갖추기를 강요하는 회사 문화에 갈등을 빚거나 

한정된 자리로 입사 기회를 간절하게 바라는 상황을 이용하여 열정 페이를 강요당하기도 하고, 

'언젠가'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불어넣으며 '업계에서 인정받기 위해'라는 말로

병적인 자기중심주의에 사로잡혀 흡혈귀처럼 그들의 재능을 빨아먹는-_-! 

업계의 소위 거장이나 천재, 레전드들에게 에너지, 영혼, 열정, 멘탈을 탈탈 털리지 않기 위해

아래와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에 초대한다. 


'비인격적인 꼰대가 되지 않고도 크리에이티브 산업에서 훌륭한 성과를 낼 수 있을까?'

'뒤떨어진 업무 관행과 과도한 자의식이 판을 치는 크리에이티브 업계는 변화시킬 수 없는가?'

'긍정적인 조직문화가 업계 경쟁 우위 확보와 훌륭한 성과, 클라이언트 만족을 가능하게 할까?'


작가는 독일과 미국에서 일하며 겪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두 나라의 문화 차이를 비교하여

국내 뿐 아니라 해외 취업에도 관심이 많은 크리에이터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했지만

책을 읽어보니 이것은 크리에이터들만을 위한 팁이 아니었다.


이제는 올드하게 느껴지는 '워라밸'에 대한 이야기, '90년대생'과 회사생활을 다룬 책과

이 책의 결은 크게 다르지 않다.


개인적인 삶을 중요하게 여기는 새로운 트렌드와, 효율적인 업무 관행이 초점을 두는 온도 차는

업계와 지역, 문화와 세대를 막론하고 지금, 여기를 살고 있는 모두에게 화두로 떠오른다.

'직장인'으로서의 삶을 사는 대다수의 우리들이 상황과 조건에 따라 이동하게 될 때 

클라이언트, 구직자, 면접자, 관리자, 초심자, 경쟁자의 다양한 역할을 제대로, 잘 수행하며

성공적인 네트워킹을 만들어 가기 위해 염두에 두어야 하는 것을 13장에 걸쳐 알려준다.

-13장이라니, 짧게 짧게 끊어쳐서 그런 구성이 될 수도 있었겠지만 

  작가의 위트를 비추어 보면 '13'이란 숫자를 그냥 만든 것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1장 조직문화, 2장 에고에서는 결국 직장은 사람들이 부대끼며 일하는 곳이며

꼰대와 자의식 과잉이 충돌할 때 인간적 상처, 망하는 업무, 형편없는 성과라는 결과가 나온다는

만고의 진리를 재미난 일러스트와 생생한 경험에 바탕을 둔 이야기로 풀어낸다.


3장 회의, 4장 피칭, 5장 스코핑, 6장 브리핑, 7장 피드백, 8장 프레젠테이션은

직장인들을 위한 팁들이 보물처럼 쏟아져 나오는 학습의 장이다. 

무슨 일을,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적절한 예와 그 이유를

깔끔한 표를 곁들여 설득력있게 보여준다. (그리고 그렇게 하지 않았을 때 감당해야하는 후폭풍도...)



마지막으로 9장 야근, 10장 클라이언트, 11장 구직과 채용, 12장 퇴사와 해고

13장 크리에이티브 리더는 회사 생활을 어느 정도 한, 성장과 도약을 원하는 경력자와

그 사람들을 상대로 자신의 '유용함'과 '남다름'을 어필해야하는 구직자들이

서로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그 시선으로 스스로를 바라보아 객관성을 얻게 하는 가이드다.



업무를 (예전처럼) 잘 해 내고 싶지만 새로운 변화에 따라가기 버거운 기성세대나

학교에서 배우고 익힌 것과 사회생활의 이질감에 힘들어하는 사회 초년생들이

각자 '기본'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의 온도차가 얼마나 큰 지를 깨닫게 한다.


조금 아이러니 한 것은 13장이다.

그들이 일하는 공간을 지배하는(!) 리더와 최고 상급자(포식자)들이 

1장부터 12장의 모든 '좋은 것'에도 불구하고 얼마든지, 또 언제든지

'진정한 크리에이티브 리더'가 되기 위해 냉정한 의사결정과 완벽을 지향하고 

민주적인 절차는 가볍게 무시하며 능력 부족이라면 바로 해고를 해버리는 

잔인할 정도의 솔직함, '처음부터 다시!'를 반복하며 압박을 가하는 존재인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열탕과 냉탕을 오고가며 삶의 질을 저하시키는 회사 문화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시켜

최고의 인재가 또다른 최고의 인재와 자신의 능력을 자유롭게 펼치게 한다는 것은

어찌보면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이상적인 꿈일 수 밖에 없을 수도 있겠다... 하는

자조적인 웃음이 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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