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키 드 생팔 × 요코 마즈다
구로이와 유키 지음, 이연식 옮김 / 시공아트 / 2018년 6월
평점 :
절판





책을 읽고 나니 심경이 복잡하다.
예술가로 세상을 살고 바라보는 것은 보통 사람과는 살짝 결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구 반대편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은 일본과 프랑스에 살던 두 여성이
어떻게 서로를 '운명적인 만남'이고 전생에 연이 있었다고 생각하게 되었을까?

책은 일본의 서민 주거지, 상공업자의 거주지역인 시타마치 출생의 시즈에부터 시작된다.
세 자매의 맞이인 시즈에, 어머니와의 갈등, 
좋아하는 것을 그렸던 '미술'시간에 겪은 부당한 대우, 전쟁을 겪은 청소년기 및
우여곡절 끝에 결혼하며 자신의 일을 하는 '여성'으로 살아가는 에피소드에서
'요코 마즈다'라는 인물이 형성되어 가는 과정을 볼 수 있었다.

요코 마즈다가 늘 생각했던 것은 "나는 무슨 일을 해야 할까" "내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이다.
관습과 제도라는 '전형성'이 가져다주는 평안함을 버리고,
당시 여성에게 허락되지 않은 가치를 추구하며 사는 삶은
책의 저자이자 요코 마즈다의 며느리인 구로이와 유키가 언급했듯
차마 다 밝힐 수 없는 슬픔과 고통이 알알이 박혀있는 것이었으리라.

따라서, 요코가 지구 반대편에서 '세계인의 영혼에 예술적 총격을 가한' 
20세기 프랑스 누보 레알리슴의 거장 니키 드 생팔의 작품을 만났을 때,
그 터질듯이 부풀어 오른, 알록달록하고, 규칙과 법칙을 깔깔대며 뛰어넘는 조각상 '나나'를 만났을 때,
그 작품에 담긴 뜻을 온몸으로 알아차리고 느꼈을 것이다.

새로운 표현 방법과 재료를 사용하고,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작품을 만들고
남들이 상상하는 것을 뛰어넘는 창조력을 발랄하게 발산하는
조각 시리즈 '나나'

전형적인 '여성'과 보편적인 것이라 강요된 '억압적 아름다움'의 이미지를
깨고자 하는 여성 예술가와 그녀의 작품을 이해하고 지지한 컬렉터이자 예술적 동반자.

자신들이 사는 시대와는 다른 시대를 만들기 위해
서로에게 위로와 힘, 영감과 자극, 지지와 격려가 되어주었던
무엇보다 같은 '여성'으로서 느끼는 연대감으로 마음껏 감정을 터놓았던
니키 드 생팔과 요코 마즈다의 관계가 새삼 대단하고 놀랍다.





그들이 서로 주고 받았던 편지를 읽으며, '작품' 뒤에 있는 예술가의 모습도 알게 되었고
서로를 성장하도록 돕는 '빅 팬'을 만난 행운을 누린 두 여성 예술가의 교류와 노력의 결과인
작품들의 전시회가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 것은 덤이다.




9월 25일까지 '니키 드 생팔전 : 마즈다 컬렉션'이 선보인다.
전시회에 가기 전, 작품에 얽힌 얘기를 먼저 읽고 싶었다.
책을 읽으니 예술의 전당에 당장 달려가고 싶어진다.

두 여성의 이야기를 머리에 담고 가서 보는 작품이 건네는 말은
분명, 그것을 몰랐던 때와는 다르게 들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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