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이미 충분합니다
안셀름 그륀 지음, 김현정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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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휴가시즌이 돌아왔다.

평소에는 금요일 하루만 혹은 더 좋게는 월요일 하루 더 휴가여도

세상 다시 없이 행복하더니,

남들도 다 쉬는 휴가가 되자, 이젠 '어디로, 얼마나' 가느냐에 따라

행복한 기분이 올라갔다가 내려갔다가 한다.


사람이란 이렇게도 간사한 존재인가.

사제를 치유하는 사제, 행복전도사라고도 불리는 안젤름 그륀 신부님의 책

<당신은 이미 충분합니다>는 이런 얄팍한 내 마음과 머리에

시원한 바람을 한줄기 불어넣어준다.


"만족하며 살고 있다"는 말이 무슨 뜻일까요?

아마도 이런 뜻일 겁니다.

완전히 잘 지낸다거나 매일매일이 최고라는 뜻은 아니에요.

모든 게 완벽하다고 할 수 없지만 현재의 삶에 만족해요.

... 중략 ...

이만하면 충분합니다.


'만족을 안다'는 말을 지족이라고 한다고 한다.

자기의 발이 어디에 닿아있는지 안다는 뜻이다.


고작 인간이고 지금을 살아갈 뿐인 내가

마치 영생을 살아갈 존재인냥 걱정하고 욕심내고 욕망하지 말라는

가르침만 주셨다면 요즘처럼 피곤할 때 '쳇!'하고 말았을텐데

안젤름 그륀 신부님은 상황을 의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삶이라며

편안하고 안정된 어투로 자분자분 말씀을 전한다.

(책을 읽으면 그런 느낌이 든다. 번역자님 감사합니다.)


만족을 찾고자 '과도한 만족감'에 머물지 말라는 단호함도 찬 물같다.

자신의 편안한 삶에만 집중한 나머지,

세상의 모든 문제를 자신과 전혀 상관없는 것으로 만들어 버려

남들의 고통이나 사회적 갈등, 부조리에 눈감는 것은 

이기적이고 편협한 인생이라고 말한다.


과연, 행복이란 쉽게 얻어지는 것은 아닌가보다.

나의 행복감과 만족감에만 집중하는 것은 진정한 그것들이 아니다.

만족을 느낄 때는 곧 삶과 일체를 이루어 조화를 느낄 때이고

그때 우리는 행복과 기쁨을 느낀다.


삶에 만족하는 것.

각자의 십자가를 지고, 

불만 바이러스에서 자신을 보호할 정도로 시련과 고난에서 면역력을 키우고

가득 채우지 않은 데서 충만함을 느끼는 삶.

스스로에게 주어진 환경과 삶에 감사하며 소박하고 정갈하게 살지만

남들에게 부당하게 가해지는 불의와 불편한 환경과 삶에는 

연대하고 바꾸어 나가려는 이 세상에서의 몫을 다하는 삶에 대해

책을 읽으며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고, 몇번째인지 모를 다짐도 한다.

'이제, 정말 후회도 불안도 없는 하루를 보내자.'고.


정신없이 하루하루 주어진 일을 해치워 내는데 급급해서

옹졸하게 좁아진 시야와 마음에

새로운 영성을 휘감아 준 고마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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